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스타트업 4곳과 푸드테크 실증…‘투자 넘어 사업화’ 성과가 관건

이정윤 발행일 2026-08-05 08:55:17
 

CJ제일제당이 식품과 유통, 소재, 로봇 분야 스타트업 4개사를 선발하고 6개월간 사업 실증에 나선다. 단순한 투자나 육성 프로그램을 넘어 실제 사업 현장에 기술을 적용하고,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까지 검증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대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이 일회성 행사나 홍보성 협업에 그치지 않으려면 실증 이후 실제 계약과 후속 투자, 안정적인 판로 확보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CJ제일제당은 농식품 분야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프론티어랩스’ 6기 선발을 마쳤다고 5일 밝혔다.

이번 모집에는 약 260개 스타트업이 지원해 2021년 프로그램 출범 이후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은 이 가운데 사업 연계성과 글로벌 성장 가능성 등을 평가해 총 4개사를 최종 선발했다.

선정 기업은 지역 연계 신선 식자재 직거래 유통 플랫폼 ‘Mr.아빠’, 혈당 관리용 B2B 식품 소재를 개발하는 ‘휴밀’, 비건 레스토랑 ‘고사리 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배드캐럿’, 자율주행 피지컬 인공지능 솔루션 기업 ‘뉴빌리티’다.

선발 기업의 사업 분야는 식자재 유통과 기능성 소재, 외식, 자율주행 로봇 등으로 나뉜다. 전통적인 식품 제조 영역뿐 아니라 물류와 외식 서비스, 로봇 기술까지 협업 범위를 넓힌 점이 특징이다.

이는 식품기업의 경쟁력이 제품 생산에만 머물지 않고 원료 조달과 유통, 배달, 매장 운영, 소비자 데이터 관리 등 식품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6개월간 사업 실증…글로벌 시장 검증도 추진

선정된 스타트업들은 지난달 23일 CJ제일제당 현업 사업부서와 워크숍을 진행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앞으로 6개월 동안 매칭된 사업부서와 사업실증을 진행하며, 전문가 멘토링과 후속 투자 검토에도 참여한다. CJ제일제당은 스타트업별로 3년 단위 성장 로드맵을 설계하고 단계별 사업 협력과 투자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6기부터는 국내 사업 부서 중심의 실증에서 벗어나 글로벌 사업과 연계한 실증 과제도 추진한다. K-푸드의 해외 유통 확대와 현지 물류, 식품 소재 적용 가능성 등을 검증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참여 기업에는 최대 3억 원의 투자금이 지원된다. 프로그램은 CJ제일제당 벤처투자 조직과 CJ인베스트먼트, 마크앤컴퍼니가 공동 운영한다.

올해는 농식품 분야 투자사와 관련 기관 15곳이 참여하는 ‘프론티어랩스 얼라이언스’도 구성했다. 하반기에는 글로벌 투자사와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해 공동 투자와 해외 사업 연계를 추진할 방침이다.

전문가 “실증 이후 계약과 매출로 이어져야”

스타트업 투자 전문가는 대기업의 사업 인프라와 스타트업의 기술력이 결합할 경우 사업화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벤처투자 전문가는 “식품 스타트업은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있어도 생산시설과 유통망, 품질관리 기준을 확보하지 못해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대기업의 제조·유통 기반을 활용한 사업 실증은 시장 진입 기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푸드테크는 식품 제조뿐 아니라 기능성 원료, 물류 자동화, 로봇 배송, 데이터 기반 외식 운영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며 “서로 다른 분야의 기술을 식품산업에 결합한 이번 선발 방식은 산업 변화에 대응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면 실증 이후의 후속 절차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PoC가 성공해도 실제 구매계약이나 납품, 투자로 이어지지 않으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만 부담할 수 있다”며 “실증 평가 기준과 후속 계약 조건을 명확히 하고, 스타트업이 기술과 사업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는 협력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프론티어랩스 6기 선발은 CJ제일제당이 식품기업의 경계를 넘어 유통과 외식, 로봇, 기능성 소재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흐름을 보여준다. 특히 자율주행 로봇과 혈당 관리 소재 기업을 포함한 것은 미래 식품산업이 생산 중심에서 건강관리와 자동화, 서비스 산업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러나 지원 기업 수가 많고 투자 규모가 커졌다는 사실만으로 프로그램의 성공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선발된 스타트업의 기술이 실제 CJ제일제당 사업에 적용되고, 매출과 해외 진출이라는 구체적인 결과로 이어지는지 여부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검토하는 수준을 넘어 장기적인 거래처와 투자자로 역할을 확대해야 오픈 이노베이션의 의미도 살아날 수 있다. 이번 협업이 단순한 육성 프로그램을 넘어 국내 푸드테크 기업의 실질적인 성장 사례로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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