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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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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민오의 시선] 사후 대응만으로는 부족하다…달라지는 기업 위기관리의 패러다임
    산업/재계

    [정민오의 시선] 사후 대응만으로는 부족하다…달라지는 기업 위기관리의 패러다임

    ESG 시대, 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잘 관리했는가'보다 '어떻게 설명했는가'에 달려있다
    SK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 사고가 알려졌을 때 사람들의 관심은 단순히 해킹 사실에만 머물지 않았다. "내 정보는 얼마나 유출됐는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기업은 왜 더 빨리 알리지 않았는가"와 같은 질문이 이어졌다. 이후 회사는 고객 보호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번 사례는 기술적 대응만큼이나 기업이 위험을 어떻게 설명하고 고객과 소통했는지가 신뢰를 좌우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이처럼 오늘날 기업의 위기는 사고 자체보다 사고를 대하는 태도와 소통 방식에서 평가받는 시대가 됐다.기업 경영에서 오랫동안 강조돼 온 것은 '리스크 관리(Risk Management)'와 '위기 커뮤니케이션(Crisis Communication)'이다. 리스크 관리는 발생 가능한 위험을 사전에 식별하고 예방하는 활동이며,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사고나 논란이 발생한 이후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며 피해를 최소화하는 과정이다.하지만 최근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위험을 내부적으로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하면 위기관리의 역할을 다한 것으로 평가받았다.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기업은 위험을 얼마나 잘 관리했는지뿐 아니라, 그 위험을 어떤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는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원칙으로 대응하고 있는지를 이해관계자에게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했는지까지 평가받는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ESG 경영과 디지털 환경의 변화가 있다.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중심으로 하는 ESG는 이제 단순한 경영 전략이 아니라 기업의 신뢰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심의 정보 환경이 더해지면서 기업의 모든 의사결정은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검증의 대상이 된다. 기업이 설명하지 않은 정보는 AI나 온라인 공간에서 추측과 오해로 확산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제 기업은 위험을 관리하는 것뿐 아니라 이를 얼마나 빠르고 투명하게 설명하느냐까지 경쟁력이 되는 시대를 맞고 있다.특히 개인정보 보호, 인공지능 활용의 투명성, 공급망 관리, 탄소배출, 산업안전, 환경오염과 같은 이슈는 더 이상 기업 내부에서만 관리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투자자와 소비자, 협력사, 지역사회, 정부는 기업이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뿐 아니라 그 과정을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명하는지까지 함께 평가한다.최근 국제기구와 글로벌 기업들이 '리스크 커뮤니케이션(Risk Communication)'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는 위기가 발생한 뒤 사과하거나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이 현실화되기 이전부터 잠재적 위험과 대응 원칙을 이해관계자와 공유하고 신뢰를 축적하는 소통을 의미한다.이 같은 흐름은 문화예술계도 예외가 아니다. 배우의 건강 악화나 개인 이슈로 인한 공연 취소나 캐스팅 변경, 안전사고, 티켓 시스템 오류, 개인정보 유출 등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다. 사고 자체보다 이후 관객에게 얼마나 신속하고 투명하게 설명하느냐도 중요하다. 평소 쌓아온 관객과의 신뢰는 위기 상황에서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여기에 신속한 대응과 진정성 있는 설명, 투명한 소통이라는 기본 원칙이 더해질 때 위기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환경 분야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화학물질 유출이나 환경오염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은 복구 계획과 기술적 조치를 발표한다. 그러나 지역사회가 가장 먼저 궁금해하는 것은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이 있는가', '언제 안전해지는가', '기업은 무엇을 책임질 것인가'이다. 기술적 대응만으로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위험을 얼마나 정확하고 투명하게 설명했는지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한다.과거에는 기업이 공식 발표를 하면 언론을 통해 정보가 전달됐다. 이제는 직원과 소비자,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SNS는 물론 AI 기반 서비스까지 다양한 경로에서 정보가 빠르게 재생산되고 여론이 형성된다. 기업은 그 흐름 속에서 더욱 빠른 설명 책임을 요구받는다. 침묵이나 늦은 대응, 사안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 충분한 설명보다 방어적 입장을 앞세우는 대응은 또 다른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또한 위기 대응은 사고가 발생한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쌓아온 신뢰와 소통의 결과다.미국의 조직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W. 티모시 쿰즈(W. Timothy Coombs)가 제시한 '상황적 위기 커뮤니케이션 이론(SCCT·Situational Crisis Communication Theory)'은 위기 대응의 효과가 단순히 사과문의 문구나 대응 속도에 달린 것이 아니라, 조직이 평소 쌓아온 신뢰와 위기의 책임 수준에 맞는 적절한 소통 전략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앞으로 기업 위기관리의 핵심은 위기 이후의 커뮤니케이션만이 아니다. 위험을 조기에 인식하고, 이해관계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신뢰를 축적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위기 대응 매뉴얼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평소 어떤 원칙으로 위험을 관리하고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준비하는 과정이 중요해지고 있다.좋은 기업은 위기를 잘 수습하는 기업이 아니라, 위기가 닥치기 전에 신뢰를 쌓아 위기를 키우지 않는 기업이다. ESG 시대의 경쟁력 역시 화려한 보고서나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위험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꾸준히 소통하는 기업 문화에서 시작된다.정민오 기자 dailyt@naver.com
    2026-07-10 14:39:16 정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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