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주택공급 논란… 용산구민·전문가 “도심 허파를 아파트 부지로 봐선 안 돼”

이정윤 발행일 2026-08-15 15:29:35
용산구 “120년 만에 돌아온 국가 상징공간 훼손 안 돼”
정부가 서울 용산공원 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방안을 검토하는 것을 두고 지역사회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주택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정책적 판단과 도심 녹지 및 역사적 공간을 보존해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요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습이다.

용산구는 용산공원을 단순한 국·공유지나 주택 공급이 가능한 '빈 땅'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오랜 기간 외국군 주둔지로 사용됐던 공간을 시민에게 돌려주고 국가공원으로 조성한다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주택 공급을 이유로 공원 기능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용산구 “대체할 수 없는 국가공원… 주택용지 전락 안 돼”


 용산구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용산공원의 역사성과 공공성이다.

 용산공원 부지는 일제강점기와 미군 주둔이라는 근현대사의 굴곡을 거친 공간이다. 100년이 넘는 시간을 거쳐 시민을 위한 국가공원으로 조성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개발 가능 부지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 용산구 측 주장이다.

 특히 주택은 재개발·재건축과 역세권 개발, 유휴부지 활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추가 공급할 수 있지만 대규모 도심 공원은 한번 개발되면 원상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용산구는 주택 공급 자체를 반대하기보다는 공급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용산공원 부지를 잠식하는 방식 대신 노후 주거지역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으로 도심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용산구민 “주택난 해결 필요하지만 공원까지 개발해야 하나”

 지역 주민들의 우려도 비슷하다.

 용산구민 입장에서 용산공원은 단순한 대형 녹지공간을 넘어 장기간 군사시설로 단절됐던 공간이 시민에게 돌아온다는 의미가 크다.

 이에 따라 주택난 해결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국가공원 부지를 주택 공급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민들이 우려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개발의 선례'다. 공원의 일부라도 주택용지로 전환될 경우 향후 다른 개발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공원 면적이 추가로 축소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용산 일대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동시에 추진되는 지역이다. 주택이 추가 공급될 경우 교통량 증가와 학교·도로·생활SOC 등 기반시설 부담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구민들의 요구는 "주택이냐 공원이냐"라는 단순한 선택보다 국가공원의 전체적인 기능과 역사성을 유지하면서 다른 지역과 다른 방식으로 주택 공급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전문가 “도심 녹지는 환경 인프라… 단순한 빈 땅 아니다”

 도시계획과 부동산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용산공원의 '도시 인프라 가치'다.

 대규모 도심 녹지는 시민 휴식공간이라는 기능뿐 아니라 열섬현상 완화와 미세기후 조절, 생태축 연결 등 다양한 도시환경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서울처럼 고밀화된 대도시에서는 대규모 녹지를 새로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용산공원에 주택을 공급한다고 해서 서울의 주택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부지의 토양오염 정화 문제를 비롯해 공원 조성계획 변경, 관련 법·제도 검토, 교통·환경영향 검토와 지역사회 협의 등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공급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면 단기적인 집값 안정 대책으로서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도시계획 전문가의 관점에서는 용산공원 개발보다 기존 도심의 토지 이용 효율을 높이는 방안이 우선 검토될 필요가 있다. 역세권 고밀 복합개발, 노후 주거지 정비사업 활성화, 공공시설 복합화, 저이용 국·공유지 재구조화 등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 역시 공급 물량의 숫자만큼 중요한 것이 '얼마나 빠르게 실제 입주 가능한 주택으로 이어지느냐'라고 지적한다. 후보지만 발표하고 장기간 사업이 지연된다면 시장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급 숫자에 가려진 '100년 뒤 서울'도 생각해야

 서울의 주택 공급 확대는 분명 중요한 과제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비롯한 무주택 시민의 주거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공급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빈 공간을 주택 공급 후보지로 바라보는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

용산공원은 일반적인 유휴 국유지와 성격이 다르다. 일제강점기와 미군 주둔을 거쳐 시민에게 돌아오는 과정 자체가 한국 근현대사의 한 부분이며, 국가 차원에서 장기간 공원 조성을 추진해 온 공간이다.

 정부가 이곳을 주택 공급 후보지로 검토하려면 "몇 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가"뿐 아니라 "그 개발로 무엇을 영구적으로 잃게 되는가"를 함께 계산해야 한다.

 더욱이 공원계획 변경과 토양 정화, 관계기관 협의와 지역사회 반발로 실제 공급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커질 수 있다. 주택 공급을 위해 국가공원의 일부를 내주고도 정작 필요한 시기에 주택을 공급하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먼저 검토해야 할 것은 손쉬운 '빈 땅 찾기'가 아니라 기존 도시의 공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다. 역세권과 노후 주거지의 정비사업을 정상화하고 기반시설과 주택을 함께 공급하는 방식, 공공시설을 입체·복합적으로 활용하는 방식 등이 우선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용산공원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단순히 용산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택 공급이라는 현재의 필요와 도시환경·역사·공공성이라는 미래의 가치 가운데 정부가 어떤 원칙으로 국토를 사용할 것인가를 묻는 문제다.

 주택은 다시 지을 수 있다. 그러나 서울 한복판의 대규모 국가공원은 한번 훼손되면 다시 확보하기 어렵다. 정부가 공급 물량이라는 숫자만이 아니라 50년, 100년 뒤 서울에 무엇을 남길 것인지까지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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