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통 안정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포장되지만, 환경공학적·경제적 관점에서 들여다본 현장의 실상은 정반대다. 전력망을 지킨다는명분 아래 발전소는 망가지고 있으며, 숨겨진 환경오염과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방지시설 '무용지물' 되는 기동 구간… 5년간 9천 톤 오염물질 뿜어
가장 심각한 환경적 맹점은 발전소가 멈췄다 다시 켜지는 '과도 상태'에서 발생한다. 석탄화력발전소의 탈질설비(SCR), 탈황설비(FGD), 집진설비 등 환경 방지시설은 일정 수준 이상의 배기가스 온도와 유량이 확보되어야 정상적인 저감 성능을 발휘한다.
발전기가 멈춘 뒤 재가동할 때 보일러 온도가 적정선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기동 구간에서는 방지시설이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이 무방비 상태에서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미세먼지가 여과 없이 대기 중으로 쏟아져 나온다.
실제로 최근 5년간(2021~2025년) 발전 5사 석탄발전기가 기동·정지 구간에서 배출한 대기오염물질만 9,090톤에 달했다. 사업장별로는 남부발전 하동화력이 1,529톤, 서부발전 태안화력이 1,282톤을 뿜어냈다. '청정에너지 확대'라는 구호 뒤편에서 방지시설 미작동으로 인한 국소적 고농도 대기오염이 특정 지역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는 셈이다.
무리한 '켰다 끄기'에 설비 피로 누적… 5년간 손실·수리비만 407억
환경 파괴뿐만 아니라 기계적 부작용도 임계점에 달했다. 기저부하용으로 설계된 거대한 석탄발전 설비는 급격한 온도 변화에 취약하다. 잦은 기동과 정지로 인한 열 사이클(Thermal Cycling)은 보일러 튜브와 주요 부품에 열응력 피로를 가중해 균열과 누설을 일으킨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 의원이 발전 5사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대비 2024년 석탄발전기 기동·정지 횟수는 중부발전 2.9배(101회→296회), 남동발전 2.5배(55회→137회), 동서발전 2.5배(99회→250회) 등 최대 3배 가까이 폭증했다.
그 대가는 가혹했다. 반복된 충격으로 인한 수리·교체비용과 발전손실비용은 5년간 407억 원에 달했다. 2023년 한 해에만 보일러 튜브 누설 사고 등이 잇따른 동서발전의 38억 2천만 원을 포함해 111억 6천만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보이지 않는 설비 수명 단축까지 감안하면 잠재적 자산 손실은 추산하기조차 어렵다.
연료비만 따지는 기형적 급전지시… '종합 비용' 반영한 제도 개편 시급
경제성 평가 역시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 재가동 시 투입되는 기동유류비, 용수약품비 등 순수 '기동비용'만 5년간 8,409억 5천만 원이 소요됐다. 그러나 현행 전력거래소의 급전지시는 단순 '연료비 절감'이라는 근시안적 지표만을 기준으로 발전기 정지를 명령한다.
정지 후 재가동에 들어가는 막대한 기동유, 투입 인건비, 설비 마모 정비비, 그리고 정량화되지 않은 환경적 외부비용은 급전지시 판단 체계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현행 기동정산금 제도조차 인건비 등 실제 투입 자원을 제대로 보전하지 못해 발전공기업에 적자를 떠넘기는 구조다.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감당하기 위해 화력발전을 무작정 껐다 켜는 주먹구구식 운영은 한계에 봉착했다. 전력거래소는 단기간 내 재기동이 예정된 발전기라면 무리한 정지 대신 '최소발전(저부하 운전)' 상태를 유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특정 발전기에 피로가 집중되지 않도록 지역별·호기별 '순차 기동' 체계를 전력시장운영규칙에 시급히 반영해야 한다.
오염물질 배출량과 설비 수명, 인건비까지 종합적으로 계산하지 않는 급전 체계는 '친환경'도 '경제적'도 아닌 명백한 정책적 실책이다. 전력 당국의 패러다임 전환이 지체될수록, 전력망의 안전판이어야 할 국가 기간설비의 골병과 대기질 악화는 걷잡을 수 없이 심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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