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뮤지컬, 산업을 넘어 학문으로…세계가 찾은 K-뮤지컬국제마켓
세계 공연계 한자리에…비즈니스·학술·국제 협력으로 확인한 K-뮤지컬의 새로운 도약
[오뮤지컬] 공연은 무대에서 끝나지 않았다. 한국 창작뮤지컬의 해외 진출과 공동 제작을 논의하는 비즈니스 미팅이 이어졌고, K-뮤지컬을 하나의 독립된 학문으로 정립하기 위한 토론이 펼쳐졌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K-뮤지컬국제마켓'은 작품을 수출하는 단계를 넘어 산업과 학문, 국제 네트워크가 함께 성장하고 있는 K-뮤지컬의 현재를 보여준 현장이었다.지난달 29일부터 3일까지 열린 이번 국제마켓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주관한 뮤지컬 전문 B2B 행사다. 창작뮤지컬 쇼케이스와 피칭, 비즈니스 미팅, 학술포럼 등을 통해 국내외 창작자와 제작자, 투자자, 연구자들을 한자리에 모았다.행사장에는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가 자연스럽게 오갔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유럽 공연 관계자는 물론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제작자와 극장 관계자들이 국내 제작사들과 상담을 이어갔고, 공연업계 관계자뿐 아니라 대학 교수와 연구자, 대학원생, 뮤지컬 애호가, 공연 전문 유튜버들도 행사장을 찾았다. 특히 2일 열린 학술포럼은 이번 행사의 또 다른 축이었다. '글로벌 뮤지컬 연구의 흐름과 K-뮤지컬'을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는 산업 성장에 걸맞은 학문적 기반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고희경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는 모더레이터로 토론을 이끌며 산업과 학계를 연결하는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먼저 발표에 나선 다나카 리나 교토산업대학 문화학부 교수는 '학문 분과로서 뮤지컬학의 수립 가능성과 방법론'을 주제로 해외에서는 뮤지컬학(Musical Theatre Studies)이 역사, 공연과 미디어, 정체성과 관객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독립적인 학문으로 발전해 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뮤지컬학이 여러 학문과의 협업을 통해 확장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산업의 성장에 걸맞은 연구 체계와 국제 학술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발표한 홍정민 동국대 교수는 한국 뮤지컬 시장이 미국(브로드웨이), 영국(웨스트엔드), 일본에 이어 세계 4위 규모로 성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학문적 기반은 아직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해외와 국내 연구를 비교한 결과를 소개하며 국내 연구는 산업과 제작, 팬덤 등 실천 중심 연구는 활발한 반면 공연 자체를 분석하고 비평하는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공연 기록과 비평이 충분히 축적되지 못하면 한국 뮤지컬의 역사와 계보를 정리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언급됐다. 공연 기록과 대본, 음반, 무대 디자인 등을 체계적으로 보존하는 아카이브 구축과 함께 한국뮤지컬학회의 역할 강화, 전문 학술지와 단행본 발간 등 연구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에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브로드웨이 관계자와 국내외 제작자, 창작자, 연구자들이 공연 아카이빙과 자료 공유, 저작권, 연구 인프라 구축 등을 놓고 수준 높은 토론을 이어갔다. 포럼이 끝난 뒤에도 참석자들은 쉽게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연구자와 제작자, 대학 관계자들은 로비에서 명함을 교환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동안 뮤지컬 연구가 음악학이나 연극영화학, 문화콘텐츠 연구의 한 분야로 다뤄졌던 것과 달리, 이번 포럼은 '뮤지컬학'을 하나의 독립된 학문으로 정립하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학술포럼에 이어 열린 '원 아시아 네트워크(One Asia Network)' 라운드테이블에서는 한·중·일 제작자와 극장 관계자들이 공연 IP를 활용한 공동 제작과 아시아 공연시장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관객과의 시간에서 일본 '너의 이름은.', 한국 '오징어 게임', 중국 '삼국지'를 결합한 한·중·일 공동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다. 국경을 넘어 각국의 대표 IP를 함께 활용하자는 발상은 아시아 공연산업의 새로운 협력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대학로에서 시작한 K-뮤지컬국제마켓은 올해 처음으로 코엑스로 무대를 옮기며 규모와 프로그램 모두 한층 확장된 모습을 보였다. 공연 한 편의 성공을 넘어 창작과 투자, 연구와 기록, 국제 협력이 함께 축적될 때 K-뮤지컬의 경쟁력도 더욱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 이번 국제마켓은, K-뮤지컬의 다음 단계를 가늠하게 한 의미 있는 현장이었다.정민오 기자 daily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