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츠와나, 광산용 화학공장 환경승인…구리·코발트 공급망 가공 거점 노린다

유승철 발행일 2026-09-18 07:38:00
Kemcore, 1억4000만달러 단계 투자·연 15만t 시약 생산 계획
콩고민주공화국·잠비아 구리·코발트 광산 공급 목표
한국 배터리업계엔 조달선 다변화 가능성…직접 영향은 아직 제한적
보츠와나에서 추진되는 광산용 화학공장과 구리·코발트 공급망, 태양광 연계 산업단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데일리환경

[데일리환경=유승철 기자] 보츠와나에서 구리·코발트 광산에 쓰이는 화학 시약을 생산하는 대형 공장 건설 계획이 환경승인을 받았다. 광산용 화학제품 수입업체 Kemcore는 이번 승인을 계기로 자금조달을 마무리한 뒤 2027년 공사를 시작하고 2028년 상반기 첫 생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원광 채굴에 그치지 않고 광물 처리에 필요한 중간재를 아프리카 안에서 생산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Kemcore는 보츠와나 중부 팔라피예 인근 르우파네 에너지 허브·산업단지에 공장을 단계적으로 건설할 예정이다. 총사업비는 약 1억4000만달러로 제시됐고, 완공 후 광산용 시약의 연간 생산능력은 약 15만t으로 계획됐다. 주요 제품은 메타중아황산나트륨, 수황화나트륨, 아이소부틸잔테이트나트륨 등으로, 구리와 코발트 같은 광물을 선별·처리하는 공정에 쓰인다.
주요 시장은 콩고민주공화국(DRC)과 잠비아의 구리·코발트 광산이다. Kemcore는 이 시설을 남부 아프리카 최초의 통합형 배터리 광물 화학 콤플렉스로 설명하고 있지만, 이 표현은 현재까지 회사 측 설명에 기반한 만큼 독립적으로 확인된 지역 전체의 ‘최초’ 기록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회사는 올해 12월까지 금융조달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공장이 들어설 르우파네 단지는 에너지와 산업시설을 함께 묶는 개발사업이다. 단지 개발사인 Botala Energy가 공개한 환경승인 자료에 따르면 이곳에는 최대 500MW 규모의 태양광 발전과 200MW 규모의 가스발전, LNG·CNG 시설, 산업단지 등이 단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전체 전력 구상은 최대 700MW 규모의 태양광·가스 혼합형이다. Kemcore는 인근 석탄층 메탄가스 프로젝트에서 가스를 공급받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으며, 소다회와 소금은 보츠와나 내 Botash 광산에서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환경승인은 사업 추진의 중요한 관문이지만 공장을 ‘친환경 시설’로 인증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보츠와나 정부의 환경평가 제도는 대형 개발사업이 환경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확인하고, 필요하면 환경관리계획이나 환경영향평가를 요구해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절차다. 다만 이번 Kemcore 공장의 구체적인 승인 조건과 물 사용량, 폐수·폐기물 관리계획, 배출 저감 조건 등 세부 환경문서는 공개적으로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 향후 실제 착공 단계에서는 이런 조건의 공개와 이행 여부가 환경성을 판단하는 핵심이 될 수 있다.
공급망 측면에서는 의미가 크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글로벌 핵심광물 전망 2026’에서 구리와 코발트 등 핵심광물의 공급망이 특정 국가와 지역에 집중돼 있어 정제·가공 단계의 다변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IEA는 현재 발표된 프로젝트만 기준으로 보면 2035년 구리의 예상 공급 부족이 수요의 약 25%에 이를 수 있고, 코발트도 주요 생산국의 정책 변화로 25%가 넘는 공급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에서도 단순 채굴보다 현지 가공과 중간재 생산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보츠와나 공장이 계획대로 가동되면 DRC와 잠비아에서 생산되는 구리·코발트의 처리 과정에 필요한 시약을 역내에서 공급하는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 장거리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광업 연관 산업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화학제품 생산과 가스 사용이 동반되는 만큼 공급망 다변화 자체를 곧바로 저탄소화로 볼 수는 없다.
한국에 미칠 영향은 당장보다는 중장기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코발트를 10대 전략핵심광물로, 구리를 핵심광물로 관리하고 있으며 정부는 핵심광물의 특정국 수입 의존도를 2030년까지 낮추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 IEA도 한국을 중국 밖에서 NMC 계열 양극재를 대규모로 생산하는 주요 국가로 평가한다. 보츠와나의 화학 시약 공장이 실제 가동돼 콩고민주공화국과 잠비아 광산이 필요한 시약을 역내에서 안정적으로 조달하게 되면, 해당 지역의 구리·코발트 생산과 가공 공급망이 다변화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배터리·양극재 기업에도 중국 중심 공급망 외에 아프리카산 원료를 확보할 수 있는 선택지를 넓혀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이 사업과 한국 기업 사이의 직접 공급계약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수급 개선이나 가격 하락 효과를 기대하기는 이르다. 향후에는 원산지 추적과 환경관리 수준까지 함께 검증해야 실제 공급망 다변화 효과를 평가할 수 있다.
현재 사업은 아직 건설 단계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환경승인을 받았지만 금융조달, 건설, 원료·에너지 공급계약 등이 남아 있다. 따라서 향후 관건은 1억40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실제로 확보해 일정대로 공장을 짓는지, 태양광과 가스의 전력구성이 어떻게 확정되는지, 환경승인에 따른 관리조건을 얼마나 투명하게 이행하는지다. 핵심광물 공급망을 넓히는 산업정책과 환경관리 기준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지가 이번 프로젝트의 실질적인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보츠와나 입장에서는 이번 사업이 광업 관련 제조업과 에너지 인프라를 한곳에 묶는 산업정책 실험이라는 의미도 있다. 다만 사업성이 확보되더라도 화학제품 생산 과정의 안전관리와 폐기물 처리, 가스 발전에서 발생하는 배출 문제를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향후 공개되는 환경관리계획과 실제 운영자료가 이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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