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정비사업 현장에서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사업 규모가 작은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의 협상력을 보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계홍 시의원(사진)은 지난 10일'서울특별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사업시행자 또는 조합의 요청이 있을 경우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공사비 검증 지원 업무를 대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특히 공사비 검증 여부를 둘러싼 또 다른 갈등을 줄이기 위해 검증 요청 기준을 구체적인 수치로 규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토지등소유자 또는 조합원 5분의 1 이상이 사업시행자에게 검증 의뢰를 요청할 경우 공사비 검증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했다.
공사비 인상 폭에 따른 기준도 마련했다. 사업시행계획인가 이전에 시공자를 선정한 경우 당초 공사비보다 10% 이상 증액되거나,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에 시공자를 선정한 경우 5% 이상 증액되면 검증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차례 공사비 검증이 끝난 뒤 다시 3% 이상 추가 증액되는 경우도 검증 대상에 포함했다.
공사비 검증에 드는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담겼다.
현재 전문기관을 통한 공사비 검증에는 별도의 비용이 발생한다. 소규모 정비사업에서는 이 비용 자체가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개정안은 서울시가 공사비 검증에 필요한 비용의 50% 이내에서 보조할 수 있도록 했다.
박 의원은 “구체적인 수치로 검증 요건을 규정해 자의적인 판단 가능성을 줄이고 투명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며 “서울시의 비용 보조를 통해 조합원의 부담을 줄이고 제도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비 갈등, 소규모 정비사업에서는 더 큰 변수
이번 조례안이 주목받는 이유는 모아주택 등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의 특성과 맞닿아 있다.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사업과 비교해 사업 규모가 작은 정비사업은 공사비가 예상보다 크게 상승할 경우 조합원 개인이 부담해야 할 추가 분담금의 체감도가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공사비를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 간 협상이 장기화되면 전체 사업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시공사 선정 당시 제시된 공사비가 사업 진행 과정에서 크게 오를 경우 조합원 입장에서는 증액 규모가 적정한지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반면 시공사 입장에서도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 설계 변경, 공사 여건 변화 등으로 발생한 비용을 공사비에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공사비 분쟁을 단순히 ‘시공사의 과도한 인상 요구’나 ‘조합의 증액 거부’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실제 공사원가와 설계 변경, 물가 변동 등을 객관적으로 따져볼 수 있는 검증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 “공공기관 검증 긍정적…결과의 실효성이 핵심”
도시정비 분야에서는 공사비 검증 절차를 제도화하는 것이 조합과 시공사 사이의 정보 비대칭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검증 제도가 실제 분쟁 해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검증의 전문성과 신속성, 결과의 활용 방안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도시정비업계 한 전문가는 “소규모 정비사업은 조합이 시공사가 제시한 공사비의 세부 항목을 전문적으로 분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공공기관이 객관적인 검증 역할을 담당한다면 조합과 시공사 간 협상에서 하나의 기준점을 마련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검증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검증 결과가 실제 조합과 시공사 간 협상 과정에서 어느 정도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SH의 전문인력 확보와 검증 기간, 세부 검증 기준 등을 명확히 마련하지 않으면 검증 절차만 하나 더 추가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검증 비용의 최대 50%를 지원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도 재정 지원 기준을 세밀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원 대상이 크게 늘어날 경우 서울시의 재정 부담이 증가할 수 있고, 사업별 지원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사비 검증이 ‘또 하나의 절차’가 돼서는 안 된다
이번 개정안은 모아타운과 모아주택 사업에서 발생하는 공사비 증액 갈등을 조합과 시공사 간 협상에만 맡기지 않고, 공공기관이 객관적인 판단 기준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5%, 10%, 추가 3% 등 검증 요건을 수치화한 것은 검증 요청 여부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는 장치가 될 수 있다. 검증 비용의 최대 절반을 서울시가 지원하도록 한 것도 소규모 정비사업의 제도 접근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사비 검증이 곧바로 공사비 인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설계 변경 등 객관적인 비용 증가 요인이 확인된다면 검증 결과를 통해 오히려 공사비 증액의 필요성이 인정될 수도 있다.
결국 제도의 목적은 ‘공사비를 무조건 낮추는 것’이 아니라 ‘왜, 얼마나 올랐는지’를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하고 조합과 시공사가 이를 토대로 합리적인 협상을 진행하도록 하는 데 있어야 한다.
또 하나 살펴봐야 할 부분은 검증에 걸리는 시간이다. 모아타운·모아주택은 노후 저층주거지를 비교적 신속하게 정비하는 데 목적을 둔 사업이다. 공사비 검증 과정이 지나치게 길어질 경우 분쟁 해결을 위해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사업 지연의 원인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조례안이 통과된다면 서울시와 SH는 검증 기간과 절차, 전문인력 확보, 세부 검증 기준, 검증 결과의 활용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공사비 상승을 둘러싼 갈등은 앞으로도 정비사업의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조례안의 성패 역시 단순히 ‘검증 제도가 있느냐’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공사비 산정의 투명성을 얼마나 높이고, 조합원들의 불확실성을 줄이면서 시공사와의 분쟁 기간을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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