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통유발부담금 220억 깎아줬는데… 체납액은 1년 새 3.2배 급증
경감액 184억→220억 원, 19.3% 증가… 실제 교통량 감축 효과는 검증 필요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서울시가 교통혼잡을 줄이기 위해 기업과 대형 시설물에 적용하는 교통유발부담금 경감액이 연간 22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담금 체납액은 1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하면서 경감 제도의 실효성과 징수 관리체계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특히 기업들이 승용차 이용 억제와 주차장 유료화 등 교통량 감축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부담금을 감면받고 있지만, 이러한 혜택이 실제 차량 통행 감소와 교통혼잡 완화로 이어졌는지를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서울시의회 고찬양 의원(사진)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교통유발부담금 경감액은 2024년 약 184억 원에서 2025년 약 220억 원으로 증가했다. 1년 만에 약 35억 원, 19.3% 늘어난 규모다.자치구별로는 송파구의 경감액이 약 21억9천만 원에서 29억7천만 원으로 증가했고, 영등포구 역시 15억9천만 원에서 22억1천만 원으로 늘었다.교통유발부담금은 교통혼잡을 유발하는 시설물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부담금이다. 기업이 승용차 부제, 주차장 유료화, 주차면 축소 등 교통량 감축 활동에 참여하면 이행실적에 따라 부담금을 경감받을 수 있다.문제는 경감액 증가가 실제 교통량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기업이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는 사실과 해당 시설을 이용하는 차량이 실제로 줄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프로그램 참여 실적만으로 경감 혜택을 부여하고 사후 효과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는다면 제도의 본래 목적인 교통혼잡 완화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주차요금 올리고 무료주차 제공… 차량 이용 억제 효과는?백화점과 대형 쇼핑몰 등 교통유발 시설물의 주차장 운영 방식도 점검 대상이다.일부 대형 상업시설이 주차요금을 인상해 부담금 경감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무료주차 혜택을 제공한다면 실제 승용차 이용 억제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가령 주차요금표상 요금이 높더라도 상당수 방문객이 구매 실적에 따라 무료주차를 이용한다면 주차요금 인상만으로 차량 이용을 줄이기는 어렵다.교통정책의 효과를 평가할 때는 단순히 주차요금 인상 여부나 감축 프로그램 시행 여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 주차장 진입 차량 수, 시간대별 교통량, 무료주차 이용 비율, 대중교통 이용 전환 여부 등을 함께 분석해야 한다.특히 서울시 조례에 따른 일부 교통량 감축 프로그램의 최대 경감률이 상위 법령인 도시교통정비 촉진법 시행령의 기준보다 높게 설정돼 있다는 점도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여건에 따라 경감률을 달리 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있지만, 높은 경감률을 적용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정책 효과가 확인되고 있는지는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체납액 14억7천만 원에서 47억2천만 원… 1년 새 3배 넘어교통유발부담금의 징수 관리 문제도 드러났다.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체납액은 2024년 약 14억7천만 원에서 2025년 약 47억2천만 원으로 증가했다. 1년 사이 약 32억5천만 원이 늘어나면서 체납 규모가 3.2배로 확대된 것이다.경감액이 증가하는 동시에 체납액까지 급증했다는 점에서 제도의 운영 전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다만 체납액 증가가 곧바로 자치구의 징수 관리 부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부과액 증가 여부와 납부기한, 체납 발생 시점, 고액 체납자의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그럼에도 체납 규모가 단기간에 크게 늘어난 만큼 고액·장기 체납 시설물에 대한 징수 조치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자치구별 체납 관리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특히 성실하게 부담금을 납부하는 시설물과 체납 시설물 사이의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체납 원인 분석과 징수 실적 공개가 요구된다.교통전문가 관점… 경감 실적보다 실제 교통량 감소가 핵심교통정책의 실효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경감액이나 프로그램 참여 건수와 같은 행정 실적보다 실제 교통수요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교통수요관리 정책의 관점에서 보면 기업이 승용차 부제나 주차장 유료화를 시행했더라도 해당 시설의 차량 유입량이 줄지 않았다면 교통혼잡 완화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따라서 교통유발부담금 경감 제도를 평가할 때는 시행 전후의 차량 출입량, 주차장 이용률, 대중교통 이용 변화 등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다만 차량 통행량은 계절적 요인과 경기 상황, 시설 이용객 증감 등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어 단순한 전후 비교만으로 특정 프로그램의 효과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정책 효과를 보다 정확하게 평가하려면 시설 규모와 이용객 수, 주변 교통 여건 등을 함께 고려한 분석이 필요하다.또한 경감 혜택을 받은 시설에 대한 현장점검을 강화하고, 감축 프로그램의 실제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사후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프로그램을 형식적으로 운영하거나 이행실적을 부정하게 제출한 사례가 확인될 경우에는 관련 규정에 따른 경감 취소와 환수 조치가 이뤄지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징수교부금 평가도 개선 필요… 서울시 관리·감독 책임은?서울시의 자치구 징수교부금 배분 방식 역시 점검 대상으로 떠올랐다.현재 서울시는 교통유발부담금 징수교부금의 절반을 자치구별 징수액 비율에 따라 지급하고, 나머지 절반은 교통수요관리 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고 있다.그러나 이러한 평가가 프로그램 참여와 행정 처리 실적에 치중할 경우 실제 교통혼잡 완화 성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교통량 감축 실적과 현장점검 결과, 체납 관리 성과 등을 평가에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고찬양 의원은 "교통유발부담금 경감은 기업체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이지, 기업에 일률적으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라며 "경감률을 높게 적용했다면 그만큼 실제 교통량 감축 효과가 확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서울시가 어떤 기업이 어떤 감축 활동을 했고 그 결과 차량 통행과 교통혼잡이 얼마나 줄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며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경감 기준부터 자치구 심사, 현장점검, 사후관리와 징수교부금 평가까지 전반적인 제도 운영 실태를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서울시가 기업에 얼마나 많은 경감 혜택을 제공했느냐가 아니라, 그 혜택을 통해 실제 교통혼잡을 얼마나 줄였는지에 있다.연간 220억 원에 달하는 경감 혜택이 교통량 감축이라는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성과 자료가 없다면 제도 운영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서울시는 경감 혜택을 받은 시설의 교통량 변화와 프로그램 이행실적, 현장점검 및 환수 현황을 객관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아울러 체납액 급증의 원인을 규명하고 자치구별 징수 관리 실태를 점검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교통혼잡 완화를 위해 도입한 부담금 제도가 기업의 경감 혜택과 행정 실적 관리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시민의 교통환경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서울시의 보다 구체적인 검증과 설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