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건강 리포트] 구운 음식 vs 삶은 음식, 당신의 선택은? … 내 몸을 좌우하는 '불의 온도'와 건강한 한 접시

정진욱 발행일 2026-08-11 17:19:57
맛을 택하면 ‘구이’, 건강을 생각하면 ‘삶기’? 문제는 조리법보다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하다.

노릇노릇하게 구운 삼겹살과 촉촉하게 삶아낸 수육. 불향이 살아 있는 생선구이와 담백한 생선찜. 같은 식재료라도 불에 굽느냐, 물에 삶느냐에 따라 맛과 식감은 물론 섭취하는 지방과 조리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물질까지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건강을 위해서는 무조건 삶은 음식을 선택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구운 음식과 삶은 음식에는 각각 장단점이 있다. 중요한 것은 특정 조리법을 무조건 피하는 것보다 지나치게 높은 온도에서 태우지 않고, 식단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구성하는 것이다.


▲ 뉴스 내용을 기반으로 AI ChatGPT 생성


입맛 당기는 ‘구이’ … 고온·직화 조리는 주의

고기를 굽기 시작하면 표면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특유의 고소한 향과 풍미가 강해진다. 이 때문에 같은 고기라도 삶은 고기보다 구운 고기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구이는 물에 넣어 장시간 삶는 방식과 달리 식재료의 맛과 식감을 강하게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름이 빠져나가는 석쇠구이 방식이라면 식재료의 지방 일부가 떨어져 나갈 수도 있다.


문제는 ‘고온’과 ‘직화’, 그리고 ‘탄 부분’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에 따르면 쇠고기·돼지고기·생선·닭고기 등 근육성 육류를 팬에 높은 온도로 굽거나 불에 직접 굽는 과정에서는 헤테로사이클릭아민(HCA)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가 생성될 수 있다. 특히 고기에서 떨어진 지방과 육즙이 불에 닿아 연기가 발생하고 그 연기가 다시 고기 표면에 붙는 과정에서 PAH 노출이 증가할 수 있다. 조리 온도가 높고 조리시간이 길수록 HCA 생성량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구운 고기는 암을 일으킨다’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지만, 매번 고기를 새까맣게 태워 먹는 식습관 역시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구이를 먹는다면 강한 불에서 오래 굽기보다 타지 않게 조리하고, 불꽃이 고기에 직접 닿거나 지방이 불에 떨어지면서 연기가 과도하게 발생하는 상황을 줄이는 것이 좋다.


구운 고기에는 무엇을 곁들일까

삼겹살이나 소고기구이를 먹을 때 고기만 계속 먹는 식사는 피하는 편이 낫다. 식탁의 절반 가까이를 채소류로 구성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한 끼의 균형을 맞추기 쉽다.

구운 고기와 함께 곁들이기 좋은 식재료는 상추·깻잎·양배추·브로콜리·양파·파프리카·오이·무·버섯 등이다. 특히 양배추와 브로콜리 같은 십자화과 채소는 식이섬유와 비타민을 비롯한 다양한 영양성분을 공급한다. 십자화과 채소에는 글루코시놀레이트도 들어 있으며 체내에서 여러 생리활성 물질로 전환된다. 다만 특정 채소가 구운 고기에서 생성되는 유해물질을 ‘해독한다’거나 암을 예방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암 예방 효과 연구 결과는 일관되지 않다.

구운 고기 한 점을 먹었다면 상추와 깻잎, 양파 등을 함께 먹는 식으로 채소 섭취량 자체를 늘리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김치도 함께 먹기 좋은 반찬이지만 고기 양념과 쌈장, 김치까지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나트륨 섭취가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구운 고기의 짝을 반드시 김치나 장류로 정하기보다는 생채소·데친 채소·무침류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이 좋다.


구운 음식과 어울리는 식탁

구운 삼겹살 → 상추·깻잎·양파·마늘·오이
소고기구이 → 양배추·파프리카·버섯·부추
고등어구이 → 무·양파·미역·채소무침
닭구이 → 양배추·토마토·파프리카·샐러드
두부구이 → 버섯·부추·양파·채소무침

핵심은 ‘특정 해독식품’을 찾는 것이 아니라 구운 음식에 부족하기 쉬운 채소와 식이섬유를 식탁에 충분히 보충하는 것이다.


담백한 ‘삶은 음식’… 고온 직화 조리 부담 줄여

삶기는 음식이 물과 접촉한 상태에서 조리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직화구이처럼 음식 표면이 매우 높은 온도에 노출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수육이나 삶은 닭고기의 경우 조리 과정에서 지방 일부가 육수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 튀김처럼 별도의 기름을 많이 사용할 필요도 없어 담백하게 먹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고온으로 굽는 고기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HCA·PAH 생성 측면에서도 삶기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리법으로 볼 수 있다. NCI 역시 HCA와 PAH가 특히 높은 온도의 팬 조리나 직화구이 등에서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삶는다고 해서 모든 영양소가 그대로 보존되는 것은 아니다. 물에 녹기 쉬운 일부 영양성분은 삶는 과정에서 조리수로 이동할 수 있다. 채소를 지나치게 오래 삶은 뒤 삶은 물까지 버리는 조리법을 반복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따라서 채소는 무조건 푹 삶기보다 식재료에 따라 살짝 데치거나 찌는 방식도 활용할 만하다.


삶은 고기는 어떤 반찬과 먹을까

삶은 음식은 담백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육이나 백숙 등을 먹을 때 새우젓·쌈장·소금·간장 등을 지나치게 많이 곁들이면 ‘삶았으니 건강식’이라는 장점이 희석될 수 있다.

삶은 돼지고기에는 배추·상추·부추·무·마늘 등을 곁들이고, 삶은 닭고기에는 부추·버섯·양파·마늘·채소무침 등을 함께 구성하면 좋다.

삶은 달걀은 토마토·오이·양배추 등의 채소와 곁들이면 간단한 한 끼나 간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삶은 감자나 고구마 역시 달걀·두부 같은 단백질 식품과 생채소를 함께 먹으면 탄수화물에 치우친 식사를 피할 수 있다.

삶은 음식과 어울리는 식탁

돼지고기 수육 → 배추·상추·부추·무·마늘
삶은 닭고기 → 부추·버섯·양파·채소무침
삶은 달걀 → 토마토·오이·양배추
삶은 감자 → 달걀·두부·토마토·채소
삶은 브로콜리 → 두부·달걀·버섯 등 단백질 식품


구이와 삶기, 장단점은 분명하다

구운 음식의 가장 큰 장점은 풍미와 식감이다. 별도의 기름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구울 수도 있으며 석쇠에서는 지방 일부가 빠질 수 있다. 반면 지나치게 높은 온도와 직화, 긴 조리시간은 육류에서 HCA·PAH 생성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삶은 음식은 고온 직화에 따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담백한 식단을 구성하기 쉽다. 반면 일부 수용성 영양성분이 조리수로 빠질 수 있고, 식재료에 따라 맛과 식감이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결국 답은 ‘구이냐 삶기냐’라는 이분법에 있지 않다. 굽고 싶다면 ‘태우지 않는 것’부터

구운 음식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대신 고기 표면이 검게 탈 정도로 굽는 습관을 줄이고 불꽃과 연기에 직접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NCI는 고기를 고온에 노출하는 시간과 불꽃·뜨거운 금속 표면에 직접 노출되는 정도를 줄이고, 고기를 자주 뒤집으며 탄 부분을 제거하는 방법 등이 HCA·PAH 노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덜 구워야 건강하다’며 고기를 설익혀 먹는 것도 위험하다. 식중독 예방을 위한 충분한 가열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USDA) 기준으로 쇠고기·돼지고기·양고기 등의 스테이크와 덩어리고기는 중심온도 약 63℃에 도달한 뒤 3분 이상 두는 것이 권고되며, 다진 고기는 약 71℃, 가금류는 약 74℃까지 가열하도록 권고한다.


"건강한 식탁은 ‘조리법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우리는 건강 정보를 접할 때 하나의 음식을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으로 나누려는 경향이 있다. 구운 음식과 삶은 음식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식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일주일 내내 삶은 고기를 먹으면서 채소는 거의 먹지 않고 소금과 장류를 과도하게 섭취한다면 건강식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반대로 고기를 가끔 구워 먹더라도 새까맣게 태우지 않고 충분한 채소와 함께 적당량을 먹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을 함께 먹느냐’다. 고기 한 접시를 중심으로 식탁을 채우기보다 상추와 깻잎, 양배추, 브로콜리, 버섯, 양파, 토마토 등 여러 종류의 식물성 식품을 함께 올리는 것이 더 현실적인 건강 전략이다.

오늘 저녁 메뉴를 결정하면서 ‘구워 먹을까, 삶아 먹을까’를 고민하고 있다면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구이는 덜 태우고 채소를 더하고, 삶은 음식은 짜지 않게 먹고 식재료를 다양하게 구성하는 것.

건강을 결정하는 것은 프라이팬과 냄비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했느냐가 아니라 그 안에 무엇을 넣고, 얼마나 조리하고, 무엇과 함께 먹었느냐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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