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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

  • 대중교통이라더니 주말엔 유람선?…한강버스, ‘정체성 논란’ 다시 불붙나
    국회/정당

    대중교통이라더니 주말엔 유람선?…한강버스, ‘정체성 논란’ 다시 불붙나

    운항 효율·관광 기능 사이 줄타기…“핵심은 요금보다 대중교통으로서의 경쟁력”
    서울시가 야심 차게 추진한 ‘한강버스’를 둘러싸고 대중교통으로서의 역할과 관광·여가 기능 사이에서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한강버스는 서울시가 ‘수상 대중교통’으로 내세운 사업이다. 실제 서울시는 한강버스에 1회 3천 원의 요금을 적용하고, 대중교통 환승할인과 기후동행카드 이용도 가능하도록 운영하고 있다.문제는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서비스가 일반적인 대중교통의 기준에 미치느냐는 데 있다.당초 한강버스는 출퇴근 시간대 빠른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수상교통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서울시는 지난해 정식 운항 당시 출퇴근 시간 급행노선을 15분 간격으로 운항하는 계획을 제시하기도 했다.하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운항 차질과 안전 문제 등이 반복되면서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선박의 바닥 걸림 사고 이후 안전 확보를 위해 일부 구간 운항이 중단됐고, 올해 3월부터 전 구간 운항이 재개됐다.여기에 주말 운항을 관광·여가 수요와 연계하는 방안까지 거론되면서 ‘한강버스가 과연 대중교통인가, 관광상품인가’라는 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모습이다.다만 전문가들은 주말에 관광 수요를 활용하는 것 자체를 문제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한 교통 전문가는 “대중교통도 시간대와 요일에 따라 수요가 달라지는 만큼 주말 운항 전략을 탄력적으로 가져갈 필요는 있다”며 “다만 관광객을 겨냥한 운영이 대중교통이라는 본래 목적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결국 핵심은 요금 체계보다 운항 빈도와 정시성, 다른 교통수단과의 연계성​이라는 것이다.대중교통 이용자는 배를 ‘타는 경험’보다 목적지까지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를 먼저 따진다. 버스나 지하철처럼 출발 시간을 예측할 수 있고, 환승이 편리해야 실제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서울시 역시 한강버스를 대중교통 체계 안에 넣기 위해 환승할인과 기후동행카드를 적용하고 있다. 현재 기후동행카드에는 한강버스 이용이 포함돼 있으며, 일반 30일권 기준 한강버스 포함 요금은 6만7천 원이다.따라서 한강버스를 둘러싼 논쟁을 단순히 ‘주말에 유람선 요금을 받느냐’는 문제로만 접근하기보다는, 막대한 공공재원이 투입된 사업이 얼마나 많은 시민의 일상적인 이동을 실제로 바꿔주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특히 서울시가 최근 한강버스 운영사업의 비용 구조를 산정하면서 승선료뿐 아니라 선내 매점, 광고, 편의시설 등 다양한 수입원을 함께 고려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서울시의회 자료에는 한강 유람선의 평균 구매전환율과 평균 지불단가 등을 참고해 선내매점 수입을 추계한 내용도 담겼다.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강버스가 대중교통과 관광상품이라는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그러나 두 기능을 반드시 양자택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교통 전문가들은 “대중교통과 관광 기능을 결합하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시민의 출퇴근 이동을 책임지는 기본 서비스와 관광·여가 서비스의 기준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결국 한강버스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유람선이냐 버스냐’라는 명칭보다 시민들이 실제로 자동차나 지하철, 버스 대신 한강버스를 선택할 만한 이유가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한강버스가 관광객에게는 한강을 즐기는 새로운 교통수단이면서 시민에게는 정시에 이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중교통으로 자리 잡는다면 두 기능의 결합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반대로 출퇴근 수요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관광·상업적 기능만 확대된다면 당초 사업 취지와 실제 운영 방향 사이의 간극이 커질 수밖에 없다.서울시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여기에 있다.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만큼 단순히 운항 횟수를 늘리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배차 간격과 정시성, 안전성, 선착장 접근성, 지하철·버스와의 환승 편의성 등 대중교통의 기본 경쟁력을 먼저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한강버스가 ‘대중교통’이라는 이름을 달고 출항한 만큼 시민들이 판단하는 기준도 결국 같다.얼마나 멋진 배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편리하고 믿을 수 있는 교통수단인가다.관광 기능을 더하는 것도, 주말 수요를 활용하는 것도 그다음 문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진정한 수상 대중교통으로 자리 잡게 하려면 이제는 홍보보다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운송 서비스의 질로 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26-08-18 13:18:03 이정윤
  • 대장홍대선 마포구간 속도 낸다… 상암·성산역 공사 길 열려
    국회/정당

    대장홍대선 마포구간 속도 낸다… 상암·성산역 공사 길 열려

    마포구 도로관리심의 가결… 홍대입구역 조정·DMC역 신설 요구는 계속
    대장~홍대 광역철도 사업의 마포구간 공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마포구가 상암역과 성산역의 도로관리심의를 가결하면서 굴착공사를 포함한 역사 건설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마포구가 요구해온 홍대입구역 위치 조정과 DMC역 신설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여서, 사업의 조속한 추진과 지역 교통망 개선 요구가 앞으로 어떻게 조율될지가 관건이다.마포구는 지난 13일 열린 ‘2026년 하반기 도로관리심의회’에서 대장홍대선 109정거장인 상암역과 110정거장인 성산역에 대한 도로관리 안건을 가결했다고 밝혔다.도로관리심의는 지하 굴착 등으로 도로를 점용하는 공사 과정에서 교통 흐름과 안전, 주민 불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절차다. 이번 심의가 통과되면서 상암역과 성산역의 병행공사가 가능해져 마포구간 사업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마포구는 당초 상반기 심의에서 두 역사에 대한 안건을 보류했다. 당시 홍대입구역 위치 조정과 DMC역 추가 설치 등을 요구하는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관련 사안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번에는 홍대입구역 관련 소송과 상암역·성산역의 도로관리 문제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심의를 진행했다.특히 대장홍대선 전체 사업 일정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부천시 구간은 이미 공사에 들어갔고 강서구와 양천구 역시 도로관리심의를 마친 만큼, 마포구가 관련 절차를 계속 늦출 경우 전체 노선의 공사 연계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교통 전문가 관점에서도 이번 결정은 현실적인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대규모 광역철도 사업은 특정 역사나 지역의 쟁점 때문에 전체 사업 일정이 지연될 경우 개통 시점뿐 아니라 공사비와 이용자 편익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특히 상암·성산 일대는 업무·주거시설과 주요 교통시설이 밀집한 지역인 만큼 신규 광역철도망이 들어설 경우 기존 지하철과 버스 중심의 교통체계를 보완하는 효과가 기대된다.다만 전문가들은 역사 위치나 추가 역사 설치 문제를 별개의 사안으로 계속 끌고 갈 경우 지역 주민들이 기대하는 교통 개선 효과가 늦어질 수 있는 만큼, 사업 추진과 지역 요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조정안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실제로 마포구는 상암역과 성산역 공사는 신속하게 추진하면서도 홍대입구역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마포구는 하반기 도로관리심의에서도 111정거장인 홍대입구역 관련 안건을 보류했다. 현재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진행 중인 민간투자사업 실시계획 승인처분 취소소송과 주민들의 역사 위치 조정 요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마포구가 요구하는 것은 홍대입구역 위치 조정뿐만이 아니다.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DMC역 등 추가 역사 설치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결국 마포구의 이번 결정은 ‘사업 자체는 최대한 빨리 진행하되, 역사 위치와 추가 역 설치 문제는 별도로 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지난 7월 진행된 ‘주민과의 대화’에서도 대장홍대선의 조속한 추진과 지역 교통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마포구 역시 대장~홍대 광역철도의 전체 사업 속도를 높이는 것과 주민들이 요구하는 교통망 개선을 서로 충돌하는 과제로만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광역철도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면서 지역 주민의 실제 이용 편의를 높이는 방향으로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유동균 마포구청장은 “주민 편익을 가져오는 구간은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필요한 교통망도 하루빨리 갖출 수 있도록 행정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지역 교통의 변화가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대장홍대선은 이제 마포구간에서도 본격적인 공사 준비 단계로 넘어가게 됐다. 앞으로의 핵심은 상암·성산역 건설을 얼마나 차질 없이 진행하느냐와 함께 홍대입구역 위치 조정 및 DMC역 신설이라는 지역 현안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달려 있다.광역철도 사업의 속도와 지역 주민의 교통 편익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마포구와 관계기관의 다음 과제가 될 전망이다.
    2026-08-18 12:49:28 이정윤
  • [지구촌 이색 환경정책 리포트]  “쓰레기통을 없애자 80%가 자원이 됐다” … 일본 지자체들의 이색 환경 잔혹 생존기
    세계 일반

    [지구촌 이색 환경정책 리포트]  “쓰레기통을 없애자 80%가 자원이 됐다” … 일본 지자체들의 이색 환경 잔혹 생존기

    전 세계가 기후변화와 쓰레기 매립지 부족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일본 주요 지자체들이 선보인 독특한 환경 정책과 자원순환 프로그램이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단순한 쓰레기 수거를 넘어 45가지 분리배출 체계를 도입하거나, 수거차 없이 주민이 직접 거점에 가져와 자원화율 80% 이상을 기록하는 등 혁신적인 파격을 선보이는 중이다. 1. “쓰레기 수거차도 쓰레기통도 없다” … 가미카쓰초의 ‘45분류 법칙’ 일본 도쿠시마현의 작은 산골 마을 가미카쓰초(上勝町)에는 길거리 공공 쓰레기통과 청소 수거차가 존재하지 않는다. 2003년 일본 최초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쓰레기 배출 제로)’를 선언한 이곳은 소각장과 매립지를 전면 폐기하고 마을 전체를 거대한 리사이클 센터로 탈바꿈시켰다. 가미카쓰초 주민들은 각 가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직접 ‘제로 웨이스트 센터’로 가져와 총 45가지 세부 항목으로 분류한다. - 종이류 세분화 신문지, 잡지, 골판지, 우유팩, 종이 상자 등 9가지 이상으로 세분 수거. - 플라스틱 및 캔재질과 색상, 투명도에 따라 세부 수거함에 개별 배출. - 자원화 실적철저한 세분화를 통해 마을 전체 폐기물의 81% 이상을 자원화하는 데 성공함. 최근에는 외지 관광객이나 수료생들이 환경 숙박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제로 웨이스트 호텔(Hotel WHY)’까지 운영하며 환경 정책을 관광 콘텐츠로 확장했다.2. 12년 연속 재활용률 1위, 가고시마현 오사키초의 ‘유기성 자원화’ 가고시마현 오사키초(大崎町)는 매립지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쓰레기를 27개 품목으로 세분화하여 수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오사키초 정책의 핵심은 음식물 쓰레기와 초목류를 모아 미생물 발효를 거쳐 고품질 유기질 비료(퇴비)로 재생산하는 점이다. 소각로를 새로 짓는 대신 자원순환 방식을 택함으로써 인근 지자체 대비 쓰레기 처리 예산을 절반 이하로 절감했으며, 10년 이상 일본 전국 지자체 재활용률 1위(80% 이상)를 유지하고 있다.3. 도쿄도의 ‘신축 주택 태양광 설치 의무화’ 및 GX 전략지자체 차원의 생활 폐기물 혁신 외에 수도 도쿄도(東京都) 역시 대담한 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다. 도쿄도는 대형 건축물에 탄소 배출 상한을 두고 남는 배출권을 거래하는 배출권거래제(Cap-and-Trade)를 지자체 단위에서 선제적으로 시행했다.또한 2025년부터는 주요 주택 건설사를 대상으로 신축 단독주택에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며, 탈탄소 산업 전략인 GX(Green Transformation) 이행을 현장에서 다각도로 가시화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일본 지자체들의 이 같은 정책이 단순한 규제를 넘어 주민 참여 유도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모범적인 환경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2026-08-18 12:37:59 정이든 청년기자
  • 배우는 환경에서 즐기는 환경으로 … 창원시, 제3회 환경문화제 9월 5일 개최
    환경

    배우는 환경에서 즐기는 환경으로 … 창원시, 제3회 환경문화제 9월 5일 개최

    - 경남사회적경제혁신타운 중앙광장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 자원순환·탄소중립·생물다양성 등 시민 체험 프로그램 마련 - 가족 단위 참여 확대 … “기후위기 대응, 생활 속 실천으로 연결해야”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어렵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체험하고 즐기면서 생활 속 실천으로 연결하는 환경축제가 경남 창원에서 열린다. 창원시는 오는 9월 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경남사회적경제혁신타운 중앙광장(성산구 창원대로 524)​에서 ‘2026년 제3회 창원시 환경문화제’를 개최한다.올해 환경문화제는 ‘환경을 배우는 하루가 아닌, 함께 즐기고 실천하는 하루’를 방향으로 시민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면서 기후위기와 환경문제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부모와 성인까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해 환경문제를 특정 세대나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닌 시민 모두의 생활 문제로 확장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자원순환부터 탄소중립까지… 직접 체험하는 환경축제행사장에서는 환경체험 프로그램을 비롯해 자원순환·탄소중립 체험, 생물다양성 관련 전시와 시민참여 프로그램 등이 운영될 예정이다.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만들기 체험과 각종 이벤트, 즐길 거리도 마련된다. 참가비는 무료다.최근 환경정책의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가 시민들의 ‘인지’를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는 것이다.탄소중립과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자원순환이라는 단어는 이제 익숙해졌지만 이를 가정과 학교, 직장 등 일상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거리감을 느끼는 시민이 적지 않다.이번 환경문화제가 체험과 참여에 무게를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재활용과 올바른 분리배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다회용품 이용, 에너지 절약과 같은 작은 행동을 직접 경험하게 함으로써 축제 이후에도 환경 실천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산업도시 창원에서 열리는 환경문화제, 의미 더 커특히 창원은 기계·자동차·방위산업 등 제조업 기반이 강한 대표적인 산업도시다. 동시에 주남저수지를 비롯한 생태자원과 도심 녹지 등 자연환경도 갖추고 있다.때문에 창원에서 ‘자연과 산업의 공존’을 주제로 시민 참여형 환경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기후위기 시대의 산업도시는 경제성장과 환경보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에너지 전환과 자원순환, 탄소배출 감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이 과정에서 기업과 행정의 역할만큼 중요한 것이 시민 참여다.탄소중립 정책이 시민 생활과 동떨어진 행정구호에 머물 경우 지속적인 참여를 끌어내기 어렵다. 반대로 환경정책이 시민들의 소비와 이동, 에너지 사용, 폐기물 배출 등 일상생활과 연결될 경우 도시 전체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환경축제의 성패는 ‘행사 이후’에 달렸다 이번 행사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된 만큼 환경교육의 문턱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특히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자원순환과 생물다양성 등을 체험하는 것은 환경교육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어린 시절 형성된 환경에 대한 관심과 생활습관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다만 환경문화제가 일회성 축제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행사장에서 경험한 내용을 일상으로 연결하는 후속 장치도 필요하다.환경체험 프로그램에서 배운 분리배출 방법을 가정에서 실천하고, 일회용품 감축 체험이 다회용품 사용으로 이어지며, 생물다양성 전시가 지역 생태계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될 수 있어야 한다.시민들이 행사장을 떠난 뒤 무엇을 실천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환경축제의 실질적인 성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다.기자의 시선 "환경축제, ‘몇 명 왔나’보다 ‘무엇이 달라졌나’를 봐야"기후위기 대응에서 시민 참여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그러나 시민들에게 환경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라고 요구하는 방식만으로는 장기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다.환경을 재미있게 경험하고, 그 경험이 생활습관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시민 체험 중심으로 진행되는 창원시 환경문화제의 방향은 주목할 만하다.중요한 것은 축제 이후다.환경축제의 성과를 방문객 숫자나 체험부스 운영 횟수로만 평가해서는 부족하다. 참가자들이 일회용품을 하나라도 덜 사용하게 됐는지,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을 알게 됐는지, 지역 생태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나아가 환경문화제에서 확인된 시민들의 관심을 창원시의 탄소중립·자원순환·생물다양성 정책과 연결하는 구조도 필요하다.환경문화제의 진정한 가치는 축제가 끝나는 오후 2시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날의 체험이 시민들의 다음 날 행동을 얼마나 바꾸느냐에 달려 있다.작은 생활습관 하나가 당장 도시의 탄소배출량을 크게 바꾸지는 못한다. 하지만 수많은 시민의 행동 변화가 쌓이고 이를 지방정부와 기업의 제도적 변화가 뒷받침할 때 도시의 환경정책도 실질적인 힘을 얻는다.2026년 제3회 창원시 환경문화제는 오는 9월 5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경남사회적경제혁신타운 중앙광장에서 열리며 참가비는 무료다.
    2026-08-18 12:37:51 정진욱
  • [기획리포트] 숲만 지구를 살리는 게 아니다 … 메마른 사막이 ‘아마존’을 먹여 살린다
    환경

    [기획리포트] 숲만 지구를 살리는 게 아니다 … 메마른 사막이 ‘아마존’을 먹여 살린다

    - 아마존·습지와 정반대처럼 보이는 사막, 지구 생태계의 숨은 연결고리 - 사하라 먼지, 대서양 5천㎞ 건너 아마존에 ‘천연 비료’ 공급 - “사막을 없애고 숲을 만들면 좋다?”…자연 사막과 사막화는 전혀 다른 문제
    울창한 숲과 물이 가득한 습지는 흔히 생명의 공간으로 인식된다. 반면 사막은 메마른 모래와 뜨거운 햇볕,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불모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하지만 지구 환경을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으로 바라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숲과 습지만큼 사막도 제 역할을 한다. 특히 세계 최대 열대우림인 아마존과 세계 최대 규모의 뜨거운 사막인 사하라가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서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은 지구 생태계가 얼마나 정교하게 얽혀 있는지를 보여준다. NASA 위성 관측 연구에 따르면 사하라에서 발생한 먼지는 대서양을 건너 아마존까지 이동한다. 이 먼지에는 식물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인(phosphorus)이 들어 있다. NASA는 연평균 약 2,770만 톤의 사하라 먼지가 아마존 분지에 내려앉으며, 이 가운데 약 2만2천 톤의 인이 공급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아마존에서 비와 홍수 등에 의해 매년 빠져나가는 인의 양과 비슷한 규모다.결국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 가운데 하나인 사하라가 수천㎞ 떨어진 세계 최대 열대우림에 일종의 ‘천연 비료’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사막의 먼지가 어떻게 아마존의 비료가 되나아마존은 나무가 빽빽하게 자라고 있어 토양도 영양분이 매우 풍부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열대우림은 강수량이 워낙 많아 토양의 영양분이 빗물과 강물을 통해 지속적으로 빠져나간다.이때 뜻밖의 지원군이 등장한다.사하라에서 강한 바람이 불면 미세한 광물 먼지가 대기 중으로 올라간다. 그 가운데 상당량은 대기 순환을 타고 대서양을 건넌다. 일부는 바다에 떨어지고 일부는 남아메리카까지 도달한다.특히 아프리카 차드 북부의 보델레 저지대(Bodélé Depression)는 과거 호수였던 지역으로, 이곳에서 발생하는 먼지에는 식물 성장에 중요한 인 성분이 포함돼 있다. 이것이 아마존에 떨어져 식물이 사용할 수 있는 영양분 공급에 기여한다.흐름을 단순하게 정리하면 이렇다.사하라의 토양·먼지 → 강한 바람 → 대기권 이동 → 대서양 횡단 → 아마존에 침적 → 인 등 영양분 공급 → 열대우림 생태계 유지에 기여겉으로는 아무 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막과 열대우림이 지구 규모의 물질순환으로 연결돼 있는 것이다.‘아마존은 지구의 허파’라는 표현은 정확할까여기에서는 흔히 알려진 표현 하나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아마존을 ‘지구의 허파’라고 부르며 “우리가 마시는 산소의 20%를 아마존이 만든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과학적으로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아마존에서 광합성을 통해 막대한 산소가 만들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식물과 미생물의 호흡 및 유기물 분해 과정에서도 많은 산소가 소비된다. 따라서 아마존이 현재 대기 중 산소에 기여하는 ‘순생산량’을 단순히 20%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그렇다고 아마존의 가치가 작다는 뜻은 아니다.아마존은 방대한 탄소를 저장하고 물을 순환시키며 지역과 지구 기후에 영향을 주는 거대한 생태계다. 산소 생산량이라는 한 가지 숫자보다는 탄소·물·열·생물다양성을 움직이는 거대한 지구 시스템이라는 점이 훨씬 중요하다.물을 품은 ‘습지’도 지구 환경의 핵심축사막의 반대편에는 습지가 있다.습지는 물을 저장하고 홍수를 완화하며 지하수를 보충하는 동시에 수많은 동식물의 서식지를 제공한다. 특히 이탄습지와 맹그로브 같은 일부 습지 생태계는 막대한 탄소를 저장해 기후변화 대응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람사르협약 사무국 역시 습지를 담수 공급과 생물다양성, 홍수 조절, 지하수 보충, 기후변화 완화 등에 중요한 생태계로 평가한다.따라서 지구 생태계를 사람의 신체에 비유한다면 어느 한 지역만 ‘허파’라고 부르는 것보다 숲·습지·바다·초원·사막이 서로 다른 기능을 담당하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 유지 시스템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그렇다면 사막이 많아질수록 지구에 좋은 것일까여기서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자연적으로 형성된 사막의 생태적 가치와 ‘사막화(desertification)’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사하라 같은 자연 사막은 오랜 지질·기후 변화 속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고유한 생태계다. 건조한 환경에 적응한 식물과 동물, 미생물이 존재하며 먼지와 광물질 이동 등을 통해 다른 지역과 연결된다.반면 사막화는 과도한 방목이나 산림 훼손, 부적절한 농업, 토양 황폐화,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기존의 생산적인 땅이 황폐해지는 현상을 말한다.유엔도 사막화 방지와 훼손된 토지의 복원을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한 과제로 다루고 있다. 따라서 “사막도 중요하니 사막화도 괜찮다”는 결론은 명백한 오류다.마찬가지로 모든 자연 사막을 무조건 숲으로 바꾸는 것이 환경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해당 지역의 강수량과 토양, 수자원, 고유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대규모 녹화는 또 다른 생태적 부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사막 먼지는 바다에도 영향을 준다사막 먼지의 여행지는 아마존만이 아니다.바다로 떨어지는 광물 먼지는 해양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먼지가 운반하는 철과 인 등 영양물질은 조건에 따라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식물성 플랑크톤은 해양 먹이사슬의 기초이면서 광합성을 통해 탄소순환에도 참여한다. 결국 육지의 사막에서 출발한 작은 먼지 입자가 대기를 거쳐 바다와 숲의 생태 과정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다만 사막 먼지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지구를 식힌다’고 결론 내릴 수 없다. 먼지는 태양복사와 지구복사에 영향을 미치고 구름 및 생태계와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입자의 크기와 고도, 성분 등에 따라 냉각과 온난화 효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순효과에는 여전히 과학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지구에는 ‘쓸모없는 땅’이 없다사막을 바라보는 관점도 이제 달라질 필요가 있다.인간의 눈에는 숲이 많고 물이 풍부한 땅이 가치 있어 보인다. 농사를 지을 수도, 많은 사람이 거주할 수도 없는 사막은 상대적으로 쓸모없는 땅처럼 느껴질 수 있다.그러나 자연은 인간의 토지 이용 가치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사하라에서 일어난 먼지가 대서양을 건너 아마존에 영양분을 공급한다는 사실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NASA 관측은 사하라와 아마존이라는 극단적으로 다른 두 생태계가 실제로 하나의 지구 시스템 안에서 연결돼 있음을 확인했다.숲은 탄소와 물을 순환시키고, 습지는 물과 탄소를 저장하며, 바다는 열과 탄소를 흡수하고 생명체를 품는다. 사막 역시 고유한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면서 광물 먼지를 다른 생태계로 운반하는 공급원이 된다.중요한 것은 어느 생태계가 더 가치 있는지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각 생태계가 가진 고유한 기능과 그 사이의 연결을 보전하는 것이다.기자의 시선 "사막은 ‘지구의 빈 공간’이 아니었다"우리는 환경보호를 이야기할 때 흔히 ‘더 푸르게’를 떠올린다. 나무가 많으면 좋고, 물이 풍부하면 좋으며, 메마른 땅은 복원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기 쉽다.하지만 사하라와 아마존의 관계는 자연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아프리카에서 일어난 먼지가 대서양을 건너 남아메리카의 숲에 도착하고, 그 안의 영양분이 다시 식물 성장에 이용된다. 수천㎞ 떨어진 두 지역을 하나의 순환 고리가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따라서 환경정책에서도 ‘사막=나쁜 땅, 숲=좋은 땅’이라는 단순한 공식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인간 활동 때문에 황폐해지는 사막화는 막아야 하지만, 수천 년 이상 자연적으로 형성돼 고유한 생태계를 이루는 사막까지 없애야 할 대상으로 볼 이유는 없다.지구는 아마존 하나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숲과 습지, 바다와 초원, 그리고 메마른 사막까지 서로 물질과 에너지를 주고받는다.푸른 숲의 반대편에 있는 황량한 사막도 지구라는 거대한 생태계를 움직이는 하나의 톱니바퀴다.어쩌면 사하라에서 출발해 아마존에 내려앉은 작은 먼지 한 알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지구에는 이유 없이 존재하는 생태계가 없다.
    2026-08-18 12:37:33 안영준
  • “서류만 내면 끝” 아니었다… 물류센터 화재안전계획서, 이제 안 지키면 처벌
    국회/정당

    “서류만 내면 끝” 아니었다… 물류센터 화재안전계획서, 이제 안 지키면 처벌

    화재안전관리계획서 이행 의무 명확히… 관계기관 점검·시정명령·영업정지 근거 마련
    [데일리환경= 안상석 기자] 해마다 대형 물류센터와 공장 화재가 반복되는 가운데, 화재안전관리계획서를 제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이행 여부까지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종태 의원(사진)은 18일 물류창고의 화재안전관리계획서 이행을 의무화하고 공장·창고의 건축 단계부터 화재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건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최근 인천 서해구 쿠팡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의 경우 큰 불길을 잡는 데만 61시간이 걸렸으며, 완전 진화까지는 약 110시간이 소요됐다.대형 물류센터 화재가 반복되면서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 사전 예방조치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소방청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창고 화재는 총 6,594건으로 연평균 약 1,319건에 달했다. 2026년에도 상반기에만 759건의 창고 화재가 발생했다.최근 5년간 발생한 창고 화재를 모두 합치면 7,353건에 이르며, 이 과정에서 27명이 숨지고 282명이 다쳤다. 재산피해 규모도 총 1조4,558억 원에 달한다.앞서 2021년 이천 물류센터 화재로 약 4,743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하자 정부는 「물류센터 화재안전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물류창고업 등록 과정에서 화재안전관리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하지만 현행 제도에는 제출한 계획서를 실제로 이행하도록 직접 의무화하거나, 관계기관이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이를 지키지 않은 업체를 제재할 명확한 근거가 부족했다.결국 화재안전관리계획서가 현장 안전을 위한 실질적인 관리수단이라기보다 ‘서류 제출’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일선 소방본부와 소방서 차원에서 계획서가 실제 현장에서 지켜지고 있는지를 점검·확인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이번에 발의된 물류시설법 개정안은 이 같은 문제를 정면으로 손봤다.개정안은 물류창고업자가 제출한 화재안전관리계획서를 실제로 이행하도록 의무화하고, 국토교통부 등 관계 행정기관이 계획서 이행 여부를 점검할 수 있도록 했다.또 계획서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경우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관련 근거도 마련했다.화재안전관리를 ‘계획서를 냈는지’에서 ‘계획대로 실제 안전조치를 했는지’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건축 단계에서부터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한 내용도 담겼다.건축법 개정안은 공장과 창고의 규모나 업종에 따른 예외를 없애 내화구조 적용을 확대하고, 벽과 지붕에 사용하는 단열재 역시 불에 타지 않는 불연재료를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특히 마감재와 단열재를 모두 불연재료로 시공한 건축물에 대해서는 용적률과 높이 기준을 완화할 수 있도록 해 건축주가 자발적으로 화재 안전성을 높이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포함됐다.건축자재 시험성적서를 위조하거나 변조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개정안은 시험성적서를 위조·변조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해 부실·불법 건축자재 사용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도록 했다.장종태 의원은 “물류창고에서는 해마다 1천 건이 넘는 화재가 발생하고 있지만, 대형 참사를 겪은 뒤 마련된 대책조차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는지 확인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이어 “건물을 짓는 순간부터 운영하는 전 과정까지 화재 안전을 빈틈없이 관리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다”고 밝혔다.한편 이번 개정안에는 장종태 의원을 비롯해 이광재·서왕진·강준현·신정훈·김준혁·진선미·임미애·김성회·민병덕·이강일·노종면·이정문·조승래 의원 등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2026-08-18 12:37:22 이정윤
  • 규모 2배 키운 동대문구 맥주축제… 화려한 홍보 속 ‘안전·화재’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국회/정당

    규모 2배 키운 동대문구 맥주축제… 화려한 홍보 속 ‘안전·화재’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서울 동대문구가 올해로 3회째를 맞는 '2026 동대문구 맥주축제'의 규모를 전년 대비 2배가량 대폭 확대해 개최한다고 밝혔다. 오는 28일부터 29일까지 장안1수변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는 다채로운 먹거리와 즐길 거리를 예고했지만, 덩치가 커진 만큼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다중밀집행사 안전 및 화재 예방 대책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동대문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이번 축제의 핵심 슬로건은 ‘같이의 가치’다. 포용성과 연대를 강조하며 참여하는 수제맥주 브루어리와 푸드트럭 규모를 대폭 늘렸다. 방문객 편의를 위해 '푸드트럭 QR코드 주문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 주요 기업들의 협찬을 끌어내 즐길 거리를 풍성하게 채웠다. 또한 이주배경주민과 유학생이 참여하는 홍보부스와 지역 예술인 창작 지원을 위한 다트 기부 프로젝트 등 의미 있는 기획들도 다수 포함됐다.그러나 화려한 프로그램과 규모 확대를 강조한 홍보 이면에는 '안전 불감증'이라는 그늘이 짙게 깔려 있다. 주최 측이 배포한 자료에는 행사 규모와 이벤트에 대한 설명만 가득할 뿐, 정작 가장 중요한 안전 관리 방안이나 화재 대응 매뉴얼은 찾아볼 수 없다.전문가들은 이번 행사의 구조적 위험성을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특히 전년보다 2배 늘어난 푸드트럭의 밀집 배치가 가장 큰 화약고로 지목된다.한 재난안전학과 교수는 "푸드트럭이 밀집된 야외 행사장은 조리용 LPG 가스 누출이나 화기 취급 부주의로 인한 화재 위험이 상존한다"며 "특히 장안1수변공원처럼 진출입로가 한정된 공간에 화기를 다루는 차량과 인파가 뒤엉킬 경우, 단 한 번의 화재가 연쇄 폭발이나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또한 야간에 주류가 소비되는 수변(水邊) 축제라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이 교수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는 돌발 상황 발생 시 상황 판단 및 대피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화재 발생 시 대피 과정에서 병목현상으로 인한 압사 사고나 중랑천으로 추락하는 수난 사고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매우 높은 환경"이라고 강조했다.결국 소방 차량 진입로 확보, 화재 초기 진압을 위한 구체적인 소방 장비 배치, 비상 대피 동선 분리 등의 철저한 사전 대책이 필수적이나, 현재 공개된 자료에서는 이를 확인할 길이 없다. "단순히 안전요원을 몇 명 배치하겠다는 수준을 넘어, 유관기관과의 가스시설 합동 점검 및 실효성 있는 인파 통제 매뉴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최동민 동대문구청장은 “전년보다 2배 넓어진 공간과 풍성해진 콘텐츠를 통해 모두가 잊지 못할 여름밤의 추억을 만들어가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정한 '같이의 가치'는 방문객들이 안전하게 축제를 즐기고 무사히 귀가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외형적인 덩치를 키우는 데 집중하기보다, 이제라도 화재 위험과 수변 안전사고에 대비한 철저한 대비책을 대중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2026-08-18 07:41:59 이정윤
  • [이수영의 IT 칼럼] AI시대, 노동시장의 변화에서 장애인은 어느 위치에 서게 되는가
    인권/복지

    [이수영의 IT 칼럼] AI시대, 노동시장의 변화에서 장애인은 어느 위치에 서게 되는가

    AI는 장애인의 일자리를 빼앗는가,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가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바꾼다고 할 때 우리는 흔히 하나의 장면을 떠올린다.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고, 그 결과 사람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장면이다. 그러나 노동시장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변화는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AI는 어떤 직업을 통째로 없애기도 하지만, 더 많은 경우 하나의 직업 안에 존재하던 업무를 잘게 나누고, 일부 업무를 자동화하며, 새로운 업무를 만들어낸다.따라서 AI 시대의 장애인 고용을 논의하면서 “AI가 장애인의 일자리를 빼앗는가”라는 질문만 던지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AI로 노동의 구조가 다시 짜일 때 장애인은 그 변화의 어느 위치에 서게 되는가.지금까지 장애인 고용정책은 장애인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일정한 일자리를 마련하고 고용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데 상당한 비중을 두어왔다. 그러나 AI가 업무의 내용 자체를 변화시키기 시작하면 기존의 직무와 직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앞으로는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가’보다 ‘어떤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가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무직이라는 하나의 직업 안에는 문서 작성, 자료 검색, 회의록 정리, 일정 관리, 데이터 입력, 고객 응대 등 수많은 업무가 포함되어 있다. AI는 이 가운데 일부를 자동화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무직이라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무직을 구성하는 업무의 조합이 달라질 수 있다.이 변화는 장애인에게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다. 기존에는 신체적 제약 때문에 특정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웠더라도 AI가 반복적인 업무를 대신하면 사람은 판단과 기획, 의사소통, 창의적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에 장애인에게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했던 단순 반복 업무가 자동화된다면 오히려 고용의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다.결국 중요한 것은 AI가 일자리를 없애느냐가 아니라 어떤 업무가 사라지고 어떤 업무가 남는가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장애인 고용정책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성을 보여준다. AI 채용은 장애인에게 새로운 관문이 될 수 있다. AI가 노동시장에 들어오면서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영역 가운데 하나는 채용이다. 기업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지원자를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 AI가 이력서 분석부터 직무 적합성 판단, 온라인 면접 분석 등에 활용되는 범위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문제는 AI가 무엇을 ‘좋은 노동자’의 기준으로 학습하느냐이다. 빠른 말하기, 일정한 표정, 특정한 시선 처리, 끊김 없는 의사소통, 특정한 경력의 패턴 등이 높은 평가를 받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라면 그것은 실제 직무 수행 능력과 관계없는 특성을 평가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가령 어떤 사람이 업무 자체는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지만 말의 속도가 느리거나 신체적 특성으로 인해 일반적인 면접 방식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하자. 인간 면접관이라면 지원자의 직무능력을 별도로 평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알고리즘이 정해진 패턴에서 벗어난 행동을 부정적으로 해석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이 경우 AI는 사람의 편견을 없애는 도구가 아니라 편견을 더 빠르고 일관되게 반복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AI 채용의 공정성을 이야기할 때 단순히 알고리즘의 정확도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누구를 기준으로 정확한가를 물어야 한다. 평균적인 지원자를 잘 평가하는 AI와 다양한 특성을 가진 지원자를 공정하게 평가하는 AI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AI 시대에 장애인 고용정책이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분야는 직무 재설계다. 기존의 직무를 그대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만 고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직무를 여러 업무로 나누고 AI가 담당할 부분과 사람이 담당할 부분을 새롭게 조합하는 것이다. 예컨대 기업의 행정업무에서 반복적인 자료 정리와 초안 작성은 AI가 담당하고, 사람은 최종적인 판단과 대외적인 소통을 담당할 수 있다. 데이터가공 업무 역시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과 사람의 검토가 필요한 부분을 구분할 수 있다.이러한 변화는 장애인의 고용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꿀 수 있다. 과거에는 “이 사람이 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가 질문이었다면, 앞으로는 “이 직무를 어떻게 재설계하면 이 사람이 자신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이것은 장애인에게만 필요한 접근도 아니다. 고령자, 경력단절자, 청년, 이주노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직무를 유연하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AI가 업무를 세분화할수록 오히려 사람마다 다른 능력을 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은 커진다. 장애인은 AI 산업의 ‘사용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변화는 장애인을 AI의 수혜자로만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AI가 발전할수록 장애인의 경험 자체가 하나의 전문성이 될 수 있다. AI 서비스가 장애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술이 부족해서만이 아니다. 개발 과정에서 장애인의 실제 경험과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장애인은 AI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에 그치지 않고 AI의 품질을 평가하고, 서비스를 설계하고, 정책을 만드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I 접근성 평가, 디지털 서비스 테스트, 사용자 경험 분석, 데이터 품질 검증, AI 윤리와 디지털 포용 정책 등은 장애인의 경험이 직접적인 전문성으로 연결될 수 있는 영역이다.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장애인의 ‘경험’을 단순한 의견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오랫동안 디지털 환경에서 장벽을 경험해온 사람은 어떤 기술이 실제 사용자에게 작동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독특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장애인 고용정책은 장애인을 새로운 기술의 교육 대상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기술의 개발과 평가에 참여하는 전문인력으로 육성하는 정책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AI 시대에는 장애인 고용의 성과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 이제 장애인 고용을 단순히 ‘몇 명을 고용했는가’만으로 평가하는 것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일자리가 지속 가능한가, 기술 변화에 따라 직무가 사라졌을 때 다른 업무로 전환할 수 있는가,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가, 전문성을 쌓아 더 높은 수준의 직무로 이동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따라서 장애인 고용정책도 고용 → 직무전환 → 재교육 → 경력개발이라는 생애주기의 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기업이 AI를 도입하면 정부가 해야 할 일도 달라진다. 단순히 기존 일자리를 유지하도록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AI로 직무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장애인 노동자가 배제되지 않도록 재교육과 직무전환을 지원하고, 새로운 직무에 진입할 수 있도록 훈련체계를 바꿔야 한다.특히 AI 교육 역시 단순한 활용법 중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AI를 사용할 줄 아는 장애인”을 만드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AI 시대에 필요한 전문성을 가진 장애인을 만들어야 한다. AI 시대의 장애인 고용은 ‘보호’가 아니라 ‘전환’의 문제다. AI의 확산을 막는다고 장애인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변화가 불가피하다면 그 변화의 과정에서 누구도 탈락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장애인 고용정책의 목표도 기존 일자리를 영원히 보존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노동의 내용이 바뀌더라도 장애인이 새로운 업무로 이동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더 나은 직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교육과 직업훈련의 체계를 바꾸고, 기업은 직무를 재설계하며, 기술기업은 장애인을 고려한 AI를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 당사자는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그 변화의 설계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결국 AI 시대의 장애인 고용 문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전환의 문제다. AI가 장애인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도 있다. 그러나 AI가 기존의 노동 장벽을 낮추고 장애인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를 넓힐 가능성도 분명히 존재한다.어느 쪽의 미래가 현실이 될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AI의 성능만이 아니다.노동시장이 기술의 변화에 맞춰 얼마나 유연하게 직무를 재설계하는지, 기업이 장애인을 얼마나 동등한 노동자로 바라보는지, 정부가 얼마나 빠르게 고용정책을 전환하는지에 달려 있다. AI 시대에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한 일자리가 아니다.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을 선택하고, 기술을 활용해 능력을 확장하며, 변화하는 노동시장 안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다.AI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가 아니라 인간이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로 넘어간다면, 장애인 역시 그 변화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AI가 장애인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인가?”가 아니다. “AI로 다시 만들어지는 노동시장에 장애인이 함께 설 자리를 우리는 만들고 있는가?” AI 시대의 장애인 고용정책이 답해야 할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2026-08-18 07:29:30 이수영 칼럼니스트
  • 남부지방 폭우 피해 확산…희망브리지, 이재민 돕기 긴급 성금 모금
    사회

    남부지방 폭우 피해 확산…희망브리지, 이재민 돕기 긴급 성금 모금

    연일 이어지는 집중호우로 남부지방 곳곳에서 주택과 차량이 침수되고 산사태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이 늘어나면서 피해 복구와 일상 회복을 돕기 위한 구호단체의 지원도 본격화되고 있다.17일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 성금 모금에 나섰다고 밝혔다.희망브리지는 모금된 성금을 피해 지역 복구와 이재민들의 생활 안정을 위한 긴급 구호 활동에 사용할 계획이다. 특히 지역별·재해별 지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복이나 누락, 특정 지역에 대한 지원 편중을 막고 실제 피해 규모에 따라 성금을 공정하게 배분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현재 재난 현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산사태와 침수로 거주지를 떠나 임시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이재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신훈 희망브리지 사무총장은 “산사태와 폭우로 쉴 곳을 잃고 임시 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이재민들의 불편이 막심한 상황”이라며 “현장 중심의 신속한 구호 물품 지급과 긴급 지원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이어 “피해를 입은 이웃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폭우 피해 이웃을 돕기 위한 성금은 희망브리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할 수 있으며, ARS 전화와 문자 기부 등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전달할 수 있다.한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1961년 전국 언론사와 사회단체가 뜻을 모아 설립한 법정 구호단체다. 수해와 산불 등 대형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긴급 구호 물품 지원과 피해 복구 지원 등에 나서며 재난 피해 이웃들의 일상 회복을 돕고 있다.
    2026-08-17 20:21:11 이정윤
  • [이광희의 문화 칼럼] 이제는 절도가 되는 사라진 서리 문화
    문화/생활

    [이광희의 문화 칼럼] 이제는 절도가 되는 사라진 서리 문화

    '서리'의 사전적 의미는 곡식이나 과일을 훔쳐 먹는 '장난'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말 그대로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장난이다. 물론 장난도 그 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될 수 있고 혼이 나지만 그렇다고 그것으로 인해 처벌받는다거나 실형받는 등 범죄자로 몰리지는 않는다. 필자도 어렸을 때 시골에서 배 서리도 해봤고 가을에 잘 익은 밤 같은 경우에는 친구들과 자주 따 먹었던 기억이 있다.그러나 요즘에 예전 기억만 떠올리며 무심코 남의 감이나 사과나 복숭아를 생각 없이 따서 한입 물었다가는 몇 배에서 심지어는 몇십 배를 배상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심하면 절도범으로 경찰서까지 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2년 전의 일이다. 시골에 땅을 보려 온 사람이 잘 익은 감을 하나 땄는데 같이 온 일행도 대수롭지 않게 하나 땄다가 주인이 보고 신고하여 경찰서로 끌려가는 일이 있었다. 얼핏 보면 시골 인심이 야박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자초지종을 알고 보니 며칠 전부터 누군가가 감을 따서 훔쳐 가는 바람에 주인이 벼르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외지인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감을 땄다가 마침 주인이 보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그래서 이전에 있던 일까지 전부 책임져야 할 상황이 된 것인데, 하지만 멀리서 땅을 보러 처음 왔다는 것이 해명돼서 약간의 배상만 하고 잘 마무리가 된 것으로 기억이 난다.그러므로 요즘에는 옛 추억을 떠올리며 탐스럽게 익었다고 해서 남의 집 과실을 아무 생각 없이 하나 덥석 잡아서 땄다가는 바로 경찰차에 실려 가는 낭패를 당하고 만다. 그래서 필자가 농작물 관련해서 전국적으로 연간 크고 작은 절도 사건을 조사해 봤는데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연간 약 800건 이상이나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그렇다면 위의 내용이 전부 절도 사건일까?필자가 너무 궁금해서 판례도 찾아보고 자세하게 알아본 결과로는, 지나가다 하나를 따서 그 자리에서 곧바로 먹으면 불가벌적 행위로 보고 처벌까지는 가지 않았다. 즉 매우 가벼운 것으로 간주하고 훈방 조치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하나를 따서 먹고 또 하나를 따서 호주머니나 봉지에 담으면 법적 의미가 완전하게 달라지는데, 이렇게 되면 절도죄(형법 제329조)로 형사 입건이 되어 무조건 경찰 조서를 받는다. 또한 과실을 따는 과정에서 옆에 일행이 같이 동참했거나 혹은 야간에 했을 때는 “특수절도”에 해당하고 게다가 손으로 했는지 아니면 가위나 니퍼 같은 도구를 사용했는지에 대해서 법리적 해석을 완전하게 달리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단 한 개라도 남의 것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가 못 사는 시절에 “서리”는 주변에 있는 사람과 나누어 먹는다는 의미로 크게 뭐라고 하지 않았다. 물론 너무 많이 가져가거나 과일나무를 상하게 하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주인이 인심(人心) 쓰고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게 세상살이였다. 하지만 요즘은 세상이 갈수록 흉흉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그런 것인지 “서리”는 고사하고 주차하는 것 하나 가지고도 서로 언성을 높이고 싸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필자가 서리 문화에 대해서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올여름에는 유난히 주변에서 자두와 복숭아를 많이 가져다줘서 어렸을 때 서리하던 기억이 떠올라 몇 자 적게 되었다. 세상이 풍요로워지고 살기 좋아진 것처럼 사람들의 마음도 예전처럼 너그럽게 인심을 쓰며 살아가는 세상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마친다. 이광희 칼럼니스트 기자 yoshinkan_kr@naver.com*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08-17 16:16:57 이광희 칼럼니스트
  • [포토] 입주 1년여 만에 테라스 추락”…송도 럭스오션SK뷰, 또 다른 층도 ‘붕괴 우려’
    사회

    [포토] 입주 1년여 만에 테라스 추락”…송도 럭스오션SK뷰, 또 다른 층도 ‘붕괴 우려’

    후테라스 추락한 송도 럭스오션SK뷰…같은 동 다른 층도 ‘처짐’ 제보
    ”정일영 의원 “철저한 원인 조사와 책임 있는 대책 마련해야”외국인 근로자 증가 건설현장…국적 아닌 숙련도·자격·안전교육·관리감독 체계가 핵심지난 7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송도 럭스오션SK뷰’ 아파트에서 외벽 테라스 구조물이 붕괴해 지상으로 추락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같은 동의 다른 테라스에서도 이상 징후가 있다는 입주민 제보가 나오면서 추가 붕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사고는 지난 7일 오전 6시께 발생했다. 107동 2층 외벽에 설치된 테라스 구조물이 지상으로 떨어졌으며 다행히 해당 세대가 공실이어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송도 럭스오션SK뷰는 1,114세대 규모로 입주를 시작한 지 약 1년 6개월에 불과한 신축 아파트다.문제는 이번 사고가 특정 세대에 국한된 것인지, 동일하거나 유사한 방식으로 시공된 다른 테라스에도 문제가 있는지 여부다.입주민 A씨의 제보에 따르면 붕괴가 발생한 107동 2층뿐 아니라 같은 동 4층 테라스에서도 육안으로 내려앉은 것으로 보이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는 주장이다.A씨는 “추가 붕괴 가능성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이 상당한데도 관계당국과 시공사 측의 대응이 주민들이 체감하기에는 미온적”이라며 “사고가 난 부분만 수리할 것이 아니라 동일 구조물 전체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입주민 비상대책위원회도 사고 이후 유사한 테라스가 2~5층에 다수 설치돼 있다며 단순 복구가 아닌 단지 전체에 대한 정밀진단과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건설전문가 시각…“같은 구조라면 한 곳만 고쳐서는 안 돼"건설·구조 분야에서는 이번 사고의 핵심이 ‘왜 떨어졌는가’를 객관적으로 규명하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특히 동일 동 또는 단지 내에 같은 설계와 공법으로 만들어진 구조물이 반복적으로 설치돼 있다면 사고가 발생한 한 곳만 보수하는 방식으로는 주민들의 안전 우려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구조전문가 관점에서는 설계도면과 실제 시공 상태가 일치하는지, 철근 배근과 정착 상태가 적정했는지, 콘크리트 강도와 접합부 시공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또한 4층 테라스가 실제로 처졌는지 여부 역시 육안 판단만으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레벨 측량과 구조안전진단 등을 통해 변형량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허용 기준을 벗어났는지 확인해야 한다.만약 동일한 설계·공법이 적용된 여러 구조물에서 유사한 변형이 확인된다면 개별 세대의 단순 하자가 아니라 설계·시공·감리·품질관리 전반을 들여다봐야 할 사안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정일영 의원 “철저한 조사와 근본적 대책 필요”정치권에서도 이번 사고를 단순한 하자보수 문제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정일영 의원은 사고 이후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에 철저한 원인 조사와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특히 해당 단지에서 입주 후 다수의 하자가 접수된 점을 지적하며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정 의원은 이번 사고뿐 아니라 시공사의 다른 사업장까지 안전 문제를 점검할 필요성을 제기했다.인천시와 국토교통부도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원인을 조사하기로 했다. 박찬대 인천시장은 지난 14일 현장을 방문해 주민 불신이 있는 상황에서 시공사에만 원인 조사를 맡길 수 없다며 시공·감리업체의 책임까지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따라서 향후 조사에서는 시공상의 문제뿐 아니라 설계, 감리, 사용승인 과정에서 안전 관련 사항이 제대로 검증됐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외국인 근로자 많은 건설현장…문제는 ‘국적’ 아닌 숙련도와 관리체계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내 건설현장의 인력 구조 문제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건설현장은 인력난으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다양한 국가 출신 근로자들이 골조·미장·타일·철근·거푸집 등 여러 공정에 참여하고 있다.그러나 외국인 근로자의 참여 자체를 부실시공의 원인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현재까지 송도 럭스오션SK뷰 테라스 붕괴가 특정 국적 근로자나 무자격 외국인 근로자의 시공 때문에 발생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핵심은 국적이 아니라 작업자의 숙련도와 필요한 자격, 공정별 교육, 작업지시 전달, 현장 감독 및 감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느냐는 점이다.특히 언어가 다른 근로자가 투입되는 현장에서는 설계도면과 작업지시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숙련 작업이 필요한 공정에는 적정 기능인력을 배치하며, 시공 후에는 현장 책임자와 감리자가 기준에 맞게 작업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만약 충분한 교육이나 숙련도 검증 없이 인력이 투입되고 이를 원청·협력업체·감리자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면 책임을 개별 근로자에게 돌리는 것이 아니라 현장 전체의 품질관리 시스템을 따져야 한다.5만7천여 건 하자 접수…“단순 보수 넘어 안전 신뢰 문제”송도 럭스오션SK뷰에서는 입주 이후 총 5만7천여 건의 하자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도배와 미장, 타일 등 다양한 공종의 하자가 포함돼 있다.다만 일반적인 마감 하자와 구조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하자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하자 건수만으로 건축물 전체의 구조적 결함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그럼에도 입주 2년도 되지 않은 신축 아파트에서 외부 테라스 구조물이 실제 지상으로 추락했다는 사실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사고 당시 아래에 사람이 있었다면 중대한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입주민들이 요구하는 것도 결국 ‘안심하고 집에서 생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이다.이번 사고는 한 세대의 테라스를 다시 만드는 것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07동 4층을 비롯해 동일한 구조와 공법이 적용된 테라스에 실제 변형이 존재하는지, 설계와 시공은 적정했는지, 감리는 제대로 이뤄졌는지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무엇보다 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특정 공정이나 근로자를 붕괴 원인으로 지목해서는 안 된다. 조사 결과 설계·시공·감리 중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명확히 밝히고, 책임 소재에 따라 보수·재시공 및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신축 아파트의 안전은 입주민이 스스로 확인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시공사와 감리업체, 관계당국이 객관적인 자료와 정밀진단 결과로 안전성을 입증해야 할 사안이다.
    2026-08-17 16:16:40 이정윤
  • [김형진 문화 기자의 근황 인터뷰] 배우 김사희, 4억 뷰 숏드라마부터 연극 무대까지
    공연/전시

    [김형진 문화 기자의 근황 인터뷰] 배우 김사희, 4억 뷰 숏드라마부터 연극 무대까지

    "오랜 기다림에 보답하고 싶어요, 더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갈게요"
    배우 김사희를 만난 건 한창 무더운 8월의 어느 오후였다. 틱톡 숏드라마 '인더네임오브뷰티'가 4억 뷰를 돌파하며 글로벌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그는 연극 '달빛수리점' 공연을 앞두고 한창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tvN '롤러코스터', SBS '시크릿가든' 등을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후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온 김사희. 한동안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던 그가 숏드라마와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인터뷰 내내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던 김사희 배우는 "기다려주신 분들께 감사하고, 이제 더 활발히 활동하고 싶다"며 소탈하게 웃어 보였다.Q. 오랜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셨어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김사희: 사실 많은 분들이 제 근황을 궁금해하셨던 걸 알고 있어요. SNS나 댓글로 "요즘 뭐해요?", "작품 활동 안 하세요?" 같은 메시지를 많이 받았거든요. (웃음) 그동안 조용히 지내면서 저 자신을 돌아보고, 배우로서 어떤 길을 가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연기 공부도 더 하고, 여러 작품 시나리오도 읽으면서 준비하는 시간이었죠. 기다려주신 팬분들께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해요.Q. 'tvN 롤러코스터', 'SBS 시크릿가든'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셨는데, 그 시절이 떠오르시나요?김사희: 물론이죠. '시크릿가든' 때는 정말 어렸어요. 하지만 그 작품이 워낙 큰 사랑을 받았고, 저에게도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롤러코스터'도 마찬가지고요. 그때는 무조건 열심히만 했던 것 같은데, 지금 돌아보면 그 모든 과정이 배우 김사희를 만들어준 밑거름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 응원해주셨던 분들이 아직도 저를 기억해주시고 기다려주신다는 게 정말 감사해요.Q. '인더네임오브뷰티'가 4억 뷰를 돌파했습니다. 컴백 작품으로서의 소감이 남다르실 것 같아요.김사희: 정말 감사하고 놀라운 일이에요. 사실 숏드라마라는 형식도 처음이고, 글로벌 플랫폼이다 보니 걱정도 많았거든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돌아온 건데 팬분들이 실망하시면 어떡하지?" 하는 부담감도 있었고요. 그런데 공개 며칠 만에 1억, 3억... 그리고 이제 4억 뷰라니, 실감이 잘 안 나요. 전 세계 여러 나라 팬분들이 봐주신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뿌듯하고, 기다려주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Q. 팬들이 그동안 근황을 많이 궁금해했는데, 어떤 마음이셨나요?김사희: 정말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에요. 제가 활동을 쉬는 동안에도 SNS 메시지나 팬레터를 보내주신 분들이 계셨거든요. "건강하게 지내고 있나요?",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요?" 같은 메시지를 보면서 '아,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그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됐죠. 이번 작품들을 통해 "김사희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요"라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Q. 숏드라마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김사희: 요즘 콘텐츠 소비 트렌드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잖아요. 숏폼이 대세가 되면서 배우로서도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오랜만에 복귀하는 만큼 신선하고 의미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우리만의 이야기 방식을 숏폼에 담아낼 수 있다는 제작진의 비전이 마음에 들었어요. K-드라마 특유의 감성과 서사를 짧은 형식 안에 녹여낸다는 게 매력적이었죠.Q. 기존 드라마와 숏드라마의 연기 방식에 차이가 있었나요?김사희: 많이 다르지 않았어요. 감독님, 배우들과 기존 드라마 찍을 때처럼 편하게 이야기 나누면서 만들어갔거든요. 저희 작품은 다른 숏드라마와 달리 크게 자극적이지 않은 내용이라, 중간중간 억지로 임팩트를 만들 필요가 없었어요. 그 점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아요. 다만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서는 거라 처음엔 긴장도 많이 됐고요. 그 과정에서 배우로서 많이 배웠고, 연기의 밀도를 높이는 연습이 됐던 것 같아요.Q. 손주연, 이진혁, 박희정 배우님들과의 호흡은 어땠나요?김사희: 정말 좋은 선배님들,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특히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오랜만에 현장에 복귀하는 거라 떨리기도 했는데, 다들 편하게 대해주시고 배려해주셔서 금방 적응할 수 있었어요. 사실 이번 작품에서 제가 제일 선배였는데, 진혁이랑 주연이, 희정씨가 즐겁게 잘 해줘서 너무 즐거운 촬영이었어요. 그 친구들 에너지 덕분에 오히려 제가 더 힐링하면서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인도네시아 크리에이터 제스님은 한국말을 정말 잘하셔서 의사소통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어요.Q. 곧 연극 '달빛수리점'으로 무대에 오르신다고요.김사희: 네,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창작공간BBB에서 태항호 배우님과 함께 '달빛수리점' 공연을 합니다. 숏드라마 촬영이 끝나고 바로 연극 연습에 들어가서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웃음) 이번이 창작 초연인 작품이라 더 각별하게 다가와요. 무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잖아요. 관객분들과 직접 호흡하고 그 순간의 에너지를 나누는 게 배우로서 정말 특별한 경험이거든요.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거라 떨리기도 하지만, 그만큼 기대도 돼요.Q. 연극과 영상 작업, 어떤 차이가 있나요?김사희: 연극은 그 순간이 전부예요. NG도 없고, 편집도 없고, 오직 무대 위에서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거죠. 그래서 더 긴장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살아있는 느낌이 강해요. 반면 영상은 디테일한 표정 연기나 카메라 앵글을 고려해야 하고요. 둘 다 장단점이 있지만, 저는 두 가지 모두를 경험하면서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다고 믿어요. 오랜 공백기를 거친 만큼, 다양한 형식의 작품에 도전하면서 더 단단해지고 싶어요.Q. 태항호 배우님과는 어떤 케미를 보여주실 건가요?김사희: 사실 항호랑은 원래 친구 사이인데, 같이 작품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런데 작품을 같이 준비할수록 정말 좋은 사람이고, 열심히 하는 친구라는 걸 느꼈어요. 연습 과정에서도 서로 많이 의견을 나누고, 캐릭터에 대해 깊이 고민하면서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달빛수리점'이라는 작품 자체가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이야기라서, 관객분들께 힐링을 드릴 수 있는 무대가 될 거예요. Q. 숏드라마와 연극을 동시에 소화하시는 게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김사희: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죠. (웃음) 한동안 쉬었다가 복귀하는 거라 체력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하지만 배우로서 다양한 장르를 경험한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지 알기 때문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오히려 바쁘게 움직이면서 '아, 내가 배우구나.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걸 다시 느꼈어요. 오랜 공백 후에 이렇게 좋은 작품들로 돌아올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Q.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요?김사희: 기자님 통해서 제 팬분들이 저를 이렇게 기다렸다는걸 오늘 제대로 체감한거 같아요. 감사하면서 정말 미안한 마음도 컸어요. (울컥) 그리고 이제는 더 꾸준히,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어요. 장르의 경계 없이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고 싶고요. 드라마, 영화, 연극, 웹 콘텐츠... 형식이 무엇이든 좋은 이야기와 진정성 있는 캐릭터라면 망설이지 않고 도전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기다려주신 분들께 "건강하게 열심히 하고있다"라는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어요.*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08-16 17:02:33 김형진 칼럼니스트
  • [전연우 경제 칼럼] 메모리가 반도체의 전부가 됐다
    경제

    [전연우 경제 칼럼] 메모리가 반도체의 전부가 됐다

    - 칼럼니스트, 전연우 前 태일연구재단 이사장
    가격은 400% 뛰고, 애플조차 물량을 못 구한다올해 말까지 D램 가격이 연초 대비 400% 오를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 해 사이 가격이 다섯 배 가까이 뛴다는 뜻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수치다. 그리고 이 폭등의 중심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있다. 숫자로 보는 초호황올해 상반기 세계 반도체 매출은 702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 늘었다. 반도체 시장 전체가 1년 만에 두 배로 커졌다는 뜻이다. 이 성장을 이끈 건 메모리 반도체였다. 같은 기간 메모리 부문 매출은 305% 급증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가 사상 처음으로 전체 반도체 시장의 60%를 차지할 거라고 전망한다. 한때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가 균형을 이루던 시장에서, 이제 메모리 홀로 시장의 절반을 훌쩍 넘는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이 배경에는 인공지능이 있다. 생성형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메모리 업체들은 생산 역량을 HBM에 집중하고 있다. 문제는 그만큼 기존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 여력이 줄어든다는 데 있다. 한쪽을 채우기 위해 다른 쪽을 비우는 구조가, 지금의 극심한 공급 부족을 만들고 있다. 실제로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3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40~50%, 4분기에는 30~40% 추가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 해 두 번의 분기를 거치며 가격이 두 배 넘게 뛰는 셈이다.SK하이닉스, 25년 만의 권좌 교체이 흐름이 얼마나 이례적인지는 주가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1년 반 동안 국내 반도체지수는 561% 뛰었다. 올해 들어서만 삼성전자 주가는 194.83%, SK하이닉스 주가는 348.39% 상승했다. 지난해에도 각각 125.38%, 274.35% 올랐던 걸 감안하면, 2년 연속 세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셈이다. 그 결과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삼성전자를 앞지르는 일까지 벌어졌다. 25년 7개월 만에 코스피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바뀐 것이다. 오랫동안 한국 증시의 대명사였던 삼성전자가 같은 업종 안에서 왕좌를 내준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지금 메모리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의 무게를 짐작할 수 있다.드리우는 그림자, 반도체 공급난이 공급난은 이미 실물 경제에 파장을 미치고 있다. 애플은 부품 재고 부족 여파로 일부 맥북에어 모델의 출고를 9월 중순으로 미뤘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구매력을 가진 회사조차 원하는 시점에 메모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메타는 메모리 비용 상승을 이유로 올해 자본지출 전망치를 100억 달러 늘려 잡았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이 5년 이상 장기 공급 계약으로 물량을 선점하면서, 일반 소비재용 메모리 칩의 수급은 더 나빠지고 있다.한국은 웃고 있다이 국면에서 가장 웃는 쪽은 한국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어설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 컨센서스는 113조9832억 원, 연간으로는 삼성전자 360조7551억 원, SK하이닉스 260조9819억 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는데, 두 회사를 합치면 올해 600조 원, 내년에는 1000조 원을 돌파할 거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내년 영업이익이 전망치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 479조5465억 원, SK하이닉스 371조5932억 원으로, 이 숫자가 실현되면 두 회사는 나란히 글로벌 반도체 기업 순위 1위와 3위 자리에 오르게 된다. 몇 달 전만 해도 이 지면에서 반도체 쏠림과 그로 인한 시장 변동성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다뤘던 것과는 결이 다른 국면이다. 실적이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지금 이 두 회사는 역대 가장 유리한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다.이번엔 다르다는 근거반도체 업계 사람들에게 '슈퍼사이클'이라는 말은 낯설지 않다. 문제는 그 사이클이 늘 정점을 지나면 무너져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호황을 오래 지켜본 사람들은 이전과 다른 구조적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과거 메모리 반도체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크게 출렁이며 실적 변동성이 컸다. 호황일 때 너도나도 설비 투자를 늘렸다가, 공급이 넘치면 가격이 폭락하고 다시 불황을 맞는 패턴이 반복됐다.이번엔 거래 구조 자체가 달라졌다. 빅테크 기업들이 5년 단위의 장기공급계약으로 물량을 미리 확보하면서, 메모리 업체 입장에서는 향후 몇 년 치 판매처와 가격이 상당 부분 확정된 상태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SK하이닉스도 내년 HBM 판매 계약을 수익성이 보장되는 선에서만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공급 과잉이 이 사이클을 조기에 끝낼 우려는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신규 생산 능력을 늘려도 그 대부분이 HBM에 투입되는 구조라, 일반 메모리 공급이 갑자기 넘쳐날 가능성 자체가 낮다는 것이다.반도체 호황기의 대가다만 이 호황이 모두에게 좋은 소식은 아니다. 최근 국내 컴퓨터와 휴대전화 가격이 눈에 띄게 오르고 있는데, 그 핵심 원인이 바로 이 메모리 가격 상승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해외 빅테크에 물건을 비싸게 팔수록, 국내 PC 제조사와 휴대전화 제조사들도 같은 값에 부품을 조달해야 한다. 결국 그 비용은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반영된다.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힘을 갖게 된 결과가, 정작 한국 소비자에게는 가전제품 가격 인상으로 돌아오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사이클인가, 구조 전환인가그렇다고 이 호황을 무조건 낙관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장기공급계약이 변동성을 줄인다지만, 그 계약이 전제하는 수요 자체가 꺾이면 얘기는 달라진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오라클이나 브로드컴 같은 AI 관련 기업들의 실적 발표 때마다 신경을 곤두세운다. 이들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 AI 투자 둔화 우려가 곧바로 부각되고, 그 우려는 메모리 수요 전망에도 그대로 옮겨붙기 때문이다. 지금은 증권가 다수가 AI 버블론을 시기상조로 보고 있지만, 이런 경계심이 계속 따라붙는다는 사실 자체가 이 호황의 지속 가능성이 완전히 검증된 건 아니라는 방증이기도 하다.한국 경제, 특히 수출과 증시가 반도체 두 회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는 이미 여러 번 이 지면에서 지적한 위험이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앞지른 사건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이변이지만, 동시에 한국 증시 전체가 메모리라는 단 하나의 업종, 그 안에서도 단 두 개 기업의 실적 흐름에 얼마나 크게 걸려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지금의 초호황이 실적으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만큼 한국 경제 전체가 메모리 가격이라는 단 하나의 변수에 더 크게 걸리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호황의 크기가 커질수록, 그 흐름이 꺾일 때 감당해야 할 충격의 크기도 함께 커진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08-16 12:54:35 전연우 칼럼니스트
  • 용산공원 주택공급 논란… 용산구민·전문가 “도심 허파를 아파트 부지로 봐선 안 돼”
    국회/정당

    용산공원 주택공급 논란… 용산구민·전문가 “도심 허파를 아파트 부지로 봐선 안 돼”

    용산구 “120년 만에 돌아온 국가 상징공간 훼손 안 돼”
    정부가 서울 용산공원 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방안을 검토하는 것을 두고 지역사회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주택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정책적 판단과 도심 녹지 및 역사적 공간을 보존해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요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습이다.용산구는 용산공원을 단순한 국·공유지나 주택 공급이 가능한 '빈 땅'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오랜 기간 외국군 주둔지로 사용됐던 공간을 시민에게 돌려주고 국가공원으로 조성한다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주택 공급을 이유로 공원 기능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용산구 “대체할 수 없는 국가공원… 주택용지 전락 안 돼” 용산구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용산공원의 역사성과 공공성이다. 용산공원 부지는 일제강점기와 미군 주둔이라는 근현대사의 굴곡을 거친 공간이다. 100년이 넘는 시간을 거쳐 시민을 위한 국가공원으로 조성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개발 가능 부지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 용산구 측 주장이다. 특히 주택은 재개발·재건축과 역세권 개발, 유휴부지 활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추가 공급할 수 있지만 대규모 도심 공원은 한번 개발되면 원상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용산구는 주택 공급 자체를 반대하기보다는 공급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용산공원 부지를 잠식하는 방식 대신 노후 주거지역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으로 도심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용산구민 “주택난 해결 필요하지만 공원까지 개발해야 하나” 지역 주민들의 우려도 비슷하다. 용산구민 입장에서 용산공원은 단순한 대형 녹지공간을 넘어 장기간 군사시설로 단절됐던 공간이 시민에게 돌아온다는 의미가 크다. 이에 따라 주택난 해결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국가공원 부지를 주택 공급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주민들이 우려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개발의 선례'다. 공원의 일부라도 주택용지로 전환될 경우 향후 다른 개발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공원 면적이 추가로 축소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용산 일대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동시에 추진되는 지역이다. 주택이 추가 공급될 경우 교통량 증가와 학교·도로·생활SOC 등 기반시설 부담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구민들의 요구는 "주택이냐 공원이냐"라는 단순한 선택보다 국가공원의 전체적인 기능과 역사성을 유지하면서 다른 지역과 다른 방식으로 주택 공급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전문가 “도심 녹지는 환경 인프라… 단순한 빈 땅 아니다” 도시계획과 부동산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용산공원의 '도시 인프라 가치'다. 대규모 도심 녹지는 시민 휴식공간이라는 기능뿐 아니라 열섬현상 완화와 미세기후 조절, 생태축 연결 등 다양한 도시환경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서울처럼 고밀화된 대도시에서는 대규모 녹지를 새로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용산공원에 주택을 공급한다고 해서 서울의 주택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부지의 토양오염 정화 문제를 비롯해 공원 조성계획 변경, 관련 법·제도 검토, 교통·환경영향 검토와 지역사회 협의 등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공급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면 단기적인 집값 안정 대책으로서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도시계획 전문가의 관점에서는 용산공원 개발보다 기존 도심의 토지 이용 효율을 높이는 방안이 우선 검토될 필요가 있다. 역세권 고밀 복합개발, 노후 주거지 정비사업 활성화, 공공시설 복합화, 저이용 국·공유지 재구조화 등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 역시 공급 물량의 숫자만큼 중요한 것이 '얼마나 빠르게 실제 입주 가능한 주택으로 이어지느냐'라고 지적한다. 후보지만 발표하고 장기간 사업이 지연된다면 시장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급 숫자에 가려진 '100년 뒤 서울'도 생각해야 서울의 주택 공급 확대는 분명 중요한 과제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비롯한 무주택 시민의 주거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공급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빈 공간을 주택 공급 후보지로 바라보는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용산공원은 일반적인 유휴 국유지와 성격이 다르다. 일제강점기와 미군 주둔을 거쳐 시민에게 돌아오는 과정 자체가 한국 근현대사의 한 부분이며, 국가 차원에서 장기간 공원 조성을 추진해 온 공간이다. 정부가 이곳을 주택 공급 후보지로 검토하려면 "몇 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가"뿐 아니라 "그 개발로 무엇을 영구적으로 잃게 되는가"를 함께 계산해야 한다. 더욱이 공원계획 변경과 토양 정화, 관계기관 협의와 지역사회 반발로 실제 공급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커질 수 있다. 주택 공급을 위해 국가공원의 일부를 내주고도 정작 필요한 시기에 주택을 공급하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먼저 검토해야 할 것은 손쉬운 '빈 땅 찾기'가 아니라 기존 도시의 공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다. 역세권과 노후 주거지의 정비사업을 정상화하고 기반시설과 주택을 함께 공급하는 방식, 공공시설을 입체·복합적으로 활용하는 방식 등이 우선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용산공원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단순히 용산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택 공급이라는 현재의 필요와 도시환경·역사·공공성이라는 미래의 가치 가운데 정부가 어떤 원칙으로 국토를 사용할 것인가를 묻는 문제다. 주택은 다시 지을 수 있다. 그러나 서울 한복판의 대규모 국가공원은 한번 훼손되면 다시 확보하기 어렵다. 정부가 공급 물량이라는 숫자만이 아니라 50년, 100년 뒤 서울에 무엇을 남길 것인지까지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2026-08-15 15:29:35 이정윤
  • 태극기마저 중국산에 내줬다… 국내 제조업체 3곳, ‘국산 우선구매법’ 나온다
    국회/정당

    태극기마저 중국산에 내줬다… 국내 제조업체 3곳, ‘국산 우선구매법’ 나온다

    100원짜리 중국산 태극기의 공습… 사라지는 ‘국산 태극기’ 지킨다
    핵심 제조공정 국내 수행 제품 우선구매… “국가 상징물 생산 기반 지켜야” [데일리환경= 안상석 기자]장당 100~200원대에 불과한 초저가 중국산 태극기가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국내 태극기 제조업계가 존립 위기에 놓였다. 가정에서 태극기를 게양하는 문화가 예전보다 줄어든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수입 제품까지 늘어나면서 국내 생산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이에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부터 국내에서 생산된 태극기를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입법이 추진된다.나경원 의원은 15일 제81주년 광복절을 맞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태극기를 구매할 경우 국내에서 핵심 제조 공정을 거친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대한민국국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태극기도 ‘가격 전쟁’… 국내 제조업체 손에 꼽을 정도국내 태극기 제조업계가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현재 자체 생산설비를 갖추고 태극기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국내 업체는 전국적으로 3~5곳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과거 삼일절과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등 국경일이면 가정마다 태극기를 내걸었고 자연스럽게 민간 구매 수요도 형성됐다. 하지만 공동주택 중심으로 주거환경이 변화하고 국기봉을 설치하지 않는 가정이 늘면서 민간 수요가 크게 줄었다.여기에 온라인 유통시장을 중심으로 장당 100~200원대의 초저가 수입 태극기까지 등장하면서 국내 제조업체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문제는 단순히 가격에만 있지 않다는 것이다.태극기는 태극 문양과 건곤감리 4괘의 위치, 색상, 크기와 비율 등이 법령상 규격에 맞아야 하는 국가 상징물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일부 저가 제품의 경우 이러한 규격이나 품질을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반면 국내 제조업체는 규격을 맞추기 위해 자수와 봉제, 마감 등에 비용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초저가 수입 제품과 동일한 조건에서 가격 경쟁을 벌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결국 현재의 가격 경쟁이 지속될 경우 국내 태극기 제조업체가 추가로 문을 닫고, 장기적으로는 태극기를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설비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원단까지 100% 국산 아닌 ‘핵심 공정 국내 생산’에 초점나 의원이 추진하는 개정안은 태극기에 사용되는 원단과 부자재까지 모두 국산으로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섬유·봉제산업의 현실을 고려해 자수와 봉제 등 제품의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가공 공정을 국내에서 수행한 제품을 국산 태극기로 인정하는 방향이다.원재료의 완전한 국산화보다는 국내에서 실제 제조가 이뤄지도록 해 최소한의 생산설비와 기술, 인력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볼 수 있다.수급 차질이나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상황에 대비한 예외 규정도 마련될 예정이다.특히 개정안에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매년 국내 태극기 제조업체 현황과 공공기관의 구매 실태 등을 조사해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길 예정이다.법만 만들어놓고 실제 조달 과정에서는 저가 수입 제품을 구매하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가 지속적으로 구매 실태를 점검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나 의원은 “가정에서의 국기 게양이 줄면서 이제 공공기관이 태극기의 가장 중요한 수요처 가운데 하나가 됐다”며 “국경일과 국가 공식 행사에 사용되는 태극기만큼은 우리 손으로 제대로 만든 규격품을 사용하는 것이 국가 상징물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라고 강조했다.취지는 타당하지만 ‘국산 우선’ 기준은 정교해야국내 태극기 생산 기반을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충분한 명분이 있다. 태극기는 일반적인 생활용품이나 행사용 소모품과 달리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국가 상징물이기 때문이다.특히 정부청사와 지방자치단체, 학교, 공공기관 등에 게양되는 태극기는 가격만으로 구매 여부를 결정하기보다 정확한 규격과 내구성, 색상, 봉제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조달 기준이 필요하다.공공부문이 일정 수준의 수요를 담당하면 국내 업체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생산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제조설비와 숙련인력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다만 법안이 실제 시행되기까지 따져봐야 할 부분도 있다.국산 제품 우선구매가 공공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적정 가격과 품질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또한 특정 국가의 제품을 사실상 배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경우 WTO 정부조달협정(GPA) 등 국제 통상규범과의 관계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따라서 단순히 ‘수입산은 안 되고 국산만 구매한다’는 접근보다는 태극기의 규격과 품질, 국내 핵심 제조공정 수행 여부 등을 구체적인 조달 기준으로 만드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공공기관 구매만으로는 한계… 민간시장 회복도 필요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내 태극기 제조업체에는 일정 부분 안정적인 판로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국경일뿐 아니라 각종 국가 행사와 국제행사, 청사 게양, 기념행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태극기를 구매하기 때문이다. 이 시장에서 국내 제조업체가 일정 물량을 확보한다면 최소한의 생산 기반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그러나 공공조달만으로 국내 태극기 산업을 되살리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민간시장에서 국산 태극기를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원산지와 제조공정을 명확하게 표시하고, 법정 규격을 제대로 준수한 제품인지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는 품질 인증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국산 태극기가 수입 제품보다 비싸더라도 왜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지, 어떤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지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100원짜리 태극기’가 던지는 질문태극기를 무조건 국내에서 만들어야 애국이고, 수입 태극기를 사용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이번 논의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국산이냐 수입산이냐’라는 단순한 이분법보다 대한민국의 국가 상징물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최소한의 제조 기반을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점이다.한 번 무너진 생산 기반은 다시 복원하기 어렵다. 제조업체가 사라지면 설비뿐 아니라 봉제와 자수, 규격 관리 등에 축적된 숙련 기술도 함께 사라질 수 있다.반대로 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품질이나 가격을 따지지 않고 공공기관이 구매하도록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 세금으로 구매하는 만큼 국산 제품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결국 이번 법안의 성패는 ‘국산 우선구매’라는 구호 자체보다 어떤 제품을 국산 태극기로 인정하고, 어느 정도의 품질을 요구하며, 공공기관의 추가 비용을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100원대 태극기가 등장한 시장에서 국내 제조업체가 손에 꼽을 정도로 줄었다는 현실은 태극기 산업이 이미 가격 경쟁만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광복절마다 태극기를 달자는 캠페인을 반복하면서 정작 그 태극기를 국내에서 만들 수 있는 기반이 사라지는 상황은 한번쯤 되짚어볼 문제다. 이번 법안이 단순한 ‘국산품 보호’를 넘어 국가 상징물의 품질과 국내 제조 기반을 함께 지키는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국회의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안상석 기자 dailyt@naver.com
    2026-08-15 12:58:13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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