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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소문고가 사고 전 ‘2.9㎝ 단차’ 확인…위험신호에도 안전체계 제대로 작동했나
    행정

    서소문고가 사고 전 ‘2.9㎝ 단차’ 확인…위험신호에도 안전체계 제대로 작동했나

    구조물 이상징후 확인 이후 보고·판단·현장통제 과정 도마 위
    서소문고가 철거공사 사고와 관련해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사고 발생 전 구조물에서 2.9㎝의 단차가 확인됐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위험징후 발견 이후 서울시와 공사 관계자들의 안전 대응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특히 철거공사는 구조물의 일부를 순차적으로 제거하면서 기존 하중 전달체계가 달라질 수 있는 작업인 만큼 이상징후가 확인됐을 경우 일반적인 시설물 점검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도시안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이영실 의원(사진)은 지난 4일 도시기반시설본부 업무보고에서 서소문고가 철거 결정부터 설계와 기술심의, 시공 및 현장 안전관리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역할과 사고 전후 대응 과정을 집중 점검했다.이 의원은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전제로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과 별개로 서울시가 발주한 건설공사의 업무 과정에서 놓친 부분이 없었는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고 전 확인된 ‘2.9㎝ 단차’…누가 위험도를 판단했나이날 가장 주목된 부분은 사고 발생 전 구조물에서 확인된 2.9㎝의 단차다.이 의원은 철도가 운행되는 구간에서 구조물의 이상징후가 발견된 만큼 당시 현장에서 이를 어느 수준의 위험으로 판단했는지, 누구에게 보고됐고 추가적인 현장 통제와 안전조치가 어떻게 검토됐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구조물의 단차가 사고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한다.다만 사고 원인과 별개로 현장에서 평상시와 다른 구조적 변화가 발견됐을 때 이를 어떤 절차에 따라 보고하고 누가 작업 지속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지는 안전관리 차원에서 반드시 점검해야 할 문제다.특히 철거 필요성 판단과 설계, 기술심의, 시공, 감리, 현장 안전관리 등이 여러 기관과 주체에 걸쳐 있는 대형 공사의 경우 책임과 판단 주체가 분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비상상황에서 작동할 명확한 지휘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이 의원은 “여러 부서와 시공사, 감리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사업일수록 위험징후가 발생했을 때 보고와 판단, 현장 통제가 지체되지 않도록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위험한 구조물에 사람이 직접 올라가 점검위험징후가 나타난 구조물에 사람이 직접 올라가 외관점검을 실시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이 의원은 “위험도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이 직접 구조물에 올라가 점검하는 방식이 적절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구조물의 안전상태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점검을 위해 투입된 인력 자체가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드론과 로봇, 고해상도 카메라 등 비대면 점검장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작업자가 위험구간에 직접 접근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첨단장비를 활용하면 작업자가 구조물에 직접 올라가지 않고도 균열과 변형 등 외관 상태를 우선 확인할 수 있어 위험도를 판단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다만 드론이나 로봇 역시 모든 구조적 결함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만큼 비대면 점검으로 위험도를 우선 평가한 뒤 필요한 경우 구조전문가의 정밀점검으로 이어지는 단계적인 방식이 필요하다.가설지지대 설치 어려웠다면 ‘대체 안전대책’ 충분했나해체 과정에서의 가설지지대 문제도 제기됐다.철도가 운행되는 현장 특성상 가설지지대 설치에 제약이 있었다면 구조물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설계와 해체계획 단계에서 충분히 검토됐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가설지지대 설치 여부와 이번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는 현재 단계에서 단정할 수 없다.그러나 현장 여건 때문에 일반적인 안전조치를 적용하기 어렵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체공법과 구조검토, 계측 및 안전관리 방안이 사전에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도시안전전문가 “해체공사는 구조가 계속 변한다…이상징후 발생하면 작업중지부터 검토해야”도시안전전문가들은 해체공사의 경우 완성된 건축물이나 교량을 유지·관리하는 것과는 다른 위험요인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구조물을 단계적으로 제거하면서 하중이 전달되는 경로와 구조 상태가 계속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해체 순서와 가설구조물, 현장 계측이 중요하다는 것이다.한 도시안전전문가는 “해체공사는 공사가 진행될수록 구조물의 조건 자체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설계 당시 예상했던 상태와 실제 현장의 상태가 일치하는지를 단계별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상하지 못한 처짐이나 단차, 균열 등의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우선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안전관리의 기본”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위험징후가 발생했는데 현장 관계자마다 작업중지 여부를 다르게 판단한다면 대응시간을 놓칠 수 있다”며 “일정 수준 이상의 변위나 균열 등 사전에 정한 기준을 넘으면 자동적으로 작업을 중단하고 구조전문가의 확인을 거친 뒤 재개하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비대면 점검장비의 활용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전문가는 “구조적으로 불안정할 가능성이 있는 시설물에 점검자를 먼저 투입하는 것은 점검 과정 자체에서 새로운 인명위험을 만들 수 있다”며 “드론과 로봇, 원격카메라 등을 활용해 1차 상태를 확인하고 안전성이 확보된 이후 사람이 접근하는 방식으로 점검 절차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 규명과 ‘대응 실패’ 점검은 별개의 문제다서소문고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누구에게 법적 책임이 있는지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현재 단계에서 특정 공법이나 구조물의 상태를 사고 원인으로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그러나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서울시의 안전관리 과정까지 점검을 미룰 이유는 없다.특히 사고 전 2.9㎝의 단차가 확인됐다면 중요한 것은 이 수치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느냐만이 아니다.현장에서는 이를 누구에게 보고했는지, 구조전문가가 위험성을 검토했는지, 작업중지나 철도 운행 등과 관련한 추가 안전조치를 검토했는지, 최종적으로 누가 작업을 계속해도 된다고 판단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만약 위험징후가 현장에서 발견됐는데 보고와 판단을 거치는 동안 시간이 지체됐거나 담당 기관과 시공사, 감리 사이에서 책임이 분산됐다면 그 자체가 개선해야 할 안전관리의 허점이다.안전관리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사고가 발생한 뒤가 아니라 ‘이상하지만 아직 사고는 나지 않은 순간’이다.이때 작업을 멈추고 확인하면 공사기간과 비용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위험신호를 대수롭지 않게 판단했다가 사고로 이어질 경우 치러야 할 대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이영실 시의원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철거 결정부터 설계·심의·시공·현장점검에 이르는 전 과정을 다시 살펴 안전관리의 빈틈을 보완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위험상황에서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판단하고, 그 원칙이 실제 현장의 신속한 조치로 이어질 수 있는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서울시가 이번 사고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단순히 ‘누가 잘못했는가’만이 아니다. 2.9㎝의 단차와 같은 평소와 다른 신호가 나타났을 때 현장의 작업을 멈추고 위험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그리고 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밝혀야 한다.그 결과를 토대로 일정 수준 이상의 구조적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보고·작업중지·현장통제·전문가 안전확인으로 즉시 이어지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같은 유형의 사고를 막기 위한 첫 단계다.
    2026-09-07 13:59:28 이정윤
  • 서울 대형공사 ‘설계변경→공기연장’ 되풀이…착공 전 검토 부실이 비용 키운다
    사회

    서울 대형공사 ‘설계변경→공기연장’ 되풀이…착공 전 검토 부실이 비용 키운다

    국회대로 사업 2025년→2032년 준공 연기…계획 변경·예산 문제 등 영향
    서울시가 추진하는 대형 건설사업에서 설계변경과 공사기간 연장이 반복되면서 사업관리 방식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하공간이나 도로 등 대규모 기반시설 공사는 착공 이후 예상하지 못한 지장물이나 지반조건, 주민 요구 등으로 설계변경이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사전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문제까지 공사 도중 설계변경으로 처리한다면 공기 연장과 사업비 증가, 시민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김병진 의원(사진)은 지난 4일 도시기반시설본부 업무보고에서 서울시 대형 건설사업의 반복적인 설계변경과 공사기간 연장 문제를 짚고 사업 초기 단계부터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김 의원은 도시기반시설본부가 발주하는 대규모 공사 상당수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 요구와 현장 여건 등을 반영해 설계를 변경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설계변경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착공 이후 계획 변경과 공사 중단이 반복되면 공사기간뿐 아니라 사업비 증가 가능성도 커지는 만큼 착공 전 조사와 의견수렴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국회대로 사업, 당초 2025년 준공→2032년까지 미뤄져대표적인 사례로 국회대로 지하차도 및 상부공원화 사업이 언급됐다.해당 사업은 당초 2025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됐지만 목동 구간 평탄화를 위한 구조물 신설 등 계획 변경과 예산 부족 등의 영향으로 준공 시점이 2032년까지 미뤄진 상황이다.당초 계획보다 준공이 크게 늦어지면서 장기간 공사로 인한 교통 불편과 주변 주민들의 생활 불편도 그만큼 길어질 수밖에 없다.대형 기반시설 사업은 계획부터 준공까지 장기간이 소요되고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 따라서 공사가 시작된 뒤 주민 요구나 현장 여건을 이유로 계획을 계속 변경하기보다 기본계획과 실시설계 단계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를 최대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김 의원은 “대규모 사업일수록 착공 전에 주민과 자치구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불필요한 설계변경과 공사 지연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이미 장기간 공사가 이어지고 있는 사업은 전체 준공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공사가 진척된 구간부터 마무리해 주민 불편을 조기에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건축전문가 “설계변경 횟수보다 ‘왜 바꿨는지’ 따져야”건축·건설 분야 전문가들은 대규모 공사의 설계변경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장기간 진행되는 토목·건축공사의 특성상 지하 매설물이나 예상하지 못한 지반 상태, 안전 문제, 법령 및 기준 변화 등 착공 전 단계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문제는 충분한 사전조사를 했다면 예방할 수 있었던 설계변경까지 반복되는 경우다.한 건축전문가는 “대형 기반시설 공사에서 설계변경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중요한 것은 설계변경 건수가 아니라 변경 원인이 불가피한 현장조건 때문인지, 아니면 사전조사와 설계 검토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를 구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지장물 조사와 지반조사, 관계기관 협의, 주민 의견수렴 등이 착공 이후 이뤄지면 설계변경뿐 아니라 공사중지와 계약금액 조정까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며 “결국 착공을 서두르는 것보다 설계 단계에서 시간과 비용을 충분히 투입하는 것이 전체 사업비와 공기를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특히 대형사업은 설계변경이 발생할 때마다 변경 사유와 사업비 증감, 공기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전문가는 “설계변경이 발생했다면 단순 승인에 그치지 말고 당초 설계에서 왜 예측하지 못했는지까지 기록하고 분석해야 같은 유형의 문제가 다음 사업에서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불법 하도급 ‘적발’보다 현장 피해 예방 중요김 의원은 설계와 공정관리뿐 아니라 건설현장의 하도급 문제도 함께 짚었다.불법·부적정 하도급을 적발해 행정처분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 공사 과정에서 하도급이 적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특히 불공정한 하도급 과정에서 영세 건설업체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발주기관인 서울시가 공사현장의 계약과 대금 지급, 공정 진행 등을 보다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주문했다.대형공사에서 하도급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공사 품질과 안전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지나친 저가 하도급이나 불법 재하도급 등이 발생할 경우 실제 시공을 담당하는 업체의 공사비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이는 인력과 자재, 안전관리 여건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따라서 하도급 관리는 불법행위 적발이라는 행정적 차원을 넘어 공사 품질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관리의 한 부분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착공식보다 중요한 것은 ‘준공 약속’대형 공공공사는 착공할 때마다 사업 규모와 기대효과가 크게 부각된다. 그러나 시민에게 더 중요한 것은 언제 공사를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약속한 시기에 제대로 완공하느냐다.국회대로 사업이 당초 2025년 준공 목표에서 2032년까지 미뤄진 사례는 대형사업에서 초기 계획과 사업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물론 7년의 지연을 모두 설계변경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계획 변경과 예산 등 여러 변수가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렇기 때문에 서울시는 공사가 늦어질 때마다 ‘불가피한 사정’이라고 설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어떤 설계변경이 발생했고, 그중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변경은 무엇인지, 각각의 변경으로 사업비와 공기가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구체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특히 주민 의견수렴은 착공 이후 민원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대형 도로와 지하화·공원화 사업은 주변 지역의 교통과 상권, 주거환경에 장기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계획 단계부터 주민과 자치구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공사 장기화에 따른 시민 피해를 줄이는 방안도 필요하다. 전체 사업이 끝날 때까지 모든 시설을 묶어두기보다 안전성과 공정 여건이 확보된 구간은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김병진 의원은 “사업계획과 설계, 예산, 공정관리에서부터 하도급 현장까지 모두 하나의 건설사업 관리과정”이라며 “착공 이후 문제를 수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공사를 시작한 이후에는 계획된 기간 안에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사업관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결국 서울시 대형공사 관리의 성패는 설계변경을 몇 건 줄였느냐만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설계변경의 원인을 사전에 얼마나 제거했는지, 공기 연장과 사업비 증가를 얼마나 억제했는지, 그리고 장기간 공사로 인한 시민 피해를 얼마나 줄였는지가 평가 기준이 돼야 한다.착공 이후 문제를 발견하고 예산을 추가하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그 비용은 결국 시민이 부담한다. 서울시가 대형공사의 ‘착공 관리’보다 ‘준공 책임’을 더 무겁게 따져야 하는 이유다.
    2026-09-07 12:57:15 이정윤
  • 폭염에 뜨거워진 한강…서울 아리수, 깔따구·조류 수질관리 ‘비상’
    행정

    폭염에 뜨거워진 한강…서울 아리수, 깔따구·조류 수질관리 ‘비상’

    기후변화로 여름철 폭염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면서 서울시민의 식수원인 한강과 아리수의 수질관리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특히 장기간 폭염으로 수온이 상승하거나 집중호우로 한강에 오염물질이 유입될 경우 조류와 맛·냄새물질, 소형생물 등에 대한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어 기존 정수처리뿐 아니라 취수원 단계부터 선제적인 감시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이의안 의원(사진)은 제339회 서울아리수본부 업무보고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여름철 폭염과 수온 상승에 대응해 아리수 수질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질관리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이 의원은 최근 지속되는 폭염과 기후변화에 따른 취수원 수질 변화 가능성을 짚으며 원수와 정수장 단계에서 서울시가 어떤 선제적 수질관리를 실시하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폭염·집중호우 반복…정수장 들어오기 전부터 관리해야기후변화는 상수도 관리에도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고온이 장기간 이어지면 수온 변화와 함께 조류와 미생물 관리 중요성이 커지고,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강우 유출수와 부유물질 등이 하천으로 유입되면서 원수의 수질 조건이 단기간에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이에 따라 정수장에서 기준에 맞는 수돗물을 생산하는 것뿐 아니라 취수원에서 발생하는 수질 변화를 얼마나 빠르게 파악하고 정수공정을 조정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이 의원은 특히 과거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생한 깔따구 유충 사례를 언급하며 정수처리 과정에서 소형생물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위생관리 대책을 따져 물었다.서울아리수본부는 여름철 조류 및 맛·냄새물질 경보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또 활성탄지에 미세거름망인 스트레이너 160개소 설치를 완료했으며 오존 주입량을 0.8mg/L 이상으로 높이고 역세척 주기를 3~5일로 단축하는 등 소형생물에 대한 정수처리와 시설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깔따구 등 소형생물…‘발생 후 대응’보다 예방이 관건깔따구와 같은 소형생물 문제는 법정 수질기준 충족 여부와 별개로 수돗물에 대한 시민 신뢰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한 번의 사고가 발생하면 수돗물 음용에 대한 시민 불안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이 의원은 “폭염과 집중호우 등 악조건 속에서도 취수원수 및 한강 수계에 대한 수질 감시를 철저히 이행해 소형생물 유입 등 시민 불안요인을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무료 수질검사 서비스와 클린닥터 서비스 등 시민들의 수돗물 신뢰를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도 단순한 서비스 제공에 머물지 않고 실제 불안요인을 해소할 수 있도록 실효성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수질관리 전문가 “고수온 시대, 취수원→정수장→배수지→수도꼭지까지 봐야”수질관리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심화될수록 정수장 내부의 수질관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상수도 전 과정에 대한 감시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한 수질관리 전문가는 “폭염으로 수온이 높아지고 집중호우가 반복되면 원수의 수질 조건이 평상시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취수 단계에서 변화 징후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정수공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이어 “오존이나 활성탄 같은 고도정수처리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수시설 내부의 청결 상태와 여과시설 관리, 역세척, 배수지와 수도관 관리까지 하나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특히 소형생물은 정수공정의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신속하게 추적할 수 있는 상시 모니터링 체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수질검사 결과를 시민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도 중요한 과제다.전문가는 “시민에게 단순히 ‘안전하다’고 설명하는 것보다 원수와 정수의 주요 수질정보와 이상 발생 시 대응조치를 이해하기 쉽게 공개하는 것이 수돗물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기자 시각] ‘기준치 이내’만으로 시민 불안 해소하기 어렵다수돗물은 다른 공공서비스와 다르다. 매일 마시고 음식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만큼 단 한 번의 수질사고도 시민들에게 큰 불안감을 줄 수 있다.특히 기후변화 시대에는 과거의 수질관리 기준만으로 미래의 위험까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지 계속 점검해야 한다.폭염과 집중호우가 일상적인 기상현상으로 자리 잡는다면 상수원 관리 역시 평상시를 기준으로 운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서울아리수본부가 미세거름망 160개소를 설치하고 오존 주입량을 높이는 한편 역세척 주기를 단축한 것도 이러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그러나 시설을 설치했다는 사실만으로 안전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실제 여름철 고수온과 집중호우 상황에서 조류와 맛·냄새물질, 소형생물 등이 얼마나 발생했고 정수공정을 거치면서 얼마나 제거됐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상징후가 발견됐을 때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신속하게 추적하고 대응할 수 있는 체계도 중요하다.시민 신뢰 역시 마찬가지다. 무료 수질검사를 몇 건 실시했는지보다 검사를 받은 시민이 어떤 문제를 제기했고, 그 원인을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살펴야 정책의 실효성을 판단할 수 있다.이의안 시의원은 “아리수본부가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 서울시민들이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결국 기후변화 시대의 수돗물 안전은 정수장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한강 취수원부터 정수장, 배수지와 수도관을 거쳐 시민의 수도꼭지에 도달할 때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수질관리 체계로 보고 관리해야 한다.서울시가 강조하는 ‘안전한 아리수’ 역시 홍보문구가 아니라 지속적인 측정과 객관적인 수질 데이터, 신속한 정보공개를 통해 시민에게 입증해야 할 때다.
    2026-09-07 12:41:09 이정윤
  • “AI 대학원생이 제 돈 내고 실습”…서울시 인재육성, 연구현장까지 닿아야
    행정

    “AI 대학원생이 제 돈 내고 실습”…서울시 인재육성, 연구현장까지 닿아야

    오중석 시의원 ‘서울 AI 펠로우십’ 제안…연구과제·공동연구·인턴십 연계 요구
    인공지능(AI) 인재 확보를 둘러싼 세계적인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정작 국내 일부 AI 관련 대학원에서는 연구비가 부족해 학생들이 개인 비용으로 AI 서비스를 이용하며 실습하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서울시가 AI 산업 육성과 인재 확보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단기 교육과 취업지원에서 벗어나 석·박사급 연구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오중석 시의원(사진)은 서울시의회 임시회 서울디지털재단 업무보고에서 서울지역 AI 인재 육성 체계의 공백을 지적하며 가칭 ‘서울 AI 펠로우십’ 신설을 제안했다.오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 내 AI 관련 학과를 둔 대학원은 일반대학원과 특수대학원을 합쳐 10곳 정도다.그러나 일부 대학원의 경우 등록금 외 별도의 연구비 확보가 어려워 학생들이 실제 AI 서비스를 활용한 실습이나 연구를 충분히 경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오 의원은 “역량 있는 AI 대학원 중에서도 지난 정부에서 지원 대상에 들지 못했거나, 등록금 외에는 연구비가 없어 단순 교육에 머무르는 곳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특히 “AI 관련 대학원 중에는 연구비가 부족해 학생들이 자기 돈을 내고 실습하는 경우도 있다”며 “텍스트, 음성, 프로그램 개발, 영상, 통계, 마케팅 등 각 분야의 대표적인 AI 서비스를 직접 써보고 장단점을 몸으로 알아야 더 좋은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할 수 있는데 그 경험의 기회 자체가 비용 문제로 막혀 있다”고 말했다.AI 시대인데 대학원 연구는 ‘개인 결제’ 의존?AI 연구환경은 기존 학문과 다른 특성이 있다. 이론교육뿐 아니라 실제 AI 모델과 소프트웨어, 데이터 등을 활용하는 과정이 연구역량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특히 생성형 AI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비롯한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최신 기술을 직접 사용하고 이를 연구에 적용하는 경험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문제는 비용이다.유료 AI 서비스와 개발도구, 컴퓨팅 자원 등을 연구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활용할 경우 개인 대학원생에게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비가 충분한 대학이나 연구실과 그렇지 않은 곳 사이의 연구환경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결국 AI 인재육성 정책이 교육 프로그램의 숫자를 늘리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실제 연구와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교육전문가 “AI 인재는 강의만으로 못 키워…실제 프로젝트 경험 중요”교육전문가들은 AI 분야의 특성상 이론교육과 함께 실제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한 프로젝트 경험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한 교육전문가는 “AI 분야는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교과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데이터와 프로젝트에 적용하고 다양한 도구를 직접 사용해보는 경험이 연구역량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며 “학생 개인의 경제적 여건이나 소속 연구실의 연구비 규모에 따라 실습 기회가 크게 달라지는 구조라면 인재육성 측면에서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다만 서울시가 대학원 연구비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보다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전문가는 “단순히 학생들의 AI 서비스 이용료를 지원하는 방식보다는 서울시가 가진 도시 데이터를 연구에 개방하고 교통·환경·복지·안전 등 실제 도시문제를 연구과제로 제시해 대학원생들이 해결하도록 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며 “연구비 지원과 공공 프로젝트, 기업 인턴십, 산학협력을 연결하면 학생은 연구경험을 얻고 서울시는 정책에 활용할 기술과 아이디어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오중석 “서울 AI 펠로우십 만들어 연구 기회 제공해야”오 의원 역시 단순한 비용 지원보다는 서울시 정책과 대학원의 연구역량을 연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그는 “AI 경쟁력은 수업을 많이 듣는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를 직접 경험하고 연구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데서 나온다”며 “서울시가 이런 대학원들을 정책과제와 연결해 연구과제 위탁, 공동연구, 인턴십, 데이터 개방 같은 실질적인 연구 기회를 제공하는 장기적인 인재육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서울디지털재단도 대학원생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실제 현장과 접점을 갖기 어렵다는 문제에 공감했다.재단 측은 “학생들이 학교에서는 공부하지만 현장과의 접점이 없어 어려운 부분을 잘 알고 있다”며 “동국대학교와 작년부터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고, 현재도 서울교통공사 프로젝트를 동국대 학생들과 함께 하고 있다”고 답했다.오 의원은 서울시 차원의 지원 및 정책과제 연계 계획을 수립해 다음 정례회 전까지 위원회에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이와 함께 가칭 ‘서울 AI 펠로우십’인 거점대학 석·박사 연계 사업 계획안과 서울시 내 AI 관련 대학원 10곳의 기초과학자 육성 공백 현황, 연구비 확보방안 등에 대한 조사·보고도 요청했다. AI 인재육성, 교육생 숫자보다 ‘무엇을 연구했나’ 따져야AI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정책은 이제 새롭지 않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학과 기업이 앞다퉈 AI 교육과 인재양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그러나 AI 강좌를 몇 개 개설하고 교육생을 몇 명 배출했는지만으로 도시의 AI 경쟁력을 평가하기는 어렵다.AI 분야에서 중요한 것은 배운 기술을 실제 문제에 적용해보는 경험이다. 대학원생이 연구 과정에서 필요한 AI 도구와 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개인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면 ‘AI 인재육성’을 강조하는 정책과 연구현장의 현실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서울시는 이 간극을 줄일 수 있는 자원을 갖고 있다.교통과 환경, 안전, 복지, 도시계획 등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에서 생산되는 정책과제와 공공데이터를 대학의 연구역량과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서울교통공사가 실제 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대학원 연구과제로 제시하고 학생과 연구진이 AI를 활용해 해결방안을 개발한다면 단순한 교육비 지원보다 활용가치가 높을 수 있다. 연구 결과가 검증된다면 실제 행정에 적용하는 선순환 구조도 가능하다.다만 ‘서울 AI 펠로우십’이 추진된다면 또 하나의 지원사업을 만드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대학 선정 기준과 연구비 배분 방식, 연구성과 평가, 기업 및 공공기관과의 연계, 성과물의 활용방안까지 처음부터 명확하게 설계해야 한다.무엇보다 서울시 예산이 투입된다면 지원받은 연구가 서울 시민에게 어떤 편익으로 돌아오는지도 평가할 필요가 있다.AI 경쟁력은 교육생 숫자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실제 데이터를 다루고 실패와 검증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연구환경을 갖추는 것, 서울시 AI 인재정책도 이제 ‘교육’에서 ‘연구 경험과 성과’ 중심으로 한 단계 넘어갈 필요가 있다.
    2026-09-07 11:34:50 이정윤
  • 오현주시의원, 매년 점검해도 또 적발…학교 72%·유치원 89% 급식관리 ‘구멍’
    행정

    오현주시의원, 매년 점검해도 또 적발…학교 72%·유치원 89% 급식관리 ‘구멍’

    학교 390곳 중 282곳·유치원 171곳 중 152곳 지적…유치원은 10곳 중 9곳꼴
    서울시가 친환경 학교·유치원 급식에 예산을 지원하면서 매년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있지만, 지난해 점검 대상 학교 10곳 중 7곳, 유치원은 10곳 중 9곳 가까이 지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일부 항목은 매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어 단순 점검과 교육 중심의 관리방식이 실제 현장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오현주 부위원장(사진)은 평생교육국 업무보고에서 친환경 학교·유치원 급식 지원예산 관리체계의 실효성을 지적하고 반복되는 지적사항에 대해 보다 실질적인 관리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서울시의 2025년 합동점검 결과 학교는 점검 대상 390개교 가운데 282개교에서 총 470건의 지적사항이 확인됐다. 전체 점검 학교의 약 72%가 한 건 이상 지적을 받은 셈이다.유치원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점검 대상 171개원 가운데 152개원에서 총 404건이 지적됐다. 점검 대상의 약 89%에 해당한다.단순히 지적기관의 비율이 높다는 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매년 점검과 교육, 시정조치가 이뤄지고 있는데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현행 관리체계의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유치원 친환경농산물 지적 50건→97건→107건친환경농산물 권장 사용 비율과 관련한 개선지도는 학교에서 167건, 유치원에서 107건에 달했다.특히 유치원의 경우 같은 항목에 대한 지적이 2023년 50건에서 2024년 97건, 2025년 107건으로 증가했다.급식경비의 목적 외 사용 등 예산 집행과 관련한 지적도 매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럼에도 서울시의 개선방안은 점검기준 보완과 예산교육 등에 집중돼 있고 반복적으로 지적받는 학교와 유치원을 별도로 관리하는 체계는 아직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매년 같은 기관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점검 횟수를 늘리는 것보다 지적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구체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평생교육국은 친환경 식재료의 가격 변동과 소규모 유치원의 구매 여건 등을 주요 원인으로 설명했다. 앞으로 관계자 교육과 공급체계 안정화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반복적으로 지적받는 학교·유치원에 대한 별도의 제재나 관리조치는 현재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관련 관리방안은 교육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교육전문가 “모든 지적을 동일하게 봐선 안 돼…반복기관은 별도 관리 필요”교육전문가들은 점검에서 지적받은 기관의 비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학교와 유치원의 급식이 전반적으로 부실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친환경농산물 사용 비율 미달과 급식경비 목적 외 사용은 문제의 성격과 원인이 서로 다른 만큼 지적 유형에 따라 관리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한 교육전문가는 “소규모 유치원은 구매 물량이 적고 친환경 식재료의 가격과 공급 상황에 따라 권장 비율을 맞추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이런 경우 단순히 지적하고 교육하는 것보다 공동구매나 공급망 개선 등 현장에서 기준을 준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반면 “급식경비의 목적 외 사용이나 회계처리 문제처럼 시민의 세금과 직접 관련된 사안이 반복된다면 단순 교육만으로 대응해서는 관리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반복 지적기관에 대해서는 원인을 별도로 분석하고 필요할 경우 집중점검이나 지원금 집행관리 강화 등 단계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특히 전문가들은 ‘지적 건수’뿐 아니라 다음 점검에서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평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점검의 목적이 적발 자체가 아니라 학교와 유치원의 급식 품질과 예산 집행을 개선하는 데 있다면 기관별 지적 이력과 개선 여부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10곳 중 9곳 지적받았다면 점검 방식도 돌아봐야서울시의 이번 점검 결과에서 눈에 띄는 수치는 유치원 171곳 가운데 152곳이 지적을 받았다는 점이다. 약 89%다. 학교 역시 390곳 가운데 282곳, 약 72%에서 지적사항이 확인됐다.이 정도 비율이라면 개별 학교와 유치원의 문제만으로 접근하기보다 점검 기준과 지원제도, 식재료 공급구조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특히 친환경농산물 권장 사용 비율과 관련해 유치원 지적 건수가 2023년 50건에서 2024년 97건, 지난해 107건으로 계속 늘었다면 교육을 한 번 더 실시하는 방식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인지 의문이다.현장에서 지키기 어려운 기준이라면 공급체계를 개선해야 하고, 충분히 지킬 수 있는 기준인데도 반복적으로 위반한다면 관리 강도를 높여야 한다. 두 문제를 구분하지 않고 매년 ‘점검→지적→교육’만 반복한다면 행정력은 투입하면서도 개선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급식경비 문제는 더욱 엄격하게 볼 필요가 있다. 목적 외 사용과 같은 예산 집행 문제가 반복되는 기관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행정지도와 별도로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오현주 부위원장은 “매년 점검하고 교육하는데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기존 관리방식이 실제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며 “여러 기관이 함께하는 사업이라는 이유로 관리책임까지 분산돼서는 안 된다. 예산을 지원하는 서울시도 반복 지적기관을 별도로 관리하고 원인을 분석하는 등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필요하다면 지원금 교부방식과 연계한 실질적인 개선수단도 검토해 시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급식경비가 당초 목적에 맞게 집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결국 매년 점검했다는 행정 실적보다 중요한 것은 지난해 지적받은 학교와 유치원이 올해 얼마나 개선됐느냐다. 반복 지적기관과 개선기관을 구분해 관리하고 지적 유형별 원인과 개선율까지 공개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서울시의 급식점검도 단순한 연례행사를 넘어 실질적인 관리수단이 될 수 있다.
    2026-09-07 10:41:58 이정윤
  • 사단법인 한국발달장애인하울회,  「부모 사후,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사회는 준비되어 있는가」 포럼 개최
    인권/복지

    사단법인 한국발달장애인하울회, 「부모 사후,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사회는 준비되어 있는가」 포럼 개최

    사단법인 한국발달장애인하울회는 지난 9월 3일(목) 오후 2시, 경기도 부천시 소사청소년센터 목일신홀에서 「부모 사후,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사회는 준비되어 있는가」​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오랫동안 품어온 현실적인 질문, “내가 더 이상 아이를 돌볼 수 없게 되었을 때, 우리 아이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서 출발했다.포럼에는 한하늘 대표원장을 비롯해 한상기 하늘아래 주간보호시설장, 강희정 부모대표, 이강혁 남양주지부장, 김보성 강릉지부장, 강민석 시흥지부 시설장, 김호준 평택지부 시설장과 현장 종사자들이 참여했다.참석자들은 부모 사후 발생할 수 있는 돌봄 공백을 비롯해 발달장애인의 자립, 주거, 의료, 활동지원, 안전, 지역사회 관계망 등 실제 삶에서 마주하게 될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특히 기존의 자립 개념을 넘어 인지와 의사소통에 많은 지원이 필요한 발달장애인도 교육과 반복적인 훈련, 적절한 지원체계를 통해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삶을 준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한하늘 대표원장 “부모가 없는 미래까지 준비하는 법인이 되어야” 한하늘 대표원장은 이번 포럼에서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립은 모든 일을 혼자 해내는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선택하며, 필요한 경우 도움을 요청하고 적절한 지원을 받으면서 자신의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 역시 자립이라는 것이다.특히 발달장애인은 성장 과정에서 보호와 안전을 이유로 많은 통제와 제한을 경험해 온 만큼,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과를 경험해보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한 대표원장은 선택에는 때로 실패도 따를 수 있지만, 그 실패를 다시 성공의 경험으로 연결하는 과정 역시 자립훈련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시설과 종사자가 모든 실패를 사전에 차단하는 데 머물기보다 안전한 환경 안에서 이용자가 선택하고, 경험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 그룹홈 운영 경험과 비교해 현재는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 생활을 지원하는 제도와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며, 아직 시도해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가능성을 닫기보다는 새로운 자립모델을 적극적으로 찾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를 위해 향후 미국과 호주 등 해외의 발달장애인 자립지원 사례를 살펴보는 연수와 교육을 확대하고, 법인과 현장 종사자들이 변화하는 복지 패러다임을 함께 공부해 나갈 계획도 밝혔다.특히 부모에게 갑작스러운 일이 발생해 단기적인 돌봄 공백이 생겼을 때 평소 이용자를 잘 알고 있는 제공인력이나 종사자 등 기존의 인적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한 대표원장은 궁극적으로 “하울회가 현재의 돌봄에 머무르지 않고 부모가 계시지 않는 미래까지 준비할 수 있는 법인이 되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한상기 하늘아래 주간보호시설장 “삶 전체를 연결하는 지원체계가 필요” 한상기 하늘아래 주간보호시설장은 “부모가 사망하거나 더 이상 돌봄을 제공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발달장애인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질문을 제기했다.현재 발달장애인의 삶에서 부모는 식사와 외출뿐 아니라 병원 이용, 약 복용, 금전관리, 행정업무, 주거관리 등 일상생활 전반을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따라서 부모의 부재는 단순히 돌봄을 제공하던 한 사람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부모가 연결해 온 삶의 여러 영역이 한꺼번에 공백으로 남을 수 있다는 문제라는 것이다. 한 시설장은 부모 사후 국가가 곧바로 발달장애인의 거주와 돌봄을 책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실제 제도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부모 사망 이후 가족의 돌봄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신청한 뒤 조사와 결정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 사이 발생할 수 있는 돌봄 공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결국 중요한 것은 개별적인 ‘서비스의 부족’만이 아니라 ‘삶 전체를 연결하는 지원체계의 부족’​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 시설장은 이를 바탕으로 이번 포럼을 관통하는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발달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 아니면 부모가 없어도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는가.” 강희정 부모대표 “자립은 아이만의 준비가 아니라 부모의 준비이기도” 강희정 부모대표는 발달장애인 자녀의 미래를 준비하는 부모가 마주하는 현실적인 고민을 전했다. 부모는 자녀와 살아가는 동안 “이것이 정말 아이가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부모인 내가 원하는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며, 부모와 자녀가 함께 나이가 들어가는 만큼 부모가 돌봄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뒤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젊을 때부터 자립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특히 분가를 생각하면 투약과 병원 이용, 대중교통, 식생활, 활동지원인력 관리 등 매우 구체적인 생활의 문제가 뒤따른다.이에 현재 운영하고 있는 자립캠프의 기간을 단계적으로 늘리거나 실제 주거공간과 유사한 환경에서 생활해보는 등 자립훈련을 보다 현실적인 생활 경험으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제안됐다.부모 입장에서는 자녀의 분가가 오히려 당장은 더 많은 준비와 부담을 가져올 수 있지만, 결국 부모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자녀의 삶이 이어질 수 있도록 지금부터 하나씩 삶의 매뉴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의견이 공유됐다. “인지능력이 충분한 사람만의 자립에서 벗어나야” 이번 포럼에서 특히 중요하게 다뤄진 주제는 발달장애인의 자립 가능성을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가였다. 기존 장애인의 독립생활은 상대적으로 인지능력이 높고 일상생활 수행이 가능한 발달장애인이나, 신체적인 장애가 있더라도 인지와 의사결정에 큰 어려움이 없는 장애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측면이 있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이번 포럼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지와 의사소통에 많은 지원이 필요한 발달장애인도 반복적인 교육과 훈련, 적절한 지원체계가 마련된다면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삶을 준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자립의 기준을 ‘혼자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가’에만 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선택하고,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며, 지원을 받으면서 자신의 삶을 이어가는 것까지 자립의 범위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지역사회 관계망부터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까지 각 지부에서도 자립을 실제 삶으로 연결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강혁 남양주지부장은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개별 부모나 기관의 노력에만 맡겨서는 지속 가능한 체계를 만들기 어렵다며 정부와 지자체, 관련 전문가 집단이 함께 참여하는 표준화된 지원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보성 강릉지부장은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지역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당사자를 알고 기억할 수 있는 정서적·사회적 관계망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강민석 시흥지부 시설장은 부모의 갑작스러운 사망이나 입원 등으로 돌봄 공백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가족과 친척 등의 비상연락망을 미리 구축하고, 이용 가능한 국가 및 지역사회 제도를 파악해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절차를 매뉴얼화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김호준 평택지부 시설장은 채혈과 각종 검사, 치과진료, 정기적인 병원 이용 등 발달장애인의 건강과 생존에 직접 연결되는 의료서비스를 부모가 없는 상황에서 누가,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평택에서 거점병원을 활용하고 있는 사례를 공유하며 지부별 경험과 방법을 서로 나눌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선택하고, 요청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연습" 현장 종사자들의 토론에서도 자립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이용자가 혼자 할 수 있는 것과 도움이 필요한 것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일상적인 프로그램에서부터 선택과 의사표현, 도움 요청을 반복적으로 연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말로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이용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방식으로 선택할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선택의 결과까지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패 역시 자립교육의 일부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또한 이탈이나 추락 등 안전사고에 대비한 센서 활용과 사고대응 매뉴얼, 갑작스러운 돌봄 공백에 대응하기 위한 인력풀, 활동지원인력 관리, 의료기관 연계 등 실제 독립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까지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부모가 없는 미래는 부모가 있을 때부터 준비해야” 이번 포럼은 부모 사후 발달장애인의 삶에 대해 하나의 완성된 해답을 내놓은 자리가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한 자리였다.주거와 의료, 활동지원, 안전, 경제생활, 위기대응, 지역사회 관계망까지 부모가 담당해 온 수많은 역할을 사회가 어떻게 연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무엇보다 부모가 없는 미래는 부모가 없어진 다음에 준비할 수 없다.부모가 곁에 있을 때부터 작은 것을 선택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때로는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경험을 반복해야 한다. 캠프와 일상생활 훈련, 지역사회 경험 등을 통해 이러한 준비를 조금씩 축적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사단법인 한국발달장애인하울회는 이번 포럼에서 나온 부모와 현장 전문가, 종사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부모 사후 돌봄 공백에 대한 논의를 지속할 예정이다. 또한 자립훈련과 종사자 교육, 주거와 의료, 활동지원, 안전체계, 지역사회 관계망 등을 함께 고민하며 부모가 곁에 있는 오늘의 돌봄을 넘어, 부모가 계시지 않는 미래까지 준비하는 법인​으로 나아가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포럼 개요- 주제: 부모 사후,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사회는 준비되어 있는가- 일시: 2026년 9월 3일(목) 오후 2시- 장소: 소사청소년센터 목일신홀(지하 1층)- 주최: 사단법인 한국발달장애인하울회- 주요 참석자: 한하늘 대표원장, 한상기 하늘아래 주간보호시설장, 강희정 부모대표, 이강혁 남양주지부장, 김보성 강릉지부장, 강민석 시흥지부 시설장, 김호준 평택지부 시설장 및 현장 종사자
    2026-09-07 10:30:49 김종범 수도권본부
  • 폭염·한파에 취약한 노후주택 손본다…서울시, 창호·차열페인트 지원 근거 마련
    행정

    폭염·한파에 취약한 노후주택 손본다…서울시, 창호·차열페인트 지원 근거 마련

    기후변화로 폭염과 한파가 반복되면서 노후주택의 열악한 주거환경이 새로운 기후안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단열성능이 떨어지는 오래된 주택은 여름철 실내온도가 빠 르게 상승하고 겨울에는 난방효율이 낮아 취약계층의 건강과 에너지비용 부담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차열페인트와 창호 개선 등 노후주택의 에너지성능 개선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 마련에 나섰다.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유만희 부위원장(사진)이 발의한 「서울특별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지난 4일 제339회 임시회 상임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이번 개정안은 시민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거공간의 냉·난방 효율을 높여 폭염과 한파에 따른 피해를 줄이고, 서울시가 관련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폭염과 한파를 자연재난에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그동안 추진해 온 차열페인트 보급이나 창호 개선 등 주택 에너지성능 개선사업은 직접적인 지원 근거와 우선지원 대상에 대한 기준이 충분하지 않아 사업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개정안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주택의 에너지성능 개선’에 관한 내용을 조례에 명문화했다. 서울시장이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지원 대상 사업에는 ▲건축물 외피 차열성능 개선을 위한 차열페인트 보급 ▲창호 덧유리 시공 등 건축물 개구부 단열성능 개선 ▲냉·난방 에너지 절감 ▲건축물 에너지효율 향상 사업 등이 포함됐다.특히 기후위기 취약계층과 일정 기준 이상의 노후주택에 거주하는 시민을 우선 지원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이는 단순한 에너지 절약 정책을 넘어 주거환경에 따른 기후재난의 불평등을 줄이는 정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같은 폭염과 한파라도 주택의 단열성능과 냉·난방 여건, 경제적 능력에 따라 시민이 받는 피해 정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환경전문가 “지원 근거 마련은 시작…실제 효과는 예산과 대상 선정에 달려”환경전문가들은 이번 조례 개정 방향에 대해 노후주택의 에너지효율 개선과 기후취약계층 보호를 함께 추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다만 조례에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것만으로 시민들이 곧바로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닌 만큼 실제 사업 규모와 예산, 지원 대상 선정 기준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마련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한 환경전문가는 “노후주택은 단열과 창호 성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같은 냉·난방 에너지를 사용해도 신축주택보다 효율이 낮을 수 있다”며 “창호와 외피 성능을 개선하면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동시에 폭염과 한파에 대한 주거공간의 대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다만 차열페인트나 창호 개선사업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건축물의 노후도와 구조, 거주자의 경제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지원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며 “사업 시행 이후 실제 실내온도와 에너지 사용량, 냉·난방비가 얼마나 개선됐는지도 검증해야 정책의 실효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지원 대상·금액 구체화가 관건앞으로 관건은 예산이다.조례가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단계라면 실제 시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서울시가 얼마나 예산을 확보하고, 지원 대상과 지원 규모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특히 서울에는 아파트뿐 아니라 다세대·다가구주택, 연립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노후주택이 존재하는 만큼 단순히 건축연도만으로 지원 대상을 결정할 경우 실제 기후위험에 취약한 가구가 지원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따라서 주택 노후도와 에너지효율, 소득 수준, 거주자의 연령과 장애 여부 등 기후취약성을 함께 고려하는 세부적인 지원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유만희 부위원장은 “폭염과 한파는 더 이상 일부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기후재난”이라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거공간의 에너지성능을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시민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실질적인 기후 대응책”이라고 강조했다.이어 “이번 개정이 선언적 목표에 그치지 않고 시민이 삶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기후안전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향후 추진과정을 꼼꼼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조례 통과’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이 받는 실제 혜택이번 개정안의 의미는 폭염과 한파에 대한 대응 범위를 거리의 그늘막이나 무더위쉼터 같은 외부시설에서 시민의 주거공간으로 넓혔다는 데 있다.특히 노후주택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이나 고령층에게 폭염과 한파는 단순히 불편한 날씨의 문제가 아니다. 냉·난방비 부담 때문에 에어컨이나 난방기 사용을 줄일 경우 건강과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그런 점에서 에너지효율이 낮은 주택 자체를 개선하는 것은 사후적인 냉·난방비 지원과는 다른 접근이다. 건물의 에너지 손실을 줄여 장기적으로 냉·난방비 부담을 낮추고 주거환경까지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조례에 지원 근거를 넣었다는 사실만으로 정책의 효과를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몇 년 이상 된 주택을 노후주택으로 볼 것인지, 어느 정도의 소득과 주거환경을 갖춘 가구를 우선 지원할 것인지, 한 가구당 얼마까지 지원할 것인지 등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핵심 기준은 실제 사업 설계 과정에서 결정된다.사업 이후 효과를 검증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지원 가구의 에너지 사용량과 냉·난방비, 실내환경이 실제로 개선됐는지를 확인하지 않는다면 자칫 단순한 시설 지원사업에 머물 수 있다.기후위기 대응은 거창한 탄소중립 구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폭염과 한파가 닥쳤을 때 시민이 자신의 집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한 기후정책이다.이번 조례 개정이 의미를 가지려면 이제 서울시가 답해야 한다. 누구에게, 얼마를, 어떤 기준으로 지원하고 실제 냉·난방비와 주거환경을 얼마나 개선할 것인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보여줘야 할 때다.
    2026-09-07 10:28:51 이정윤
  • 한국발달장애인하울회–메가라이브 업무협약 체결
    인권/복지

    한국발달장애인하울회–메가라이브 업무협약 체결

    발달장애인 미디어·문화 참여 확대 위해 1,000만원 상당 방송기기 후원
    사단법인 한국발달장애인하울회(대표원장 한하늘)와 주식회사 메가라이브(대표 성장열)는 지난 9월 3일 소사청소년센터 목일신홀에서 발달장애인의 미디어·문화 참여 기회 확대와 사회참여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1,000만원 상당의 방송기기 후원 전달식을 진행했다. 이번 협약은 양 기관이 보유한 역량과 자원을 바탕으로 발달장애인의 복지 증진과 미디어 활용, 사회·문화 참여 확대를 지원하고 지속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협약에 따라 양 기관은 ▲발달장애인의 미디어 활용 및 방송·콘텐츠 체험 기회 확대 ▲문화·사회공헌 프로그램 발굴 및 추진 ▲미디어 콘텐츠 제작 및 활용 ▲방송기기 활용을 위한 교육·기술지원 ▲사회공헌 활동 및 공익적 가치 확산을 위한 홍보 등에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특히 메가라이브는 이날 하울회에 총 1,000만원 상당의 방송기기를 무상 후원했다. 후원된 장비는 향후 발달장애인의 교육과 미디어 활동, 문화·사회 참여 프로그램 및 하울회가 수행하는 다양한 공익사업에 활용될 예정이다.“발달장애인의 새로운 경험과 사회참여 기회를 넓히는 동행”한하늘 한국발달장애인하울회 대표원장은 “발달장애인의 자립은 단순히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선택과 역할을 넓혀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협약을 통해 발달장애인들이 미디어와 문화라는 새로운 영역을 경험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이어 “소중한 장비를 후원해 주신 메가라이브에 깊이 감사드리며, 이번 협약을 일회성 후원에 그치지 않고 발달장애인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가는 지속적인 동행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메가라이브 측 역시 이번 협약을 계기로 방송·미디어 분야에서 보유하고 있는 전문성과 자원을 활용해 발달장애인의 미디어 접근성과 문화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사회공헌 활동에 함께할 예정이다. "후원 장비 활용해 발달장애인 미디어 활동 확대"한국발달장애인하울회는 이번에 후원받은 방송기기를 단순한 장비 지원에 그치지 않고 발달장애인이 직접 참여하고 경험하는 미디어 활동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특히 영상·방송 콘텐츠 체험과 교육, 기관 및 프로그램의 콘텐츠 제작,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활동 기록과 홍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비를 활용하고 향후 양 기관 간 협의를 통해 교육·체험·행사·캠페인 및 콘텐츠 제작 등 공동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한국발달장애인하울회 관계자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 사람을 만나는 기회, 문화와 예술을 경험하는 기회, 지역사회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갖는 기회가 하나씩 쌓여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킨다”며 “이번 협약이 발달장애인의 보호를 넘어 참여로, 참여를 넘어 자기결정과 자립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한편 이날 협약식에는 양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표자 협약서 서명 및 교환, 1,000만원 상당 방송기기 후원 전달식, 기념촬영 등이 진행됐다. 양 기관은 앞으로도 발달장애인의 미디어 접근성 향상과 사회·문화 참여 확대를 위한 협력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
    2026-09-07 10:17:38 김종범 수도권본부
  • 마포 자원회수시설 6년 만에 좌초…45억 매몰비용, 서울시 폐기물 대책도 ‘빨간불’
    행정

    마포 자원회수시설 6년 만에 좌초…45억 매몰비용, 서울시 폐기물 대책도 ‘빨간불’

    6년간 추진한 신규 시설 결국 중단…절차적 흠결·주민 수용성 문제 드러나
    서울시가 약 6년간 추진해온 마포 신규 자원회수시설 건립사업이 결국 중단되면서 45억 원가량의 매몰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별도의 소송비용까지 더해지면서 행정 절차와 주민 수용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사업을 추진한 결과 막대한 사회적 비용만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더욱이 서울시가 2030년 수도권매립지 반입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시설 건립이 무산되면서 기존 자원회수시설 현대화와 안정적인 생활폐기물 처리체계 구축이 더욱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김정환 시의원(사진)은 지난 4일 열린 제339회 임시회 기후환경본부 업무보고에서 수도권매립지 반입 제한에 따른 서울시 생활폐기물 처리대책과 자원회수시설 현대화 추진계획을 집중 점검했다.서울시는 자원회수시설의 대·소정비 기간 등에 발생하는 폐기물 처리를 위해 올해 수도권매립지 직매립 물량 8만2천 톤을 할당받았다. 향후 이를 단계적으로 감축해 2030년에는 수도권매립지 반입을 ‘제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문제는 매립지 의존도를 낮추려면 그만큼 서울 자체 폐기물 처리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김 의원은 “매립지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만큼 기존 자원회수시설 현대화와 안정적인 폐기물 처리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마포 신규 자원회수시설 건립사업 중단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해당 사업은 2020년부터 약 6년간 추진됐지만 결국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약 45억 원의 매몰비용이 발생했고 별도의 소송비용까지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단순히 사업 하나가 중단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사업 초기부터 주민 수용성과 법적 절차를 충분히 확보했는지, 입지 선정 과정에서 예상되는 갈등과 소송 가능성을 제대로 검토했는지에 대한 행정적 책임까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김 의원도 “오랜 기간 행정력과 예산을 투입하고도 사업이 중단됐다면 단순히 주민 소통 부족이라는 평가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기후환경본부 역시 마포 주민들과의 소통과 수용성 확보가 충분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특히 소송 과정에서 입지선정위원회 구성과 관련한 절차적 문제가 확인된 만큼 향후 사업을 다시 추진할 경우 법적 흠결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환경전문가 “시설 필요성만 강조하면 갈등 반복될 수 있어”환경전문가들은 자원회수시설과 같은 환경기초시설의 경우 시설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사업계획이 상당 부분 확정된 뒤 주민을 설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입지 선정 초기부터 주민에게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한 환경전문가는 “자원회수시설은 생활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이지만 입지 지역 주민에게는 환경과 건강, 교통, 주거환경 등에 대한 우려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사업 초기부터 객관적인 환경정보를 공개하고 주민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갈등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주민지원도 일회성 보상이나 자치구 단위 지원에 그치기보다 시설 주변 주민이 실제 생활에서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환경·에너지·복지·생활SOC 등과 연계한 장기적인 지역 편익 공유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김 의원도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의 지원방식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현재 법정 간접영향권 밖 지역에 대해서는 자치구를 통한 별도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주민들이 정책의 혜택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지원방식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45억원보다 더 큰 비용은 ‘행정 신뢰’ 상실마포 자원회수시설 중단 사태에서 서울시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은 45억 원이라는 매몰비용만이 아니다.약 6년 동안 행정력과 예산을 투입하고도 절차적 문제와 주민 수용성이라는 기본적인 문턱을 넘지 못했다면 사업 추진 과정 전반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특히 자원회수시설은 어느 지역이든 주민 반발 가능성이 높은 시설이다. 그만큼 법적 절차와 입지 선정의 객관성, 환경 안전성에 대한 검증, 주민과의 사전 협의가 다른 사업보다 더욱 철저해야 한다.서울시는 2030년 수도권매립지 반입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대로라면 앞으로 서울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을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신규 시설 건립이 늦어지고 기존 시설 현대화까지 차질을 빚는다면 결국 폐기물 처리 부담은 시민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따라서 마포 사업 중단을 단순한 ‘주민 반대에 따른 사업 철회’로 정리해서는 안 된다. 입지선정위원회 구성부터 주민 의견수렴, 환경영향에 대한 정보 제공, 지원방안까지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해 향후 사업에 반영해야 한다.김정환 시의원은 “자원회수시설은 안정적인 생활폐기물 처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반시설인 만큼 시설 확충의 필요성만 강조해서는 주민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며 “마포 사업 중단을 값비싼 교훈으로 삼아 법적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고, 사업 초기부터 주민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지원방안까지 함께 계획하라”고 당부했다.결국 서울시가 풀어야 할 과제는 자원회수시설을 ‘어디에 지을 것인가’에만 있지 않다. 주민에게 시설의 필요성과 안전성을 어떻게 설명하고, 부담을 떠안는 지역과 편익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마포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2026-09-07 10:16:30 이정윤
  • 대출 조였지만 가계빚 41조 늘었다…은행 막자 보험권으로 번진 ‘풍선효과’
    금융

    대출 조였지만 가계빚 41조 늘었다…은행 막자 보험권으로 번진 ‘풍선효과’

    보험업권도 5월 0.9조→6월 1.1조 증가…보험계약대출이 증가세 주도
    [데일리환경= 안상석 기자]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은행권 대출 규제를 잇달아 강화하고 있지만,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보험업권 대출까지 빠르게 늘면서 규제가 가계부채 자체를 줄이기보다 대출 수요를 다른 금융권으로 이동시키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국회 정무위원회 박성훈 의원(부산 북구을)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024년 말 734조1천억원에서 2025년 말 767조6천억원, 올해 6월 말 775조1천억원으로 증가했다.1년 6개월 만에 41조원이 늘어난 규모다. 은행별로 보면 농협은행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농협은행은 2024년 말 137조6천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48조6천억원으로 11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7조8천억원,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7조6천억원, 하나은행은 7조원 늘었다.문제는 정부의 대출 규제에도 올해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국내 은행 가계대출은 올해 1월 1조5천억원 감소했지만 2월 7천억원, 3월 6천억원 증가했다. 이어 4월 1조9천억원, 5월 5조5천억원, 6월에는 5조9천억원 늘었다.주택담보대출 역시 4월 2조5천억원, 5월 1조8천억원, 6월 2조6천억원 증가하며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를 떠받쳤다.은행 문턱 높이자 보험권 대출 증가주목할 대목은 보험업권이다.보험업권 가계대출은 올해 4월 3,927억원 감소했지만 5월 8,813억원 증가한 데 이어 6월에는 1조639억원 늘었다. 7월에도 잠정치 기준 7,172억원 증가했다.특히 보험계약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보험계약대출은 5월 7,541억원, 6월 1조145억원, 7월 6,961억원 증가했다. 불과 석 달간 증가액이 2조4,647억원에 달한다.은행권에 대한 대출 관리가 강화된 시점에 보험권 대출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 등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다만 보험권 대출 증가만으로 은행 규제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가계의 생활자금 수요와 부동산 시장 상황, 금리 수준, 기존 대출의 만기 및 차환 수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금융전문가들은 가계부채 관리가 단순한 금융기관별 대출 총량 억제에 머물러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은행권 대출을 강하게 제한할 경우 자금 수요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보험사나 상호금융 등 다른 금융기관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특히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거나 자금 여력이 부족한 차주가 은행권 밖으로 이동할 경우 금리와 상환 조건에 따라 금융비용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는 분석이다.한 금융전문가는 “가계대출 총량을 억제하는 정책은 단기적인 증가 속도를 조절하는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주거비와 주택가격, 생활자금 수요 등 대출을 발생시키는 구조적 요인이 그대로라면 수요 자체를 없애기는 어렵다”며 “은행권 대출 감소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보험·상호금융 등 전체 금융권의 대출 이동과 차주의 이자 부담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이어 “특히 실수요자와 취약차주가 상대적으로 비용이 높은 금융권으로 이동하지 않도록 차주별 상환능력을 중심으로 한 정교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점진적인 하락을 목표로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이내에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그러나 현재의 정책이 가계부채의 ‘총량’을 줄이는 데 실제로 얼마나 효과를 내고 있는지는 따져볼 대목이다. 은행 대출을 억제했는데도 전체 대출 수요가 다른 금융기관으로 이동한다면 금융권별 규제 실적은 개선될 수 있어도 가계가 부담하는 빚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 창구보다 ‘빚이 늘어나는 이유’를 봐야가계부채 문제에서 정부가 관리해야 할 것은 어느 금융회사의 대출이 늘었느냐만이 아니다. 가계가 왜 계속 돈을 빌려야 하는지, 규제로 막힌 대출 수요가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1년 반 동안 41조원 증가하고 최근 보험계약대출까지 빠르게 늘어난 수치는 현재의 대출 규제 방식에 점검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은행의 문턱을 높이는 것은 행정적으로 가장 빠른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주택 구입과 전세자금, 생활자금 등 실수요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공급 창구만 제한하면 대출 수요가 다른 금융기관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더욱 우려되는 것은 그 과정에서 금융 여건이 취약한 차주가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상황이다. 가계부채 정책의 성패는 은행 대출 증가율을 낮췄느냐가 아니라 전체 가계부채의 건전성을 높이고 차주의 상환 부담을 줄였느냐로 평가해야 한다.박성훈 의원은 “정부가 가계부채를 잡겠다며 대출 문턱만 닥치는 대로 높였지만, 빚은 못 잡고 대출 수요만 보험권 등으로 떠미는 풍선효과를 키우고 있다”며 “‘두더지 잡기식 규제’의 피해는 결국 무주택자와 청년·실수요자에게 돌아가는 만큼, 대출 창구 틀어막기가 아닌 가계부채의 근본 원인을 겨냥한 정교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결국 필요한 것은 금융회사별 대출 창구를 차례로 막는 방식이 아니라 은행·보험·상호금융을 포괄하는 전체 가계부채 관리와 실수요자 보호를 동시에 고려하는 정책이다. 가계부채가 한쪽에서 눌렀을 때 다른 쪽에서 부풀어 오른다면 규제의 강도보다 정책의 방향부터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2026-09-07 09:53:36 이정윤
  • [기자 수첩] 산자락 따라 피어난 쉼표… 강북구, ‘서울 웰니스 관광’의 새 지평 열다
    행정

    [기자 수첩] 산자락 따라 피어난 쉼표… 강북구, ‘서울 웰니스 관광’의 새 지평 열다

    도심의 빌딩 숲을 벗어나 숨을 고를 수 있는 곳. 서울 강북구가 서울시가 지정하는 ‘서울 웰니스 관광 100선’에 총 6곳의 이름을 올리며 도심 속 힐링 거점으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이번 웰니스 관광 100선은 총 217곳의 후보 중 전문가 14명의 까다로운 서면평가와 현장실사를 거쳐 가려졌다. 강북구는 기존의 화계사 템플스테이, 북서울꿈의숲에 더해 올해 더숲아카데미하우스, 안토, 하로스파, 재간정 등 4곳을 추가로 등재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분야명소주요 특징쉼 (자연/힐링)화계사 템플스테이사찰문화 체험 및 명상 프로그램북서울꿈의숲도심 속 대형 공원 및 휴식 공간더숲아카데미하우스북한산 자락 북스테이(독서+숙박)안토자연 친화적 체류형 휴식 공간멋 (뷰티/스파)하로스파맞춤형 미용 및 스파 휴식 서비스멋 (문화예술)재간정우이천변 독서·음악 감상 복합문화공간 이번 선정 결과에 대해 관광 컨설팅 전문가들은 강북구가 지닌 '자연 자원과 문화의 융합'에 주목하고 있다. 한 관광산업 전문가는 "기존의 웰니스 관광이 단순한 자연 감상이나 럭셔리 스파에 국한되었다면, 최근 트렌드는 일상과 연결된 인문학적 휴식과 지역 밀착형 문화 경험으로 확장되는 추세"라며 "북한산이라는 압도적인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북스테이, 천변 복합문화공간, 템플스테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한 강북구의 모델은 K-웰니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정창수 강북구청장은 "총 6곳의 선정은 강북구가 지닌 다채로운 웰니스 자원의 가치를 입증한 결과"라며, "차별화된 관광 콘텐츠를 지속 발굴해 글로벌 웰니스 관광 거점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가 아닌, 머물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체류형 웰니스 도시'로 탈바꿈하려는 강북구의 행보에 국내외 관광객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2026-09-07 07:33:00 이정윤
  • [ESG 카드 뉴스] 9월 7일, 오늘의 환경 타로 ... ‘황제 (The Emperor)’ 
    환경

    [ESG 카드 뉴스] 9월 7일, 오늘의 환경 타로 ... ‘황제 (The Emperor)’ 

    9월 7일 월요일, 오늘의 환경 타로는 ‘황제 (The Emperor)’입니다. 황제는 ‘나만의 에너지 통제권’을 뜻합니다. 대기전력 차단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뽑거나 플러그형 스위치를 써서 대기전력으로 새는 에너지를 잡으세요.* 카드뉴스는 ESG 캠페인 일환으로 지구촌 환경보전과 일상 속 시민들 실천을 결합한, 각 타로의 대표 상징을 환경적 메시지로 재해석했습니다.On Monday, September 7, today’s environmental tarot card is The Emperor.The Emperor represents “taking control of your own energy use.”Cut standby power. Unplug appliances when they are not in use, or use switch-equipped power strips to stop energy from being wasted on standby power.* As part of an ESG campaign, this card-news series reinterprets the traditional symbolism of each tarot card through environmental messages that connect global conservation with practical actions in everyday life.
    2026-09-07 07:12:14 정이든 청년기자
  • 동물이 보내온 지구촌 인류에 대한 경고 ... 기후위기의 얼굴, '북극곰'
    환경

    동물이 보내온 지구촌 인류에 대한 경고 ... 기후위기의 얼굴, '북극곰'

    - 얼음이 사라지자 육지로 내려온 북극곰 … 기후위기가 바꾼 북극의 생존지도 - 2025년 북극 해빙 최대 면적, 47년 위성관측 사상 최저, 2026년에도 기록적 저수준 - 사냥터 잃은 북극곰, 긴 단식과 번식 저하 직면, 마을 접근 늘며 주민 안전도 위협
    북극곰에게 바다의 얼음은 단순히 쉬어가는 장소가 아니다. 먹이를 구하는 사냥터이자 이동로이며, 짝을 만나고 새끼를 기르는 생존 기반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일찍 녹고 늦게 얼면서 북극곰의 삶을 지탱하던 ‘얼음 위 생태계’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에 따르면 2025년 북극 해빙은 3월 22일 약 1,433만㎢까지 확장한 뒤 연간 최대 면적에 도달했다.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에 따르면 이는 47년간 이어진 위성관측 기록 가운데 가장 작은 규모였다. 1981∼2010년 평균보다 약 131만㎢ 부족했다. 대한민국 국토 면적의 약 13배에 해당하는 얼음이 평균치보다 사라진 셈이다. 상황은 이듬해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26년 북극 해빙 최대 면적도 2025년과 통계적으로 사실상 같은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NSIDC 2026년 분석은 특정한 한 해의 이상 현상이 아니라 북극의 겨울철 얼음마저 충분히 회복하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다. 얼음이 사라지면 사냥할 시간도 줄어든다북극곰의 주된 먹이는 지방이 풍부한 고리무늬물범과 턱수염물범이다. 북극곰은 물속에서 물범을 추격하기보다 해빙 위에서 숨구멍이나 얼음 가장자리를 지키며 사냥한다. 얼음이 줄어든다는 것은 곧 먹이에 접근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진다는 뜻이다.특히 봄철은 북극곰이 여름철 단식에 대비해 몸에 지방을 축적하는 중요한 시기다. 그러나 봄에 얼음이 일찍 무너지면 충분한 먹이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육지에 올라와야 한다. 가을 결빙까지 늦어지면 먹지 못하고 버텨야 하는 기간은 더욱 길어진다.캐나다 허드슨만에서는 최근 30년 동안 수온 상승과 함께 봄철 해빙이 빨라지고 가을철 결빙은 늦어지면서 얼음이 없는 기간이 약 한 달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북극곰의 물범 사냥과 체중 축적, 번식 성공 가능성을 동시에 떨어뜨린다. 육지의 먹이로는 물범을 대신하기 어렵다얼음에서 밀려난 북극곰은 육지에서 새알과 풀, 열매, 순록 사체 등을 먹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북극곰이 육지 생활에 적응할 수 있다는 기대도 제기한다. 하지만 육상 먹이만으로는 물범의 지방이 제공하는 고열량을 대신하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2024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캐나다 매니토바주 서부 허드슨만의 북극곰 20마리에 카메라와 추적장치를 달아 육지 생활을 관찰했다. 일부는 활동량을 줄였고 일부는 먹이를 적극적으로 찾아다녔지만, 대부분 체중이 감소했다. 육지에서 더 많이 움직이고 다양한 먹이를 먹더라도 소비한 에너지를 충분히 보충하지 못한 것이다. 긴 단식은 새끼와 임신한 암컷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어미가 충분한 지방을 축적하지 못하면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해진다. 해빙 감소와 함께 일부 북극곰 집단에서 체중 저하와 생존율·번식률 감소가 관찰되는 이유다.다만 모든 지역의 북극곰이 같은 속도로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스발바르와 바렌츠해 일부 개체군처럼 먹이를 바꾸거나 새로운 환경을 이용하며 당장은 양호한 몸 상태를 유지하는 사례도 확인된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러한 지역별 적응이 해빙의 지속적인 감소를 상쇄할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한다. 북극곰의 위기는 한 장의 사진보다 복잡하지만, 장기적으로 가장 큰 위협이 해빙 상실이라는 과학계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굶주린 북극곰이 마을로 향한다육지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북극곰과 사람의 생활공간도 가까워지고 있다. 먹이 냄새를 맡은 북극곰이 쓰레기장이나 식량 저장소, 주거지역 주변으로 접근하면 주민의 안전과 북극곰의 생존이 모두 위험해진다.북극 원주민과 지역 주민에게 북극곰은 기후위기의 상징이기 전에 실제로 마주칠 수 있는 대형 포식자다.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곰을 쫓아내거나 사살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 북극곰전문가그룹은 기후변화로 북극곰의 육지 체류가 길어지는 동시에 북극 지역의 산업·관광 활동까지 증가하면서 사람과 곰의 충돌을 줄이는 대책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역사회에서는 음식물과 쓰레기를 곰이 열 수 없는 시설에 보관하고, 감시요원이 접근한 곰을 조기에 발견해 비살상 방식으로 쫓는 대응이 시행되고 있다. 주민 교육과 경보체계, 주거지 주변 조명, 안전한 폐기물 관리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충돌을 줄이는 대책일 뿐 북극곰의 사냥터가 사라지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는 못한다.북극곰 보호는 결국 온실가스 감축 문제밀렵 방지와 서식지 보호, 해양오염 관리도 중요하지만 북극곰의 장기적인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은 지구의 온도다.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되면 북극 해빙은 더욱 일찍 녹고 늦게 형성돼 북극곰이 먹이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은 계속 줄어든다.북극곰이 육지로 내려오는 모습은 야생동물 한 종의 문제가 아니다. 얼음에 햇빛을 반사하던 북극해가 어두운 바다로 바뀌면 더 많은 태양열을 흡수하고, 이는 다시 온난화와 해빙 감소를 촉진한다. 북극에서 시작된 변화가 해수면과 해류, 기상 체계를 통해 세계 곳곳의 폭염과 집중호우, 한파 변동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얼음 위에 홀로 선 북극곰은 도움을 기다리는 동물이면서 동시에 인류를 향해 경고를 보내는 존재다. 북극곰이 육지로 향하는 것은 새로운 삶을 선택했기 때문이 아니라 기존의 삶을 가능하게 했던 바다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극곰의 생존지도를 바꾸고 있는 힘은 결국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다.
    2026-09-07 07:12:06 안영준
  • [정기자의 뉴스정원] 소설 '거인의 정원'을 통해 바라 본, 높은 담을 허무는 소소한 골목길 문화들
    문화/생활

    [정기자의 뉴스정원] 소설 '거인의 정원'을 통해 바라 본, 높은 담을 허무는 소소한 골목길 문화들

    높은 담장은 정원을 지킬 수 있었지만 봄까지 가두지는 못했다. 담장 너머에서 들려온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작은 발걸음은 거인이 지켜온 견고한 세계를 조금씩 흔들었다. 처음에는 돌 하나가 움직였고, 작은 틈이 생겼으며, 마침내 닫혀 있던 정원으로 봄이 들어왔다.우리 도시의 오래된 골목에서 피어나는 작은 문화도 이와 닮았다.몇 평 남짓한 독립서점, 관객 몇 명을 앞에 둔 소규모 공연, 이름 없는 작가의 첫 전시, 주민들이 손수 마련한 골목 축제는 거대한 문화의 담장과 비교하면 작고 연약해 보인다. 그러나 바로 그런 작은 움직임들이 사람들이 쌓아 올린 무관심의 벽에 틈을 내고, 닫혀 있던 도시의 마음으로 새로운 계절을 불러들인다.아름다움 뒤에 인간의 슬픔을 심은 작가, 오스카 와일드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난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1854~1900)는 소설과 희곡, 시와 동화를 넘나들며 아름다움과 인간의 욕망, 위선과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가다.화려한 재치와 날카로운 풍자로 빅토리아 시대 영국 사회를 사로잡았지만, 그의 동화에는 웃음보다 가난한 이들과 외로운 존재를 향한 깊은 연민이 흐른다. 겉으로는 아름다운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소유와 희생, 배제와 용서, 죽음과 구원에 관한 질문이 숨어 있다."거인의 정원(The Selfish Giant)"은 1888년 5월 출간된 동화집 "행복한 왕자와 다른 이야기들(The Happy Prince and Other Tales)"에 실린 다섯 작품 가운데 하나다. 이 책에는 "행복한 왕자"와 "나이팅게일과 장미" 등 와일드의 대표 동화도 함께 수록됐다. 아이들을 내쫓자 정원에서 봄이 사라졌다오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거인은 자신의 정원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발견한다. 그는 정원은 오직 자신의 것이라며 아이들을 쫓아내고,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높은 담장을 세운다.아이들의 웃음이 사라진 뒤 정원에는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세상 모든 곳에 봄이 왔지만 거인의 정원만은 겨울에 붙들린다. 나무에는 꽃이 피지 않고 새도 노래하지 않는다. 눈과 서리, 북풍과 우박만이 텅 빈 정원을 차지한다.그러던 어느 날, 담장에 난 작은 틈으로 아이들이 몰래 들어온다. 아이들이 나뭇가지에 올라앉자 얼어붙었던 나무마다 꽃이 피고 새들이 돌아온다. 아이가 앉은 곳마다 겨울이 물러나고 봄이 깨어난 것이다.하지만 정원 한구석에는 여전히 겨울이 남아 있었다. 키 작은 아이 하나가 나무에 오르지 못한 채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본 거인은 처음으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다.봄을 막아선 것은 매서운 북풍이 아니었다. 자신이 세운 높은 담장이었다.거인은 조심스럽게 작은 아이를 들어 나뭇가지에 올려놓는다. 그 순간 나무에 꽃이 피고 아이는 거인의 목을 끌어안는다. 아이의 포옹은 굳게 닫힌 정원보다 먼저 거인의 마음에 세워진 담장을 허문다.거인은 도끼를 들고 나가 자신이 세운 담장을 무너뜨린다. 그리고 정원을 아이들에게 돌려준다. 담장이 사라진 자리에 아이들의 웃음이 흐르고, 오랫동안 멈춰 있던 계절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작은 아이에게 숨겨진 이야기 … 겨울 너머 ‘낙원의 정원’으로"거인의 정원"은 아이들이 봄을 되찾는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작품 후반에는 이 동화가 품고 있는 또 하나의 상징이 모습을 드러낸다.세월이 흘러 늙은 거인은 자신이 나무에 올려주었던 작은 아이를 다시 만난다. 아이의 두 손과 두 발에는 상처가 나 있다. 거인이 누가 너를 다치게 했느냐며 분노하자 아이는 그것을 사랑이 남긴 상처라고 말한다. 이어 거인에게 자신의 정원, 곧 낙원으로 함께 가자고 한다.그날 오후 사람들은 꽃이 가득 핀 나무 아래에서 평온하게 숨을 거둔 거인을 발견한다.이 결말 때문에 작은 아이는 흔히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존재로 해석된다. 손과 발의 상처, 사랑을 통한 용서, 낙원으로의 초대가 작품 전체를 단순한 계절 동화가 아닌 회개와 구원의 이야기로 확장한다. 거인이 무너뜨린 것은 돌로 쌓은 담장만이 아니라 타인을 밀어내며 스스로를 가뒀던 마음의 벽이었다.오늘의 거인은 누구이며, 높은 담장은 어디에 있는가오늘날의 거인은 특정한 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유명한 예술만 예술이라고 여기고, 많은 관객이 모이는 무대만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시선이 거인이 될 수 있다. 자본과 이름, 규모와 흥행이 만든 문화의 경계도 높은 담장이 된다. 그 담장 바깥에는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햇빛을 받지 못하는 수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다.골목의 작은 서점에서 조용히 독자를 기다리는 한 권의 책, 낡은 건물의 지하 연습실에서 이어지는 젊은 음악가의 연주, 오래된 주택을 고쳐 만든 작은 전시장, 주민 몇 사람이 의자를 나르고 조명을 매달아 완성한 공연도 그중 하나다.이들은 거대한 문화산업의 중심에서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한 사람이 찾아와 책을 펼치고, 몇 명의 관객이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이웃이 전시장을 들여다보는 순간 골목에는 이전과 다른 공기가 흐르기 시작한다.작은 문화가 세상의 모든 담장을 한꺼번에 무너뜨리지는 못한다. 다만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던 돌 하나를 흔들 수는 있다. 그 돌 사이로 빛이 들어오고, 한 사람의 발길이 지나가며, 또 다른 사람의 마음이 열린다. 그렇게 생긴 작은 틈들이 이어질 때 담장은 더 이상 예전처럼 단단할 수 없다. 담장 너머의 작은 문을 여는 ‘정기자의 뉴스정원’‘정기자의 뉴스정원’은 세상에 채 알려지지 않은 골목의 문화와 작은 예술을 찾아 시민들에게 소개한다.이름 없는 작가의 첫 책과 소규모 전시, 동네 공연과 독립서점의 이야기, 지역에서 자기만의 예술세계를 일구는 사람들을 만난다. 화려한 조명이나 거대한 무대보다 그 안에 담긴 진심과 시간, 사람의 온기를 들여다본다.그것은 단순히 작은 문화행사를 알리는 일이 아니다. 높은 담장 뒤에 가려진 정원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시민들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문을 내는 일이다.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신간과 공연, 전시, 문화행사 또는 소개하고 싶은 예술가와 특별한 이웃의 소식이 있다면 사진과 간단한 내용을 정기자에게 보내면 된다.문화소식 제보: jnoog@naver.com정기자의 한마디거인의 담장은 단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골목에서 들려오는 작은 노랫소리 하나가 돌을 흔들고, 이름 없는 작가의 문장 한 줄이 틈을 만든다. 작은 전시를 찾아온 한 사람의 발걸음과 이웃끼리 건넨 인사 한마디가 그 틈을 조금 더 넓힌다.소소한 골목 문화가 소중한 까닭은 규모가 작아서가 아니다. 거대하고 견고해 보이는 문화의 담장을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조금씩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담장이 무너진 자리에는 길이 생긴다. 그 길을 따라 사람들이 만나고, 외면받던 이야기가 햇빛을 보며, 오래 겨울에 머물던 도시의 한구석에 봄이 찾아온다.‘정기자의 뉴스정원’이 작은 문화뉴스를 찾아 시민들에게 소개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나의 작은 소식이 당장 세상을 바꾸지는 못해도, 누군가의 마음에 난 담장을 흔들 수는 있다. 그런 흔들림이 모이면 높은 벽도 끝내 무너진다.오스카 와일드의 정원에 봄을 데려온 것은 거대한 영웅이 아니었다. 담장의 틈을 지나온 아이들의 작은 발걸음이었다. 오늘 우리 골목에서 피어나는 소소한 문화 역시, 도시의 봄을 불러오는 바로 그 발걸음이다.
    2026-09-07 07:11:59 정진욱
  • [정기자의 뉴스정원] 가을밤, 서울의 달빛이 골목경제를 깨운다
    사회 일반

    [정기자의 뉴스정원] 가을밤, 서울의 달빛이 골목경제를 깨운다

    해가 진다고 도시의 하루까지 끝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무실의 불이 하나둘 꺼진 뒤에도 누군가는 그림 앞에 머물고, 누군가는 강변을 달리며, 또 누군가는 골목의 작은 탁자에 앉아 늦은 저녁을 나눈다.서울시가 시민의 저녁을 도시의 새로운 시간으로 확장하는 ‘서울형 야간경제’ 정책을 본격화한다. 단순히 상점의 영업시간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체육·관광·상권·교통·안전을 하나의 밤길로 잇겠다는 구상이다.서울시가 발표한 ‘24시간 활력경제도시 서울’ 계획에 따르면, 현재 주 1회 야간 개방하는 시립 박물관과 미술관 등 8개 문화시설은 오는 9월부터 순차적으로 주 5일,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낮에는 쉽게 만나기 어려웠던 박물관의 유물과 미술관의 그림이 퇴근길 시민을 기다리게 되는 셈이다. 서울공예박물관 야외마당을 비롯해 세종문화회관 옥상과 뒤뜰, 대학로의 무대 뒤편 등 도심 속 닫혀 있던 공간도 새로운 야간문화 무대로 활용될 예정이다.문화시설에서 나온 발걸음은 골목과 시장으로 이어진다. 야외에서 음식과 이야기를 나누는 ‘서울 달빛야장’은 올해 5곳에서 출발해 2028년 25곳으로 확대된다. DDP·남산·광화문·한강은 서울의 밤을 대표하는 4대 야간 랜드마크로 육성한다.수변의 밤도 한층 밝아진다. 서울시는 현재 19곳인 ‘서울 물빛나루’를 2030년까지 40곳으로 늘리고, 2028년까지 25개 자치구마다 지역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담은 ‘생활형 야간명소’를 조성할 계획이다.퇴근 후 운동할 공간도 넓어진다. 학교와 공원 등에 마련된 체육시설 269곳은 시설 여건에 따라 최대 자정까지 운영한다. 한강과 지천의 체육시설 259곳에는 조명과 이용환경을 개선해 밤에도 걷고 뛰고 운동할 수 있도록 한다.서울의 야간경제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은 교통이다. 오는 10월부터 주요 야간명소와 지하철역을 연결하는 심야 ‘반딧불이버스’가 운행을 시작한다. 기존 심야 N버스와 함께 문화시설과 야시장, 수변공간에서 집까지 이어지는 밤의 동맥 역할을 맡는다.서울시는 이번 계획을 통해 5년 뒤 연간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을 유치하고, 소상공인의 야간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대하는 추가 야간소비 규모는 약 5조 원이다. 그러나 밤이 길어진 만큼 도시가 짊어져야 할 책임도 무거워진다. 인파 밀집과 범죄, 소음, 쓰레기, 심야 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화려한 야간경제는 일부 상권만을 위한 불빛에 머물 수 있다.서울시는 주요 야간거점을 중점관리구역으로 지정하고 AI 기반 인파 감지 CCTV와 경찰 순찰을 강화한다. 내년부터는 ‘서울보안관’을 도입하고, 야간경제의 지원 근거를 담은 기본조례도 마련할 방침이다.야간경제의 성패는 얼마나 늦게까지 불을 밝히느냐에 있지 않다. 시민이 안심하고 밤을 누릴 수 있는지, 골목의 작은 가게와 문화예술인에게도 그 빛이 고르게 닿는지에 달려 있다.박물관에서 만난 오래된 시간이 달빛야장의 따뜻한 국물 한 그릇으로 이어지고, 강변을 달리던 시민이 동네 서점과 카페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는 도시. 서울이 꿈꾸는 밤은 잠들지 않는 도시가 아니라, 낮에 잃어버린 삶의 여백을 되찾는 도시인지도 모른다.[정기자의 뉴스정원] 눈 쌓인 거인의 정원을 몰래 찾은 아이들이 앉았던 나무에만 봄이 찾아와, 결국 거인이 쌓았던 벽들을 허물고 정원을 개방한다는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단편 소설 "거인의 정원(The Selfish Giant)"처럼, 담장 밖 뉴스들은 잠시 지우고, '정기자의 뉴스정원'에서는 세상에 채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 같은 문화 뉴스들만 골라 시민 여러분께 개방해 드리겠습니다..세상에 채 알려지지 않은 신간 소개, 공연 소식, 전시 등 문화 소식, 예술가나 다양한 인물들의 소식들을 정기자(jnoog@naver.com)에게 사진과 간단한 내용을 적어 제보해 주시면 됩니다.
    2026-09-07 07:11:51 정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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