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착오송금 5년간 4,800억 육박… 절반은 "끝내 못 돌려받았다"

이정윤 발행일 2026-10-12 15:02:15
2,377억 원 미반환… ‘계좌입력오류’ 92.6%, ‘고락불가·거부’로 회수 난항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최근 5년여간 농협 상호금융과 NH농협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계좌번호 등을 잘못 입력해 엉뚱한 곳으로 보낸 ‘착오송금’ 규모가 4,8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2,300억 원 이상은 끝내 주인 품으로 돌아오지 못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선교 의원(사진)이 농업협동조합중앙회와 농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6년 8월까지 발생한 착오송금은 총 24만 9,917건, 금액으로는 4,816억 7,900만 원에 달했다.

연도별 발생액은 2021년 1,162억 3,800만 원에서 2023년 715억 2,600만 원으로 다소 감소세를 보였으나, 2024년 842억 8,100만 원으로 다시 증가하는 등 매년 수백억 원대의 착오송금이 꾸준히 반복되고 있다. 올해 역시 8월까지 이미 2만 6,273건(472억 1,000만 원)이 발생했다.


‘계좌입력오류’가 92.6%… 미반환 사유 1위는 ‘연락 두절’

유형별로는 단순 부주의로 인한 ‘계좌입력오류’가 23만 1,504건으로 전체의 92.6%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금액입력오류(6,067건), 기타(5,273건), 이중입금(4,099건), 고객 반환의사 표시로 인한 재청구(1,683건), 계좌기재착오(1,291건) 순이었다.

문제는 잘못 송금된 돈 중 상당수가 회수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미반환된 금액은 2,377억 8,700만 원으로 전체의 49.4%에 달했다. 건수로는 11만 15건에 이른다.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가장 주된 원인은 ‘수취인과의 연락 불가’였다. 일정 기간 경과 등 기타 사유(4만 7,594건)를 제외하면, ‘고객 연락 불가’가 2만 6,500건으로 가장 많았다. 수취인이 반환을 완강히 거부한 경우도 1만 1,308건에 달했으며, 압류 등 법적제한 계좌(8,252건), 지급정지 계좌(5,564건), 사기이용 계좌(4,996건) 등에 묶여 돌려받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농협은 시중은행과 달리 고령층 농민과 지방 소상공인 등 디지털 금융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고객층이 두텁다. 이번 통계는 스마트뱅킹·모바일뱅킹이 보편화되는 과정에서 금융 취약계층이 직면한 디지털 격차와 안전장치 미비가 고스란히 드러난 단면이다.

금융권 “UI/UX 안전장치 강화 및 예보 지원 연계 확대해야”

금융권 관계자들은 은행 차원의 사전 차단 시스템과 함께 신속한 구제 절차 연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시중은행 디지털금융 담당자는 “농협의 주고객층 특성상 작은 모바일 화면에서 계좌번호나 수취인 이름을 오인하기 쉽다”며 “송금 마지막 단계에서 예금주 확인 절차를 시각적으로 더 명확히 경고하거나 이중 확인을 거치도록 UI/UX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락 두절이나 반환 거부 건에 대해서는 예금보험공사의 ‘착오송금 반환지원 제도’와 자동으로 연계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원스톱 창구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계 “자금 회수 지연은 기업 유동성 직격탄… 법제도적 구제 시급”

기업 및 경제계의 시각도 무겁다. 착오송금이 개인의 소액 거래에만 그치지 않고, 기업 간 거래(B2B)나 급여·거래처 대금 지급 과정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 현장에서는 단 한 번의 계좌 입력 실수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 결제 대금이 묶여 일시적인 유동성 경색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수취 계좌가 압류·지급정지 상태이거나 상대가 연락을 피할 경우, 소송 외에는 강제 회수 방법이 없어 자금 회전이 급한 중소기업·소상공인은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신속한 반환을 뒷받침하는 법제도적 구제망이 보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김선교 의원은 “농협을 이용하는 대다수의 고객이 농민과 어르신 등 금융 취약계층인 만큼 매년 막대한 규모의 착오송금이 반복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연락 불가 등 구조적인 미반환 문제를 해결하고 실질적인 반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함께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