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상 1분대로 포장된 신속 대응의 이면에는 노후 장비 방치와 현장의 인력 한계, 그리고 이를 방조한 행정 편의주의가 자리 잡고 있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황희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사고 8,770건 중 발생 시각을 특정하지 못한 사고가 무려 6,039건(68.9%)에 달했다. 10건 중 7건은 도로공사가 사고가 정확히 언제 일어났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한국도로공사의 입력 방식이다. 도로공사는 실제 사고 시각을 알 수 없는 경우 최초 인지 시각을 발생 시각 칸에 그대로 채워 넣었다. 그 결과 발생 시각을 알 수 없는 6천여 건은 고스란히 ‘인지 소요 시간 0분’으로 둔갑했다. 기존 공식 집계상 고속도로 사고 평균 인지 시간이 ‘1분 54초’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실제 발생 시각이 확인된 2,731건만 추려 재분석하자 평균 인지 시간은 6분 28초로 세 배 이상 급증했다. 이 중 8.5%는 사고 인지까지 10분 이상이 걸렸다. 촌각을 다투는 사망사고 역시 전체 829건 중 절반이 넘는 477건(57.5%)의 발생 시각이 불명확했다. 인지 시간이 늦어질수록 치명적인 2차 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통계 왜곡의 기저에는 열악한 인프라와 관제 한계가 얽혀 있다. 국토부 분석 결과 사고를 자동으로 감지해야 할 자동돌발감지 분석서버의 86%가 이미 내용연수를 초과한 노후 장비였다. 기존 회전형 CCTV의 잦은 오경보와 장비 고장으로 관제요원이 육안으로 일일이 재확인해야 하는 비효율도 심각했다. 사고를 몇 분 안에 발견해야 하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평가지표나 목표 기준조차 부재했다.
현장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를 두고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국도로공사의 한 내부 관계자는 "실시간으로 수많은 화면을 감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CCTV 사각지대나 심야 시간대 사고는 제보나 순찰차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정확한 충돌 시점을 역추적해 찾아내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입력 시스템상 발생 시각을 비워둘 수 없다 보니 관행적으로 인지 시각을 동일하게 적어 넣을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도로 관제 분야 관계자는 "노후 서버와 장비 교체 예산은 늘 뒷전으로 밀려 오경보 대응에 피로도가 극에 달해 있다"면서 "현장 인력 탓으로만 돌릴 게 아니라 발생 시각을 솔직하게 '확인 불가'로 처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확한 인프라 확충과 AI 도입 예산을 확보해야 관제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앞으로 발생 시각 미확인 사고는 '확인 불가'로 분류해 통계를 정비하고, 노후 장비 교체 및 AI 영상 분석 확대와 함께 사고 인지시간을 정식 관리지표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황희 의원은 "언제 사고가 났는지도 모르면서 '0분 인지'로 왜곡된 통계를 유지해왔다면 현행 대응 체계의 취약점을 파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정확한 통계 현실화와 장비 개선은 물론, 신속한 초기 대응을 유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관리 기준과 목표 시한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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