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시대라더니…현대차, '완전월급제'로 고정비만 키우나

이정윤 발행일 2026-07-21 07:29:09

현대자동차가 창사 이후 60년 가까이 유지해온 시급제를 폐지하고 '완전월급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생산성보다 임금 보전을 우선하는 구조를 스스로 선택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도입으로 제조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해온 현대차가 정작 자동화의 성과는 비용 절감이 아닌 고정 인건비 확대에 사용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20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완전월급제 도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외부 용역을 통해 해외 자동차업체의 임금체계를 분석한 뒤 내년부터 구체적인 제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노조가 완전월급제를 요구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공장 자동화와 휴머노이드 도입으로 잔업과 특근이 줄어들 경우 각종 수당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생산직 임금은 시급을 기준으로 산정되고 잔업·야간·휴일근로 수당이 더해지는 구조다. 완전월급제가 도입되면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일정 수준의 급여가 보장돼 자동화로 인한 소득 감소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가 기업 경쟁력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이 자동화에 투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산성을 높이고 고정비 부담을 줄여 글로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근로시간이 줄어도 임금을 그대로 보전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 자동화로 얻을 수 있는 비용 절감 효과 상당 부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미국·유럽의 보호무역 강화로 가격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생산성과 연동되지 않는 임금체계를 확대할 경우 결국 비용 부담은 차량 가격이나 협력업체 납품단가에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대차가 해외 완성차 업체 사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상당수 글로벌 업체들은 성과급이나 직무급, 생산성 연계 보상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임금제도를 개편하고 있다. 자동화에 따른 효율성을 고정급 확대 방식으로 흡수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논의가 현대차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가 완전월급제를 도입하면 다른 대기업 노조도 유사한 요구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 제조업 전반의 고정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화는 생산성을 높여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이지 줄어드는 수당을 영구적으로 보전하기 위한 수단은 아니다"라며 "기업이 기술 혁신으로 얻는 효율성까지 임금에 고정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하면 결국 경쟁력 약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노조 측은 "자동화로 발생하는 생산성 향상의 성과를 근로자도 함께 나누는 것은 당연하다"며 "근로시간 감소를 이유로 실질임금이 급감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사 간 논의 과정에서 생산성 향상과 고용 안정, 임금체계 개편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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