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란의 관광 칼럼] K-POP을 넘어 ‘신앙’까지 … 한국 관광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다
- 대만 관광객 45명과 함께한 방한성회 … 한 장의 손편지가 알려준 관광의 진짜 가치
- 김미란 | 관광칼럼니스트·관광통역안내사
“친애하는 Ruby, 이번 한국 여행에서 우리 가족을 위해 애써줘서 고마워요.”며칠간의 한국 일정을 마무리할 무렵, 대만에서 온 한 관광객이 내게 손편지 한 장을 건넸다. 파란 펜으로 한 자 한 자 눌러쓴 편지에는 여행 기간 가족을 위해 애써준 것에 대한 감사와 함께 나를 위한 위로와 축복이 담겨 있었다. 마지막에는 영어로 ‘Kiss you’, ‘We love you’라는 말도 적혀 있었다.수많은 관광객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가이드의 일상이지만, 이런 순간은 오래 남는다.이번에 필자가 맡은 팀은 대만에서 한국을 찾은 45명의 관광객이었다.이번 일정은 단순한 한국 관광이 아니었다. 35기 방한성회 참석을 중심으로 순복음교회와 빛으로교회, 오산리 금식원 등을 방문하고, 여기에 한국 관광과 쇼핑이 결합된 일정이었다. 특히 이번 방한성회에는 대만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참가자들이 한국을 찾았고, 순복음교회에는 약 3천 명의 외국인 참가자가 함께 자리했다.한 공간에 세계 각국에서 온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한국을 찾게 만드는 힘은 이제 K-POP과 K-드라마만이 아니구나.’세계인이 한국을 찾는 이유가 다양해지고 있다한국 관광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여전히 K-POP과 K-드라마다.실제로 한류 콘텐츠는 외국인이 한국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강력한 계기다.그러나 관광 현장에서 직접 외국인들을 만나보면 한류의 외연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K-뷰티와 K-푸드, 패션과 쇼핑, 전통문화, 의료와 웰니스, 지역축제와 체험, 그리고 이제는 종교와 정신문화까지 한국을 찾아오는 이유가 다양해지고 있다. 이번 45명의 대만 관광객 역시 이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들에게 교회와 금식원은 일정표에 적힌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었다.한국의 신앙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한국을 찾은 중요한 목적 중 하나였다. 그 위에 쇼핑과 관광이 더해졌다.이것이 바로 앞으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목적형 관광’이다. 유럽의 성지순례처럼, 종교도 훌륭한 관광자원이다종교와 관광의 결합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유럽에서는 오랜 세월 성당과 수도원, 성지와 순례길을 연결하는 순례관광이 이어져 왔다. 대표적으로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은 종교적 순례에서 출발했지만 오늘날에는 역사·문화·지역·걷기 여행이 결합된 세계적인 관광자원이 됐다.불교문화권에서도 사찰과 불교문화유산, 명상과 수행 등을 경험하는 여행이 존재한다. 한국에도 이러한 가능성은 충분하다.한국의 산사와 템플스테이는 이미 외국인들이 한국의 불교문화와 수행문화를 체험하는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기독교 역시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한국 근현대사와 함께해 온 교회와 선교의 역사, 대규모 예배문화, 기도원과 신앙 공동체 등은 해당 문화에 관심 있는 외국인에게는 충분히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중요한 것은 종교를 단순히 ‘상품화’하는 것이 아니다.신앙·역사·건축·문화·지역·사람을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한다면 종교 역시 한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문화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관광객 45명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뛰고 있었다. 이번 투어에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여행사의 현장 대응이었다.45명의 해외 관광객이 한국에 들어와 여러 날 움직이는 일정은 겉으로 보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공항에서부터 차량과 숙박, 식사, 관광지, 종교행사, 쇼핑, 이동시간까지 수많은 요소가 맞물려야 한다. 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체 일정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이번 일정을 담당한 투어앤마이스 여행사에서는 현장 가이드에게만 모든 책임을 맡기지 않았다.임원진까지 현장에 나와 가이드들과 함께 뛰며 관광객을 응대하고, 일정을 점검하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해결에 힘을 보탰다.관광객 한 명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한국을 찾아온 관광객에게 “한국에 오길 잘했다”는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특히 해외 단체관광은 여행사와 가이드, 버스기사, 식당, 숙박업소, 쇼핑업체, 관광시설 등 수많은 관광 종사자가 함께 만들어 내는 하나의 서비스 산업이다.이번 현장에서 여행사 임원진과 가이드들이 함께 뛰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관광객 유치는 숫자가 아니라 현장에서 완성된다.그리고 여행 마지막에 남은 것은 ‘사람’이었다. 가이드는 여행의 가장 앞에서 관광객을 만나는 사람이다.아침에 가장 먼저 관광객을 만나고, 일정이 끝날 때까지 함께한다. 45명의 컨디션을 살피면서 시간을 맞추고, 버스에 사람이 빠지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고, 관광지를 설명하고, 식사를 챙기고, 쇼핑과 다음 일정을 연결한다.때로는 관광객의 개인적인 어려움까지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화려한 관광지 뒤에는 보이지 않는 노동이 있다. 이번 여행 마지막에 받은 손편지가 더욱 특별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분은 유명 관광지에 대한 이야기를 편지에 적은 것이 아니었다.며칠 동안 자신과 가족을 위해 애쓴 한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적어주었다. 그 편지를 읽으며 생각했다. 좋은 관광은 결국 사람에게서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문화강국 대한민국, 이제 관광의 ‘질’을 높여야 한다가이드로 현장을 다닐수록 대한민국이 대단한 나라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해외의 유명 관광지를 찾아다니며 그 나라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했다.이제는 세계인들이 한국의 음악을 듣고, 드라마를 보고, 한국 음식을 먹고, 화장품을 사고, 옷을 입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온다.그리고 이번 방한성회처럼 신앙과 종교문화까지 사람들을 한국으로 움직이게 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고 있다.대한민국의 문화 수출 영역이 그만큼 넓어졌다는 의미다. 그래서 나는 한편으로 무척 뿌듯하다.하지만 이제 우리 관광산업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만큼 어떤 관광객을 유치하고, 무엇을 경험하게 하며, 어떤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그러려면 가이드의 처우와 근무환경도 개선되어야 한다.지나친 저가경쟁과 쇼핑 의존형 상품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여행상품의 품질을 높이고 관광객의 안전과 편의를 개선하는 동시에, 현장에서 한국 관광의 얼굴 역할을 하는 가이드와 관광 종사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구조 역시 만들어야 한다.여행사에 대해서도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저품질 상품과 불공정 구조는 걸러내고, 제대로 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행사는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합리적인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관광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현장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K-Culture의 다음 무대는 ‘대한민국 그 자체’다. K-POP이 문을 열었다. K-드라마가 한국인의 삶을 세계에 보여주었다.K-뷰티와 K-푸드가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역사와 전통, 지역문화, 웰니스와 종교, 한국인의 일상까지 관광의 콘텐츠가 되고 있다.어쩌면 우리가 세계에 수출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콘텐츠는 어느 하나의 ‘K’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자체인지도 모른다.이번 방한성회에서 세계 각국에서 온 수많은 외국인이 한자리에 모인 광경을 바라보면서, 그리고 대만 관광객 45명과 며칠을 함께한 뒤 한 장의 손편지를 받아 들면서 나는 한국 관광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았다.관광객은 사진만 가지고 돌아가지 않는다. 한국에서 만난 사람과 그 사람에게서 받은 친절, 예상하지 못했던 감동과 이야기도 함께 가지고 돌아간다. 그리고 그것이 한 사람에게 “한국에 다시 가고 싶다”는 마음을 만들어 줄 수도 있다. 대한민국이 문화강국을 넘어 세계적인 관광강국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를 바란다.그러기 위해 이제는 더 많이 오는 관광에서, 더 좋은 기억을 남기는 관광으로 나아가야 한다. 내 손에 남은 대만 관광객의 작은 손편지 한 장이 그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사람이 사람을 다시 오게 만드는 관광. 나는 그것이 앞으로 대한민국 관광이 가야 할 방향이라고 믿는다.김미란 | 관광칼럼니스트·관광통역안내사*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미란 칼럼니스트 2026-08-11 17: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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