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화관법 위반 89건…SK 21건 최다, 사상자 사고까지 반복
SK·포스코·LG 등 주요 대기업서 반복 적발…SK 사상자 관련 위반 7건
화학사고 즉시신고 미이행도 13건…개인보호장구 미착용 사례까지[데일리환경=안상석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최근 3년여 동안 화학물질관리법 위반이 89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SK그룹이 21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포스코 16건, LG그룹 15건이 뒤 를 이었다.단순한 행정절차 위반에 그치지 않고 화학사고로 사람이 다치거나 숨지는 사상자 발생 관련 위반도 14건 확인됐다. 이 가운데 절반인 7건이 SK 계열사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화학사고 발생 시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즉시신고 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례가 13건에 달했고, 일부 사업장에서는 개인보호장구 미착용과 신고 미이행, 사상자 발생이 동시에 적발됐다.화학물질을 대량으로 취급하는 대기업 사업장에서 비슷한 유형의 위반과 인명피해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개별 작업자의 실수보다 기업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3년부터 올해 7월까지 주요 대기업의 화관법 위반은 총 89건으로 집계됐다.SK그룹이 21건으로 가장 많았고 포스코 16건, LG그룹 15건, 한화그룹 10건, 롯데그룹 9건, GS그룹 8건 순이었다. 현대자동차와 HD현대는 각각 3건, 삼성과 LS는 각각 2건이었다.SK, 매년 5건 이상 적발…사상자 관련 위반도 7건SK그룹에서는 2023년 5건, 2024년 6건, 지난해 5건에 이어 올해도 7월까지 5건이 적발됐다. 2023년 이후 매년 5건 이상의 위반이 이어진 셈이다.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사상자 발생과 관련된 위반이다.주요 대기업의 사상자 발생 관련 위반 14건 가운데 SK 계열사가 7건으로 절반을 차지했다.SK에너지는 2023년 유해화학물질 취급기준 위반과 업무상 과실로 인한 화학사고 사상자 발생으로 적발돼 고발됐다. 2024년과 지난해에도 사상자 발생과 관련된 위반이 있었으며 올해 들어서도 7월까지 같은 유형의 위반이 두 차례 적발됐다.지난해 SK스페셜티 제2공장에서는 개인보호장구 미착용과 화학사고 발생신고 미이행, 업무상 과실 또는 중과실로 화학사고를 일으켜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사실이 함께 적발됐다.올해 SK레조낙에서도 개인보호장구 미착용과 화학사고 발생신고 미이행, 업무상 과실 또는 중과실에 따른 사상자 발생이 함께 적발돼 고발됐다.같은 그룹에서 해마다 화관법 위반이 이어지고 사상자 관련 사례까지 반복되고 있다면 각각의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룹과 사업장 차원의 안전관리 체계가 실제로 개선됐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포스코 16건·LG 15건…다른 대기업도 예외 아니었다문제는 특정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았다.포스코에서는 2024년 8건, 지난해 5건, 올해 7월까지 3건 등 모두 16건의 화관법 위반이 확인됐다.지난해에는 화학사고 즉시신고 미이행과 업무상 과실 또는 중과실에 따른 사상자 발생이 함께 적발돼 고발됐고, 또 다른 사고에서는 유해화학물질 취급기준 위반과 화학사고 사상자 발생이 함께 적발돼 영업정지와 고발 처분을 받았다.LG그룹에서도 2023년 10건, 2024년 4건, 지난해 1건 등 모두 15건이 적발됐다.2023년 LG화학 김천공장에서는 유해화학물질 취급기준 위반과 개인보호장구 미착용, 화학사고 즉시신고 미이행, 업무상 과실 또는 중과실에 따른 사상자 발생이 함께 적발됐다.GS그룹은 전체 위반 8건 가운데 4건이 사상자 발생과 관련됐다.2023년 GS칼텍스 여수공장에서 업무상 과실에 따른 화학사고 사상자 발생이 적발됐고, 2024년과 지난해 에너지머티리얼즈에서도 화학사고에 따른 사상자 발생 사례가 이어졌다.지난해에는 개인보호장구 미착용과 안전교육 미이수, 화학사고 즉시신고 미이행, 사상자 발생이 함께 적발됐으며 즉시신고 미이행에 대해서는 영업정지와 고발 처분이 내려졌다.사고 발생했는데 신고까지 늦어…‘골든타임’ 관리도 문제화학사고는 일반적인 산업재해와 다른 특성이 있다.유해화학물질이 외부로 누출되거나 유출될 경우 사업장 근로자뿐 아니라 인근 주민과 토양, 하천, 대기 등 주변 환경으로 피해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현행법은 화학사고 발생 시 즉시 신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화학물질 누출·유출로 인명피해가 발생하거나 일정량 이상 누출·유출된 경우 원칙적으로 15분 이내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조사 대상 대기업에서 화학사고 즉시신고 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례가 13건 확인됐다.사고 자체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사고가 발생했다면 신속하게 관계기관에 알려 추가 피해를 차단해야 한다. 신고가 늦어질수록 방재와 주민 보호 등 초기 대응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즉시신고 의무는 단순한 행정절차로만 볼 수 없다.환경전문가 “화학사고는 사업장 담장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환경·화학안전 분야에서는 반복되는 법 위반을 개별 사업장의 단순 실수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특히 개인보호장구 미착용이나 안전교육 미이수, 사고 신고 지연과 같은 기본적인 안전수칙 위반이 사상자 발생과 함께 확인된다면 현장의 안전관리뿐 아니라 기업의 위험관리 시스템 전반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환경전문가들은 “화학물질 사고는 근로자의 산업안전 문제이면서 동시에 대기·수질·토양 오염과 지역사회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사고”라며 “사고 발생 이후 처벌하는 것보다 위험물질 취급공정과 설비, 작업절차, 협력업체 관리까지 사고 이전 단계에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이어 “같은 기업이나 사업장에서 유사한 위반이 반복된다면 사고 이후 실시한 재발방지 대책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했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며 “반복 위반 사업장에는 일반적인 점검보다 위험도에 기반한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다만 기업별 위반 건수를 단순 비교할 때는 주의할 필요도 있다.기업마다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 수와 생산공정, 취급량, 위험물질 종류가 다른 만큼 위반 건수만으로 특정 기업의 전체 안전수준이 다른 기업보다 몇 배 낮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따라서 향후에는 단순 적발 건수뿐 아니라 사업장 수와 화학물질 취급량, 사고 빈도, 중대성, 동일 유형 재발률 등을 함께 공개해 기업별 안전관리 수준을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이용우 “사고 난 뒤 처분 반복해선 안 돼”이용우(사진) 의원은 “대기업에서 화관법 위반이 해마다 반복되고 인명피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화학안전 불감증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사고가 난 뒤 적발하고 처분하는 사후 대응을 반복할 게 아니라 반복 위반 사업장을 중심으로 사고 예방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의 ‘안전경영’, 사고 건수가 아니라 반복을 끊는 것으로 증명해야대기업들은 매년 ESG 경영과 안전경영을 강조하고 적지 않은 예산을 안전설비와 사고 예방에 투입한다.그럼에도 같은 법 위반이 반복되고 인명피해까지 이어진다면 문제를 개별 사업장의 일회성 실수로만 돌리기는 어렵다.특히 개인보호장구 착용과 사고 즉시신고는 첨단 기술이나 막대한 투자가 있어야 지킬 수 있는 복잡한 안전대책이 아니다.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에 가깝다.더욱 심각하게 살펴봐야 할 부분은 ‘반복’이다.사고가 발생한 뒤 고발과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는데도 같은 기업에서 유사한 위반과 인명피해가 다시 발생한다면 사후대책이 서류에 머물렀는지, 현장까지 실제로 작동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정부의 감독 방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모든 사업장을 같은 방식으로 점검하기보다 반복 위반과 사상자 발생 사업장을 별도로 관리하고, 개선명령 이후 실제 이행 여부까지 추적하는 위험도 기반 감독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기업별 사업 규모가 다른 만큼 SK 21건, 포스코 16건이라는 숫자만으로 기업의 안전수준을 단정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반복되는 위반과 사상자 사고는 숫자의 많고 적음을 넘어 반드시 원인을 확인해야 할 경고 신호다.화학사고는 공장 담장 안에서 끝나는 사고가 아니다. 근로자의 생명은 물론 주변 주민과 환경까지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 대기업이 말하는 ‘안전 최우선’은 보고서나 구호가 아니라 같은 사고와 위반을 다시 발생시키지 않는 현장에서 증명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