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까지 번진 ‘좀비 화학물질’…PFAS, 기후 미래에도 경고등

이정윤 발행일 2026-03-30 10:03:42
[데일리환경=천지은 기자] 인류의 손길이 닿지 않는 남극 내륙에서조차 ‘죽지 않는 화학물질’이 검출되면서, 전 지구적 오염의 실상이 다시 드러났다. 기후 변화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남극 생태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중국극지연구소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를 통해 남극 내륙에서 유기불소화합물(PFAS)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대기 순환을 통해 전 세계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이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결과로 분석된다.


 

PFAS는 탄화수소의 수소가 불소로 치환된 인공 화학물질로, 자연적으로 거의 분해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영원한 화학물질’, 또는 ‘죽지 않는 좀비 화학물질’로 불린다. 프라이팬의 테플론 코팅, 소방용 거품, 합성섬유, 전선 절연체 등 다양한 산업과 일상 제품에 쓰여 왔지만, 체내에 축적될 경우 신장암·고환암·간 손상·호르몬 교란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연구팀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남극 동부 해안 기지에서 내륙 약 1200㎞ 지점까지 39곳을 조사했다. 그 결과 PFAS의 대표 물질인 PFOA 농도는 해안보다 내륙에서 오히려 두 배 높게 나타났다. 1970년대 후반 형성된 눈층에서도 해당 물질이 검출돼, 오염이 최소 반세기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PFAS 농도 변화가 주요 국가의 생산과 규제 흐름과 맞물려 증감한 점은, 이 물질이 특정 지역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 순환을 통해 확산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오염물질이 성층권을 통해 이동한 뒤 남극에 침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남극은 식물성 플랑크톤의 변화 등을 통해 기후 변화를 예측하는 핵심 관측지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해빙과 플랑크톤 변화를 정밀 분석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PFAS 같은 오염물질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경우, 기후 예측 자체의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이런 오염이 이미 우리 일상과도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나라 낙동강을 비롯한 국내 주요 수계 수돗물에서 PFAS가 잇따라 검출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미국의 강화된 기준치를 초과한 사례도 확인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23년 전국 140개 정수장을 조사한 결과, PFOA 검출률은 82.9%, PFOS는 31.4%에 달했다. 일부 정수장에서는 미국 기준(4ng/L)의 두 배를 넘는 수치도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오염이 상류 산업단지 폐수, 매립지 침출수, 주한미군 기지 주변 지하수 등 복합적 요인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 번 배출되면 거의 사라지지 않는 PFAS의 특성상, 오염원 관리가 늦어질수록 피해는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환경 정책을 총괄하는 환경부는 최근 전문가 포럼을 통해 PFAS 관리 강화 방안을 내놨다. 대규모 정수장 모니터링을 기존 101곳에서 전국 427곳으로 확대하고, 분석 정밀도를 5ng/L에서 1ng/L 수준으로 높이는 한편, 인체 위해성 평가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상수도 과불화화합물 대응 기술개발’ 연구개발 사업을 2026년 예산안에 반영해 총 384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고도 정수처리 기술인 하이브리드 멤브레인, 고효율 흡착소재, 전기화학·플라즈마 기술 개발이 주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PFAS 문제를 단순한 수질 오염이 아닌 ‘지구적 위험’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극에서 확인된 오염은 결국 인간 활동의 흔적이 지구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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