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연우 경제 칼럼] 강세장, 그 유통기한

전연우 칼럼니스트 발행일 2026-07-13 20:25:21
- 칼럼니스트, 전연우 前 태일연구재단 이사장
돈이 가장 많이 몰릴 때가, 늘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강세장은 영원하지 않다. 누구나 안다. 그런데도 매번 사람들은 욕심 앞에 그 사실을 잊는다. 한때 9,385였던 코스피 지수가 오늘(13일) 6,806까지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꾸 겹쳐 보이는 장면들이 있다. 역사 속에서 강세장이 저물기 직전, 늘 비슷한 신호들이 먼저 나타났다.


▲한국거래소 코스피 지수 차트 갈무리(2026년 7월 13일 기준)


개인 자금이 몰릴 때가 항상 문제였다


올해 들어 석 달 남짓한 기간 동안 개인투자자들의 신규 자금 유입 규모는 67조 원을 넘어섰다. 2020년과 2021년, 이른바 '동학개미' 열풍이 불었던 시기의 연간 유입액(각각 73조원, 75조 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지난 3월 이후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40조 원 넘게 팔아 치우는 동안, 그 물량을 받아낸 것도 개인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규모 역시 40조 원에 달했다.

문제는 이런 규모의 개인 자금 유입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1980년대 후반 3저 호황으로 증시가 역사상 가장 뜨거웠을 때, 신규 자금은 정확히 코스피 고점 부근에서 몰려들었다. 1990년대 중반 반도체 호황을 등에 업은 1차 기관화 장세 때도, IMF 외환위기 직후 바이코리아 펀드 열풍 때도, 2000년대 중반 주식형 펀드 붐 때도, 그리고 2020-2021년 동학개미 열풍 때도 마찬가지였다. 돈은 언제나 주가에 뒤늦게 반응한다. 그래서 대체로 강세장의 8-9부 능선에서 가장 많은 돈이 들어온다.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착각

이런 흐름에는 심리적인 이유가 있다. 생애 처음 투자를 시작한 사람이 의외로 돈을 버는 경우가 많다. 늦게 들어올수록 강세장의 막바지에 올라타는 셈이니, 얼마 간은 상승장의 수혜를 함께 누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첫 성공이 오히려 독이 된다는 데 있다. 자신이 번 돈이 시장이 만들어준 것인지, 자신의 판단이 정확했기 때문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그 혼동은 투자금을 더 늘리는 쪽으로 이어지기 쉽다. 뒤늦게 시장에 들어온 사람이 가장 경계해야 할 건 '나는 시장의 흐름을 안다'는 착각이다. 코스피가 2000, 3000, 4000을 지나는 동안 움직이지 않다가 5000을 넘긴 뒤에야 뛰어든 사람에게, 갑자기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생길 리는 없다.


레버리지는 승부를 빠르게, 퇴장도 빠르게 만든다

여기에 레버리지가 얹히면 이야기는 더 위태로워진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8조 원대까지 불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변동폭의 두 배를 따라가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까지 등장했다. 분산 없이 개별 종목에, 그것도 레버리지를 더한 상품이다. 레버리지 투자의 진짜 위험은 손실 폭이 커진다는 데 있지 않다. 회복이 불가능해진다는 데 있다. 주가가 50% 빠지면 원금을 되찾기 위해선 그다음에 100% 올라야 한다. 그런데 과도한 레버리지를 쓴 투자자는 그 회복이 오기도 전에 이미 시장 밖으로 밀려난다. 장기적으로 옳은 판단을 하고 있었더라도, 중간의 흔들림을 견디지 못하고 먼저 퇴장당하는 것이다.


완주가 실력이다

강세장이 이제 끝난다고 단정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지금 나타나는 신호들, 사상 유례없는 개인 자금 유입 속도와 늘어난 신용융자, 레버리지 상품의 확산은 과거 여러 강세장의 끝자락에서 반복됐던 패턴과 닮아 있다. 투자는 결국 두 가지 경우에만 멈춘다. 완전히 망했을 때, 아니면 감내하기 어려운 손실을 겪었을 때다. 그 전까지 시장에 남아 있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내 생각엔 지금 필요한 건 시장에서 발을 빼는게 아니라, 시장에 남아 있을 수 있는 크기로 포지션을 줄이는 일이다. 빚을 내서 몰아넣은 투자는 수익을 키우는 만큼 퇴장의 속도도 키운다. 진짜 실력은 얼마나 빨리 버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에서 갈린다. 강세장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는 사람이, 결국 가장 많이 버는 사람이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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