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 박성훈 의원(부산 북구을)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024년 말 734조1천억원에서 2025년 말 767조6천억원, 올해 6월 말 775조1천억원으로 증가했다.
1년 6개월 만에 41조원이 늘어난 규모다.
은행별로 보면 농협은행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농협은행은 2024년 말 137조6천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48조6천억원으로 11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7조8천억원,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7조6천억원, 하나은행은 7조원 늘었다.
문제는 정부의 대출 규제에도 올해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은행 가계대출은 올해 1월 1조5천억원 감소했지만 2월 7천억원, 3월 6천억원 증가했다. 이어 4월 1조9천억원, 5월 5조5천억원, 6월에는 5조9천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역시 4월 2조5천억원, 5월 1조8천억원, 6월 2조6천억원 증가하며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를 떠받쳤다.
은행 문턱 높이자 보험권 대출 증가
주목할 대목은 보험업권이다.
보험업권 가계대출은 올해 4월 3,927억원 감소했지만 5월 8,813억원 증가한 데 이어 6월에는 1조639억원 늘었다. 7월에도 잠정치 기준 7,172억원 증가했다.
특히 보험계약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보험계약대출은 5월 7,541억원, 6월 1조145억원, 7월 6,961억원 증가했다. 불과 석 달간 증가액이 2조4,647억원에 달한다.
은행권에 대한 대출 관리가 강화된 시점에 보험권 대출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 등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보험권 대출 증가만으로 은행 규제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가계의 생활자금 수요와 부동산 시장 상황, 금리 수준, 기존 대출의 만기 및 차환 수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전문가들은 가계부채 관리가 단순한 금융기관별 대출 총량 억제에 머물러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은행권 대출을 강하게 제한할 경우 자금 수요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보험사나 상호금융 등 다른 금융기관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거나 자금 여력이 부족한 차주가 은행권 밖으로 이동할 경우 금리와 상환 조건에 따라 금융비용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전문가는 “가계대출 총량을 억제하는 정책은 단기적인 증가 속도를 조절하는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주거비와 주택가격, 생활자금 수요 등 대출을 발생시키는 구조적 요인이 그대로라면 수요 자체를 없애기는 어렵다”며 “은행권 대출 감소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보험·상호금융 등 전체 금융권의 대출 이동과 차주의 이자 부담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실수요자와 취약차주가 상대적으로 비용이 높은 금융권으로 이동하지 않도록 차주별 상환능력을 중심으로 한 정교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점진적인 하락을 목표로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이내에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재의 정책이 가계부채의 ‘총량’을 줄이는 데 실제로 얼마나 효과를 내고 있는지는 따져볼 대목이다. 은행 대출을 억제했는데도 전체 대출 수요가 다른 금융기관으로 이동한다면 금융권별 규제 실적은 개선될 수 있어도 가계가 부담하는 빚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 창구보다 ‘빚이 늘어나는 이유’를 봐야
가계부채 문제에서 정부가 관리해야 할 것은 어느 금융회사의 대출이 늘었느냐만이 아니다. 가계가 왜 계속 돈을 빌려야 하는지, 규제로 막힌 대출 수요가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1년 반 동안 41조원 증가하고 최근 보험계약대출까지 빠르게 늘어난 수치는 현재의 대출 규제 방식에 점검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은행의 문턱을 높이는 것은 행정적으로 가장 빠른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주택 구입과 전세자금, 생활자금 등 실수요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공급 창구만 제한하면 대출 수요가 다른 금융기관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그 과정에서 금융 여건이 취약한 차주가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상황이다. 가계부채 정책의 성패는 은행 대출 증가율을 낮췄느냐가 아니라 전체 가계부채의 건전성을 높이고 차주의 상환 부담을 줄였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박성훈 의원은 “정부가 가계부채를 잡겠다며 대출 문턱만 닥치는 대로 높였지만, 빚은 못 잡고 대출 수요만 보험권 등으로 떠미는 풍선효과를 키우고 있다”며 “‘두더지 잡기식 규제’의 피해는 결국 무주택자와 청년·실수요자에게 돌아가는 만큼, 대출 창구 틀어막기가 아닌 가계부채의 근본 원인을 겨냥한 정교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필요한 것은 금융회사별 대출 창구를 차례로 막는 방식이 아니라 은행·보험·상호금융을 포괄하는 전체 가계부채 관리와 실수요자 보호를 동시에 고려하는 정책이다. 가계부채가 한쪽에서 눌렀을 때 다른 쪽에서 부풀어 오른다면 규제의 강도보다 정책의 방향부터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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