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곳간 5배 찰 때 점주 한숨은 5배… 저가커피 ‘약탈적 출점’의 그늘
[데일리환경=안상석 기자]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노란색, 주황색 간판의 저가 커피 매장이 마주 보고 선 서울의 한 오피스 상권. 오전 출근길,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에스프레소 머신 앞에서 한 가맹점주는 땀을 닦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점심시간에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1분에 한 잔씩 뽑아내도 손에 쥐는 게 없어요. 반경 200m 안에 같은 브랜드, 경쟁 브랜드가 계속 생겨나니 매출은 쪼개지는데, 원두값·부자재값은 본사가 부르는 대로 내야 합니다."본사는 매장 늘려 축배를 든다지만, 현장의 점주들은 빚내서 버티는 하루살이 신세입니다.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의 ‘외형 불리기’ 경쟁이 한계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가맹본부가 점포 수 확장에 열을 올리며 수천억 원대 실적 잔치를 벌이는 사이, 현장 점주들은 과밀 출점에 따른 ‘제 살 깎아먹기’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는 이러한 기형적 성장 구조를 여실히 보여준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상위 10개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1만1,109개에서 1만5,692개로 41.3% 급증했다. 특히 메가MGC커피(1,593개→3,325개, 108.7%↑)와 컴포즈커피(1,285개→2,649개, 106.1%↑) 등 저가 커피 브랜드의 점포 수는 불과 4년 만에 두 배 이상 폭증했다.문제는 본사와 점주 간의 ‘성장 디커플링(탈동조화)’이다. 메가MGC커피 본사 매출은 879억원에서 4,960억원으로 5.6배(464.3%) 폭발했고, 영업이익 역시 154.7% 증가했다. 컴포즈커피와 더벤티 본사 매출 역시 각각 74.2%, 71.0% 뛰었다. 신규 출점에 따른 가맹비, 인테리어 마진, 필수 원·부자재 납품 수익이 고스란히 본사 금고로 들어간 덕이다.반면 가맹점주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메가MGC커피 가맹점의 연평균 매출은 같은 기간 10.7% 늘어나는 데 그쳤고, 컴포즈커피는 고작 0.8% 증가해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더벤티 점포당 매출은 오히려 5.0% 역성장(1억8,314만원→1억7,403만원)했다. 가맹본부가 거둔 화려한 실적의 이면에 점주들의 희생이 깔려 있음을 방증한다.프랜차이즈 산업의 본질은 본부와 가맹점의 ‘상생’이다. 그러나 지금의 커피 시장은 본사가 가맹점을 상생의 파트너가 아닌 ‘원부자재 소비처’이자 ‘몸집 불리기 수단’으로 소모하는 약탈적 구조에 가깝다.제한된 골목 상권에 깃발 꽂기식 출점을 남발하면서 발생한 과당경쟁의 피해는 오롯이 개별 자영업자가 짊어지고 있다.“하루에 아메리카노 수백 잔을 팔아도 잔당 마진이 몇백 원 수준입니다. 여기에 매년 오르는 임대료, 알바비, 전기요금 빼고 나면 최저시급도 못 건져요. 그런데도 본사는 시럽 하나, 빨대 하나까지 ‘본사 지정 필수물품’이라며 시중가보다 비싸게 사 쓰라고 강제합니다. 점주들을 파트너가 아니라 자기들 물건 사주는 ‘고정 고객’으로 보는 거죠.”김 씨만의 하소연이 아니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또 다른 가맹점주 박모(38) 씨 역시 본사의 과밀 출점 전략에 배신감을 토로했다.“처음 계약할 때는 ‘가맹점 잘되는 게 본사 방침’이라며 달콤한 말을 늘어놓더니, 오픈한 지 1년도 안 돼 도보 5분 거리에 또 다른 가맹점을 내주더군요. 항의했더니 ‘거리 제한 규정상 법적 문제없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본사는 점포 수가 곧 돈이니 깃발 꽂기에 혈안이지만, 현장 점주들은 좁은 파이를 두고 피 튀기는 혈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현장의 점주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본사의 눈부신 성장은 자신들의 밤낮없는 노동과 생존을 건 출혈경쟁 위에 세워진 ‘신기루’라고.프랜차이즈 본부가 가맹점의 희생을 발판 삼아 몸집만 불리는 기형적 착취 구조를 방치한다면, 결국 밑바닥 자영업 생태계부터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가맹점주의 피눈물로 배를 불리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약탈적 경영에 대해 당국의 엄정한 조사와 출점 거리 제한 등 실효성 있는 상생 대책이 시급하다.가맹본부의 양적 성장이 점주의 수익 증대로 이어지는 ‘낙수효과’는 환상에 불과했다. 과밀 출점을 방지할 실효성 있는 거리 제한 기준 재정비와 불합리한 필수물품 유통 폭리 근절 등 당국의 강력한 점검과 제도 개선이 시급한 시점이다. 본사만 배부른 프랜차이즈의 성장은 지속될 수 없다. 점주가 쓰러지면 그 거대한 프랜차이즈 제국 역시 사상누각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