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공장의 매연이나 자동차 배출가스가 아닌, ‘가축의 생리현상’에 세금을 부과하는 나라가 있다. 북유럽의 IT 강국이자 친환경 선진국으로 꼽히는 에스토니아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가축 사육 농가를 대상으로 이른바 ‘방귀세(Fart Tax)’로 불리는 가축 메탄세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웃어넘길 만한 해프닝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기후 위기를 극복하려는 매우 과학적이고도 절박한 이유가 숨어 있다.
이산화탄소보다 20~80배 독한 메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환경운동 단체들의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약 14.5%가 축산업에서 발생한다.
특히 소와 양 같은 반추동물(위가 여러 개로 나누어져 되새김질을 하는 동물)이 먹이를 소화시킬 때 대량의 메탄가스가 생성된다.
소 한 마리가 하루에 배출하는 메탄가스의 양은 무려 100~500리터에 달한다.
문제는 메탄가스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지구온난화 지수)이 일반 이산화탄소보다 단기적으로 최대 80배 이상 강력하다는 점이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대규모 소 사육 농가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 환경 오염 유발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원칙에 따라 이 세금을 전격 도입했다.
세금 부과 방법
에스토니아의 메탄세는 농가에서 사육하는 가축의 종류와 두수에 비례해 계산된다.
부과 대상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형 대형 축산 농가로, 소 한 마리당 연간 배출하는 평균 메탄 추정치를 기반으로 세액 산정해 징수한다.
세금의 사용
이렇게 거둬들인 탄소세 재원은 농가의 친환경 사료(메탄 저감 사료) 개발 지원, 가축 분뇨를 활용한 바이오가스 에너지 전환 시설 구축 등 농가 지원 사업에 전액 재투자된다.
도입 초기에는 축산 농가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
"동물의 자연스러운 생리현상까지 규제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에스토니아 정부는 세금 감면 혜택을 연계해 농가들이 메탄 배출을 줄이는 '해조류 첨가 사료' 등을 도입하도록 유도했고, 결과적으로 지속 가능한 축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 세계로 번지는 '방귀세'… 북유럽 기후 정책의 뉴노멀에스토니아의 이 과감한 실험은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낙농 선진국인 덴마크 정부 역시 가축 메탄세 법안을 최종 통과시켰으며,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농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먹거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고서는 탄소중립 달성이 불가능하다"며 "에스토니아의 방귀세는 인류가 고기를 소비하는 방식과 축산업의 형태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선제적인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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