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암모니아 표류에 흔들린 삼척 그린파워사업

이정윤 발행일 2026-03-30 09:35:05
핵심 연료사업 지연에 공급 구조 변경 논란
[데일리환경=천지은기자] 한국남부발전이 추진 중인 삼척그린파워 석탄-암모니아 혼소 사업이 핵심 전제였던 해외 연료 조달 구조부터 흔들리면서 사업 전반의 재검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연료 공급 불확실성에 더해 경제성, 정책 정합성 논란까지 겹치며 사업 지속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한국남부발전이 추진하는 삼척 혼소 사업은 석탄발전에 암모니아를 혼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한때 정부의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 도입 구상과 맞물려 대표적인 에너지 전환 사업으로 꼽혔다. 그러나 석탄발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우회적 방식’이라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문제는 사업의 핵심 기반인 연료 조달이 불확실해졌다는 점이다. 국회 이용우 의원실이 한국남부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초 낙찰의 주요 근거였던 삼성물산의 사우디 ‘SAN-6 블루암모니아’ 사업은 아직 최종투자결정(FID)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판매처 확보와 경제성 문제로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인도 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와의 장기 공급계약 체결이 확인되면서, 기존 중동 중심 연료 조달 구상이 변경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입찰 당시 평가받은 사업과 현재 추진되는 사업이 동일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료 공급 구조는 사업비와 이행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인 만큼 단순한 거래선 변경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업 경제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혼소 설비 구축 비용은 2022년 약 400억 원에서 2025년 말 1520억 원 수준으로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연료 가격과 공급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향후 비용 부담이 전기요금 등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환경성과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 기후솔루션은 암모니아 혼소가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제한적인 반면, 대기오염물질 배출 증가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한된 그린암모니아를 철강·해운 등 탈탄소가 어려운 산업 대신 석탄발전에 사용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온다.

 

정책 환경 역시 사업 추진에 불리하게 바뀌고 있다. 정부가 2040년 석탄발전 폐지를 목표로 제시하고, 청정수소발전시장 제도 역시 조정 국면에 들어가면서 삼척 혼소 사업의 제도적 기반도 약화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과도기 정책의 산물로 남은 사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제도적 쟁점도 남아 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입찰 제안서와 다른 조건으로 사업이 추진될 경우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있다. 연료 조달 구조가 달라질 경우 전력거래소의 판단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설비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에 따르면 발전소 개조를 위한 EPC 계약이 오는 6월 추진될 예정으로, 연료 공급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설비 투자부터 앞서가는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용우 국회의원은 “암모니아 혼소 사업은 경제성과 제도적 실효성 측면에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석탄발전에 암모니아를 섞는 방식은 실질적인 전환이라기보다 수명 연장에 가깝다”고 말했다.

 

기후솔루션 측도 “연료 공급 전제가 바뀐다면 사업의 동일성 자체를 다시 따져야 한다”며 “현 시점에서 무리한 추진은 비용과 사회적 갈등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연료 조달, 경제성, 정책 방향이 동시에 흔들리는 상황에서 사업을 그대로 추진할 경우 향후 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와 발전사, 전력당국이 사업 지속 여부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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