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금융사고 10년간 5,500억 원… 우리은행 누적 2,843억 원 ‘최다’
지난해 사고 금액 2,319억 원으로 최대… 올해 7월까지도 236억 원 넘어
[데일리환경=안상석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에서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고객 자산의 안전과 금융권에 대한 신뢰가 위협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금융사고 금액이 최근 10년간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사고가 이어지면서 은행권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부산 북구을)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10년간 4대 시중은행 금융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6년 7월까지 4대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281건, 사고 금액은 5,495억2,800만 원에 달했다. 연도별 사고 금액을 보면 2020년 55억800만 원, 2021년 52억9,200만 원 수준이던 사고 금액은 2022년 895억100만 원으로 급증했다. 이후 2024년 1,211억6,900만 원, 2025년에는 2,319억200만 원까지 치솟았다.올해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7월까지 30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으며, 사고 금액은 236억8,600만 원에 달했다.은행별 누적 사고 금액은 우리은행이 2,843억500만 원(7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민은행 1,422억500만 원(73건), 하나은행 822억3,700만 원(77건), 신한은행 407억8,100만 원(61건) 순이었다.사고 유형별로는 금액 기준 ‘사기’가 3,036억700만 원(149건)으로 전체 사고 금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업무상 배임’ 1,554억1,500만 원(30건), ‘횡령·유용’ 900억7,600만 원(90건), ‘도난·피탈’ 4억3,000만 원(12건) 순으로 나타났다.직원 횡령부터 명의도용 대출까지… 내부통제 허점 노출실제 적발된 사고 사례에서도 은행 내부통제의 허점이 드러났다.횡령 사건의 경우 한 시중은행 직원이 본인과 지인의 계좌를 이용해 실제 현금 입금 없이 전산상으로만 입금 처리하는 이른바 ‘무자원 현금 입금’ 거래를 하거나 시재금을 직접 편취하는 방식으로 총 37억4,900만 원을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다.업무상 배임 사례도 있었다. 또 다른 은행 직원은 지인 등에게 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신용등급을 임의로 상향 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당하게 대출을 승인했으며, 사고 금액은 23억800만 원에 달했다.외부인이 개입한 사기 대출도 적발됐다. 외부인이 지인의 명의를 도용해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신청한 뒤 22억2,100만 원의 대출금을 편취하는 등 대출 심사와 본인 확인 과정의 허점을 노린 범죄도 발생했다.금융권 “내부통제 강화”… 문제는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느냐은행권은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이상거래 탐지, 직원 간 직무 분리, 순환근무, 내부감사 및 상시 모니터링 등 내부통제 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특히 대규모 횡령·배임 사고가 잇따르면서 장기간 동일 직원에게 특정 업무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고, 고위험 거래에 대한 다중 승인과 사후 점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리체계를 개선해 왔다.그러나 이번 자료에서 확인된 사고 규모를 고려하면 제도의 존재 자체보다 실제 영업점과 대출·자금관리 현장에서 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금융사고의 특성상 일부 사건을 직원 개인의 일탈만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사고가 장기간 발견되지 않거나 반복적인 비정상 거래가 내부 감시망을 통과했다면 개인의 도덕적 해이뿐 아니라 조직의 감시·보고 체계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소비자 입장에서는 “내 돈 맡긴 은행을 믿을 수 있느냐”가 핵심소비자 입장에서 금융사고는 단순한 은행 내부의 경영 문제가 아니다.은행은 예금과 대출은 물론 급여, 연금, 주택자금 등 국민의 일상적인 자산을 관리하는 금융기관이다. 직원에 의한 횡령·배임뿐 아니라 명의도용이나 허위 대출 같은 사고까지 반복될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내 계좌와 개인정보는 안전한가’라는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특히 금융사고가 발생한 뒤 은행이 피해 금액을 회수하거나 관련자를 징계하는 사후 조치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에게 더 중요한 것은 애초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 체계다.소비자 보호 차원에서는 사고 발생 건수와 금액뿐 아니라 사고 원인, 적발까지 걸린 기간, 피해 회수율, 관련자 징계와 내부통제 개선 결과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 시스템 전반의 신뢰 무너뜨리는 문제”박성훈 의원은 “금융권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대형 금융사고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국민의 자산을 안전하게 지켜야 할 시중은행에서 횡령과 배임, 사기가 반복되는 것은 금융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이어 박 의원은 “금융당국은 형식적인 점검에 그칠 것이 아니라 금융사고 발생 시 은행과 관련 임직원에게 엄정한 책임을 묻고,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강화와 재발 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281건보다 무서운 것은 ‘사고의 일상화’다이번 통계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단순히 ‘5,495억 원’이라는 금액만이 아니다.금융사고가 특정 은행이나 특정 유형에 국한되지 않고 사기·횡령·배임 등 다양한 형태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더 심각하다. 내부 직원이 전산과 업무 절차를 악용하는 사고와 외부인이 대출 심사의 허점을 파고드는 범죄는 발생 구조가 서로 다르다. 그만큼 은행의 내부통제도 단순한 직원 교육이나 감사 횟수 확대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미다.은행은 일반 기업과 다르다. 고객이 자신의 재산을 맡기는 것은 은행의 건물이나 브랜드를 믿어서만이 아니라 ‘내부 시스템이 내 돈을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금융사고 대책의 성과 역시 새로운 규정이 몇 개 만들어졌느냐가 아니라 사고를 얼마나 조기에 발견했는지, 피해를 얼마나 막았는지,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다시 발생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놓는 방식만 반복된다면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5,500억 원에 육박하는 금융사고 규모는 은행권에 보내는 분명한 경고다. 이제 필요한 것은 사고 이후의 수습보다 사고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 내부통제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결과로 증명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