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분해 어구 보급에 10년간 465억 투입했지만…연안통발 보급률 1%도 못 미쳐

이정윤 발행일 2026-10-12 11:49:06
예산 집행률 10년 연속 100%에도 어업 현장 외면…실효성 없는 보급정책 도마 위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정부가 해양오염을 줄이고 수산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생분해성 친환경 어구 보급사업에 약 465억원의 국비를 투입했지만, 정작 어업
현장에서는 보급이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은 매년 전액 집행됐지만 어업인들의 실제 사용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정부의 친환경 어구 정책이 실효성보다 예산 집행 실적에 치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일반 어구보다 최대 4.5배 비싼 가격과 짧은 교체 주기, 어획성능에 대한 불신 등이 보급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정부가 어업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해 온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의원(사진)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생분해 어구 보급 현황'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5년까지 해당 사업에 투입된 국비는 총 464억 8,600만원에 달했다.

연도별 예산 집행률은 10년 연속 100%를 기록했으며, 2026년 6월 기준으로도 편성 예산 21억 3,800만원 가운데 80%가 집행됐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 투입과 달리 실제 어업 현장에서의 보급 실적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2025년 기준 연안자망어선 1만 1,205척 가운데 생분해 어구를 보급받은 어선은 551척으로 보급률이 4.9%에 그쳤다. 연안통발어선은 전체 4,600척 가운데 단 10척만 보급받아 보급률이 0.2%에 불과했다.

정부가 10년 동안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연안통발어선 1,000척 가운데 생분해 어구를 보급받은 어선이 3척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한 보급 부진을 넘어 정부의 정책 설계와 사업 추진 방식 전반을 점검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특히 예산 집행률이 100%라는 사실만으로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친환경 어구 보급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예산을 소진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어업 현장에서 기존 어구를 대체하고 해양오염을 줄이는 데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 보급 실적에서도 정책의 한계가 드러났다.

2023년과 2025년의 생분해 어구 보급률을 비교한 결과 강원은 6.5%에서 3.3%로 3.2%포인트 감소했다. 충남 역시 13.0%에서 10.9%로 2.1%포인트 하락했고, 전남은 1.9%에서 0%로, 경남은 1.4%에서 0.2%로 떨어졌다.

반면 제주는 54.5%로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으며, 전북은 7.5%에서 8.6%로 1.1%포인트 상승했다.

지역에 따라 보급률이 크게 차이 나는 것은 어업 방식과 대상 어종, 지역별 사업 참여 여건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정부가 전국에 획일적인 보급 방식을 적용하기보다 지역별 어업 특성을 분석해 지원체계를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생분해 어구의 경제성과 현장 활용성이 기존 어구를 대체할 만큼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6년 기준 생분해 어구 가격은 일반 나일론 어구와 비교해 꽃게통발과 참조기자망이 각각 4.5배, 꽃게자망 3.6배, 대게자망 3.4배, 문어통발 2.6배 수준이다.

여기에 교체 비용까지 고려하면 어업인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생분해 어구의 특성상 사용 1~2년 후부터 성능 저하와 손상이 발생할 수 있어 연 1회 교체를 적정 주기로 보고 있다.

어업인 입장에서는 친환경이라는 정책적 취지에 공감하더라도 기존 어구보다 가격이 비싸고 교체 부담까지 커진다면 선뜻 사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개발된 5개 어구 가운데 꽃게홑자망과 조기유자망은 어획성능과 보관·사용 편의성 문제 등으로 수요가 부족해 현장 보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는 생분해 어구 개발 과정에서 어업인의 실제 사용 여건과 경제성, 어획 효율에 대한 검증이 충분했는지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친환경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보급을 확대하기에는 어업 현장의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생분해 어구 보급이 지지부진한 사이 폐어구로 인한 해양환경 피해는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양수산부의 2023년 어구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연간 어구 사용량은 평균 16만 9,000톤으로, 이 가운데 약 30%가 바다에 유실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환산하면 연간 약 5만 700톤에 달하는 어구가 해양에 유실되는 셈이다.

바다에 버려지거나 유실된 폐어구는 해양생물이 걸려 죽는 이른바 '유령어업'을 유발하고 해양생태계에 장기간 피해를 줄 수 있다.

2025년 기준 유령어업으로 인한 피해 규모 역시 약 4,56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해양오염과 수산자원 피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생분해 어구 보급사업이 실질적인 환경 개선 효과로 이어지고 있는지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기존 어구를 대체했는지, 폐어구 발생과 유령어업 피해를 어느 정도 줄였는지에 대한 성과 분석이 중요하다.

단순히 어구를 구매해 보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사용률과 지속 사용 여부, 어획성능, 해양환경 개선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준병 의원은 "생분해 어구 보급은 유령어업을 방지하고 해양생태계를 살릴 수 있는 대안 중 하나이지만, 최근 10년간 연안자망어선에 대한 생분해 어구 보급률은 4.0%, 연안통발어선 보급률은 0.6%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예산 집행률 100%라는 장부상 실적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어업인들이 왜 생분해 어구를 외면하는지 근본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친환경 어구 정책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어구의 가격 경쟁력 확보와 내구성 개선, 어획성능 검증, 어업인 부담 완화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보급 실적을 단순한 예산 집행액이나 공급 물량으로 평가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어업인의 자발적인 사용 확대와 폐어구 감축 실적을 중심으로 성과관리 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10년간 465억원을 투입하고도 일부 어선 유형의 보급률이 1%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은 정부가 친환경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해양환경 보호라는 정책 목표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정부는 예산 집행 실적보다 어업인들이 왜 기존 어구를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현장의 경제적 부담과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보급 예산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함께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