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장 창업자금, 예산 24억인데 신규 지원은 단 2명
여성가장 창업자금 집행률 2022년 71%→2025년 13%로 추락
[데일리환경=안상석 기자] 여성가장의 자립을 돕겠다며 편성한 창업지원 예산은 남아돌았지만 정작 새롭게 지원받은 여성은 단 2명에 그쳤다. 반면 이미 폐업한 기업 1,866곳은 여성기업 확인이 유효한 상태로 남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지원이 절실한 여성가장에게는 정책자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자격을 상실한 폐업기업에 대해서는 확인서 정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여성기업 지원정책의 관리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임문영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 자체감사 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여성경제인협회가 수행하는 여성기업 확인제도와 여성가장 창업자금 지원사업에서 사후관리 부실과 낮은 예산 집행률이 확인됐다.특히 여성가장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여성가장 창업자금 지원사업’의 실적은 제도의 존재 이유를 다시 살펴봐야 할 정도다.사업 예산 집행률은 2022년 71%에서 2023년 58%, 2024년 32%, 2025년에는 13%까지 떨어졌다. 2025년 예산 24억 원 가운데 실제 집행액은 약 3억 원에 그쳤고 약 21억 원이 사용되지 않았다.더 눈에 띄는 것은 신규 지원자 숫자다.2025년 지원실적 대부분이 기존 지원자의 재계약이었으며 새롭게 지원받은 여성가장은 단 2명에 불과했다.정부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지원하지 못한 상황과는 성격이 다르다. 예산을 편성해 놓고도 실제 대상자에게 전달하지 못했다면 지원요건이 현실과 맞지 않는지, 신청절차가 복잡한지, 홍보가 부족한지, 대상자 발굴체계에 문제가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여성가장 입장에서 보면…“지원제도가 있다는 것조차 모른다면” 여성가장 창업지원 정책은 단순한 창업지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생계를 책임지면서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여성에게 초기 임차비와 사업기반 마련은 창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다.그런데 24억 원의 예산 가운데 약 21억 원이 남고 신규 지원자가 2명에 그쳤다면 ‘신청자가 없었다’는 결과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정책을 몰라 신청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지원기준이 실제 여성가장의 경제상황과 맞지 않는 것은 아닌지, 필요한 서류와 절차가 창업을 처음 준비하는 사람에게 지나치게 까다로운 것은 아닌지 등을 수요자의 입장에서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특히 집행률 하락이 한 해에 그친 것이 아니라 2022년 71%에서 2025년 13%까지 4년 연속 이어졌다는 점은 단순한 일시적 수요 감소만으로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수요가 없다면 사업 규모와 방식을 조정해야 하고, 수요는 있지만 제도를 몰라 신청하지 못한다면 적극적으로 대상자를 찾아야 한다. 어느 쪽이든 매년 예산을 편성하고 대부분을 사용하지 못하는 방식이 반복돼서는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폐업기업 1,866곳은 확인서 그대로…정작 관리해야 할 곳은 놓쳤다 반대편에서는 여성기업 확인제도의 사후관리 문제가 드러났다.감사 당시 유효한 여성기업 확인 9만130건 가운데 1,866건은 이미 폐업한 기업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관할 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 해당 확인의 취소를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여성기업 확인은 단순한 명칭 부여에 그치지 않는다. 여성기업으로 확인되면 공공기관의 여성기업 제품 구매 등 각종 지원제도와 연계될 수 있다.중기부 역시 여성기업의 판로 확보를 위해 공공기관이 물품·용역의 5% 이상, 공사의 3% 이상을 여성기업 제품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의무구매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따라서 폐업기업의 확인정보가 장기간 정리되지 않는다면 제도에 대한 신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더욱이 중기부 감사 과정에서는 취소 절차가 완료되기 전까지 폐업기업의 확인서가 부당하게 사용될 가능성도 문제로 지적됐다.폐업 여부는 정부가 행정정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인 만큼 협회가 사후에 폐업기업을 일일이 찾아 취소를 요청하는 방식보다 사업자 폐업정보와 여성기업 확인정보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위장 여성기업’ 의심 35곳…현장조사 없는 기업은 관리망 밖으로 사후관리 기준에서도 허점이 확인됐다.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2024년부터 사후관리 대상 선정기준을 현장조사표 점수 중심으로 변경했는데, 이 과정에서 애초 현장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기업이 사후관리 대상에서 빠질 수 있는 문제가 발생했다.감사에서는 대표자가 서로 다른데도 사업장 주소나 이메일이 동일하거나 상시근로자가 없는 등 이른바 ‘위장 여성기업’으로 의심할 만한 기업 35곳이 확인됐다.중기부가 일부 기업의 사업장을 직접 확인한 결과 신고된 소재지에서 식당이나 다른 업체가 영업하고 있는 사례도 발견됐다.이 같은 문제는 현장조사 점수만으로 사후관리 대상을 정하는 방식에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일 주소·연락처, 상시근로자 수, 사업자등록 상태 등 행정정보를 함께 교차 검증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돈이 없었던 게 아니라, 필요한 사람에게 돈이 가지 않았다 이번 감사 결과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예산 부족’이 아니라 ‘정책 전달체계’다.여성가장 창업자금은 24억 원이라는 예산을 확보하고도 약 21억 원을 사용하지 못했다. 신규 지원자는 2명에 그쳤다. 반면 여성기업 확인제도에서는 이미 폐업한 기업 1,866곳의 확인정보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한쪽에서는 지원할 돈이 남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정리해야 할 자격정보가 남았다.정책은 예산을 편성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제도를 알고 신청할 수 있어야 하고, 지원 대상이 아니라면 신속하게 관리체계에서 정리돼야 한다.특히 여성가장 창업지원처럼 생계와 창업을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라면 행정기관이 신청자를 기다리는 방식만으로 충분한지도 검토해야 한다.정부가 먼저 대상자를 발굴하고 상담부터 신청, 창업공간 확보까지 연결하는 방식으로 전달체계를 바꾸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2025년 국내 전체 창업기업은 113만5,561개로 집계됐다. 정부 역시 영세 창업기업 등 금융 접근성이 낮은 사업자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가장 창업자금의 신규 지원자가 2명에 머물렀다면 단순히 ‘수요가 적었다’고 결론 내리기보다 사업 설계와 전달 과정에서 지원을 가로막는 요인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임문영(사진) 의원은 “여성기업 확인제도는 여성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제도”라며 “폐업기업 1,866곳의 확인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고, 정작 도움이 필요한 여성가장을 위한 예산은 90% 가까이 사용하지 못했다면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이어 “폐업정보와 여성기업 확인정보 연계, 위장 의심기업 자동 선별체계 구축, 여성가장 창업자금 사업 재설계라는 세 가지 개선과제에 대해 중기부가 명확한 이행시한을 제시하도록 국정감사에서 확인하겠다”고 강조했다.결국 이번 감사에서 확인해야 할 핵심은 예산 규모가 아니라 ‘누가 실제로 지원을 받았느냐’다.지원받아야 할 여성가장은 제도 밖에 남고, 폐업한 기업의 확인서는 제도 안에 남는다면 정책의 목적과 행정 현실이 뒤바뀐 셈이다.중기부와 한국여성경제인협회가 내놓은 개선방안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지, 그리고 13%까지 떨어진 집행률과 신규 지원자 2명이라는 숫자가 다음 해에는 어떻게 달라지는지까지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