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원 38명 CPR 실전훈련…‘이수증보다 중요한 건 시민 생존율 높이는 정책’

이정윤 발행일 2026-08-21 13:07:16
성인·소아·영아 CPR부터 AED·기도폐쇄 대처까지 실습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심정지 등 응급상황에서 시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심폐소생술(CPR) 실전훈련에 나섰다.

단순한 안전교육을 넘어 직접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법을 익혔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지방의원의 역할은 교육을 받고 이수증을 취득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현장에서 확인한 안전 문제를 정책과 예산으로 연결해 시민 누구나 위급한 순간에 신속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의회의 본래 역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은 20일 소속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와 합동으로 ‘서울살리기! 심폐소생술(CPR) 및 안전 교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교육은 2026년 을지연습 기간에 맞춰 진행됐다. 재난이나 비상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응급환자에 대한 초기 대응능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성인·소아·영아 CPR부터 AED 사용까지 실습

교육은 서울소방재난본부 김희정 소방장과 시민초기대응 시민강사 5명의 지도 아래 진행됐다.

교육 내용은 ▲119 신고요령 ▲성인·소아·영아 심폐소생술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법 ▲기도폐쇄 상황 대처법 등 실제 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 초점을 맞췄다.

참가 의원들은 실습용 훈련교구와 기도폐쇄조끼 등을 이용해 직접 응급처치 과정을 반복해서 익혔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날 교육에 참여한 소속 의원 38명 전원이 교육 이수증을 취득했다.

심정지 환자 발생 시에는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 주변에 있는 시민의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따라서 정치인이나 공직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이 심폐소생술과 AED 사용법을 익힐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지역사회의 응급안전망을 강화하는 방법 중 하나다.

전문가 “CPR 한 번 배웠다고 끝나지 않아…반복교육 중요”

응급의료·안전 분야에서는 의원들의 직접적인 CPR 교육 참여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일회성 교육을 넘어 반복적인 훈련과 시민 대상 교육 확대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응급의료 전문가는 “심폐소생술은 이론을 알고 있는 것과 실제 위급한 순간에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다르다”며 “정확한 가슴압박 방법과 AED 사용 순서를 몸에 익히려면 실습 중심의 반복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이 CPR을 배우더라도 실제 상황에서 AED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거나 필요한 순간에 사용할 수 없다면 초기 대응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교육 확대와 함께 AED 설치 위치, 접근 가능 시간, 정상 작동 여부 등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민 이용이 많은 지하철역과 전통시장, 체육시설, 공원, 복지시설 등에서 응급장비가 실제 필요한 순간에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는 “설치 대수 자체보다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몇 분 안에 AED를 가져와 사용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며 “지역별 응급의료 취약지역을 분석하고 시민들의 CPR 교육 참여율을 높이는 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길영 “현장에서 체감한 안전 수요, 정책·예산으로 뒷받침”

이번 훈련을 기획한 김길영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은 교육을 실제 의정활동으로 연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의원은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은 시민의 평범하고 소중한 일상을 지키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번 훈련을 통해 직접 체감한 현장의 안전 수요가 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정책과 예산으로 충실히 구현될 수 있도록 의회 차원의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38명 이수’보다 서울시민이 CPR을 받을 확률을 높여야

이번 교육을 ‘의원 38명 전원 이수증 취득’이라는 성과에만 초점을 맞춰 평가한다면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심폐소생술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격이나 이수 실적이 아니라 실제 사람이 쓰러졌을 때 주변 누군가가 즉시 행동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서울시의원들이 직접 가슴압박을 하고 AED를 사용해봤다면 이제 의회가 던져야 할 질문은 보다 구체적이어야 한다.

서울에서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주변 시민이 얼마나 신속하게 CPR을 시작할 수 있는지, 가장 가까운 AED는 어디에 있는지, 야간이나 휴일에도 실제 사용할 수 있는지, 설치된 장비는 정상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를 정책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특히 AED는 ‘몇 대 설치했느냐’보다 ‘필요한 순간에 실제 사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건물 내부에 설치돼 있지만 야간에 출입할 수 없거나 시민들이 위치를 알지 못한다면 응급상황에서 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의회가 이번 체험을 정책으로 연결하려면 지역별 AED 접근성 점검, 노후 장비와 배터리·패드 관리, 시민 대상 실습교육 확대, 학교·공공기관·다중이용시설 종사자 반복교육 등 구체적인 후속 과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을지연습 기간에 의원들이 직접 CPR을 익힌 것은 상징적인 행사를 넘어 시민 안전을 다시 살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CPR을 배운 의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CPR이 필요한 순간 누구나 신속하게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든 의회’​다.

이번 훈련의 진짜 성과는 38장의 이수증이 아니라 앞으로 서울시의 안전정책과 예산에서 확인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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