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력전쟁 선점 나선 SK이노베이션… 베트남에 'LNG→SMR' 에너지 로드맵 제시

이정윤 발행일 2026-07-29 14:14:40
미국·호주 LNG 공급망 기반 단기 대응, 차세대 SMR로 장기 협력 확대

 인공지능(AI) 산업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제 국가 경쟁력의 핵심은 반도체뿐 아니라 '전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만큼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가 국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SK이노베이션이 급증하는 베트남의 전력 수요를 겨냥해 액화천연가스(LNG)와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연계한 단계별 에너지 협력 전략을 제시하며 동남아 에너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는 지난 16~17일 베트남을 방문해 산업무역부와 국영 에너지기업 PVN(페트로베트남), 발전 자회사 PV Power 관계자들과 만나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논의는 단순한 연료 공급을 넘어 발전소와 AI 데이터센터, 산업단지까지 연결하는 에너지 기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 담겼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AI 시대 핵심은 '전력'… 베트남도 공급망 확보 시급

베트남은 글로벌 제조기업들의 생산기지 확대와 함께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첨단 전자산업 투자 유치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산업시설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전력 인프라 부족은 투자 유치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앞으로 AI 산업 경쟁력이 결국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추형욱 대표도 "AI의 급격한 발전은 폭발적인 전력 수요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LNG가 에너지 안보를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밝혔다.

단기 해법은 LNG…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 활용

SK이노베이션은 단기적으로 미국과 호주에서 확보한 LNG 공급망을 활용해 베트남 전력시장에 안정적인 연료를 공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베트남은 경제 성장과 제조업 확대에 따라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국제 LNG 가격 변동성과 공급 불안정성은 발전사업 확대의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과 호주 가스전 투자와 장기 LNG 계약을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공급선을 다변화하면 특정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에너지 안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연료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발전사업의 성패를 좌우하고 있다"며 "미국과 호주 공급망을 동시에 활용하는 전략은 베트남 입장에서도 공급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장기 승부수는 차세대 SMR

SK이노베이션은 LNG를 단기적인 전력 공급 해법으로 제시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차세대 SMR 분야까지 협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미국 테라파워(TerraPower)와 함께 4세대 원자로인 '나트륨(Natrium)'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나트륨은 원자로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해 전력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원전 기술로 평가받는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며 기술 검증이 완료되면 베트남과 원전 분야 협력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추 대표는 "차세대 SMR 기술 검증과 상용화가 완료되면 PVN과 장기적인 원전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PVN 역시 기존 석유·가스 중심 사업에서 LNG 발전과 재생에너지, 원전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에너지 전환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다.

발전소에서 AI 산업까지… 에너지 생태계 구축

이번 협력 구상의 또 다른 특징은 단순히 발전소를 짓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추진 중인 베트남 뀐랍 LNG 복합화력발전사업을 중심으로 발전소 주변에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을 집적시키는 '특화 에너지·산업 클러스터(SEIC)' 모델을 제안했다.

발전소와 전력 소비시설을 가까운 곳에 배치하면 송전 비용과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고 기업들은 안정적인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LNG뿐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연계한 통합 에너지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세계 각국이 AI 산업 육성 경쟁에 뛰어들면서 이제는 데이터센터보다 전력을 먼저 확보하는 시대가 됐다"며 "SK이노베이션이 제시한 모델은 단순한 연료 판매가 아니라 발전과 산업단지, AI 인프라를 함께 구축하는 종합 에너지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산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제조업과 AI 산업을 동시에 육성하려는 국가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향후 LNG에서 SMR, 재생에너지까지 이어지는 협력 모델이 현실화된다면 동남아 에너지 시장에서 새로운 협력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단순한 해외 발전사업 확대를 넘어 AI 시대를 겨냥한 글로벌 에너지 플랫폼 구축 전략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AI 산업의 성장 속도가 빨라질수록 전력 확보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에너지와 첨단산업을 결합한 새로운 협력 모델이 글로벌 시장에서 중요한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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