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체계를 하나로 묶는 것만으로 유보통합이 완성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서로 다른 제도 아래 오랫동안 운영돼 온 만큼 교사 자격과 처우, 재정 지원, 시설 기준 등 현실적인 격차를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정책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곽인혜 시의원(강북3)은 지난 13일 서울시민간어린이집연합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유보통합 추진 과정에서 어린이집이 겪고 있는 현안과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모든 영유아에게 더 나은 교육·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유보통합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관리체계가 교육부·교육청 중심으로 개편되는 과정에서 어린이집의 운영 현실과 보육 현장의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어린이집·유치원 출발부터 달랐다…통합 기준 어떻게 맞추나
유보통합의 가장 큰 난제는 서로 다른 제도에서 출발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기준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에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그동안 법적·행정적 근거와 관리체계를 달리해 왔다. 이에 따라 교사 자격과 처우를 비롯해 재정 지원 방식, 시설·설립 기준, 운영 방식 등에서도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단순히 관리부처를 통합한다고 해서 현장의 격차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느 한쪽의 기준을 다른 쪽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비용 부담이나 인력 운영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충분한 의견 수렴과 단계적인 기준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의 요구다.
곽 시의원은 “유보통합의 취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사이의 격차를 해소하고 모든 아이에게 질 높은 교육과 보육을 제공하자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유보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작 어린이집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고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와 교육청이 정책의 방향과 취지를 설명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왜 어린이집 현장에서 이러한 불안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지 면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현장이 납득하지 못하는 통합은 성공적인 유보통합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육·보육 전문가 “행정체계 통합 자체가 유보통합의 목표는 아니다”
교육·보육 분야에서는 유보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책의 중심이 ‘기관 통합’ 자체가 아니라 영유아에게 제공되는 교육·보육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교육·보육 전문가는 “유보통합의 최종 목표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이라는 기관의 명칭이나 행정체계를 하나로 만드는 것 자체가 아니다”며 “어떤 기관을 이용하더라도 아이가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과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 격차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기관 유형에 따라 교사의 자격체계와 근무 여건, 임금과 지원 방식 등에 차이가 있는 만큼 이를 무리하게 한 번에 맞추려 하면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교사의 전문성 강화와 처우 개선에 필요한 재원을 먼저 추산하고 단계적인 통합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보통합에 따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재정 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는 “시설과 인력 기준을 높이면서 재정 지원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민간 어린이집이나 소규모 기관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국가와 교육청,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책임을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준부터 통일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과제는 ‘교사·재정·시설’…통합 이후를 먼저 설계해야
유보통합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유치원 교사와 보육교사로 나뉜 자격체계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기존 교사들의 경력 인정과 추가 교육, 자격 전환 과정에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밀한 제도 설계가 요구된다.
교사 처우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같은 연령대의 아이를 교육하고 돌보면서도 기관 유형과 운영 주체 등에 따라 근무 조건에 차이가 발생한다면 유보통합 이후에도 현장의 갈등은 계속될 수 있다.
재정 지원 방식 역시 중요한 문제다. 국공립·사립유치원과 국공립·민간·가정어린이집 등 기관 유형과 규모가 다양한 만큼 획일적인 지원체계를 적용하기보다는 각 기관의 특성을 고려하면서 점진적으로 격차를 줄여 나가는 방안이 필요하다.
시설 기준을 통합하는 과정에서도 기존 시설이 새로운 기준을 맞추기 위해 과도한 비용을 부담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유예기간과 재정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곽 의원은 “유보통합이 어느 한쪽의 기존 기준을 다른 한쪽에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추진돼서는 안 된다”며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각각 축적해 온 교육과 보육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교사 처우와 재정 지원, 시설·운영 기준 등에서 어느 한쪽도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균형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보통합의 중심에는 유치원도 어린이집도 아닌 우리 아이들이 있어야 한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듣고 필요한 제도 개선을 요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어디가 관리하느냐’보다 ‘아이에게 무엇이 달라지느냐’
유보통합은 오랫동안 필요성이 제기돼 온 정책이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같은 연령대의 아이가 어떤 기관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교육과 돌봄의 조건이 크게 달라져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행정조직을 하나로 합치는 것과 현장의 제도를 하나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오랜 기간 서로 다른 법과 재정·인력체계 안에서 운영돼 왔다. 이러한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한쪽의 기준을 다른 쪽에 적용한다면 ‘통합’이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불균형을 만들 수도 있다.
특히 정책 추진 과정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많은 것을 얻느냐를 둘러싼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흐르는 것이다.
유보통합의 주인공은 기관도, 행정기관도 아니다. 결국 아이와 부모다.
정부와 교육당국이 앞으로 내놓아야 할 답도 분명하다. 유보통합 이후 교사 한 명이 담당하는 아이들의 교육·보육 환경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교사의 전문성과 처우는 얼마나 개선되는지, 부모의 부담은 어떻게 변하는지, 추가 재정은 누가 얼마나 부담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 시행 이후에도 어린이집과 유치원 현장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협의 구조가 필요하다. 제도가 현장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보완하고 수정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유보통합의 성공 여부는 ‘두 제도를 하나로 합쳤다’는 행정적 결과가 아니라, 통합 이후 아이들이 이전보다 더 나은 교육과 돌봄을 받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결국 유보통합이 넘어야 할 마지막 문턱은 제도의 통합이 아니라 현장의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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