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연우 경제 칼럼] 패닉이 지나간 자리 ... 조정을 겪어본 적 없는 주식, 그 경제 시장의 얼굴

전연우 칼럼니스트 발행일 2026-07-08 19:34:42
▲ 전연우, 경제 칼럼니스트


서킷브레이커가 연이어 걸리던 날, 화면 속 숫자는 더 이상 숫자가 아니었다. 계좌 잔고도, 수익률도 아닌 심장을 쑤시는 싸늘한 경고음이었다.

필자는 그날 들고 있던 모든 종목을 팔았다. 몇 년을 지켜본 포지션도 예외는 없었다. 후회는 없지만 그 순간 깨달은 것은 필자는 지금까지 수익률을 관리한 게 아니라 리스크를 방치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조정을 몰랐던 사람들의 시장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식은 함부로 발 담글 곳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런데 반도체 랠리가 시작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뒤집혔다. 이제는 주식을 안하는 게 현명하지 못한 것이라는 인식이 되었다.

코스피는 비정상적으로 폭등하며 2026년 1월 사상 처음 5000선을 넘긴 뒤, 5월에 7000선, 5월 말 8000선, 6월에는 9000선까지 반년도 안 되는 사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이 속도로 오르는 시장을 실제로 경험해본 사람은 많지 않다. 아니, 전례가 없기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과거에 주식에 대한 인식으로 인해 주식을 하지 않던 사람들까지 너나나나 모인 이 시장 속에서 대다수는 '조정'이라는 것을 몸으로 겪어봤을 리 만무했다.

경험 없는 상승장은 늘 같은 방식으로 움직였다. 오르는 걸 지켜보기만 하다가는 소위 FOMO라고 불리는 뒤처진다는 조바심이, 전 재산은 물론 대출까지 끌어오게 만들었다. 실제로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025년 말 27조원대에서 2026년 올해 38조 가까이 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그마저도 시장 전체로 고르게 퍼진 게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두 종목에 전체 신용잔고의 3분의 1이 넘는 자금이 쏠렸다. 분산은 이론에나 남고, 실제로는 극소수 종목에 빚까지 얹어 몰아넣는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졌고 그렇게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한 달 가까이 이어진 폭락장 속에 개미들이 제대로 대체하지 못한 데는 '위험한 태도'가 상당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조정 신호는 이미 여러 차례 왔다. 기관과 외인의 상당 기간 이어진 매도세에 7월에 있을 국민연금 리밸런싱까지. 그러나 그 경고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보다, 주식을 미처 사지 못한 사람들의 배 아픈 소리 정도로 와전되었고 치부되었다.

오르는 시장에서는 리스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늘 '못 탄 사람의 훼방'으로 들리기 마련이다. 그렇게 여러 번의 경고가 무시된 끝에 코스피 지수는 3주에 걸쳐 9385에서 7186까지 폭락하고 하루 만에 코스피 지수가 8% 넘게 빠지며 거래 자체가 멈추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심지어 국내 대표 기업이 세계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한 바로 그날조차도 주가는 오히려 두 자릿수에 가깝게 폭락했다.

실적이 아니라 그동안 쌓인 쏠림과 빚투가 얼마나 위태로웠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빚으로 주식을 산 이들에게 반대매매가 강제로 집행되는 끔찍한 사례도 함께 늘었다. '진짜 조정'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시장이 처음 맛본 조정은, 그래서 유독 대처하기 힘든 형태로 찾아왔다.


집중은 확신이 아니라 방치다

투자자들은 종종 집중 투자를 확신의 증거로 착각한다. 특정 섹터에, 특정 국가에, 특정 종목에 자산을 몰아넣고는 그것을 '소신'이라 부른다. 그러나 소신과 방치는 한 끗 차이다. 랠리가 이어지는 동안 개인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는 점점 더 좁아졌다. 분산이라는 단어는 교과서에만 남고, 실제 계좌는 몇 개의 산업, 몇 개의 종목에 갇혀 있었다.

더 씁쓸한 건 국민연금의 사정이다. 국민연금조차 이 쏠림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평가액이 랠리를 타고 급증하면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연초에 정해둔 한도를 이미 넘어선 상태였다. 팔아서 비중을 맞추는 대신 유예를 받아 초과분을 그대로 들고 갔고, 정작 시장이 무너진 7월, 그 유예 기간마저 끝나 있었다.

외국인과 기관이 팔아치우던 순간, 수십 년을 내다보고 움직인다는 이 거대한 자금은 시장을 받쳐줄 여력이 없었다. 완충 장치가 있어야 할 자리에 완충 장치가 없었던 셈이다. 수십 년 단위로 움직이는 연기금조차 같은 쏠림에 갇혀 방어력을 잃는다면, 개인 투자자가 그보다 더 좁은 시야로, 그보다 더 얕은 체력으로 버틸 수가 없다.


방어는 후퇴가 아니다

패닉 이후 많은 이들이 현금을 쥐고 관망한다. 하지만 관망도 하나의 선택이고,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진짜 방어란 시장을 떠나는 게 아니라,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을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국내 대형주 지수와 미국 광범위 시장 지수를 함께 담는 전략은 화려하지 않다. 급등도, 극적인 수익률도 약속하지 않는다. 다만 어떤 종목이 급락해도, 어떤 나라의 정책이 바뀌어도 포트폴리오 전체가 한꺼번에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것, 그 하나만은 지켜준다. 패닉을 직접 겪어본 사람만이 이 밋밋함의 가치를 안다.


패닉이 지나간 자리에 무엇을 심을 것인가

시장은 다시 오를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문제는 오르는 시장에서 무엇을 들고 있느냐다. 다시 특정 종목으로, 다시 빚을 내서 몰아넣는 방식으로 돌아가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건 이번 패닉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뜻이다.

패닉이 지나간 자리에는 두 부류가 남을 것이다.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같은 자리로 돌아가는 사람과, 그 잿더미 위에 새로운 구조를 세우는 사람. 필자는 후자를 택할 것이다. 국내 지수와 미국 지수, 그 두 축 위에 다시 포트폴리오를 얹는다. 화려하지 않지만, 다음 패닉이 왔을 때는 심리적인 사유로 또 다시 전량 매도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될 것이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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