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킬러' 시누크 도입 지연에 감항증명도 하세월… 2027년 산불 진화전력 '공백' 위기

이정윤 발행일 2026-11-01 09:04:59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정부가 대형 산불 대응과 러시아산 헬기(ka-32)의 부품난 해결을 위해 야심 차게 추진해 온 대형 산불진화용 시누크 헬기 도입 사업이 기체 납품 지
 
연과 행정 절차 지체로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당장 도입돼야 할 기체의 납품이 기약 없이 미뤄지는 데다 국내 운항을 위한 필수 절차인 감항증명 신청조차 이뤄지지 않아, 2027년 산불 진화 전력에 심각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납품 지연에 멈춰 선 시누크 2호기… 감항증명 신청은 '아직'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인 서삼석 의원(사진)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국 C사가 제작 중인 시누크 헬기의 납품 일정이 잇따라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정부는 미국 C사와 대형 산불진화용 시누크 헬기 7대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2025년 12월 납품 예정이던 1호기는 제작사가 신품 기체 확보 곤란을 이유로 재제작 기체로 변경을 제안하면서 일정이 2027년 6월로 대폭 수정됐다.

문제는 1호기뿐만이 아니다. 당초 올해 11월 30일 납품될 계획이던 2호기 역시 제작사가 목표 일정을 7개월 늦춘 2027년 6월로 재조정하면서 연내 도입이 무산됐다. 결국 올해 확보하기로 했던 대형 헬기 전력이 내년 중반 이후로 미뤄지게 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헬기 인도 후 국내 상공을 날기 위해 필수적인 '감항증명' 절차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C사는 아직 감항증명 신청서조차 접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산림청 도입 기체는 특수 목적 운용을 감안할 때 엄격한 '특별감항증명'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2017년 국산 수리온 헬기의 경우 특별감항증명 신청부터 최종 발급까지 1년 25일이 걸렸다. 신청조차 하지 않은 현 상태를 감안하면, 설령 기체가 2027년 6월에 들어온다 해도 실제 산불 진화 현장에 언제 투입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러시아산 ka-32 헬기 가동률 '뚝'… 공군 부품 대체도 '첩첩산중'

신규 시누크 도입이 겉도는 사이, 기존 산림청 항공 전력의 중추를 맡아온 러시아산 ka-32(카모프) 헬기의 전력 이탈은 가속화되고 있다. 러·우 전쟁 장기화 등에 따른 부품 조달난으로 산림청 보유 ka-32 29대 중 2026년 운용 가능한 기체는 22대 수준이지만, 2027년에는 14대까지 급감할 것으로 추산된다. 1년 새 주력 기체 8대가 멈춰 서는 셈이다.

산림청은 이에 대해 공군이 보유한 ka-32 부품을 넘겨받아 정비하면 22대 수준의 가동률을 방어할 수 있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화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토부는 항공기에서 탈거한 중고 부품에 대해 정부가 일괄 사용승인을 내주는 방식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공군 보유 부품을 민간 항공기에 장착하려면 제작사나 공인 정비업체가 직접 부품의 정비 이력과 사용 시간, 호환성 등을 정밀 검사·수리한 뒤 '감항승인서' 등 법적 적합성 보증 서류를 발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비 기간과 서류 확보 작업이 지연될 경우, 산림청의 계획은 탁상공론에 그칠 공산이 크다.

"장밋빛 전망 버리고 실효성 있는 대체 전력 대책 서둘러야"

산림청은 미국 연방항공청(FAA), 제작사 등과 서류 협의를 진행 중이며, 국토부 협조를 통해 공군 부품을 원활히 활용해 내년 봄철에도 운용 불가 기체를 7대 선에서 묶어두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장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제작사의 일방적인 납품 연기와 기체 사양 변경, 복잡한 항공 행정 절차를 감안할 때 산림 당국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일정표에 기대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서삼석 위원장은 “과거 수리온 특별감항증명에만 1년 넘게 걸렸는데, 시누크는 아직 신청조차 되지 않은 상태”라며 “제작사가 일방적으로 내세우는 납품 시한만 믿고 있을 게 아니라, 인증에 소요되는 현실적 기간과 실제 투입 가능 시점을 냉정하게 재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산 카모프 헬기의 가동률 저하와 시누크 도입 지연이 맞물릴 경우 대형 산불 발생 시 공중 진화체계에 치명적인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공군 부품 활용 절차를 조속히 매듭짓고, 민간 임차 헬기 확충이나 유관기관 헬기 공조 등 즉각 가동 가능한 실효성 있는 대체 전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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