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 고객 2만 5천여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신한은행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뭇매를 맞고 기존 보상 방침을 전면 수정했다.
당초 ‘2차 피해가 명확히 입증될 경우’에만 보상하겠다며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던 입장에서 물러나, 유출 피해 고객 전원에 대한 ‘조건 없는 전액 보상’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19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은 정상혁 신한은행장을 상대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은행 측의 무책임한 사후 대응과 부실했던 내부 통제 시스템을 집중 추궁했다.
“내가 유출 피해자인 걸 내가 증명?”… 소비자 공분에 은행장 결국 ‘백기’
신한은행은 최근 무작위 대입(크리덴셜 스터핑 등) 방식의 외부 공격으로 고객 2만 5천여 명의 개인정보가 털리는 사고를 겪었다. 그러나 사태 직후 은행 측이 내놓은 대책은 “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를 입증할 경우 전액 보상하겠다”는 조건부 방침이었다.
이에 대해 한창민 의원(사진)은 “수많은 경로로 정보가 유출되는 디지털 환경에서, 일반 소비자가 신한은행의 유출 건과 본인의 금전적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법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고객 정보를 지키지 못한 금융사가 입증 책임과 소송 부담까지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전형적인 ‘면피용 보상안’”이라고 날을 세웠다.
소비자들의 반응 역시 싸늘했다. 실제로 피해 통보를 받은 한 고객은 “보이스피싱이나 불법 스팸 문자가 쏟아져도 이것이 신한은행 유출 때문인지 피해자가 어떻게 입증하느냐”며 “대기업들이 유출 사고 때마다 써먹는 ‘입증해 오면 주겠다’는 식의 기만적인 행태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한 의원의 “은행에서 정보가 유출된 피해자들에게 무조건 보상할 것이냐”는 집요한 추궁이 이어지자, 정상혁 은행장은 결국 “지적하신 부분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피해를 입은 2만 5천 명에 대해서는 일단 전액 보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셀프 평가’는 만점, 현실은 ‘비정상 트래픽’조차 감지 못한 내부 관리 부실
국감장에서는 신한은행의 안이했던 시스템 관리와 내부 보안 제품·체계의 허점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 의원이 확보한 금융위원회 ‘정보보호 상시평가’ 자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사고 전 자체 평가에서 이상행위 점검 및 신용정보관리인 보고 항목(60점 만점), 이상행위 판단 내부기준 마련 항목(40점 만점) 등 핵심 점검 항목에 스스로 ‘만점’을 부여했다.
그러나 실제 사고는 고객번호 등을 무작위로 반복 대입해 개인정보를 빼가는 전형적이고 기초적인 공격 패턴에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신한은행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IT 보안 관계자는 “이상 징후를 탐지하는 FDS(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 및 웹 방화벽 솔루션이 도입돼 있었음에도, 단시간에 대량 발생하는 비정상 조회 쿼리를 실시간으로 차단하는 룰셋(Rule-set) 설정과 임계치 관리가 현장에서 제대로 업데이트되지 않은 채 방치됐다”며 “보안 솔루션만 도입해 두고 실제 모니터링과 운영 관리를 소홀히 한 명백한 ‘관리 미흡’이자 시스템 방조”라고 꼬집었다.
보안 점검 항목에 스스로 만점을 매겨 당국 보고를 마쳤지만, 정작 실무 현장의 방어선은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입증책임 전환’ 신호탄 되나… 금융권 촉각
금융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금융권 전반의 개인정보 유출 보상 관행을 뿌리부터 뒤흔들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금융권은 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2차 피해 입증 책임’을 피해자에게 미루며 실질적 배상을 피해온 것이 관행이었다”면서 “신한은행장이 국감장에서 고객 과실 여부나 엄격한 인과관계 입증 없이 2만 5천 명 전액 보상을 공언한 만큼, 향후 타 금융사들도 유사 사고 발생 시 ‘입증책임’을 은행이 지거나 선제적 배상을 할 수밖에 없는 중대한 선례가 남았다”고 평가했다.
한창민 의원은 “과거 쿠팡이나 티빙 사례처럼 면피성 사과와 허울뿐인 보상안으로 소비자 신뢰를 갉아먹는 일이 금융권에서 되풀이돼선 안 된다”며 “신한은행은 말뿐인 약속에 그치지 말고, 유출 자체에 대한 보상부터 실질적인 2차 피해 구제안을 조속히 확정해 책임경영의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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