정부가 교통사고 경상환자의 장기 치료에 대한 관리 기준을 강화한다. 앞으로 단순 염좌나 타박상 등 경미한 부상을 입은 환자가 8주를 넘겨 치료를 받으려면 전문 의료진의 치료 필요성 검토를 받아야 한다.
그동안 일부 이른바 '나이롱환자'로 불리는 과잉 장기 치료 사례가 자동차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보험료 인상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온 만큼, 이번 제도 개편이 보험금 누수를 줄이고 자동차보험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토교통부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며, 오는 9월 10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경상환자의 장기 치료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절차를 마련해 불필요한 보험금 지급을 줄이고 적정한 보상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경상환자 8주 초과 치료, 전문 의료진 검토 의무화
개정안에 따르면 9월 10일 이후 발생한 교통사고에서 경상환자가 8주를 초과해 치료를 계속 받을 경우,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자배원)의 전문 의료진이 치료 필요성을 심사하게 된다.
환자가 진단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보험회사나 공제조합이 자배원에 심사를 요청하고, 자배원은 검토 결과를 환자와 보험사에 통보한다.
심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정부위원회를 통한 재심 절차도 마련된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환자의 치료가 중단되지 않도록 검토가 진행되는 동안의 치료비와 진단서 발급 비용은 보험회사와 공제조합이 부담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일부 공제조합이 진단서 발급 비용을 지원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동일하게 부담하게 된다.
검토 대상은 '경상환자'로 한정
새로운 제도는 모든 교통사고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적용 대상은 척추 염좌와 팔다리 관절 염좌, 단순 타박상, 갈비뼈 골절이 없는 흉부 타박상 등 비교적 경미한 부상으로 제한된다.
반면 임산부와 만 7세 이하 영유아는 심사 절차 없이 기존처럼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신속한 심사를 위해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종합병원 10년 이상 경력의 의과·한의과 전문의 약 200명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해 객관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시행 이후에도 분기별 운영 결과를 분석해 심사 기준과 대상 범위를 지속적으로 보완할 계획이다.
"보험료 부담 줄일 수 있지만, 환자 권리 보호도 중요"
교통·보험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가 장기 치료를 악용하는 사례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피해자의 치료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교통보험 전문가는 "경미한 교통사고 이후 수개월 동안 치료를 지속하며 과도한 보험금을 수령하는 사례는 자동차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고 결국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객관적인 의료심사를 통해 치료 필요성을 판단하는 방향은 제도적으로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다만 "교통사고 후유증은 사고 당시 영상검사만으로 모두 확인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통증이 시간이 지나면서 심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단순히 치료 기간만으로 치료를 제한해서는 안 되며, 의료적 판단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사 절차가 길어질 경우 환자의 치료가 지연되지 않도록 신속한 심사와 재심 제도가 실효성 있게 운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과제…공정한 심사와 투명성 확보
전문가들은 제도의 성공 여부는 심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보험사와 환자 모두가 결과를 신뢰하려면 심사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동일한 상병에 대해 일관된 판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표준화된 의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심사 결과와 재심 인용률, 처리 기간 등을 정기적으로 공개해 제도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실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사후 평가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자동차보험은 다수의 가입자가 함께 비용을 부담하는 사회적 안전망이다. 일부 과잉 치료 사례가 반복되면 결국 보험료 인상이라는 형태로 선량한 가입자 모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번 제도는 이른바 '나이롱환자' 문제를 줄이기 위한 첫 제도적 장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제도의 목적이 비용 절감에만 맞춰질 경우 정작 치료가 필요한 피해자가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장기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의학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정부는 보험금 누수를 막는 것과 동시에 정당한 피해자의 치료권을 보호하는 균형 잡힌 운영을 통해 국민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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