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구단체 세계기상귀속연구(WWA)가 17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8월 26일 네팔 중북부 랑탕 리룽 북사면에서 시작됐다. 해발 약 5,150m 지점의 거대한 암벽이 무너지면서 위에 있던 빙하 일부까지 함께 떨어졌고, 암석·얼음·물이 뒤섞인 눈사태가 계곡 아래에서 토석류와 급류로 바뀌었다. WWA가 9월 14일까지 집계한 네팔 피해는 사망 1,300명 이상, 실종 5,000명 이상이다.
붕괴 규모와 속도는 이례적이었다. 연구진은 암벽과 빙하가 약 1,400m 아래 계곡 바닥으로 떨어졌고, 충격 에너지는 규모 5.5 지진에 맞먹는 수준이었다고 분석했다. 이후 형성된 물·얼음·암석의 급류는 평균 시속 약 188㎞로 하류를 휩쓸었다. 약 22㎞ 떨어진 라수와가디 국경지대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7분가량이었다. 일반적인 강우 기반 홍수경보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속도다.
기후변화와 연결되는 부분은 붕괴 이전의 장기적인 산악 환경 변화다. WWA는 사고 직전인 올해 7~8월 랑탕 리룽 일대와 히말라야 전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크게 높았으며, 이 가운데 약 1.5℃의 상승은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연평균 기준으로는 산업화 이전보다 약 2℃ 높은 상태로 평가됐다. 고도별 0℃ 경계선도 최근 수십 년 동안 몬순과 몬순 이후 계절에 10년마다 약 100m씩 위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빙하 자체의 장기 변화도 뚜렷하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지역 빙하는 수십 년 동안 매년 0.5m가 넘는 두께를 잃어왔다. 랑탕 리룽 빙하의 면적 후퇴 속도는 과거 약 200년 동안 연평균 0.5% 수준이었지만 2010년 이후에는 연 1~2.3%로 빨라졌다. 빙하가 얇아지고 뒤로 물러나면 주변 암벽을 지탱하던 힘이 줄고, 영구동토가 녹으면서 암석 틈을 붙잡고 있던 얼음도 약해질 수 있다. 여기에 녹은물이 암반 균열로 스며들면 산사면의 안정성이 더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번 재해를 기후변화 하나로 설명하는 것은 경계했다. 랑탕 리룽은 큰 단층대에 가까운 균열이 많은 암석지대이며, 2015년 규모 7.8 네팔 대지진이 같은 지역의 산사면을 장기적으로 약화시켰을 가능성도 있다. WWA는 이번 붕괴가 인간 유발 기후변화가 없었더라도 발생했을지를 직접 계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는 재해 발생의 ‘단일 원인’이라기보다 빙하 후퇴와 영구동토 융해를 통해 기존 지질 위험을 키운 요인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국제산악종합개발센터(ICIMOD)도 이번 사고를 전형적인 빙하호 붕괴홍수(GLOF)와 구분한다. 사고 시작 지점에서 갑자기 터진 빙하호가 확인된 것이 아니라 암벽 붕괴가 빙하를 함께 끌고 내려오면서 빙하·암반 눈사태가 발생했고, 이것이 토석류와 홍수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현지 강우 관측에서도 이 정도 규모의 홍수를 설명할 폭우는 관측되지 않았다. ICIMOD는 “홍수가 하늘이 아니라 산에서 왔다”는 점 때문에 기존 강우 중심의 경보체계가 작동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 비슷한 위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ICIMOD와 네팔 정부는 15일부터 17일까지 방글라데시·부탄·중국·인도·네팔의 정부 관계자와 빙하·재난 전문가 등 80여 명이 참여한 회의를 열어 고산지대 관측망과 조기경보, 국경을 넘는 데이터 공유 방안을 논의했다. WWA도 위성·지상 관측과 산사면 변위 감시를 강화해야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복합재해는 적응만으로 피해를 완전히 막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가 빠르게 따뜻해지는 히말라야에서는 빙하뿐 아니라 얼음에 의해 안정돼 있던 산 자체가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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