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기업 SH, 한강버스에 1천억 넘게 투입…“누구를 위한 투자였나”

이정윤 발행일 2026-09-08 23:52:30
민간은 49억 출자 뒤 추가 부담 미미…SH 대여 약정액 1,090억 원
서울시민의 주거안정과 공공주택 공급을 책임져야 할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한강버스 사업에 1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공기업의 역할과 투자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민간사업자는 최초 출자 이후 추가 자금 부담이 사실상 제한적인 반면, SH는 지속적으로 사업자금을 대여하고 일부 채권의 변제순위까지 후순위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업 위험이 공공부문에 지나치게 집중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의회 노성철 시의원(사진)은 제339회 임시회 주택공간위원회 SH 주요업무보고에서 한강버스 사업에 대한 SH의 자금 투입 구조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쟁점은 단순히 한강버스의 이용객이나 운항 실적이 아니다. 시민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설립된 SH가 왜 선박 운항사업의 최대주주가 됐으며,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자금 부담까지 떠안게 됐느냐는 것이다.

㈜한강버스는 SH가 51%, 이크루즈가 49%의 지분을 가진 민관합작법인이다. 설립 당시 SH는 51억 원, 이크루즈는 49억 원을 각각 출자했다.

지분 구조만 놓고 보면 공공과 민간이 사업의 책임과 위험을 비슷한 수준으로 분담하는 형태다. 그러나 이후 사업비 조달 과정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노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이크루즈는 최초 출자 이후 추가적인 자금 부담을 하지 않은 반면, SH는 자체자금 대여를 통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계속 공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4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한강버스 감사보고서를 보면 2025년 말 기준 한강버스가 SH에서 빌린 시설·운영자금은 단기차입금 605억5,800만 원과 장기차입금 330억8,703만6천 원 등 모두 936억4,503만6천 원이다. 적용 이자율은 연 4.6%다.

이후 추가 대여가 이뤄지면서 2026년 8월 말 기준 SH의 대여 약정액은 약 1,090억 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출자금 51억 원을 포함하면 SH가 한강버스 사업에 투입했거나 투입하기로 한 자금은 약 1,141억 원에 이른다.

더 주목할 부분은 자금 회수 조건이다.

SH가 한강버스에 빌려준 대여금 가운데 약 876억 원은 은행대출보다 변제순위가 뒤에 있는 후순위 채권으로 변경됐고, 상환기한 역시 사업기간이 끝나는 2045년까지 연장된 것으로 전해졌다.

원금 상환도 2038년부터 2045년까지 8년에 걸쳐 이뤄지는 구조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상당액의 공기업 자금이 10년 이상 장기간 묶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노 의원은 “민간사업자는 49억 원을 출자한 이후 추가 부담 없이 주주로 남아 있지만 SH는 1,090억 원가량을 빌려주고 채권 변제순위까지 뒤로 미뤘다”며 “상환이 2038년부터 시작된다면 SH의 자금이 장기간 한강버스에 묶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는 한강버스 사업의 흥행 여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공기업 재무 전문가들은 민관합작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지분율 자체보다 실제 위험을 누가 부담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공공기관이 민간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투입하거나 후순위 채권을 떠안는 구조라면 사업 실패 시 손실 부담이 공공부문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어, 투자 당시 사업성 검토와 위험 분담 원칙이 적절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공기업 재무 분야 전문가는 “후순위 대여 자체가 비정상적인 금융 방식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공기업이 장기간 대규모 자금을 부담하는 경우에는 예상 수익과 원금 회수 가능성, 민간 주주의 추가 책임 범위가 명확해야 한다”며 “특히 공기업의 고유 업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은 사업이라면 투자 결정 과정에 더 엄격한 설명 책임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도시정책 측면에서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

SH는 택지 개발과 주택 건설·공급·관리 등을 통해 서울시민의 주거생활 안정과 복지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지방공기업이다.

따라서 한강버스가 서울시 정책사업이라는 점과 별개로, 주택공기업인 SH가 최대주주로 참여하고 1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설립 목적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별도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노 의원도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SH가 왜 한강에서 선박을 운항하는 사업의 최대주주가 되고 1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책임져야 하는지 시민에게 설명해야 한다”며 “한강버스가 오세훈 시장의 역점사업이라는 이유로 SH의 자금과 신용이 동원됐다면 공기업의 설립목적과 경영독립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SH의 자금 투입이 다른 주거사업의 재정 여력에 실제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도 앞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1천억 원 규모의 자금이 한강버스에 투입됐다고 해서 그 금액만큼 공공주택 공급이 직접 감소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SH 전체 재무구조와 사업별 자금조달 방식을 함께 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간 회수가 어려운 자금이 증가할 경우 공기업의 유동성과 신규 투자 여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공공임대주택의 노후화 개선과 청년·서민 주거지원, 신규 주택 공급 등 SH가 자체적으로 감당해야 할 사업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비주택 분야의 대규모 투자가 적절했는지는 시민의 관점에서 따져볼 문제다.

한강버스 사업의 정책적 필요성과 SH 투자 방식의 적정성은 별개의 문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필요하다고 판단해 추진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업 위험과 재정 부담을 어떤 기관이, 어떤 원칙으로 부담할 것인지는 명확해야 한다.

민관합작사업이라면 민간사업자 역시 지분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기본이다. 반대로 사업 위험은 공기업이 사실상 대부분 부담하면서 민간사업자는 지분과 사업권을 유지하는 구조라면 공공성과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노 의원은 “한강버스 사업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며 “사업을 추진하려면 서울시가 정책적·재정적 책임을 투명하게 지고 민간사업자 역시 약정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SH는 오세훈 시장의 역점사업을 살리기 위해 존재하는 공기업이 아니다”며 “한강버스 참여 결정부터 추가 대여, 후순위 전환과 상환기한 연장까지 전 과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논란에서 확인해야 할 핵심은 한강버스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만이 아니다.

왜 주택공기업이 이 사업의 최대주주가 됐는지, 왜 추가 사업비 대부분을 공기업이 부담하게 됐는지, 민간사업자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2045년까지 이어지는 장기적인 자금 회수 구조가 SH의 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설명이 선행돼야 한다.

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만들어진 공기업의 자금이라면, 시장의 역점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투입됐다는 의혹이 남아서는 안 된다. 한강버스의 운항 성과만큼이나 SH의 투자 결정 과정과 공공자금의 위험 부담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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