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주는 줄었는데 빚더미는 5배… 지역 농축협 '연체 쇼크'에 금융권 긴장

이정윤 발행일 2026-10-13 14:18:13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전국 지역 농·축협의 여신 건전성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전체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 수는 감소세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연체자와 연체 총액은 폭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농축협 대출·연체 현황                                                 (단위: 명, 억원, 좌, %)

▲지역 농축협 농축협 대출 연체율

고금리 장기화와 농가 실물경제 침체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상호금융권 전반의 부실 우려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금융권의 경고음이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재관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천안을)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지역 농·축협의 대출 연체액은 20조 9,000억 원에 달했다. 지난 2022년(4조 800억 원)과 비교하면 불과 2년여 만에 5.1배가량 불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1.21%에서 5.45%로 4.24%포인트 급등했고, 연체자 수 역시 3만 9,000명에서 6만 1,000명으로 57.3% 뛰었다. 전체 차주 수가 7.5% 줄어드는 등 신규 대출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연체 규모와 인원은 가파르게 치솟는 이례적 ‘악성화’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자산 건전성을 가늠하는 핵심 척도인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지표 역시 일제히 악화됐다. 부실대출액은 2022년 5,569억 원에서 올해 8월 2조 1,000억 원으로 3.8배 뛰었으며, 부실대출 좌수도 2만 7,000좌에서 5만 2,000좌로 급증했다. 총여신 중 고정이하여신 비중은 1.63%에서 6.18%로 치솟았다.

지역별 편차도 두드러졌다. 올해 8월 기준 연체율은 충남이 8.11%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대구(7.71%), 부산(7.04%), 경남(6.75%)이 뒤를 이었다. 고정이하여신 비중 역시 충남(8.73%), 대구(8.39%), 경남(8.00%) 등 비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8%대를 상회했다.

이 같은 건전성 쇼크를 두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상호금융권 특유의 구조적 취약점이 한계에 봉착한 결과로 진단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리스크관리 담당자는 "차주 수가 줄었는데 연체액이 5배 이상 급증했다는 것은 기존 대출자들의 상환 능력이 급격히 와해됐거나, 거액의 단위 사업 대출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며 "고금리 기조에 비료·사료비 등 생산 비용이 급등해 농가의 기초 현금흐름이 무너진 데다, 과거 일부 조합이 무리하게 취급했던 비주거용 부동산 담보대출 및 공동대출 부실이 본격적으로 터져 나오는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지역 농축협은 시중은행에 비해 대손충당금 적립 여력이나 리스크 관리 인프라가 취약하다"며 "충남·영남 등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8%대에 진입했다는 것은 일부 개별 조합의 경우 자본잠식이나 흡수합병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위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와 시장에서는 농협중앙회의 선제적 개입과 당국의 감독 강화를 한목소리로 주문하고 있다.

이재관 의원은 "연체액이 21조 원에 달하고 고정이하여신 비중이 6%를 넘어선 것은 농가의 경영 여건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신호"라며 "농협중앙회는 거액 연체를 중심으로 건전성 관리를 대폭 강화하고,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차주에게는 채무조정 등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신속히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출 심사부터 사후관리까지 전면적인 모니터링을 거쳐 부실 위험을 조기 차단해야 하며, 조합의 건전성 악화가 농업인과 조합원의 금리 부담으로 전가되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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