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주역들의 귀환… 3기 신도시 감리 60% 삼킨 ‘담합 카르텔’

이정윤 발행일 2026-10-11 22:47:47
[데일리환경=안상석 기자] 과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건설감리 입찰에서 담합을 주도하다 적발된 감리업체들이 3기 신도시 건설공사 감리 계약의 약 60%를 싹쓸이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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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대규모 사회적 공분을 샀던 ‘철근 누락’ 단지의 설계·감리를 맡았던 업체들까지 버젓이 공공주택 현장에 복귀하면서, 공공 발주 시스템의 공정성과 시공 안전성을 둘러싼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부승찬 의원(사진)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3기 신도시 아파트 건설공사 27개 지구 중 16개 지구(59.2%)에 과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공분야 건설감리 용역 입찰담합’ 제재를 받은 업체가 참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감리 계약 52건 가운데 이들 업체가 따낸 계약만 20건에 달한다.


앞서 공정위는 2025년 6월, LH와 조달청이 2019년 12월부터 2023년 1월까지 발주한 감리 용역 92건에서 사전에 낙찰 예정자를 정하고 들러리를 세운 20개 업체를 적발해 총 237억 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한 바 있다.

문제는 정부의 공식 제재 발표 이후에도 ‘프리패스’ 낙찰이 지속됐다는 점이다. 공정위 발표 이후에도 제재 대상 6개 업체가 4개 지구의 감리 계약을 따냈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인천가정2 A-1BL, 남양주별내 A25BL 등 철근 누락 단지의 설계를 맡았거나, 화성남양뉴타운 B-10BL, 익산평화 단지의 감리를 담당했던 업체들이다.

공공주택 부실 시공의 1차적 감시 책임을 방기했던 업체들이 수도권 최대 공급지인 3기 신도시의 ‘품질 지킴이’로 재등장한 셈이다.

발주처 “법적 한계”…현장 “제재 무력화하는 소송 꼼수”

이 같은 사태의 배경에는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이라는 ‘사법적 빈틈’이 자리 잡고 있다.

LH와 조달청 등 발주 관계자는 “담합 등 위법 행위가 드러난 업체에 대해 엄격한 입찰 참가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업체들이 행정소송을 내고 법원으로부터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내면 판결 확정 전까지는 입찰 참가를 원천 배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토로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행 국가계약법 테두리 안에서는 적법한 자격을 갖춰 응찰한 업체를 임의로 탈락시킬 수 없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건설 안전 전문가들의 시각은 싸늘하다. ‘집행정지 인용→본안 판결 전까지 공공 수주 지속’으로 이어지는 법망 악용이 고착화되면서 제재 제도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지적이다.

안전관리 분야의 한 전문가는 “감리는 시공사의 부실과 설계 오류를 현장에서 걸러내는 ‘최후의 안전 보루’인데, 스스로 안전 관리 실패와 시장 교란을 일으킨 업체가 수만 가구가 거주할 신도시 현장을 다시 감시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형식적인 행정 처분 뒤에 숨어 수주 행진을 이어가는 구조를 방치한다면, 또 다른 ‘철근 누락 참사’를 예방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안전 불감증’ 면죄부 주는 입찰 구조, 원점 재검토해야

‘소송 중이니 어쩔 수 없다’는 발주처의 기계적 해명은 무책임한 행정 편의주의에 가깝다. 집행정지가 제재 처분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멈출 수는 있어도, 해당 업체들이 과거 담합을 저지르고 부실시공을 묵인했던 ‘기록’ 자체를 지울 수는 없다.

현행 사업수행능력평가(PQ)와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가 담합·부실 이력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입찰 평가 체계에 치명적인 허점이 있음을 방증한다. 입찰 참가 자격 자체를 박탈하지 못하더라도, 부실과 비리 전력에 대해 실질적 감점을 부여해 낙찰권 밖으로 밀어내는 정밀한 제도 설계가 얼마든지 가능했기 때문이다.

부승찬 의원은 “감리는 공공주택의 품질과 안전을 결정짓는 핵심 척도”라며 “담합·부실 이력을 PQ와 낙찰평가에 엄격히 반영하고, 반복적 문제가 확인된 업체에 대해서는 한층 강력한 제재를 적용하도록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찰 담합을 저지르고 철근을 빠뜨려도 시간만 끌면 공공사업을 또다시 따낼 수 있는 시장 환경에서 어떤 감리업체가 정직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겠는가. 법 뒤에 숨은 ‘부실 카르텔’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3기 신도시의 안전 역시 모래 위에 지은 성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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