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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오기자

기사
  • [기자수첩] 존경도 체벌도 사라진 교실…스승의날에 묻는 ‘선생님의 자리’
    교육

    [기자수첩] 존경도 체벌도 사라진 교실…스승의날에 묻는 ‘선생님의 자리’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5월 15일은 스승의날이다. 한때는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며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를 부르던 날이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하던 시대도 있었다. 교사는 단순한 직업인이 아니라 인생의 방향을 잡아주는 존재로 여겨졌다.하지만 지금의 교실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교권 침해, 악성 민원, 학생·학부모와의 갈등, 아동학대 신고 논란까지. 일부 교사들은 "아이를 지도하는 것 자체가 두렵다"고 말한다. 생활지도를 하다 휴대전화 카메라에 찍히고, 짧게 훈계한 내용조차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는 일이 반복된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교권 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다.반대로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과거 학교는 '절대적 권위'라는 이름 아래 적지 않은 폭력을 용인해왔다. 이른바 '사랑의 매'라는 표현 속에는 체벌과 공개적인 모욕, 인권 침해가 뒤섞여 있었다. 교탁 자, 출석부, 회초리가 교육 도구처럼 사용되던 시절도 있었다. 학생 입장에서 학교는 배움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두려움의 공간이기도 했다.결국 지금의 혼란은 단순히 '요즘 학생들이 문제' 혹은 '예전 선생님들이 더 훌륭했다'는 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문제다.과거에는 지나친 권위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권위 자체가 사라진 시대에 가깝다. 존중과 통제가 동시에 무너진 셈이다.특히 디지털 환경은 교실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과거에는 교실 안에서 끝났을 일이 이제는 영상과 캡처 이미지로 온라인에 확산된다. 교사의 부적절한 행동도 감시받지만, 동시에 교사의 정상적인 생활지도조차 '논란 콘텐츠'가 되기 쉽다. 학생과 교사 모두가 카메라 앞에 놓인 시대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교육의 본질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교사는 민원을 걱정하고, 학생은 교사를 신뢰하지 못하며, 학부모는 학교보다 사교육을 더 믿는다. 예전처럼 무조건적인 권위는 분명 사라져야 했지만, 그렇다고 교사가 단지 '서비스 제공자'처럼 취급되는 현실 역시 건강하다고 보기 어렵다.실제 현장에서는 '문제를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분위기가 퍼진 지 오래다. 적극적인 생활지도보다 소극적 대응이 안전하다는 인식이다. 이는 결국 학생들에게도 좋은 환경이 아니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행위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스승의날이 불편한 기념일이 되어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촌지와 선물 문화 논란 이후 학교 현장에서는 카네이션 하나조차 조심스러워졌다. 존경의 표현은 사라지고, 경계와 오해만 남았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체벌과 권위주의 시절을 미화해서도 안 된다. 동시에 지금처럼 교사의 권위와 교육적 역할이 지나치게 위축되는 상황 역시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필요한 것은 과거의 복원이 아니라 새로운 균형이다.학생 인권과 교권은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보호되어야 할 가치다. 교사도 보호받아야 하고, 학생도 존중받아야 한다.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침묵시키는 방식으로는 건강한 교실이 만들어질 수 없다.스승의날의 의미는 단순히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전하는 데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사회가 '교육'을 어떤 관계로 바라보고 있는지 돌아보는 날이어야 한다. 아직 희망은 남아 있다.스승의날 행사 준비로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가야 한다며 설레어하고, '스승의 은혜'를 흥얼거리는 학생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시대가 변하며 존경의 방식은 달라졌을지 몰라도, 감사의 마음까지 사라진 것은 아닐 것이다.정민오 기자 auto@dailyt.co.kr
    2026-05-15 07:13:55 정민오
  • [기자수첩] 5월 11일 입양의 날, 축하만으로 지나갈 수 없는 이유
    인권/복지

    [기자수첩] 5월 11일 입양의 날, 축하만으로 지나갈 수 없는 이유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5월 11일 ‘입양의 날’은 오래도록 따뜻한 기념일이었다. 가정의 달 5월에 '1명의 아이가 1개의 가정을 만난다'는 의미의 11일, 사랑과 가족의 상징처럼 소개돼 왔다.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최근 서울에서는 해외입양인들과 시민단체들이 진실화해위원회 앞에 모였다. 누군가는 잃어버린 가족을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왜 나는 서류 속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나"를 물었다. 일부는 해외입양 과정에서의 서류 조작과 강제성, 국가 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과거 입양은 대체로 '선의'의 언어로 소비됐다. 가난한 아이를 돕는 일,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는 일,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이라는 식이었다. 그런데 지금 해외입양인들이 던지는 질문은 조금 불편하다. 왜 한국은 아이를 해외로 보내는 데 이렇게 익숙했는가. 사실 한국은 수십 년간 세계 최대 규모의 해외입양 국가 중 하나였다. 전쟁고아 시절을 지나 산업화 시대까지 이어진 해외입양은 어느 순간 '복지 시스템'처럼 작동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은 아이를 지키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회가 감당하지 못한 문제를 해외로 이동시키는 방식에 가까웠는지도 모른다. 당시 사회는 미혼모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혼혈아에 대한 차별은 노골적이었다. 장애아 양육 지원 역시 지금보다 훨씬 열악했다. 결국 입양은 개인의 선택 이전에 사회 구조의 결과였다.더 아이러니한 건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가족주의'를 강조해왔다는 점이다. 가족을 중시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혈연 기준에서 벗어난 가족은 쉽게 배제했다. 미혼모 가족도, 혼혈가정도, 입양가정도 완전히 포용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해외로 보내진 아이들에 대해서는 '더 잘 살게 됐으니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최근 제기되는 문제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일부 입양기관의 실수나 과거 행정 미비의 문제가 아니라, 당시 사회 전체가 아이를 ‘보내는 것’에 지나치게 익숙했다는 점이다.실제로 진실화해위원회는 해외입양 과정의 인권침해와 기록 조작 의혹 등을 다시 조사 대상으로 포함했고, 올해 재가동 이후 수백 건의 진정이 접수됐다. 흥미로운 건 이제 입양 담론의 중심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입양 부모의 이야기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입양 '당사자'의 목소리가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나는 왜 보내졌는가", "나는 누구였는가", "누가 내 이름을 바꿨는가"이는 단순한 가족 찾기가 아니다. 존재와 기록, 그리고 국가 책임에 대한 질문이다. 작금의 상황에서 입양의 날은 예전처럼 단순히 '감동 캠페인' 만으로 지나가기 어렵다. 아이를 입양 보내는 사회보다, 아이를 원가정 안에서 키울 수 있게 만드는 사회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어쩌면 진짜 선진적인 사회는 입양을 많이 보내는 나라가 아니라, 입양 자체가 마지막 선택이 되도록 만드는 나라일 수 있다.물론 입양의 날은 여전히 따뜻해야 한다. 다만 이제 그 따뜻함은 감동적인 광고 문구만이 아니라, 과거를 직면하려는 용기까지 함께 품어야 할 시점인지도 모른다.정민오 기자 auto@dailyt.co.kr
    2026-05-11 19:15:37 정민오
  • 서초구 양재 IC 인근 비닐하우스 화재…플라스틱 연소 유해가스 도심 확산
    사회

    서초구 양재 IC 인근 비닐하우스 화재…플라스틱 연소 유해가스 도심 확산

    [데일리환경=정민오기자] 29일 오후 4시 4분경 오후 서울 서초구 신원동, 경부고속도로 양재IC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도심 일대로 확산됐다.당시 본 기자가 확인한 현장에서는 비닐하우스 구조물과 농자재가 불에 타며 짙은 연기가 상공으로 치솟았고, 이후 바람을 따라 서초·강남 남부 방향으로 퍼지는 모습이 포착됐다. 검은 연기는 플라스틱 및 복합 자재의 불완전연소로 발생한 것으로, 일반 화재보다 미세먼지와 유해가스 농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서초구는 화재 발생 약 35분 후 재난문자를 통해 인근 주민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창문을 닫는 등의 안전 수칙을 안내했다. 다소 시간이 지난 뒤 이뤄진 안내였지만, 연기 확산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주의를 준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소방당국은 화재 진압과 함께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기상 조건과 지형을 고려할 때 연기는 초기 상승 후 상층 기류를 타고 확산되며, 일부는 지표면을 따라 이동해 주변 지역으로 퍼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경부고속도로 축과 개활지 지형의 영향으로 연기가 한 방향으로 길게 확산되기보다 인근에 넓게 퍼지는 양상을 보였다.분석에 따르면 체감 가능한 1차 영향권은 반경 약 1~2km 범위로, 양재동·우면동·내곡동 및 서초 남부 일부 지역에서 냄새와 연기 유입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어 반경 3~5km 수준의 2차 영향권에서는 개포동·도곡동·대치동 등 강남 남부 지역까지 희석된 형태의 미세먼지 영향이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보다 바깥 지역은 상층 확산에 따른 간접 영향 수준으로, 체감도는 낮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닐하우스 화재의 경우 폴리에틸렌 계열 비닐과 PVC 자재, 농약·비료 잔류물 등이 함께 연소되면서 일산화탄소, 미세먼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등 다양한 유해물질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전문가들은 "검은 연기가 보이거나 냄새가 감지되는 경우 이미 영향권에 들어온 상태일 수 있다"며 "최대한 화재가 난 곳에서 최대한 멀리 대피하거나, 여의치 않은 경우 창문을 닫고 실내 공기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정민오 기자 assh1010@dailyt.co.kr
    2026-04-30 07:23:45 정민오
  • “식당 테이블 정리위한 소독제 분사, 위생인가 무례인가…법과 매너의 사각지대”
    문화/생활

    “식당 테이블 정리위한 소독제 분사, 위생인가 무례인가…법과 매너의 사각지대”

    식사중 옆테이블 소독제 분사, 건강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나?
    [데일리환경 정민오 기자]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 보면 옆 테이블을 정리하는 직원이 분무형 소독제를 '칙칙' 뿌린 뒤 테이블을 닦는 장면을 흔히 접한다. 문제는 그 순간, 바로 옆 테이블에는 음식이 놓여 있고 손님이 식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한 불쾌감의 문제일까, 아니면 우리가 간과해온 위생 관리의 맹점일까.현행 제도는 이 상황을 명확히 규율하지 못한다. 식품위생 관리의 기본 법령인 식품위생법 제3조(식품 등의 취급)와 제44조(영업자 등의 준수사항)에 의거 '영업장의 청결 유지와 위생 관리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음식 섭취 공간 인근에서의 '소독제 분사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제한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법적으로는 '청소 행위'로 해석되기 쉽지만, 그 방식이 주변 손님의 안전과 위생을 해치는지에 대한 기준은 모호하다.행정 감독은 주로 지방자치단체가 맡는다. 실제 민원은 해당 지역의 구청 위생과나 식품안전 부서를 통해 접수할 수 있으며, 국가 차원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책과 기준을 총괄한다. 또한 생활 속 불편이나 안전 문제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하면 지자체로 이관된다. 그러나 현장에서 문제로 지적되는 '분사 방식'은 대부분 단속 대상이라기보다 계도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건강 측면에서는 어떨까. 식당에서 흔히 사용하는 에탄올 기반 소독제는 일정 농도 이하에서 비교적 안전한 물질로 분류된다. 하지만 문제는 '성분'보다 '방식'이다. 분무 형태로 공기 중에 퍼질 경우 미세 입자로 흡입될 수 있고, 음식 표면에 직접 닿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일부 업소에서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이나 4급 암모늄 계열 소독제를 희석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 호흡기 자극이나 이물감 유발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영장에서 사용하는 소독제로 흔히 '락스'냄새로 알고 있는 성분이다. 전문가들은 "소독제 자체보다 '분사 시점과 장소'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위생 관리 원칙에서도 음식이 노출된 상태에서의 분무 소독은 권장되지 않으며, 일반적으로는 분사 후 충분한 시간 경과 또는 닦아내기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쁜 영업 환경 속에서 이러한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이 문제는 법과 매너 사이의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 법은 청결을 요구하지만, 손님은 '안전하게 식사할 권리'를 기대한다. 분사 소독이 위생 관리의 일환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다른 손님의 식사 환경을 침해한다면 과연 바람직한 방식이라 할 수 있을까.해법은 복잡하지 않다. 음식이 없는 상태에서 정리하거나, 테이블에 직접 분무 대신 타월에 닦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 최소한 분사 시 주변 손님이 있는지 살피고 손이나 몸으로 가리고 분무하는 등의 방법이다. 이는 법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의 배려와 기준의 문제에 가깝다.위생은 청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과정이 타인의 안전과 불안을 함께 고려할 때, 비로소 '진짜 위생'이 된다.위생 관리와 관련한 불편사항은 해당 지자체 구청 위생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식품 안전 민원, 국민신문고, 1399 또는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 등을 통해 문의ㆍ신고를 할 수 있다.정민오 기자 assh1010@dailyt.co.kr
    2026-04-30 07:23:25 정민오
  • “기록하고 준비했다”… 4월 28일, 이순신 장군을 다시 부르는 이유
    문화/생활

    “기록하고 준비했다”… 4월 28일, 이순신 장군을 다시 부르는 이유

    기록하고, 준비하고, 책임지는 리더의 가치
    [데일리환경 정민오 기자] 4월 28일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일이다. 1545년 4월 28일부터 올해로 481주년을 맞이했다. 해마다 이날이 되면 현충사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추모와 기념 행사가 이어진다. 오늘날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방식은 단순한 추모를 넘어, 그의 삶이 던지는 현재적 의미를 되새기는 데 방점이 찍힌다. 서울 도심에서도 '충무'의 이름은 일상 속에 깊이 스며 있다. 서울시 중구 일대에서는 충무공 탄신을 기리는 문화행사가 열리고, 공연과 전시가 이어지는 충무아트센터는 그 이름 자체로 장군의 정신을 오늘의 문화로 확장한다. 도심 한가운데인 '광화문광장'에 우뚝 선 이순신 장군 동상 역시 시민들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 출퇴근길과 관광 동선 속에서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이 공간들은 '충무'라는 이름을 과거의 기념에 머물게 하지 않고, 현재의 도시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상징으로 이어주고 있다. 남부 지역으로 눈을 돌리면, 충무공을 기리는 공간은 보다 입체적인 역사 체험의 장으로 이어진다. 대표적으로 충남 아산의 현충사는 이순신 장군의 생가와 사당이 함께 자리한 상징적 공간으로, 매년 탄신일 제향이 봉행되는 중심지다. 전남 여수의 이순신광장과 진남관 일대는 전라좌수영 본영의 흔적을 간직한 채 해전의 기억을 전하고, 경남 통영의 한산도와 제승당은 한산도 대첩의 현장으로서 장군의 전략과 정신을 되새기게 한다. 이처럼 전국 곳곳에 자리한 기념 공간들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충무공의 삶과 리더십을 오늘의 시선으로 다시 체험하게 하는 살아있는 역사 현장으로 기능하고 있다.이순신 장군을 말할 때 흔히 거론되는 것은 한산도 대첩과 명량해전 같은 전투의 승리다. 하지만 정작 그의 진면목은 전장의 화려함보다는 그 이면에 축적된 '과정'에 있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 중심에는 <난중일기>가 있다. 전쟁의 한복판에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진 기록은 병력 상황과 군량, 기상 변화는 물론 개인의 심경까지 담아냈다. 이는 단순한 일지를 넘어, 전시 상황에서 조직을 유지하고 판단의 근거를 확보하는 일종의 운영 체계로 기능했다. 실제 이순신 장군은 전투를 '감'에 맡기지 않았다. 지형과 조류를 면밀히 분석하고, 병력의 한계를 냉정하게 인식한 뒤 전략을 세웠다. 명량해전이 흔히 '기적'으로 불리지만, 그 이면에는 축적된 정보와 반복된 준비가 있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그의 리더십은 또한 '책임'이라는 단어와 맞닿아 있다. 전투의 선두에 서는 지휘관으로서 결과를 온전히 감당하는 태도, 그리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일관성이 조직을 버티게 하는 힘으로 작용했다. 영웅적 수사 이전에, 맡은 역할을 끝까지 수행하는 기본에 충실했다는 점이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배경이다.무엇보다 주목할 대목은 인간 이순신의 모습이다. <난중일기>에는 가족에 대한 걱정과 전황에 대한 불안, 개인적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는 그를 신화적 존재가 아닌 현실의 리더로 끌어내리며, 오히려 그의 선택과 판단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든다.충무공 탄신일이 갖는 의미도 여기에 있다. 과거의 위인을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가 남긴 태도와 원칙을 오늘의 기준으로 다시 읽어내는 일이다. 기록하고, 준비하고, 책임지는 자세는 시대와 환경이 바뀌어도 쉽게 퇴색되지 않는 가치로 남는다.정민오 기자 auto@dailyt.co.kr
    2026-04-28 12:03:14 정민오
  • 10년 넘은 스테인리스 냄비, 버려야 할까…변색과 수명에 대한 오해와 진실
    데일리기획

    10년 넘은 스테인리스 냄비, 버려야 할까…변색과 수명에 대한 오해와 진실

    조리에 영향줄 것, 버려야 한다 vs 단순 변색이고 기능에 문제 없는데, 왜 버리나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가정에서 오래 사용한 조리도구를 둘러싼 갈등은 의외로 흔하다. 특히 결혼 초기 장만한 냄비를 10년 이상 사용하는 경우, “조리에 영향이 있을 것 같은데, 바꿔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과 “아직 멀쩡하다. 혼수로 가져온 의미가 있다”는 의견이 맞서기도 한다. 최근에는 스테인리스 냄비 표면이 허옇게 변한 것을 두고 수명이 다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단순 변색과 실제 손상을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스테인리스 냄비 표면이 뿌옇게 변하는 현상은 대부분 ▲수돗물 속 미네랄이 남은 물때 ▲세제 잔여물 ▲열에 의한 산화막 형성 등으로 발생한다. 이 경우 외관상 변화는 있지만, 금속 자체가 손상된 것은 아니어서 위생이나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반면 교체를 고려해야 하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 표면이 단순히 흐릿한 수준을 넘어 ▲손으로 만졌을 때 거칠게 느껴지는 경우 ▲미세한 구멍처럼 파인 ‘부식’이 보이는 경우 ▲바닥이 휘거나 층이 분리되는 구조적 변형이 발생한 경우에는 사용을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상태는 장기간 사용 과정에서 금속 피로가 누적된 결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일각에서 제기되는 ‘스테인리스가 벗겨졌다’는 오해에서 온 주장이다. 일반적인 스테인리스 냄비는 코팅이 아닌 금속 자체로 이루어져 있어, 프라이팬처럼 코팅층이 벗겨지는 구조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벗겨진 것처럼 보이는 대부분의 경우는 오염이나 변색’이라고 언급했다.관리 방법에 따라 상태는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다. 식초나 구연산을 물과 함께 끓여 내부를 세척하거나, 베이킹소다를 이용해 닦아내면 미네랄 침착과 얼룩이 제거되는 경우가 많다. 시중의 스테인리스 전용 세정제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결국 판단 기준은 단순하다. 표면이 매끈하게 유지되고 구조적 문제가 없다면, 사용 기간이 10년을 넘었다 하더라도 계속 사용하는 데 큰 무리는 없다. 반대로 눈에 띄는 부식이나 변형이 확인된다면 교체를 검토하는 것이 안전하다.생활 주방용품 전문가들은 “스테인리스 조리도구는 관리 상태에 따라 10년 이상도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을 가진 제품”이 많다면서, “외관 변화만으로 성급히 폐기하기보다 실제 손상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다만 그 상태가 심미적, 심리적으로 불안하다면 합리적인 소비를 통해 교체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정민오 기자 assh1010@dailyt.co.kr
    2026-04-12 10:53:52 정민오
  • 2026 부산모빌리티쇼, 80일 앞으로…'버틸까, 살아날까'
    데일리기획

    2026 부산모빌리티쇼, 80일 앞으로…'버틸까, 살아날까'

    참가 업체 관건 흥행 여부 주목, 축소되는 글로벌 모터쇼 흐름 속 분수령 될 듯
    부산 벡스코 전시장에서 격년으로 열리는 '부산모빌리티쇼'가 약 1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올해 행사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직전 행사였던 2024년 행사는 완성차 업계의 잇단 불참 속에서도 61만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예상 밖 선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성기였던 2000년대 100만명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침체 우려를 딛고 반등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당시 행사 전 분위기는 암울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대부분 불참하며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일각에선 "다음 회차 개최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비관론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결과는 달랐다. 제한된 참가 속에서도 관람객 유입이 이어지며, 존속 가능성을 증명했다.흥행의 중심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있었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가 총출동한 현대차그룹은 전체 전시 차량의 절반 이상을 채우며 행사 규모를 채워줬고, 신차와 콘셉트카 공개로 관람객의 발길을 끌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깜짝 방문도 이슈를 모았다. 수입차 브랜드 중 유일하게 참가한 BMW코리아(BMW, 미니)와 신차를 앞세운 르노코리아 역시 존재감을 과시했다. 국내 수제 스포츠카 제작 업체인 어울림모터스도 참여했다.이 같은 전례를 감안하면 올해의 관건은 '참가 기업의 복귀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전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전기차 캐즘과 글로벌 경기 둔화, 중동 전쟁 등의 여파로 유류세 인상 등 악재가 겹친 자동차 업계다"면서, "완성차 업계의 마케팅 비용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다시 오프라인 전시회에 적극 나설지는 미지수"라고 신중히 언급했다. "지난해 흥행 성적이 '참가 효과'를 입증한 만큼, 일부 업체들의 복귀와 전기차,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등 미래 이동수단 업체들의 가능성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참가 업체 외에도 정의선 회장과 같은 업계 관계 정재계 인물이라던지 이재명 대통령이 방문한다면 또 다른 화제를 이어올 수 있지 않을까. 그간의 행보라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결국 이번 2026 부산모빌리티쇼는 전 세계적으로 모터쇼와 각종 전시·박람회가 축소되는 흐름 속에서 생존 가능성을 시험받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2024년 행사가 '최소한의 생존'을 확인한 자리였다면, 2026년은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단순한 자동차 전시회를 넘어, 부산모터쇼에서 이어져 온 부산모빌리티쇼의 전통과 상징성 역시 적지 않다. 이 행사의 성패는 지역을 넘어 국내 자동차 산업의 위상과 국가 이미지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정민오 기자 assh1010@dailyt.co.kr
    2026-04-03 19:34:57 정민오
  • 기차표 대신 ‘카드’ 사러 간다… 코레일 교통카드 열풍, 소비인가 투기인가
    경제이슈

    기차표 대신 ‘카드’ 사러 간다… 코레일 교통카드 열풍, 소비인가 투기인가

    정가 4천원 ...프리미엄 1만 이상, 웃돈 거래 흔해져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최근 한국철도공사이 선보인 역명판 디자인 교통카드가 예상 밖의 흥행을 기록하며 또 하나의 '소비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단순한 교통 결제 수단이던 카드가 해당역에서만 판매하는 '굿즈'로 재해석되면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전국 투어 구매'까지 등장하는 등 과열 조짐도 감지된다. 서울 용산역사 내 매장을 찾은 직장인 김모씨는 "실제 교통카드로 사용하기 위해 구입하려다 디자인이 생각보다 괜찮아서 몇개 더 샀다”며 “오늘 재입고 된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다행히 구입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역명판 교통카드는 해당역의 코레일 유통에서 운영하는 편의점 브랜드인 스토리웨이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일부 편의점 입구에는 '교통카드 품절, 열차카드 없음' 등의 안내문이 붙어있었다.이 교통카드는 실제 역명판의 색상과 서체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 특징이다. 기능적으로는 기존 선불 교통카드와 동일하지만, 이용자들은 어디를 다녀왔는지 혹은 어떤 역을 좋아하는지를 드러내는 일종의 상징물로 소비하고 있었다. SNS 등에서는 카드 인증 게시물이 이어지고, 특정 노선이나 지역을 완성하는 '컬렉션 문화'도 형성되는 분위기다. 이러한 수요가 빠르게 희소성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구하기 힘든 지방역 카드 판매 글이 속속 등장했고, 보통 2배에서 3배 정도의 금액에 거래되지만 일부 역은 정가의 5배 이상 웃도는 가격에 거래가 시도되고 있다. 판매자들은 실제 해당 역에 방문해야 하고 방문해도 품절되어 구하기 어려운 물건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사실상 프리미엄을 붙이고 있다.현장에서 만난 한 철도 굿즈 수집가는 "예전에도 기념 승차권이나 열차 모형을 모으는 문화는 있었지만, 이렇게 빠르게 프리미엄 가격이 붙는 경우는 드물었다"면서 "초기 물량이 적었던 점이 오히려 '희귀템' 인식을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실제 해당 역까지 방문하는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 구입할만 하다"고 덧붙였다.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단순한 유행을 넘어 '공공 서비스의 상품화' 흐름으로 해석한다.최근 소비 트렌드가 기능보다 의미와 경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교통카드조차 콘텐츠로 소비된다는 것이다. 특히 철도라는 공간이 갖는 이동·여행·추억의 이미지가 결합되면서 감성 소비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다만 공급 구조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상품이 특정 시점에만 집중적으로 풀리고, 구매 제한이 느슨할 경우 일부 이용자에게 물량이 쏠릴 수 있다는 우려다. 판매처에 따라 1인 1장이나 2장 등의 제한을 걸기도 하지만, 대부분 원하는 수량을 구입할 수 있는 것도 문제였다.이에 대해 코레일 측은 "현재 추가 생산 계획은 없지만, 소비자 반응을 보며 추가 생산과 공급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재까지는 구매 수량 제한이나 판매 방식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한편, 역명판 교통카드는 지난 1월 5일 30개 역사의 명판으로 디자인되어 출시됐으며, 지난 3월 16일 12개 역사의 역명판을 벚꽃 에디션 형태로 추가 판매중이다.'이동'을 위한 교통카드를 '수집 대상'으로 바꾼 코레일 교통카드 열풍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공공재와 소비문화의 경계가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징후가 되고 있다.정민오 기자 assh1010@dailyt.co.kr
    2026-04-03 19:34:33 정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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