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안정성만 보입니다” vs “기초 인력도 안 옵니다”… 2026 환경산업 박람회가 남긴 숙제

이정윤 발행일 2026-05-26 12:04:37
[데일리환경= 김세정기자]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환경산업’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 성장 동력이자 청년들의 새로운 돌파구로 각광받고 있다.

 정부와 학계 역시 연일 그린오션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고용 창출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실제 고용 전선의 최전방이라 할 수 있는 채용 박람회 현장에서 마주한 풍경은 기대와 달리 차갑게 얼어붙은 미스매치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안정적인 직장만을 쫓는 청년 구직자들과 극심한 구인난에 허덕이는 유망 중소기업 간의 깊은 인식 차이는 우리 환경 일자리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그대로 투영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주최하고 한국환경산업협회가 주관한 ‘2026 환경산업 일자리 박람회’가 지난 5월 19일 서울 서초구 aT센터 제1전시장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이번 박람회에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주요 공공기관과 대기업, 우수 기술력을 인정받은 유망 환경기업 등 총 67개사가 참여해 현장 면접부터 일대일 취업 멘토링, 최첨단 신직무 소개 부스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미래의 환경 전문가를 꿈꾸며 눈빛을 반짝이는 수많은 청년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겉으로 보기에는 행사장 전체가 성황을 이룬 것처럼 보였다.

 눈치 싸움 치열한 공공기관 부스… "중소기업은 불안해요“

 그러나 활기찬 겉모습과 달리 박람회장 내부로 깊숙이 들어설수록 눈치 싸움과 심각한 양극화 현상이 팽배했다.

한국환경공단,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의 대표적인 공공기관 채용 설명회장과 대기업 계열 환경기업의 부스 앞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상담 서류를 손에 쥔 채 몇 시간씩 긴 줄을 늘어선 구직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간절함이 가득했다. 이들은 높은 연봉과 탄탄한 복지, 무엇보다 구조조정 걱정 없는 직장의 안정성을 담보 받기를 원하고 있었다.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올해 봄 졸업했다는 구직자 A씨(26)는 쓰라린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A씨는 “솔직히 중소 환경업체들은 경기 변동이나 정부 정책 변화에 너무 취약하고 초봉이 낮아 고용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라며 “취업 준비 기간이 조금 더 길어지고 고통스럽더라도, 급여가 안정적이고 정년이 보장되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공채에 합격할 때까지 계속 도전할 생각이다”라고 털어놨다.

최근 전반적인 경기 둔화와 양질의 일자리 감소 기조 속에서, 청년층이 모험적인 성장이나 가치 추구보다는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선택하면서 나타난 씁쓸한 현장 단면이다.

 “애써 키우면 대기업 이직”… 인력 유출 악순환에 우는 중소기업

 
반면 독보적인 수처리 기술이나 탄소 저감 기술 등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우수 환경 벤처·중소기업들의 부스는 대조적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상담관들이 빈자리를 지키며 구직자를 기다리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박람회에 참가한 한 신재생에너지 환경 벤처기업의 인사담당자 B씨는 텅 빈 앞자리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B씨는 “당장 신규 프로젝트 현장에 투입할 엔지니어와 핵심 연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며 “중소기업 특성상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니 청년들이 업무 강도가 높을 것이라 지레 겁을 먹고 기피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가장 힘든 점은 어렵게 신입 사원을 뽑아 기술을 가르쳐 놓으면, 몇 년 경력을 쌓은 뒤 곧바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으로 이직해 버린다는 것”이라며 “만성적인 인력 유출과 이로 인한 구인난의 악순환 때문에 신규 대형 사업을 수주하고도 이를 수행할 사람이 없어 사업 확장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대기업 수준의 임금을 맞추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재무적 한계와 청년들의 대기업 쏠림, 지방 기피 현상이 맞물리면서 인력난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였다.

 단순 매칭 넘는 제도적 인센티브와 파격적 보조금 지원 시급

 고용 및 환경 전문가들은 이번 박람회에서 드러난 극심한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일회성 행사나 단순 온라인 사후 매칭 수준의 대책을 넘어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중소 환경기업에 취업하는 청년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적 유인책과 자산 형성 지원책이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큰 호응을 얻었던 정책을 벤치마킹해 중소 환경기업 취업 청년들을 위한 ‘환경 청년 내일채움공제’ 같은 인센티브 제도를 대폭 확대 신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청년이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정부와 기업이 돈을 보태 목돈을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고용 유지율을 높이자는 구상이다.

또한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고질적인 임금 격차를 메워줄 수 있는 ‘환경 인재 복지 보조금’ 제도를 확충해 주거비나 자기개발비를 직접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들 역시 청년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유연근무제를 적극 도입하고,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 문화로 내부 체질을 과감하게 개선하려는 자구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생의 생태계 구축이 그린오션 성장의 열쇠

결국 환경산업이라는 거대한 그린오션이 허울 좋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구직자 모두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

 정부는 정교하고 현실적인 맞춤형 고용 정책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간극을 좁혀주어야 하며, 기업은 인재를 끌어당기기 위한 매력적인 일터로 변모해야 한다. 구직자들 역시 무조건적인 ‘안정’과 ‘간판’만을 쫓기보다는 유망 환경 기업에서 기술력을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2026 환경산업 일자리 박람회는 우리에게 화려한 수치 이면에 숨겨진 미스매치라는 무거운 과제를 던져주었다.

 
중앙정부와 유관기관, 그리고 일선 지자체의 혁신적인 변화와 정교한 정책적 뒷받침이 맞물릴 때 비로소 청년들에게는 양질의 일자리가, 환경 기업들에게는 도약의 기회가 열릴 것이다.

미래 성장동력인 환경산업의 뿌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고용 시장 전반의 체질 개선을 위한 범정부적 총력전이 필요한 때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함께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