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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에너지환경부, 2035 NDC 최종 공청회 개최…온실가스 50~60%대 감축안 공개
    정치

    기후에너지환경부, 2035 NDC 최종 공청회 개최…온실가스 50~60%대 감축안 공개

    [데일리환경=안상석 기자]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1월 6일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정부 최종안을 공개하는 최종 공청회를 열었다. 정부는 2018년 배출량 대비 50~60%대 감축안을 제시했으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심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다음 주 중 최종 수치를 확정한 뒤 12월 중 유엔에 공식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2035 NDC는 2015년 파리협정에 따라 모든 당사국이 5년 단위로 상향된 감축목표를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의무의 연장선에 있다. 앞서 정부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을 목표로 제시했으며, 이번 2035년 목표는 그보다 한층 강화된 수준으로 설정됐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중 목표안을 마련해 제출하겠다는 일정을 공개해왔으나, 산업계 부담과 재원 조달 방안을 둘러싼 부처 간 시각차로 최종안 발표가 거듭 늦춰져 왔다.이날 공청회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환(에너지), 산업, 수송, 건물, 농축수산, 폐기물 등 부문별 감축 경로를 담은 정부안을 설명했다. 전환 부문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와 석탄발전 축소를 핵심 수단으로 제시했고, 수송 부문에서는 신차 판매 중 무공해차 비중을 끌어올리는 방안이 거론됐다. 산업 부문은 철강·석유화학 등 다배출 업종의 공정 전환을 전제로 한 감축 경로가 포함됐다. 다만 공청회 당일까지도 정부 내에서 단일 수치로 의견이 모이지 않아, 정부는 50%를 하한선으로 하고 상단을 60%대로 열어둔 범위 형태로 안을 제시했다.수치를 보면 이번 정부안은 기존 2030 NDC(40% 감축)보다 감축 폭을 10~20%포인트 가량 끌어올린 것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목표 상향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과 전기차 보급 속도를 함께 높여야 하며, 이에 따른 투자 재원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구체적인 비용 추계는 이번 공청회 자료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기후에너지환경부가 이번에 제시한 50~60%대 범위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수준과 비교해 볼 때도 의미를 갖는다. 유엔은 각국이 제출하는 NDC를 종합해 매년 ’배출량 격차 보고서’를 통해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한 전 지구적 감축 경로와 비교·평가하고 있으며, 각국이 제출한 목표를 모두 합산해도 현재까지는 목표 경로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반복돼 왔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50~60%대 제시가 이런 국제적 압박과 국내 산업 현실 사이에서 나온 절충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공청회에서는 부문별 수치를 둘러싼 구체적인 질의도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전환 부문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구체적으로 몇 퍼센트까지 끌어올릴 것인지, 수송 부문에서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 목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측은 “부문별 세부 수치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구체화될 예정”이라며 이날 공청회에서는 전체 감축 범위와 기본 방향성을 중심으로 설명했다고 밝혔다.공청회장에서는 산업계와 시민사회의 입장이 엇갈렸다. 산업계 참석자들은 “감축 목표를 급격히 올리면 생산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지원 대책 마련을 요구했고,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 참석자들은 “제시된 범위로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산업계와 시민사회 양쪽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최종 수치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정부는 이번 공청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반영해 다음 주 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심의와 국무회의 의결 절차를 거쳐 2035 NDC를 확정할 계획이다. 확정된 목표는 12월 중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공식 제출될 예정이다. 목표 수치가 확정되면 전력수급기본계획, 배출권거래제 할당 계획 등 후속 정책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확정 과정에서 어느 수준으로 수치가 정해질지가 향후 에너지·산업 정책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국회 역시 이번 공청회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앞선 국정감사에서도 2035 NDC 수립 일정과 비용추계 여부를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인 바 있어, 정부가 다음 주 최종 수치를 확정해 발표하면 관련 상임위에서도 후속 질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의 비용 분담 및 지원 대책 마련 여부도 확정안 발표와 함께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2026-11-07 07:41:40 안상석
  • 역대 최대 640억 쏟아도 못 잡는 김장물가…할인 대책, 구조는 그대로
    경제

    역대 최대 640억 쏟아도 못 잡는 김장물가…할인 대책, 구조는 그대로

    [데일리환경=안상석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11월 9일부터 12월 6일까지 김장재료 할인에 역대 최대 규모인 640억원을 투입하는 ’2026 김장재료 수급안정대책’을 발표했다.본격적인 김장 시즌을 앞두고 마련된 이번 대책은 농산물과 수산물을 아우르는 종합 할인 패키지로, 지난해 500억원보다 28% 늘어난 규모지만, 해마다 되풀이되는 ’할인 예산 증액’이 유통구조와 기후 변수에서 비롯되는 근본적인 가격 불안정을 해결하지 못한 채 땜질만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대책의 예산은 농산물 부문 440억원, 수산물 부문 200억원으로 나뉜다. 농산물 부문에서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서 배추·무 등 김장 재료와 수육용 돼지고기를 최대 40% 할인하고, 200억원 규모의 농할상품권은 20% 할인 판매한다. 수산물 부문에서는 천일염, 새우젓, 멸치액젓, 굴 등 김장 필수 수산물을 최대 50% 할인한다. 수급 관리 측면에서는 배추 4만6500t과 무 9000t을 사전 확보했고, 비축해 둔 고추·마늘·양파도 가공·유통업체에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문제는 이런 ’할인 폭탄’이 매년 규모만 커질 뿐, 가격이 왜 출렁이는지에 대한 구조적 처방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10월 통계청 소비자물가 발표에서는 무값이 전년 대비 32%, 새우젓이 23%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추 가격은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양념재료 가격이 치솟으며 이른바 ’반쪽 김장 물가 안정’이라는 평가가 나왔던 바로 그 다음 달에, 정부는 다시 할인 예산을 늘려 대응에 나선 셈이다. 올해도 마늘·양파는 “가격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을 농식품부 스스로 내놓으면서도, 비축물량 공급 외에 뚜렷한 구조 개선책은 제시하지 못했다.특히 새우젓을 포함한 상당수 양념·젓갈류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상 수급조절 의무 품목에서 빠져 있다. 지난해 농안법이 시행 1년을 맞았지만 ’반쪽 수급관리’라는 평가를 받았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가격이 급등해도 정부가 선제적으로 생산·비축을 조절할 법적 수단이 없고, 결국 사후적으로 ’할인 예산을 얼마나 더 쓰느냐’로 대응의 수위를 정하는 구조가 반복된다. 11년째 논의만 거듭하고 있는 채소가격안정제 역시 마늘·양파 등 품목으로 한정돼 있어, 이번처럼 양념재료 전반의 가격 불안을 포괄하지 못한다.전문가들은 할인 지원이 단기적으로 소비자 체감가를 낮추는 효과는 분명하지만, 매년 인상되는 예산 규모 자체가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응의 증거라고 지적한다. 생산비 상승, 기후변화로 인한 작황 불안, 유통 단계별 마진 구조 등 가격을 밀어 올리는 근본 요인에 대한 분석과 대책 없이 할인 예산만 늘리면, 재정 부담은 가중되는데 가격 변동성은 줄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실제로 올해도 배추·무는 사전 물량 확보로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는 반면, 법적 관리망 바깥에 있는 품목들의 가격은 여전히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재정 투입 추이를 들여다보면 이 같은 ‘예산 증액 의존’ 패턴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김장재료 할인 예산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수백억원 안팎이었으나 매년 100억원 단위로 몸집을 불려왔고, 올해는 작년보다 28%나 늘었다. 할인 폭(농산물 40%, 수산물 50%) 역시 매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결국 ‘할인율은 그대로, 예산만 늘리는’ 방식의 반복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이는 유통 단계에서의 마진 구조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양념채소류의 공급망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예산 증액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진다.농식품 유통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할인 지원이 소비자 체감가를 낮추는 동안, 그 할인분을 메우는 재정 부담은 결국 다음 해 예산에서 다시 불어나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특히 올해는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불안이 반복적으로 거론됐던 해였던 만큼, 할인 예산 확대만으로 생산 현장의 불확실성을 상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아울러 비축 물량 확보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사전 확보한 배추 4만6500t, 무 9000t은 수급 불안이 심했던 품목에 대한 대응이지만, 마늘·양파처럼 이미 “가격이 높을 것”이라고 농식품부 스스로 예고한 품목에 대해서는 비축 물량 공급 외에 생산 기반 확충이나 수입 다변화 같은 중장기 대책이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았다.매년 김장철을 앞두고 ’깜짝 할인’으로 대응하는 패턴이 반복되는 한, 실제 생산 현장의 기후 리스크나 유통 구조 개선 없이는 소비자와 농가 모두가 매년 같은 불안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데일리환경의 시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11월 9일부터 할인 매장을 찾으면 체감 물가가 낮아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그 할인이 끝나는 12월 7일 이후가 더 큰 변수다. 과거에도 할인 기간이 종료되자마자 가격이 재차 오르는 ’반등 패턴’이 반복됐던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할인 종료 직후 양념재료 가격이 다시 들썩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할인 기간 내 가격 안정에만 집중하는 ’단기 처방’에서 벗어나, 할인 종료 이후까지 아우르는 중장기 수급 관리 체계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런 패턴은 내년에도, 그 다음 해에도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앞으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번 대책이 끝난 뒤, 즉 김장철이 지나고 난 뒤의 양념재료 가격 추이다. 할인 기간이 끝나자마자 가격이 다시 튀어 오르는 ’반등 패턴’이 재연될지, 아니면 수급조절 품목 확대 등 제도적 보완이 뒤따를지가 올겨울 농식품 물가 정책의 진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026-11-07 07:40:04 안상석
  • [김미란의 여행 칼럼] 외국인환자 유치에만 집중하는 의료관광, 환자의 이해는 누가 책임지나
    문화/생활

    [김미란의 여행 칼럼] 외국인환자 유치에만 집중하는 의료관광, 환자의 이해는 누가 책임지나

    설명과 동의 사이에서 통역·상담의 역할을 다시 묻다
    예약을 확정하고 병원에 도착했다고 의료관광의 중요한 절차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환자가 자신에게 제안된 진료를 무엇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외국인환자 유치의 성과를 방문과 결제의 숫자로만 바라보면 그 사이의 질문은 작아지기 쉽다. 그러나 환자에게 그 질문은 여행의 편의보다 더 중요한 선택과 연결된다. 이 글에서 말하는 이해의 책임은 통역사나 유치사업자가 의료진을 대신해 치료를 판단하라는 뜻이 아니다. 진료의 설명과 판단은 의료진의 역할이고, 환자의 선택은 환자에게 있다. 상담과 통역은 그 사이의 언어적 간격을 줄여 질문과 답변이 정확하게 오가도록 도와야 한다. 역할을 분명하게 나누는 일 자체가 신뢰의 출발점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외국인환자 안내는 환자의 의사 존중과 진료 관련 정보 제공, 통역 지원 확인 등을 다룬다. 필자는 이 원칙을 현장에서 실행하는 방법으로 설명을 들을 시간과 다시 물을 통로를 제안한다. 안내 자료가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과 당사자가 그 내용을 이해했다는 사실을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개별 시술의 동의 요건을 판정하는 법률 해석이 아니라 서비스 운영에 관한 의견이다. 상담에서는 확정된 내용과 아직 정해지지 않은 내용을 나누어 전달할 필요가 있다. 사전 문의에 대한 답변, 의료진의 진료 후 결정되는 사항,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비용을 하나의 약속처럼 묶지 않아야 한다. 환자가 예상과 다르다고 느낀 지점은 다시 확인하고, 의료적 질문은 의료진에게 연결해야 한다. 안심시키려는 말이 확인되지 않은 결과의 보장으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 통역에서도 빠른 진행이 언제나 좋은 진행은 아니다.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통역사가 스스로 뜻을 줄이거나 위험 설명을 부드럽게 바꾸면 환자는 다른 정보를 받게 된다. 알아듣기 쉬운 설명이 필요하다면 의료진에게 다시 설명해달라고 요청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환자가 질문을 망설이는 상황에서는 질문할 시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운영도 도움이 된다. 의료기관과 유치사업자는 안내의 연결 지점을 함께 정해야 한다. 누가 어떤 자료를 제공하고, 비용 문의는 어디에서 확인하며, 진료 후 질문은 누구에게 전달하는지 미리 합의하는 방식이다. 건강정보는 상담 편의를 이유로 관계없는 사람에게 넓게 공유하지 않아야 한다. 구체적인 자료 처리와 동의 방식은 해당 기관의 절차와 전문가 검토에 맞춰야 한다. 의료관광의 신뢰는 환자를 많이 데려오는 능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환자가 질문하고, 설명을 확인하고, 자신의 선택을 표현할 수 있는 과정이 함께 있어야 한다. 언어를 바꾸는 서비스가 이해를 돕는 서비스로 이어질 때, 유치의 성과도 더 오래 유지될 수 있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11-07 07:33:37 김미란 칼럼니스트
  • [김미란의 문화 칼럼] 돈 들여 해외 인재 불러놓고, 교육 끝나면 무엇이 남는가
    문화/생활

    [김미란의 문화 칼럼] 돈 들여 해외 인재 불러놓고, 교육 끝나면 무엇이 남는가

    국제 기업 연수를 조직의 학습으로 이어가는 세 단계
    국제 기업 연수의 일정표에는 강의와 현장 방문, 식사와 이동이 촘촘하게 들어간다. 행사가 계획대로 끝나고 기념사진까지 남으면 운영은 성공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이 투자한 교육의 의미는 참가자가 무엇을 이해하고 업무에 어떻게 연결했는지에서도 찾아야 한다. 일정의 완주와 학습의 성과는 같은 지표가 아니다. 필자는 한중 통역사로서 기업 교육과 국제 교류의 언어를 연결한다. 이 글은 특정 기업의 교육 성과를 평가하거나 내부 내용을 공개하려는 것이 아니다. 국제 연수에서 교육 전 준비와 현장 이해, 교육 이후 활용을 연결할 운영 방식에 관한 제안이다. 통역이 끝난 뒤의 학습 책임을 통역사 한 사람에게 넘길 수 없다는 점도 함께 강조하고 싶다. 교육 전에는 참가자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회사 소개를 듣는 것인지, 공정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인지, 부서 간 협업 방법을 논의하는 것인지에 따라 준비 자료가 달라진다. 강사는 공개 가능한 자료와 핵심 용어를 미리 정리하고, 통역사는 의미를 확인할 질문을 남길 수 있다. 자료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준비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교육 중에는 전달과 이해를 구분해야 한다. 설명이 모두 통역되었더라도 참가자가 질문할 기회가 없으면 이해의 빈칸이 남을 수 있다. 진행자는 질문 시간을 일정에 포함하고, 핵심 개념을 자신의 말로 정리해보는 활동을 선택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 통역사는 참가자의 답을 평가하거나 강사를 대신해 결론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정확한 소통을 돕는 사람이다. 현장 방문에서는 관찰의 목적도 공유할 수 있다.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모른 채 이동하면 시설의 규모만 기억에 남을 수 있다. 방문처가 허용한 범위에서 관찰 질문을 주고, 촬영과 기록의 조건을 안내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기업의 보안 조건을 지키면서도 학습에 필요한 설명이 빠지지 않도록 주최자와 방문처가 조율해야 한다. 교육 이후에는 참가자가 활용할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적용 여부와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다. 곧바로 생산성 향상 같은 결과를 주장할 필요는 없다. 이해한 개념, 시도한 행동, 추가 지원이 필요한 항목을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다음 교육의 근거가 된다. 자료의 재배포와 보관 범위도 조직이 정한 기준에 맞춰야 한다. 국제 연수에 남아야 할 것은 낯선 장소를 다녀왔다는 기억만이 아니다. 같은 용어를 이해하고, 새로운 질문을 공유하며, 돌아가서 시도할 일을 분명히 하는 경험이어야 한다. 통역을 행사의 부속 비용으로만 보지 않고 교육 설계와 연결할 때, 해외 인재를 초대한 시간도 조직의 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11-07 07:33:32 김미란 칼럼니스트
  • ‘금배추’서 ’갈아엎는 배추’로…640억 할인대책, 농가엔 ’반쪽 처방’ ?
    경제

    ‘금배추’서 ’갈아엎는 배추’로…640억 할인대책, 농가엔 ’반쪽 처방’ ?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 지난해 이맘때 “금배추” 소리를 들었던 가을배추가 올해는 산지에서 트랙터에 갈아엎히고 있다. 풍작으로 도매가격이 반년 만에 반토막 났지만, 정부가 11월 3일 내놓은 ’2026년 김장재료 수급안정대책’은 역대 최대 640억원을 소비자 할인에 쏟아붓는 데 집중돼 있다. 생산비도 못 건지는 농가를 위한 시장격리·매입단가 보장 대책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비판이 나온다.작년 ’金배추’가 올해 ’잉여 배추’가 된 이유배추값이 요동치는 건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가을배추 가격이 평년의 두 배 가까이 치솟으면서 ’금배추’라는 말이 유행했다. 가격이 좋았던 기억은 농가의 재배 결정에 그대로 반영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전망에 따르면 올해 가을배추 생산량은 121만4000톤으로 지난해보다 18.5% 늘었고, 가을무도 37만2000톤으로 11.1% 늘었다. 때마침 태풍 피해도 없어 작황까지 좋았다.반면 수요는 거꾸로 갔다. 1인 가구 증가와 포장김치 소비 확산으로 김장 직접 담그기 비율은 58.6%로 지난해(64.2%)보다 5.6%포인트 떨어졌고, 김장배추 수요량은 58만3000톤으로 지난해(64만2000톤)보다 9.1%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공급은 늘고 수요는 줄어드는 ’교차’가 겹치면서, 서울 가락시장의 배추 10㎏당 평균 도매가격은 11월 4일 4792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평균(1만1353원)보다 57.8%, 평년 11월 평균(8315원)보다 42.4% 낮은 수준이다. 10월 28일에는 4338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640억원 할인 대책…그러나 산지 반응은 “반쪽짜리”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11월 3일 합동으로 ’2026년 김장재료 수급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올해는 전반적으로 김장채소 공급은 충분한 반면, 애쓰신 농업인들은 상대적으로 가격 하락에 따른 어려움이 염려된다”며 “’한 포기 더 담그고 나누기’에 동참해 어려운 농가와 이웃 사랑을 실천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대책의 핵심은 할인이다. 대형·중소형마트에서는 10월 29일부터 12월 2일까지 김장재료와 수육용 돼지고기 등을 최대 40%까지 할인(예산 440억원)하고, 전통시장 등에서 쓰는 농할상품권 200억원어치를 20% 할인 판매한다.수산물도 ‘대한민국 수산대전 김장 특별전’(10월 28일~11월 29일)을 통해 천일염·새우젓·멸치액젓·굴 등을 최대 50% 할인한다. 총 할인 예산 640억원은 지난해(500억원)보다 28% 늘었다. 가격이 떨어진 오이·애호박·토마토·파프리카·샤인머스캣도 할인 대상에 추가했고, 지방자치단체·농협과 함께 김치 담그기·나눔 행사, 공공기관·기업의 단체 구매 캠페인도 벌인다. 수급 불안에 대비한 사전 비축 물량은 배추 4만6500톤, 무 9000톤이다.그러나 산지의 반응은 차갑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대책 발표를 하루 앞둔 11월 2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검토 중인 수매·비축과 수출 지원은 배추에 집중돼 있고, 쪽파와 무 등 다른 김장채소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농민에게 생산비도 못 받는 가격으로 농산물을 내놓으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전농은 배추 1500㏊에 대한 선제적 시장격리와 품목별 공공수매, 농가 손실 보전을 요구했다. 11월 5일에는 충북 청주 미원면의 한 농가가 약 2000㎡ 규모의 배추밭을 트랙터로 갈아엎었고, 해남에서도 산지 유통상인들이 밭떼기 거래를 포기하거나 대금 지급을 미루면서 농가가 판로를 찾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국일보가 11월 6일 보도했다. 해남군농민회 백형진 정책위원장은 “작년만 해도 ‘금배추’ 소리를 들었는데, 지금은 피땀 흘려 키운 배추를 밭에 통째로 갈아엎게 생겼다”는 한 농민의 발언을 전하며 정부가 땜질식 대책 대신 즉각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농업 전문지 농업인신문도 11월 사설에서 “배추·무값 폭락하는데 할인에 440억원 쏟아붓나”라는 제목으로 이 대책을 정면 비판했다.사설은 “소비자 장바구니 물가에는 많은 예산을 쓰면서 생산농가의 생존 보호에는 소극적”이라고 지적하며, 이미 떨어진 가격에서 할인 판매를 늘리는 것이 농가의 실제 수취가격 개선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산지에서는 시장격리 물량을 최소 9만톤으로 늘리고 배추 10㎏당 7000~8000원의 적정 매입단가를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전했다.반복되는 ‘비축과 할인’…방향만 바뀐 똑같은 처방데일리환경이 이달 초 보도에서 짚었듯, 농식품부의 수급 대응 공식은 가격이 오를 때나 내릴 때나 거의 똑같다. 가격이 오르면 비축분을 풀어 공급을 늘리고 할인을 지원하며, 가격이 내리면 소비촉진 할인과 소규모 수매·비축으로 대응한다. 정작 가격 급등락의 근본 원인인 ’재배면적의 자유방임’은 손대지 못한 채, 매번 사후 처방만 반복되는 구조다.문제는 이 패턴이 수년째 똑같다는 점이다. 작년 가격이 치솟았을 때도, 올해 가격이 폭락한 지금도 정부가 내놓는 해법의 뼈대는 ’비축 물량 조절+소비자 할인’이다. 계약재배 비율을 끌어올려 생산자 스스로 출하 시기와 물량을 조절하게 만들겠다는 구상은 매년 대책문에 등장하지만, 실제 계약재배 면적이 획기적으로 늘었다는 통계는 이번 발표에서도 확인되지 않는다.농식품부 관계자도 “배추 재배면적은 줄었지만 날씨가 좋아 생산량이 늘었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한 생산 구조 개편도 추진 중이지만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역으로 수년간 추진해온 생산구조 개편이 아직 가격 등락을 완충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기도 하다.더 근본적인 문제는 할인 지원과 농가 소득 보전 사이의 ’연결고리 부재’다. 소비자가 마트에서 40% 싸게 사더라도, 그 할인분이 유통 마진에서 흡수될지 산지 매입가격 인상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설계가 이번 대책에는 뚜렷하게 담겨 있지 않다. 전농과 농업인신문이 공통으로 지적하듯, 할인 예산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소비는 늘고 농가는 여전히 손해’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실제로 과거에도 할인 행사의 소비 진작 효과가 산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아 추가 수매를 요구받은 사례가 반복됐다.남은 과제…시장격리 확대와 ‘사전’ 수급조절 시스템정부는 “공급 과잉이 계속되면 산지 일시 출하 정지 등 추가 대책을 시행하겠다”며 여지를 남겼고, 밭을 포기하는 농가를 위해 산지폐기 지원 단가도 운영비와 생산비 전액보전 사이의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농이 요구한 9만톤 규모의 시장격리나 최소 매입단가 보장 같은 ‘산지 중심’ 대책은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앞으로 지켜봐야 할 지점은 분명하다. 첫째, 11월 중순 이후 실제 비축·시장격리 물량이 전농 요구 수준으로 확대되는지, 둘째, 할인 예산이 실제 산지 수취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사후 검증 자료가 공개되는지, 셋째, 해마다 되풀이되는 ‘풍작→폭락→갈아엎기’ 또는 ‘흉작→폭등→금배추’ 악순환을 끊을 사전적 수급조절 시스템―예컨대 재배면적 신고제나 공공수매 상설화―이 이번 겨울을 넘어 실질적으로 추진되는지다.이 세 가지가 확인되지 않는 한, 640억원이라는 숫자는 소비자 체감 물가를 낮추는 데는 효과가 있어도 농가의 ’지속 가능한 영농’을 지키는 처방이 되기는 어렵다.
    2026-11-07 07:33:05 이정윤
  • 3개 미래기술 R&D 예타 통과…총사업비 2조1674억7000만원
    IT/과학

    3개 미래기술 R&D 예타 통과…총사업비 2조1674억7000만원

    핵융합 10년·해양용 원자로 4년·디스플레이 7년간 추진…국비 1조7918억원 투입 미래 에너지·해운 탈탄소·첨단산업 경쟁력 확보 목표…기술 상용화 검증 과제 남아
    [데일리환경=유승철 기자] 정부가 핵융합에너지와 해양용 차세대 원자로, 첨단 디스플레이 등 미래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총 2조1674억7000만원 규모의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한다. 장기간의 기술개발과 실증시설 구축에 공공재정을 투입해 미래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고, 해운산업의 탄소중립과 첨단 제조업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1월 3일부터 5일까지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주재로 열린 ‘2026년 제9회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에서 핵융합 핵심기술 개발 및 실증 기반 구축, 해양용 용융염원자로(MSR) 기술개발, 첨단 디스플레이 국가연구플랫폼 구축 등 3개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세 사업 모두 시행이 결정됐다.전체 사업비 가운데 국비는 1조7918억원이다. 사업비는 2027년부터 각 사업 종료 시점까지 투입되는 총규모로, 한 해에 집행되는 예산은 아니다. 핵융합 사업은 2036년까지 10년, 해양용 원자로 사업은 2030년까지 4년, 디스플레이 사업은 2033년까지 7년간 각각 추진된다.이번 결정은 단순히 연구비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핵심기술을 실제 산업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지 검증할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연구개발 사업의 시행 결정이 곧 기술 상용화나 경제적 성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개발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안전성과 경제성, 실증 성과가 앞으로 사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핵융합에 1조4813억원…발전소 건설 아닌 핵심기술 실증세 사업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핵융합에너지 가속화 실현을 위한 핵심기술 개발 및 실증 기반 구축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1조4813억원이며 이 가운데 국비가 1조2877억원이다. 사업기간은 2027년부터 2036년까지 10년이다.핵융합은 태양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원리를 지상에서 구현하려는 기술이다. 우라늄과 같은 무거운 원자핵을 분열시켜 에너지를 얻는 기존 원자력발전과 달리, 가벼운 원자핵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한다.핵융합이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발전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직접 태우지 않고 대규모 에너지를 생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산업과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저탄소 전력 공급 수단을 확보하려는 움직임과도 연결된다.그러나 핵융합을 실제 발전에 이용하려면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가 많다.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초고온 플라스마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고, 강한 자기장과 높은 열부하를 견디는 장치도 필요하다.핵융합 반응에서 발생한 에너지를 회수하고 발전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 역시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사업에서 노심 플라스마, 가열·전류 구동, 초전도자석, 증식블랑켓, 핵융합 소재, 연료주기 등 주요 기술을 개발하고 성능을 검증할 계획이다.이 가운데 초전도자석은 높은 온도의 플라스마가 장치 벽에 직접 닿지 않도록 강한 자기장을 형성하는 핵심 장치다. 가열·전류 구동 기술은 플라스마를 핵융합에 필요한 상태로 만들고 유지하는 데 사용된다. 일반 독자에게 다소 생소한 ‘증식블랑켓’도 핵융합 발전에 필요한 주요 설비다. 핵융합 반응에서 발생하는 중성자를 이용해 연료인 삼중수소를 생산하고, 반응 과정에서 발생한 열을 회수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삼중수소의 자체 공급과 열 회수 기술이 미래 핵융합발전의 실현에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인 KSTAR를 중심으로 플라스마 운전과 핵융합 원천기술을 연구해 왔다. 이번 사업은 이러한 연구 성과를 실제 핵융합로와 유사한 극한 환경에서 검증할 수 있도록 실증 기반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이를 위해 핵융합에너지 핵심기술 실증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에 결정된 사업은 상업용 핵융합발전소를 건설하거나 전력 판매를 시작하는 사업이 아니다. 핵융합 기술이 미래 탄소중립 에너지원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장시간 안정적인 운전, 핵심 부품의 내구성, 연료 공급, 에너지 회수 효율과 경제성 등을 추가로 입증해야 한다. 이번 투자는 그러한 기술적 장벽을 낮추기 위한 연구개발 단계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해양용 용융염원자로 3173억원…친환경 선박 동력원 개발해양 분야에서는 원자력 추진선박에 활용할 수 있는 용융염원자로(MSR) 기술개발이 추진된다. ‘탄소중립 선도 해양용 용융염원자로 기술개발 사업’에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4년간 총 3173억원이 투입된다.국비는 2252억원이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해양수산부가 공동으로 추진한다. 용융염원자로는 높은 온도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염을 이용하는 차세대 원자로 기술이다. 특히 핵연료를 용융염에 녹여 사용하는 방식은 기존 원자로와 구조적 차이가 있으며, 고온·저압 운전과 소형화 측면에서 장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정부가 해양용 원자로 개발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국제 해운산업의 온실가스 감축 과제가 있다. 대형 화물선은 장거리 운항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기존 선박은 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원자력 추진선박은 원자로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선박의 동력원으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기술이 실용화된다면 선박 운항 중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하지만 원자력 추진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선박의 환경성과 안전성이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핵연료의 생산과 관리, 방사성폐기물 처리, 선박 해체 등 전 과정의 환경적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이번 사업에서는 원자로의 핵심인 노심과 계통, 핵연료와 구조재료 기술을 개발한다. 원자로를 선박의 추진·전력 시스템과 연결하는 기술과 해양 환경에서의 안전성 평가 기술도 연구한다. 특히 육상에 설치하는 원자로와 선박에 탑재하는 원자로는 운용조건이 다르다.선박은 운항 과정에서 흔들림과 진동을 겪고, 해상에서 충돌이나 침수 같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용융염을 사용하는 원자로는 재료의 부식 특성, 열교환과 잔열 제거, 방사성물질의 관리 등을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 성과가 실제 선박의 안전성을 보장하는지 별도의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미다.한국원자력연구원 등이 추진해 온 기존 해양용 MSR 원천기술 연구에서도 용융염의 부식 특성 평가와 방사선 차폐, 사고 대응 및 안전성 평가 기술이 주요 연구 대상으로 제시돼 있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원자력 추진선박의 상용화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그러나 실제 상선에 적용하려면 원자로 기술의 검증뿐 아니라 선박 안전기준, 원자력 관련 인허가, 항만 이용과 운항에 관한 제도적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예타 통과는 원자력 추진선박의 상업 운항을 확정한 것이 아니라, 향후 기술적·제도적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본격화한다는 의미다.첨단 디스플레이 3688억원…충남 아산에 국가 연구거점세 번째 사업은 산업통상부가 추진하는 ‘첨단 디스플레이 국가연구플랫폼 구축 사업’이다. 사업기간은 2027년부터 2033년까지 7년이며 총사업비는 3688억7000만원이다. 이 가운데 국비는 2789억원이며 지방비와 민간자본도 투입된다. 이번 사업은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확보한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고 차세대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 기반을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디스플레이 산업은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온 대표적인 첨단 제조업 분야다. 그러나 중국 기업의 투자 확대와 기술 추격으로 시장 경쟁이 심화하면서 기존 기술의 성능 향상뿐 아니라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술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충남도가 11월 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31.7%, 중국은 53.4%로 집계됐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는 한국이 68.7%로 우위를 유지했지만 중국도 31.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정부는 이러한 경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오버 OLED’, ‘크로스 OLED’, ‘포스트 OLED’ 등 세 가지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한다. 오버 OLED는 기존 OLED 기술의 성능 한계를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크로스 OLED는 디스플레이에 다른 기능과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활용 분야를 개척하는 방향이다. 포스트 OLED는 기존 OLED 이후의 차세대 발광·표시장치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사업에서는 20개 핵심 기술개발 과제를 추진하고, 소재와 부품 개발부터 시제품 제작과 패널 단위 검증까지 지원하는 연구환경을 구축한다. 특히 충남 아산 탕정테크노일반산업단지에 ‘첨단디스플레이연구원’을 조성해 연구성과가 실제 산업현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충남도 발표에 따르면 연구시설은 연면적 약 8000㎡ 규모로 조성되며, 연구장비 56종을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연구개발 시설과 장비는 2030년까지 구축하는 일정이 제시됐다. 이러한 공용 연구시설은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을 실제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새로운 소재나 발광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대형 패널에 적용하거나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상용화가 어렵다. 설계부터 시제품 제작과 검증까지 이어지는 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정부와 충남도는 연구개발 성과의 기술이전과 사업화를 지원하고 관련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연구시설이 구축된다고 해서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이 곧바로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개발 기술의 성능과 생산 가능성, 기업의 실제 활용, 연구시설의 운영 성과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연구개발 예타 폐지 이후…대규모 국가투자 관리도 과제이번 세 사업은 국가 연구개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가 폐지되기 전에 접수돼 기존 절차에 따라 심사를 마쳤다. 정부는 첨단기술 경쟁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기존 연구개발 예타 제도를 폐지하고 대규모 연구개발 사업에 별도의 사전점검과 사업추진심사 체계를 도입했다.새 제도에서는 연구개발의 성격에 따라 사전 기획과 예산심의를 강화하고, 대형 연구시설·장비 구축 사업에 대해서는 별도의 사업추진심사를 적용한다. 연구개발 사업의 특성상 기술의 성공 가능성과 시장 상황이 빠르게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 추진의 신속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반면 장기간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인 만큼 성과관리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도 여전히 크다. 이번에 시행이 결정된 세 사업 역시 예타 통과만으로 모든 세부 계획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향후 사업별 연차 예산과 세부 추진계획, 연구개발 성과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핵융합과 해양용 MSR은 기술개발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고 상용화까지의 불확실성도 크다.디스플레이 분야 역시 연구시설 구축과 장비 도입 자체보다 이를 활용해 경쟁력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산업현장에 적용하는 성과가 중요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핵융합과 MSR 분야는 미래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7대 시드(SEED) 프로젝트’와도 연계된다.정부는 미래 성장동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결정으로 우리나라는 미래 에너지와 해운, 첨단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장기적인 기술개발 기반을 확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그러나 공공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연구개발 성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과 비용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융합은 안정적인 에너지 생산 가능성을, 해양용 원자로는 안전성과 환경성을, 디스플레이는 실제 산업 활용성과 기술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 앞으로 정부가 발표하는 연차별 투자계획과 연구개발 성과, 실증시설 운영실적이 이번 2조1674억7000만원 규모 투자의 실질적인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2026-11-07 07:27:07 유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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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기동카 페이백에 1,068억 혈세 낭비”시의회 ‘오세훈 책임론’ vs 서울시 ‘시민 편익 우선’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서울시가 추진한 ‘기후동행카드(기동카)’ 페이백 사업을 둘러싸고 서울시의회에서 강한 질타가 쏟아졌다.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부 정책으로 조기 전환하지 않고, 전액 시비가 투입되는 자체 페이백을 고집해 1,000억 원이 넘는 재정을 불필요하게 낭비했다는 지적이다. 반면 서울시 내부에서는 급격한 제도 변경에 따른 시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정책적 완충 장치였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국비 40% 정부 카드 있는데 시비 100% 고집”…시의회, 오세훈 시장 직격서울특별시의회 김회근 의원(사진)은 지난 3일 열린 서울시 교통실 행정사무감사에서 기후동행카드 페이백 사업과 정부 ‘모두의카드’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재정 부담 문제를 정조준했다.김 의원에 따르면 기후동행카드는 사업 예산 전액(100%)을 서울시가 부담하는 반면, 정부가 도입한 모두의카드는 국비 40%가 지원된다. 특히 정부가 고유가 대책의 일환으로 모두의카드의 환급 혜택을 대폭 확대한 만큼, 서울시가 조기에 정책 전환을 유도했다면 시 재정 부담을 대폭 절감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김 의원은 앞서 열린 제399회 임시회 시정질문 당시 오세훈 시장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오 시장이 정책 전환이 지연된 배경으로 ‘실무 공무원들의 정책적 자부심과 자존심’을 언급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김 의원은 “정책 결정의 기준이 어떻게 공무원의 자부심이나 자존심이 될 수 있느냐”며 “정책은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가 아니라 시민 혜택과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고 비판했다.이어 “별도의 페이백으로 기존 이용자를 묶어둘 것이 아니라 정부 카드로의 원활한 전환을 유도했어야 했다”며 “재정 부담을 줄일 기회를 놓치고 1,068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가 투입하도록 결정한 최종 책임자는 오세훈 시장”이라고 날을 세웠다.서울시 내부 “성급한 전환 시 대중교통 대란…시민 편익·연착륙 고려한 결정”이 같은 시의회의 공세에 대해 서울시 내부 관계자들은 단순한 수치 비교만으로 정책의 성패를 단정 짓는 것은 무리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구축한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 모델의 현장 안착 효과와 이용자 혼선을 간과했다는 설명이다.서울시 교통 분야의 한 핵심 관계자는 “기후동행카드는 단순한 요금 환급을 넘어 서울 대중교통 이용 패턴 자체를 혁신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한 상징적 정책”이라며 “정부 사업과의 통합이나 전환 논의 과정에서 기존 이용 시민들이 겪을 혼란과 시스템 연동의 기술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또 다른 시 관계자 역시 “정부의 모두의카드와 체계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과도기 상황에서 즉각적인 전환을 강제했을 경우 정기권 이용자들의 혼선과 불만이 가중됐을 것”이라며 “페이백 결정은 기존 정책을 신뢰하고 카드를 발급받은 시민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제도를 연착륙시키기 위한 정책적 배려이자 고육지책이었다”고 반박했다.공무원의 단순한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대중교통 정책의 연속성과 시민 신뢰를 지키기 위한 고심의 결과였다는 해명이다.재정 건전성 vs 정책 연속성…향후 시정 감사 쟁점화 불가피이번 논란은 지방자치단체의 독자 복지·교통 정책이 중앙정부 정책과 중복되거나 통합될 때 발생하는 재정 분담 및 출구 전략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는다.1,000억 원대 시비 투입에 대한 야당 시의원들의 ‘재정 낭비 및 단체장 책임론’과 ‘시민 편익과 제도 안정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서울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이번 행정사무감사를 기점으로 교통 정책 전반에 대한 예산 검증 공방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2026-11-06 23:24:19 이정윤
  • "1인 견적 85% 편중" vs "단가계약 한계"… 아리수본부 수의계약 논란의 이면
    정치

    "1인 견적 85% 편중" vs "단가계약 한계"… 아리수본부 수의계약 논란의 이면

    양평호 시의원 "신생업체 진입 장벽 낮춰야"… 본부 "공사 특수성·품질 리스크 고려 불가피"
    [데일리환경=안상석 기자]서울시 수돗물 공급을 총괄하는 서울아리수본부의 수의계약 관행을 둘러싸고 시의회의 질타와 집행부의 현장 고충이 맞부딪쳤다. 수의계약의 85% 이상이 ‘1인 견적’으로 체결되고 동일 업체와의 반복 계약이 이어지면서 특혜 시비와 진입 장벽 문제가 도마에 올랐으나, 실무 현장에서는 공사의 연속성과 안전 리스크 관리를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반론이 팽팽하다.지난 4일 열린 제340회 서울특별시의회 정례회 환경수자원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양평호 의원(사진)은 아리수본부의 수의계약 구조적 편중 문제를 정조준했다.양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아리수본부 산하기관이 체결한 수의계약은 총 3,388건(약 1,323억 2,400만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경쟁 없는 '1인 견적 수의계약'은 2,899건으로 전체의 85.6%를 차지했다. 1년에 2회 이상 일감을 따낸 업체도 2024년 199개, 2025년 207개, 2026년 130개로 집계됐다.양 의원은 "특수 공정이나 연속된 기술 업무상 불가피한 면이 있더라도 특정 업체 중심의 반복 계약은 역량 있는 신생업체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다"며 계약 행정의 형평성과 투명성 제고를 강하게 압박했다.이에 대해 권민 서울아리수본부장은 "전체 계약을 모수로 보면 1인 견적 비중은 약 34% 수준"이라며 "동일 업체당 연간 소액 수의계약을 4회 이하로 제한하고, 반복 공종은 단가계약으로 전환하는 등 특정 업체 쏠림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가동 중"이라고 해명했다.그러나 수치 공방 이면의 실무 분위기는 한층 복잡하다. 아리수본부 내부 관계자들은 상수도 공사가 지닌 독특한 현장 위험성을 이유로 들며 수의계약의 구조적 불가피성을 토로한다.아리수본부의 한 내부 실무 관계자는 "수도관 시공과 누수 복구는 시민의 식수 공급 및 도심 싱크홀 등 2차 대형 안전사고와 직결된 고난도 작업"이라며 "지하시설물 정보가 불완전한 상태에서 검증되지 않은 신생업체나 최저가 낙찰 업체가 들어와 하자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와 민원은 고스란히 본부와 시민이 떠안게 된다"고 털어놨다.이어 "복잡한 관망 접합이나 긴급 누수 대응 공사는 해당 현장 지형과 관로 상태를 꿰뚫고 있는 숙련된 전문 인력풀이 필수적"이라며 "단순히 수치상의 진입 장벽 완화 논리로만 접근하면 현장 공정 관리와 시공 품질이 무너질 수 있다는 현실적 딜레마가 있다"고 덧붙였다.결국 이번 감사는 '신규 업체의 공정한 참여 기회 보장'이라는 행정적 원칙과 '검증된 업체를 통한 상수도 인프라의 안정적 유지'라는 현장 실무의 간극을 여실히 드러냈다.이에 대해 양평호 시의원은 "공공 조달의 투명성을 확보하면서도 낡은 지하 배관 철거나 불용관 관리, 동파 방지 등 시민 생명선과 맞닿은 핵심 공정의 품질 리스크를 방어할 정교한 제도 설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26-11-06 23:09:19 안상석
  • 불길 한 번 안 겪어본 지휘관… 현장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정치

    불길 한 번 안 겪어본 지휘관… 현장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재난 현장의 성패는 찰나의 판단에 갈린다. 짙은 연기 속에서 대원의 진입 여부를 결정하고, 붕괴 위험 직전의 건물에서 퇴각 명령을 내리는 힘은 매뉴얼 책자가 아닌 수많은 현장에서 체득한 감각과 경험에서 나온다. 지휘관의 오판은 곧 대원의 목숨이자 시민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서울 소방의 지휘부 지형도를 들여다보면 과연 이 기본 원칙이 작동하고 있는지 깊은 의문이 든다.서울시의회 강신욱 의원이 공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는 묵직한 충격을 준다. 고위 간부인 소방준감 현원 6명 중 5명이 간부후보생 출신이며, 이들의 화재·구조·구급 실무 경력은 전무한 ‘0개월’이었다. 일선 소방서장급인 소방정 역시 33명 중 22명(66.7%)이 간부후보생 출신으로, 서류상 현장 경력은 평균 8년여에 달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상황실 근무나 지휘선상에 머물렀다. 직접 호스를 잡고 불길로 뛰어들거나 들것을 메본 경험이 없는 지휘관들이 서울의 재난 컨트롤타워를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상명하복'에 갇힌 피라미드… 하위직의 꺾인 사기현장 경험의 결핍보다 심각한 것은 조직 내부의 심리적 괴리다. 일선의 화재·구조 대원들과 장기간 참혹한 현장에 노출된 구급대원들은 번아웃과 격무를 호소하지만, 정작 지휘부는 이들의 고통을 피부로 공감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여기에 불합리한 승진 구조는 하위직 대원들의 사기를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서울시 소방 정원은 수년간 꾸준히 늘어났지만, 정원 확대의 열매는 소방령·소방위 등 상위 직급에 편중됐다. 묵묵히 현장을 지키는 소방교·소방장 등 하위직 대원들은 공정한 심사승진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한 채 기계적인 ‘근속 승진’ 연수만 채우는 처지다. 땀 흘린 만큼 보상받지 못하고, 특정 출신들만 고속 승진 코스를 밟는 조직에서 헌신과 책임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지역 특수성 지운 인사 교류, 누구를 위한 행정인가이러한 기형적 인사 적체 속에서 추진되는 소방서장급 전국 단위 인사 교류 역시 탁상행정의 위험을 안고 있다. 서울은 초고층 랜드마크, 복잡한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미로 같은 노후 주택가가 밀집해 특수한 재난 대응 전략과 지리적 숙련도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곳이다.지역의 골목 하나, 건물의 취약점 하나까지 꿰뚫고 있어야 할 지휘관을 전국 순환 배치의 틀에 맞춰 흔들어놓는다면, 비상 상황 시 그 혼선은 온전히 일선 대원과 시민의 몫으로 돌아온다.소방 조직이 국민에게 가장 신뢰받는 기관으로 꼽히는 이유는 제복 뒤에 새겨진 현장의 희생 덕분이다. 그 신뢰를 지키는 출발점은 책상이 아닌 현장 중심의 인사 혁신이어야 한다. 경험 없는 지휘관, 꽉 막힌 하위직 승진로, 맹목적인 순환보직을 방치한 채 ‘선진 소방’을 외치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지휘관의 권위는 계급장이 아니라 현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대원들의 신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서울소방재난본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2026-11-06 22:59:54 이정윤
  • 930억 붓는 세종로공원 정비, ‘지하주차장 공사’로 전락했나…서울시 졸속 설계 도마 위
    정치

    930억 붓는 세종로공원 정비, ‘지하주차장 공사’로 전락했나…서울시 졸속 설계 도마 위

    사업비 525억서 930억으로 77% 폭증…예산 과소 산정·설계 잦은 변경 원인
    [데일리환경=안상석 기자]서울시가 추진 중인 세종로공원 종합정비사업이 당초 계획보다 400억 원 넘게 불어나 1,000억 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투입하게 됐다. 하지만 정작 늘어난 예산의 90%는 지하주차장 개선에 쏠려 있고, 상부 역사·문화공원 정비에는 고작 7% 남짓만 배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사업비 산정의 부실함과 잦은 설계 변경은 물론, 핵심 입지인 광화문 일대의 역사성과 경관을 도외시한 채 ‘주차장 리모델링 사업’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서울시의회에서 터져 나왔다.6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전날 열린 균형발전본부 행정사무감사에서 도시계획균형위원회 박희정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금천2)은 세종로공원 정비사업의 급격한 예산 증액과 상부 공간 배치 계획의 구조적 허점을 집중 질타했다.서울시가 지난 8월 제출한 변경계획안을 살펴보면, 총사업비는 당초 약 525억 원에서 930억 원으로 405억 원(77%) 급증했다. 증액 명목을 보면 설계 변경에 156억 원, 당초 사업비 과소 산정에 98억 원, 물가 상승 반영에 60억 원 등이 추가됐다.초기 타당성 조사와 수요 분석 단계에서 기초적인 공사비조차 제대로 추산하지 못한 ‘졸속 행정’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더 심각한 문제는 예산 배분의 기형적인 구조다. 강석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의 답변에 따르면, 930억 원 중 90%에 달하는 약 830억 원이 지하주차장 진출입로 조정 및 시설 개선에 쓰인다. 공원의 정체성을 좌우하는 지상부 재조성에는 불과 7%(약 65억 원)만 배정됐다. 광화문 중심부에 위치한 주요 공원을 정비한다는 명분과 달리, 실상은 900억 원대 대규모 지하주차장 공사로 변질된 셈이다.지상부 조형물과 기념시설의 ‘난립’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세종로공원은 조선시대 병조와 사헌부가 있었고 근대 한성전보총국이 자리했던 핵심 역사 거점이다. 2012년 재정비 당시 한말글수호기념탑과 한글글자마당 등이 들어섰으나, 최근 ‘감사의 정원’ 석재 열주 등이 추가되면서 공간의 통일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박 부위원장은 “한글글자마당에서 세종대왕 동상으로 이어지는 시각적 축선에 감사의 정원 석재 열주가 가로막아 서면서 기존 공간적 연계가 끊어졌다”며 “조형물을 무분별하게 덧붙이는 식의 배치를 벗어나, 전문가와 함께 기념시설 간 위계를 정리하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열린 개방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꼬집었다.이에 강 본부장은 지적을 인정하며 상부 공간 재조성 방향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세종로공원은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화 사업과 직결된 핵심 부지다. 주차 편의 개선에 짓눌려 서울 도심의 역사성과 경관 철학이 실종되는 일이 없도록, 서울시의 전면적인 사업 재정비와 예산 집행 감시가 시급해 보인다.
    2026-11-06 22:52:22 안상석
  • 노연수 시의원, "말 따로 현장 따로"… 상수도 야간 공사 소음·지반침하 위험에 주민 밤잠 설친다
    정치

    노연수 시의원, "말 따로 현장 따로"… 상수도 야간 공사 소음·지반침하 위험에 주민 밤잠 설친다

    [데일리환경=안상석 기자]서울 도심 내 상수도관 정비공사가 야간 시간대 무분별하게 강행되면서 심야 소음과 도로 파손에 따른 안전 위협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발주기관의 서류상 점검과 실제 현장 간 괴리가 여실히 드러나며, 행정 신뢰도 추락은 물론 인근 주민들의 생활권 침해가 한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서울특별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노연수 의원(사진)은 제340회 정례회 기후환경본부 행정사무감사에서 노원로 일대 상수도관 정비 현장의 심야 소음 민원과 임시포장 구간의 도로함몰(싱크홀 위험) 문제를 집중 질타했다.노 의원에 따르면, 서울아리수본부는 감사 자료를 통해 소음저감시설 조치를 완료했다고 보고했으나, 관할 노원구청의 현장 점검 결과 에어 방음벽 등 필수 저감 장치가 전혀 설치되지 않은 채 야간 공사가 진행된 사실이 적발됐다. 행정청의 '허위 보고' 또는 '부실 감리'가 의심되는 대목이다.노 의원은 "보고서와 현장 간 괴리는 개별 업체의 일탈을 넘어 서울시내 상수도 공사 전반에 걸친 구조적 허점"이라며 "긴급 굴착 공사라 할지라도 임시포장 불량으로 인한 지반 침하 등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강력히 촉구했다.이에 대해 서울아리수본부 측은 "특별시방서에 소음 방지 대책을 보강하고 감리를 강화하겠다"며 "소음 유발 공정의 시간대·장소 조정 등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해명했다.전문가 "공기 단축·비용 절감 이유로 안전 매뉴얼 생략… 도심 공사 구조적 모순"환경보건 및 토목안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지자체 발주 도심 공사의 고질적인 관리 공백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한 환경소음 전문가는 "심야 시간대 주거지 소음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수면장애와 스트레스 등 주민 건강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며 "에어 방음벽이나 이동식 저소음 장비 도입은 야간 작업의 기초 상식임에도, 현장 편의와 비용 절감을 핑계로 이를 생략하는 관행이 만연하다"고 꼬집었다.토목지반안전 전문가 역시 임시포장 구간의 도로함몰 문제를 경고했다. 전문가는 "상수도관 개량 공사 후 되메우기 과정에서 충분한 전압(다짐) 작업과 적합한 가포장재를 쓰지 않으면 우수 침투나 하중 집중으로 인해 순식간에 공동(지하 빈 공간)이 발생하고 대형 싱크홀로 이어질 수 있다"며 "통행 재개를 서두르느라 다짐 품질 검사를 건너뛰는 부실 시공을 차단할 실시간 계측 및 엄격한 품질 기준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노연수 시의원은 "주거지 야간 공사 시 주민 통행 불편과 소음 피해를 당연시하는 안일한 인식을 뜯어고쳐야 한다"며 "시공업체의 재량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공사 시간대와 주변 주거 환경을 반영한 표준 소음·안전 매뉴얼을 수립하고, 시의회 차원에서 향후 이행 실태를 끝까지 추적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2026-11-06 22:43:07 안상석
  • 서울시 소방헬기 17개월간 7차례 고장…부품만 교체하고 원인 규명은 '깜깜이'
    정치

    서울시 소방헬기 17개월간 7차례 고장…부품만 교체하고 원인 규명은 '깜깜이'

    고장 원인·수리비·비가동 기간 불투명…긴급 구조 대응 공백 우려
    [데일리환경=안상석 기자]서울시 소방헬기가 주요 부품의 반복적인 결함에도 고장 원인과 정비 이력조차 명확하게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긴급 구조 장비임에도 부품 교체 중심의 정비가 이뤄지면서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특히 교체한 발전기가 1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파손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단순한 부품 불량인지, 기체의 구조적 문제나 정비 과정에서 발생한 결함인지에 대한 정밀한 원인 분석이 요구되고 있다.서울특별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김병진 의원(더불어민주당, 강서6)은 지난 5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소방헬기 반복 결함과 정비·보증 관리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했다.서울시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소방헬기 3호기는 2024년 5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약 17개월 동안 총 7건의 결함이 발생했다.2024년 2건에 이어 2025년 9월까지 5건이 추가로 발생했으며, 결함 부위도 주회전날개와 보조동력장치(APU), 엔진 제어 컴퓨터 등 항공기 운항 안전과 관련된 주요 장비에 집중됐다.이 가운데 4건은 엔진 제어 컴퓨터와 항법 수신기 등 전자장비 관련 결함으로 확인됐다.문제는 반복적인 결함에도 고장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서울시가 제출한 정비자료에는 7건 모두 조치내용이 단순히 부품 '교환'으로 기재돼 있을 뿐, 구체적인 결함 원인과 수리 완료일, 후속 점검 결과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발전기 교체 11개월 만에 또 파손…정비 적정성 의문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APU 발전기의 반복적인 결함이다.소방헬기 3호기는 2024년 8월 APU 발전기의 상태 불량으로 해당 부품을 교체했지만, 불과 11개월 뒤인 2025년 7월 회전축 파손으로 다시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동일 장비에서 짧은 기간에 결함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최초 고장 당시 원인 분석과 정비가 충분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특히 발전기 회전축 파손은 부품 자체의 제조상 결함뿐 아니라 연결 장치의 상태, 장착 과정, 운용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을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다.다만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두 차례 결함 사이의 인과관계나 정비 부실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김 의원은 "고장 난 부품을 교체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원인을 규명하지 않은 채 교체만 반복한다면 같은 문제가 재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이어 "발전기 회전축 파손은 부품 자체의 결함인지, 연결 장치나 장착 상태의 문제인지까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항공기 정비에서 중요한 것은 고장 부품을 교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결함 발생 원인을 분석해 동일하거나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특히 소방헬기는 일반 항공기와 달리 긴급 구조와 환자 이송 등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운항해야 하는 만큼 기체의 신뢰성과 상시 출동 가능 여부가 중요하다.헬기 고장으로 얼마나 멈췄나…비가동 기간·수리비도 불투명반복 결함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는 소방헬기가 고장으로 실제 얼마나 오랫동안 운항하지 못했는지다.헬기 한 대가 정비를 위해 장기간 비가동 상태에 놓일 경우 다른 헬기에 출동 부담이 집중되거나 긴급 구조 대응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번에 제출된 자료에서는 결함별 비가동 기간과 수리비용, 부품 교체 소요기간 등을 확인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김 의원은 소방헬기의 보증관리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서울시는 비행시간에 따라 일정 비용을 지급하고 고장 부품을 교환받는 방식의 정비·보증관리 체계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이 같은 계약에서는 부품 교환이 계약 조건에 맞게 이뤄졌는지, 추가 비용이 발생했는지, 부품 공급 지연에 따른 운항 차질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특히 반복적으로 교체한 부품에 대해 제작사나 정비업체가 어느 범위까지 책임을 부담했는지, 서울시가 계약상 보증 권리를 적절하게 행사했는지도 점검 대상이다.단순히 부품을 무상으로 교체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정비·보증 관리가 적정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실제 운항 중단 기간과 대체 출동체계 운영 여부까지 함께 확인해야 소방헬기 결함이 시민 안전에 미친 영향을 판단할 수 있다.신규 소방헬기 도입도 논란…계약 후 제작 협의 두 차례기존 소방헬기의 반복 결함에 이어 신규 헬기 도입 과정의 계약관리 적정성도 도마에 올랐다.서울시는 2025년 4월 다목적 소방헬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2027년 7월 납품, 같은 해 9월 운용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그러나 계약 체결 이후인 2026년 2~3월과 5~7월 두 차례에 걸쳐 제작 과정에서 제안사항 협의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계약 이후 제작사와 기술적 사항을 협의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해당 협의가 당초 계약 사양의 변경이나 추가 비용 발생, 납품 일정 조정으로 이어졌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특히 소방헬기는 제작과 검수에 상당한 기간이 필요한 특수 장비인 만큼 계약 단계에서 주요 성능과 장비 구성, 납품 조건 등을 구체적으로 확정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김 의원은 제작 과정에서 이뤄진 협의가 계약금액 증가나 납기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며 협의 내용과 계약 변경 여부, 제작 공정률, 지체상금 적용 조건 등을 확인할 것을 요구했다.해외 검사·검수 절차의 적정성과 기존 헬기 교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출동 공백에 대한 대책도 점검 대상으로 제시했다.신규 헬기가 예정된 시기에 도입되지 못할 경우 노후 장비의 운용 기간이 길어지거나 기존 헬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납기 관리 역시 중요한 과제다.시민 생명 지키는 소방헬기…'고장 후 교체' 중심 관리에서 벗어나야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드러난 문제는 단순히 소방헬기 한 대의 결함 발생 건수에 그치지 않는다.반복 결함이 발생했을 때 원인을 얼마나 철저히 분석했는지, 정비 결과가 체계적으로 기록·관리되고 있는지, 제작사와 정비업체에 계약상 책임을 적절히 물었는지 등 서울시의 항공안전 관리 역량이 핵심 쟁점이다.다만 서울시가 제출한 자료에 구체적인 정비 이력이 빠져 있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정비나 원인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정비 원본 기록과 결함 분석보고서, 제작사 기술검토 자료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또한 7건의 결함이 실제 비행 안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정비로 인한 운항 중단이 구조·구급 출동에 차질을 초래했는지도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김 의원은 "소방헬기는 고층건물 화재와 산악·수난 구조, 응급환자 이송 등 위급한 순간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핵심 장비"라며 "헬기 한 대의 비가동이 구조·구급 대응의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고장 원인 규명부터 정비 이력과 제작사 보증 책임까지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신규 헬기 역시 도입 이후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야 대응해서는 안 된다"며 제작 단계부터 주요 부품의 하자보증과 부품지원 조건, 납품 일정 등을 면밀히 검증할 것을 촉구했다.결국 서울시가 밝혀야 할 것은 단순한 부품 교체 실적이 아니다.반복 결함의 정확한 원인과 수리 과정, 헬기별 비가동 기간, 출동 공백 발생 여부, 보증계약에 따른 비용 부담과 제작사 책임 등을 구체적인 자료로 설명해야 한다.소방헬기의 안전성은 고장 난 뒤 얼마나 빨리 부품을 교체했느냐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반복되는 결함을 사전에 예방하고, 언제든 긴급 출동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안전관리의 핵심이다.서울시가 이번 지적을 계기로 소방헬기 정비 이력과 결함 분석체계를 전면 점검하고 신규 헬기 도입 과정의 계약관리까지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6-11-06 21:46:35 안상석
  • 예산 깎고 시설 줄이고…‘반쪽’ 전락 위기 처한 서울 실화재훈련장
    정치

    예산 깎고 시설 줄이고…‘반쪽’ 전락 위기 처한 서울 실화재훈련장

    국비 54% 반납에 내화패널 삭제·화점실 축소…공기 1년 5개월 지연
    [데일리환경=안상석 기자]소방관들의 실전 대응 능력과 현장 생존력을 기르기 위해 추진 중인 ‘서울소방학교 실화재훈련장’ 건립 사업이 서울시 소방당국의 부실한 행정 관리 탓에 표류하고 있다.확보했던 국비의 절반 이상을 불용 처리해 반납한 데 이어 핵심 훈련 시설마저 대거 축소되면서, 당초 취지와 달리 ‘껍데기 훈련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함대건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비례)은 지난 5일 열린 제340회 정례회 소방재난본부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같은 공정관리 부실과 시설 축소 문제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함 의원에 따르면, 당초 2025년 12월 준공 예정이던 실화재훈련장은 2027년 5월로 1년 5개월 지연됐다. 전체 사업 기간도 23개월에서 40개월로 대폭 늘어났다. 공기 지연의 여파로 확보해 둔 국비 13억 6,500만 원 중 절반이 넘는 54.8%(7억 4,770만 원)가 중앙정부로 반납됐다.더 심각한 문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훈련 시설의 스펙을 낮췄다는 점이다. 소방재난본부는 부족해진 건축공사비 2억 1,800만 원을 메우기 위해 훈련시설 구축 예산을 전용했다.이 과정에서 백드래프트(Backdraft·역화) 훈련장의 핵심 안전 자재인 ‘내화패널’이 전면 삭제됐다. 복합전술 훈련장의 컨테이너는 25개에서 22개로 줄었고, 다양한 발화 양상을 재현해야 할 화점실 역시 9곳에서 6곳으로 축소됐다.함 의원은 “실화재훈련장은 실제 고온과 화염을 직접 겪어보며 현장 생존 능력을 체득하는 핵심 인프라”라며 “화염과 열기 시설을 깎아내고 연기 설비 따위로 때우려 든다면, 그것이 실화재훈련장인가 아니면 단순 연기체험장에 불과한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사업관리 실패에 따른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고, 추가 예산 투입을 포함한 원상 복구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전문가 “실화재 훈련 없는 대원 배출, 참사 부르는 지름길”소방방재 및 안전 분야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예산 행정의 실패를 넘어 ‘소방관의 생존권 침해’와 직결된다고 입을 모은다.익명을 요구한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대 건축물 화재는 가연성 단열재와 화학물질 등으로 인해 플래시오버(순간 전실화재)나 백드래프트 같은 이상 연소 현상이 과거보다 훨씬 빠르고 격렬하게 발생한다”며 “내화패널을 없애고 화점실을 줄인다는 것은 실제 고열과 화염의 물리적 거동을 관찰·제어하는 훈련 강도를 낮추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그는 “불과 열기를 모르는 채 연기만 맡아본 대원을 위험천만한 지하층이나 고층 건물 화재 현장에 투입하는 것은 사지로 내모는 것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한 재난안전 전문가는 “국비 매칭 사업에서 50%가 넘는 예산을 집행하지 못해 반납했다는 것은 사업 초기 설계와 공정 관리가 완전히 실패했음을 자인한 꼴”이라며 “훈련 시설 예산을 깎아 토목·건축비 부족분을 메우는 주객전도식 행정은 결국 훈련장의 내구연한을 단축시키고 장기적인 유지보수 비용을 폭증시키는 전형적인 세금 낭비”라고 지적했다.한편 이날 감사에서는 실화재훈련장 문제 외에도 서울 시내 30년 이상 된 노후 소방청사(38곳)와 협소 청사(18곳)의 개선책,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가산디지털단지역 일대 등 소방 사각지대 인프라 확충 필요성이 제기됐다. 또한 2024년 이후 해임된 의용소방대원(274명) 중 98.5%가 법정 의무 교육 미이수로 해임된 현실을 꼬집으며 형식적인 대원 관리 체계에 대한 쇄신 주문도 이어졌다.
    2026-11-06 21:38:43 안상석
  • 수사지휘 사라졌는데 검토 인력도 없어… 서울시 특사경, '홀로서기' 준비 부실 도마
    정치

    수사지휘 사라졌는데 검토 인력도 없어… 서울시 특사경, '홀로서기' 준비 부실 도마

    과거 검찰 보완요구 328건 분석도 '전무'… "송치 전 셀프 검증체계 시급"
    [데일리환경=안상석 기자]검사와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관계가 ‘상명하복식 수사지휘’에서 ‘대등한 상호협력’으로 전환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이 하 민사경)의 내부 수사통제 체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부 통제선이 사라진 자리를 메울 자체 법률검토 인력과 내부 심의 기구의 가동이 지연되면서 자칫 수사 부실과 피의자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4일 열린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봉양순 서울시의원(사진)은 지난 10월 2일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 민사경의 대응 실태를 집중 추궁했다.봉 의원에 따르면, 검사의 사전 수사지휘 폐지에 따라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내부 품질관리 기구인 ‘특별사법경찰심의위원회’와 법률검토 전담 ‘형사법 전문변호사(2명)’는 법 시행 한 달이 지난 11월에야 뒤늦게 임용 및 운영될 예정이다. 법 개정 이후 제도적 공백기에 대한 뚜렷한 대비책 없이 ‘무방비 상태’로 제도 전환을 맞이한 셈이다.특히 수사의 완결성을 담보할 기초 통계와 분석 체계의 부실함도 도마에 올랐다. 봉 의원이 2023년부터 2026년 9월까지 접수된 검사의 재지휘 328건을 분석한 결과, 증거 보강·범죄일람표 구체화·법령 재검토 등 유사한 지적 사항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그러나 민사경 측은 동일·유사 보완사항 반복 여부에 대해 '해당사항 없음'으로 기재하는 등 그간 축적된 검찰의 보완요구 데이터를 유형별·팀별로 전혀 자산화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여기에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와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기본 틀인 「민생사법경찰국 인권보호수사준칙」은 2년 전인 2024년 11월 개정 이후 단 한 차례도 손질되지 않아, 변화된 형사소송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이에 대해 민사경 내부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거대한 제도 변화 속에서 실무진의 물리적 한계가 컸다는 항변도 나온다.민사경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검사의 구체적 수사지휘를 통해 절차적 하자나 증거 미비를 스크리닝(선별)받아왔기 때문에, 수사관들 사이에 ‘검찰 송치 후 보완’이라는 관행적 의존도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일선 수사 인력 부족과 잦은 순환보직 구조 탓에 당장 눈앞의 사건 처리에 급급해 과거 지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통계화할 여력이 부족했다”고 털어놨다.또 다른 실무 부서 관계자 역시 “법 개정 시점에 맞춰 외부 변호사 채용과 조례·규칙 정비를 추진했으나, 채용 절차와 예산 편성 과정의 시차로 인해 부득이하게 11월 가동이라는 과도기적 공백이 발생했다”며 “현재는 비공식적인 검찰 협의와 자문을 거쳐 수사 누수를 막고 있으나, 하루빨리 전담 인력이 합류해 송치 전 스크리닝이 시스템화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실무진도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결국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가 특사경의 '수사 독립'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법률 개정을 넘어 내부의 역량 내재화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외부의 '타율적 검증'이 사라진 만큼, 사건을 검찰에 넘기기 전 스스로 흠결을 걸러내는 '자율적 필터링'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자칫 기소 실패나 과잉 수사 논란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봉 의원은 "외부 지휘에 기대던 수동적 구조에서 탈피해 스스로 수사의 완결성을 입증해야 할 중대한 전환기"라며 "과거 328건의 보완요구 사례를 정밀 분석해 송치 전 체크리스트를 표준화하고, 교육과 인권보호수사준칙 정비를 통해 시민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전문 수사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촉구했다.이창석 민생사법경찰국장은 "지적된 대로 보완요구 내용을 유형별·분야별로 조속히 분류해 업무 매뉴얼에 반영하고, 송치 전 사전 점검 체계를 완비해 수사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2026-11-06 21:15:58 안상석
  • 이효진 시의원, 예산 85% 늘린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현장에선 “컨설팅 끝나면 다시 제자리”
    정치

    이효진 시의원, 예산 85% 늘린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현장에선 “컨설팅 끝나면 다시 제자리”

    [데일리환경=안상석 기자]서울시 지원업체 3곳 중 1곳 지원 후 매출 감소… 폐업 위기 업체 사후관리는 ‘전무’ 수준현장 관계자들 “단순 대행 형태의 일회성 마케팅 벗어나 혼자서도 운영할 수 있는 실질 교육 절실”서울시가 예산을 대폭 늘리며 추진 중인 ‘중장년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지원 사업’이 겉으로는 높은 만족도를 내세우고 있으나, 정작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자생력을 키우지 못하는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서울특별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이효진 의원(국민의힘, 서초4)이 최근 민생노동국 행정사무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해당 사업의 예산은 2024년 11억 8,600만 원에서 올해 21억 9,800만 원으로 85.3% 급증했다. 수혜 인원 역시 250명에서 500명으로 두 배 늘었다. 서울시는 평균 매출 13% 증가, 사업 만족도 96점이라는 지표를 내세우며 사업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수치 이면의 지표는 사뭇 다르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지원을 받은 500곳 중 32%에 달하는 160곳은 지원을 받은 이듬해 오히려 매출이 줄었다.심지어 매출이 떨어진 업체 중 사후관리 컨설팅을 마친 곳은 33.8%(54곳)에 불과했으며, 63.1%(101곳)는 사후관리나 교육 실적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사업 지원을 받은 뒤 폐업한 42곳 중 사후관리를 받은 업체는 단 1곳뿐이었다.사실상 경영 악화 징후를 보이는 한계 점포에 대한 '사후 방치'가 이어졌다는 의미다. “사진 몇 장 올리고 끝… 컨설팅 끝나면 매출도 뚝” 소상공인들의 토로현장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도 냉담하다. 이번 사업 지원의 57.6%(250곳 중 144곳)가 온라인 마케팅에 쏠려 있는데, 대부분이 외주업체의 일회성 광고나 포털 사이트 등록 지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서다.골목상권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사업에 참여했던 한 50대 자영업자는 “지원 기간에는 대행사가 와서 블로그 홍보나 플레이스 세팅을 해주니 반짝 손님이 늘어 만족도 설문에는 좋게 체크했다”면서도 “컨설팅 계약이 끝나자마자 광고 효과가 사라졌고, 직접 온라인 채널을 관리하려 해도 배운 게 없어 결국 원래대로 돌아갔다”고 털어놨다.그는 “결국 세금으로 대행사 배만 불려준 셈이지, 우리 손에 남은 기술은 없다”고 덧붙였다.골목상권 소상공인 연합 관계자 역시 행정 편의주의적 지원 체계를 꼬집었다. “중장년층 점포가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화려한 단기 마케팅이 아니라, 알고리즘 변화에 적응하고 스스로 상세페이지나 배달앱 리뷰를 관리할 수 있는 기초 역량”이라며 “위험 점포를 조기에 찾아내 경영을 바로잡아주는 체계적인 사후관리가 없다면 아무리 수십억 원을 쏟아부어도 폐업률을 낮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서울시 소상공인정책과 측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사후관리 보완 필요성을 인정했으나,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이효진 시의원은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일회성 홍보나 기술 주입에 머물러선 안 된다”며 “성과가 부진한 업체를 끝까지 추적 관리하고, 사업이 끝난 뒤에도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자생력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균치의 환상 뒤에 가려진 소외 업체를 살려낼 체계적인 A/S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2026-11-06 21:07:42 안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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