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거리를 걷다 보면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K-팝과 BTS, 드라마, 영화가 이끄는 K-문화 열풍 덕분이다. 관광객 증가는 지역경제에 분명한 호재다. 숙박업과 음식점, 전통시장, 면세점까지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다. 특히 지난 13~14일 BTS 콘서트가 열린 부산 해운대와 송도 등 주요 관광지에는 행인 절반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일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일부 숙박업소와 음식점에는 BTS 팬클럽 '아미(ARMY)'를 환영하는 'Welcome to ARMY' 현수막까지 내걸리며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부산은 잠시 '제2의 서울'이 아니라 '세계의 부산'이 됐다. K-문화가 가진 막강한 흡인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관광객이 늘어날수록 시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길거리 쓰레기 무단투기,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소음, 새치기와 무질서한 행동 등 일부 관광객들의 비매너 행위가 반복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예를 들어 부산의 대표 관광지 중 한 곳인 '송도 해상 케이블카'는 밀폐된 공간에서 타인과 함께 탑승하는 특성상 '정숙'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특정 국가 출신 외국인 관광객들은 안내문이 무색할 정도로 큰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가 다른 탑승객들에게 불편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국적이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에티켓이다. 관광의 즐거움이 타인의 불편 위에 세워져서는 안 된다.
또다른 일부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KTX 장애인석에 대형 캐리어를 올려놓거나 교통약자 배려석을 짐 보관 공간처럼 사용하는 모습까지 목격된다. 장애인석은 여행 가방을 올려두라고 만든 공간이 아니다. 여행객이라는 이유로 공공질서가 예외 적용될 수는 없다.
더 답답한 것은 우리의 대응이다. 한국 승객이 같은 행동을 했다면 코레일 KTX 승무원들은 단호하게 안내했을 것이다. 실제로 같은 상황에서 입석 손님이 장애인 표지 바닥에 앉아있자 제지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 앞에서는 멋쩍은 웃음과 함께 상황을 그냥 넘기는 모습을 목격했다. 외국어가 서툴러서인지, 괜한 민원이 두려워서인지, 혹시 '불친절한 나라'라는 평가를 받을까 걱정해서인지는 모르겠다.
질서를 안내하고 지켜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 운영기관의 기본 책무다. 장애인석과 교통약자 배려석은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외국인이라고 예외를 두는 순간, 배려받아야 할 교통약자들이 오히려 불편을 떠안게 된다.
한국인들은 해외에 나가면 오히려 더 조심한다. 현지 질서를 어기면 '한국인 망신'이라는 생각에 스스로 행동을 돌아본다. 그런데 정작 우리 사회는 일부 외국인 관광객의 비매너를 마주해도 괜히 참거나 모른 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친절과 침묵을 혼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관광객 역시 방문한 나라의 질서와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 잘못된 행동에는 국적을 불문하고 "이곳에서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항공사와 여행사, 가이드, 코레일과 같은 철도 운영기관 역시 한국의 기초 질서와 교통약자 배려 문화를 다국어로 적극 안내할 책임이 있다.
K-문화가 세계를 끌어당기는 시대다. 그렇다고 손님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질서까지 감수할 필요는 없다. 관광객을 환영하되 원칙은 분명히 세우는 것, 그것이 성숙한 관광국가의 모습이다. 무조건적인 친절이 아니라 원칙 있는 환대, 그리고 질서를 지키도록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자신감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태도다.
정민오 기자 daily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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