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명의 ‘청소년 시의원’이 본 서울의 문제…체험 넘어 정책으로 이어질까

이정윤 발행일 2026-08-24 23:24:36
서울시의회 제4대 청소년의회 개원…초등 5·6학년 73명, 4개월간 의정활동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눈높이에서 생활 속 문제를 찾고 직접 해결책을 제시하는 ‘청소년의회’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단순히 지방의회 운영 방식을 체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소년의 목소리를 실제 정책과 의정활동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서울특별시의회(의장 임만균)는 지난 22일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제4대 청소년의회 개원식을 개최했다. 청소년 투표를 통해 선출된 제4대 청소년 시의원은 총 73명으로, 서울 시내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이다. 이들은 앞으로 4개월간 실제 지방의회와 유사한 방식으로 의정활동을 경험한다.

개원식에는 임만균 의장을 비롯해 이정미·이효진·임규호 서울시의원 등이 참석해 청소년 시의원들의 활동을 격려했다.


청소년의회는 청소년이 직접 시의원을 선출하고 정당과 상임위원회를 구성한 뒤 조례안을 마련해 본회의에서 심사·의결하는 의회 민주주의 교육 프로그램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청소년들이 이미 만들어진 정책을 단순히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일상에서 경험한 문제를 직접 의제로 발굴한다는 점이다. 학교와 통학로의 안전 문제부터 환경, 교통, 공공시설, 교육 등 청소년의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문제점을 찾고 이를 정책과 조례의 형태로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서울시의회 청소년 의회교실은 1996년 일일 모의의회 체험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2023년부터는 실제 지방의회 운영 방식을 반영해 청소년의회를 구성하고 의정활동 전반을 직접 경험하는 방식으로 확대됐다.

제4대 청소년의회는 사전 신청한 후보자를 대상으로 지난 7월 24일 온라인 사전투표와 25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현장투표를 통해 73명의 청소년 시의원을 선출했다.

이들은 개원식을 시작으로 4개월간 청소년 시의원 연수와 정당 구성, 상임위원회 활동, 현직 시의원과의 간담회 등에 참여한다. 상임위원회에서 직접 조례안을 마련하고 본회의에서 심사·의결하는 과정도 경험한다.

특히 서울시의회는 청소년의회가 일회성 체험 행사에 머물지 않도록 현직 시의원과 청소년 시의원 간 소통 기회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청소년들이 서울의 현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정책과 조례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모의의회’보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청소년의회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73명의 학생이 본회의장에 앉아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자체가 아니다. 이들이 생활 속에서 발견한 문제가 실제 서울시 정책에 얼마나 반영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성인의 시선에서는 사소하게 보이는 문제도 청소년에게는 매일 마주하는 현실일 수 있다. 위험한 통학로와 부족한 휴식 공간, 학교 주변 환경 문제, 대중교통 이용 불편 등은 당사자인 청소년이 오히려 더 정확하게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는 분야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제안한 조례와 정책 가운데 실현 가능성이 높은 내용은 서울시의회가 검토해 실제 의정활동과 연결하는 후속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어떤 제안이 검토됐고, 반영되지 못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청소년들에게 다시 설명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4개월 동안 조례안을 만들고 표결까지 경험했지만 이후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청소년의회는 결국 ‘지방의회 체험 행사’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작은 제안이라도 실제 정책이나 조례 개선으로 이어진다면 청소년들은 자신의 참여가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직접 경험하게 된다.

청소년의 목소리를 듣는 것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제4대 서울시의회 청소년의회의 성과 역시 얼마나 많은 행사를 진행했느냐보다 청소년의 제안 가운데 무엇이 실제 서울의 변화로 이어졌는지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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