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막힌 삶, 다시 시작할 길 넓어진다 … 개인회생·파산 상담부터 법원 절차까지 연결
- 신용회복위원회·대한법률구조공단·정부, 위기채무자 지원 업무협약 체결
- 서류 17종 일괄 발급·법원 심리기간 단축 기대…복잡한 신청절차와 경제적 부담 줄인다
[데일리환경=안영준 기자] 빚은 숫자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일상의 무게가 된다. 매달 돌아오는 대출 상환일과 카드 결제일, 줄어들지 않는 원금과 쌓여가는 이자 앞에서 평범했던 생활은 조금씩 흔들린다.생활비를 줄이고, 다른 대출로 급한 불을 끄고, 가족에게 어려움을 털어놓지 못한 채 혼자 해결책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그러나 빚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시 출발할 수 있도록 돕는 공적인 제도는 존재한다. 문제는 어떤 제도를 이용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고, 복잡한 서류와 법률 절차가 또 다른 부담이 된다는 점이다.정부가 이러한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채무상담부터 개인회생·파산 신청, 법원 절차까지 이어지는 지원체계를 강화한다. 국무총리비서실은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용회복위원회, 대한법률구조공단,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위기채무자 지원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이번 협약은 과도한 채무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이 여러 기관을 반복해서 방문하거나 같은 서류를 다시 제출하는 불편을 줄이고, 자신의 상황에 적합한 공적 지원제도를 보다 쉽게 이용하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개인회생과 개인파산, 무엇이 다를까빚을 갚기 어렵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같은 제도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개인회생은 일정한 소득이 있지만 빚이 너무 많아 정상적으로 갚기 어려운 사람을 위한 법원 절차다. 법원이 인정한 생계비를 제외하고 일정 기간 갚을 수 있는 금액을 변제하면, 정해진 요건에 따라 나머지 채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예를 들어 매달 급여를 받는 직장인이 생활비를 제외하고 일정 금액을 꾸준히 갚을 수 있다면 개인회생을 검토할 수 있다.개인회생의 변제기간은 원칙적으로 3년이며, 법에서 정한 경우 더 길어질 수 있다. 무담보채무 10억 원 이하, 담보부채무 15억 원 이하 등 법정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반면 개인파산은 소득과 재산으로 빚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 법원의 판단을 받는 제도다. 파산과 함께 면책을 신청해 법원이 이를 허가하면 법에서 정한 범위의 채무를 갚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다만 파산을 신청했다고 모든 빚이 자동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금 등 면책되지 않는 채무가 있을 수 있으며, 채무가 발생한 경위와 재산 상태 등도 법원의 심사 대상이 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이 있다. 금융회사와의 협의를 통해 상환기간을 늘리거나 이자 부담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법원의 개인회생·파산 절차와는 구분된다.중요한 것은 어느 제도가 더 좋으냐가 아니라 자신의 소득과 재산, 채무 규모에 어떤 방법이 적합한지 정확하게 판단하는 일이다.서류 17종 한 번에 준비 … 법원 심리기간도 줄인다이번 협약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서류 준비와 기관 간 업무연계 방식이다.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하려면 채무자의 소득과 재산, 채권자, 가족관계 등을 확인하는 여러 자료가 필요하다. 신청자가 필요한 서류를 직접 발급받아 제출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고, 자료가 누락되면 절차가 지연되기도 한다.정부는 이러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용회복위원회가 행정정보공동이용 등의 시스템을 활용해 17종의 서류를 일괄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또한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상담을 진행하며 작성한 '신용상담보고서'를 대한법률구조공단이 법원 절차에 활용하도록 한다.신용상담보고서는 채무자의 소득과 재산, 빚의 규모 등 상담 과정에서 파악한 정보를 정리한 자료다. 이를 기관 간에 공유하면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확인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정부는 기존 신용회복위원회와 법원 간 신속처리 협약을 활용할 경우, 통상 약 12개월이 걸리던 법원 심리기간이 약 6개월 수준으로 단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다만 이는 해당 연계절차가 적용되는 사건에 대한 정부의 기대효과다. 모든 개인회생·파산 사건이 반드시 6개월 안에 끝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처리기간은 사건의 내용과 서류 보완 여부, 법원의 심사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상담은 신용회복위원회, 법률 절차는 대한법률구조공단두 기관은 각각의 전문성을 살려 역할을 나누게 된다.신용회복위원회는 시민들의 채무 상황을 종합적으로 상담하고, 채무조정과 개인회생·파산 가운데 적합한 지원방식을 안내한다. 필요한 신청서류를 준비하는 과정도 지원한다.대한법률구조공단은 개인회생·파산 신청에 필요한 법률 검토와 서류 작성, 법원 절차 등 전문적인 법률지원을 담당한다.처음부터 대한법률구조공단을 방문한 경우에도 연계절차를 안내받아 신용회복위원회의 종합상담을 거치도록 할 예정이다.이를 위해 양 기관은 공통 업무처리 매뉴얼을 마련하고, 각 지부에 전담직원을 배치해 상담과 법률지원이 끊어지지 않도록 관리할 계획이다.새로운 업무연계 체계는 협약 체결 약 한 달 뒤인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법률상담은 무료로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소송대리와 비용지원은 소득과 재산 등 별도의 지원요건을 충족해야 할 수 있다. 따라서 상담 과정에서 자신이 어느 범위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빚 때문에 일상을 포기하지 않도록개인회생과 파산은 단순히 빚을 줄여주는 제도가 아니다. 과도한 채무로 경제활동이 어려워진 사람이 법에서 정한 절차를 통해 생활을 다시 정리하고 사회·경제활동을 이어갈 기회를 마련하는 제도다.하지만 공적인 지원제도가 있어도 이용방법을 알지 못하면 도움을 받기 어렵다.특히 인터넷에서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검색하면 수많은 광고와 대행업체가 등장한다. 일부는 상담비와 사건 수임료를 요구하거나 빠른 면책을 보장하는 것처럼 홍보하기도 한다.시민들은 비용을 지불하기 전에 신용회복위원회나 대한법률구조공단 등 공공 상담기관에서 자신의 상황에 맞는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채무조정과 회생·파산 절차는 개인의 소득과 재산, 채무 발생 경위에 따라 적용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 법원의 결정도 개별 사건에 대한 심사를 거쳐 이뤄진다.이번 협약의 의미는 새로운 채무감면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이미 마련된 제도들이 시민에게 더 쉽게 연결되도록 한다는 데 있다.한 기관에서 상담을 받고 다른 기관에서 다시 처음부터 설명해야 했던 불편을 줄이고, 필요한 자료와 법률지원을 이어주는 것이다.빚을 해결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법률 절차도 하루아침에 끝나지 않는다. 그러나 어디에서 도움을 받아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다시 출발할 기회가 될 수 있다.경제적 재기는 채무를 정리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일터로 돌아가고, 가계의 살림을 다시 세우며, 평범한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까지 이어져야 한다.정부와 공공기관의 이번 협력이 서류와 제도의 문턱을 낮추고, 빚에 가로막힌 시민들이 다시 생활의 방향을 찾는 통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