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열여덟 살, 누구보다 이른 나이에 정당에 발을 들인 한 청년 정치인의 고백이다. 그는 당대표 홍보팀을 시작으로 국회의원 청년특보단장, 국회의원 비서관, 정당 당협위원장, 시장선거 선거사무장 등을 거치며 정치권 내부를 가까이에서 경험했다.
또래보다 빠르게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정치권의 의사결정 과정과 수많은 정치인을 지켜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 가지 공통된 현실을 확인하게 됐다고 말한다.
'청년 정치'는 정치개혁의 상징으로 소비됐지만, 실제 권한을 가진 정치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는 것이다.
청년 대표성은 여전히 최하위권
22대 국회에서 40세 미만 국회의원은 전체 300명 가운데 14명으로 4.6%에 불과하다. 청년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의 약 30%를 차지하는 현실과 비교하면 대표성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공천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청년 지역구 후보 공천 비율은 5% 안팎에 그쳤고, 상당수는 당선 가능성이 낮은 지역에 배치됐다. 비례대표를 제외하면 청년 의원 비율은 2% 수준까지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르웨이와 스웨덴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청년 의원 비율이 30%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서도 낮은 수준이다.
대표성 부족은 정책으로도 이어진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가운데 청년·신혼부부·대학생 등 2030세대를 직접 대상으로 하는 법안은 전체의 약 4% 수준에 머물렀다.
현직 30대 의원들 역시 "청년은 선거철에는 변화와 쇄신의 상징으로 불리지만 평소에는 정책 파트너가 아니라 홍보용 이미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한다.
얼굴은 필요하지만 권한은 없다
정당들이 청년을 적극 영입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청년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만으로도 '변화', '혁신', '세대교체'라는 이미지를 비교적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권한을 나누는 순간 상황은 달라진다.
공천관리위원회나 정책위원회처럼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조직에는 청년 참여가 제한적인 반면, 권한이 크지 않은 청년위원회나 각종 상징적 조직에는 청년들이 대거 배치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회의에는 참석하지만 결정권은 없고, 발언 기회는 있지만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오랜 기간 정치권을 경험한 이들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부터 그렇게 설계된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조회수가 실력을 대신하는 정치
청년 정치인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존재감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은 많은 청년 정치인을 SNS 중심 정치로 이끌었다.
그러나 SNS 알고리즘은 정책 설명보다 자극적인 발언과 상대를 향한 공격, 논란성 콘텐츠를 더 빠르게 확산시킨다.
그 결과 정책 역량보다 화제성으로 주목받는 '어그로형 정치'가 확산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자극적인 발언 하나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는 사례는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관심은 정책 신뢰로 이어지기보다 청년 정치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현장을 뛰며 정책을 연구하는 청년 정치인들까지도 같은 이미지로 소비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정당은 청년을 상징으로 소비하고, 일부 청년 정치인은 스스로를 조회수 중심의 정치인으로 소비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필요한 것은 '새 얼굴'이 아니라 '새 자리'
전문가들은 청년 정치 활성화의 핵심은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는 데 있지 않다고 말한다.
공천 과정과 정책 결정, 주요 심사기구 등 실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자리에서 청년들이 실질적인 의결권을 갖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청년 정치인들에게도 과제는 남는다.
조회수와 화제성을 정치적 성과로 착각하지 않고, 실제 정책 역량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정치권을 떠난 한 전직 청년 정치인은 "정치의 현실을 직접 경험했고 후회는 없다"며 "다음 세대 청년들에게는 얼굴이 아니라 자리를 요구하고, 동시에 그 자리를 지킬 실력도 함께 준비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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