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장 쌓여도 ‘솜방망이’…LH ‘품질미흡’ 딱지 붙은 아파트, 입주민만 떤다

이정윤 발행일 2026-10-11 07:25:46
한국토지주택공사(LH) 건설현장에서 ‘품질미흡’ 경고를 서너 차례씩 받고도 공사를 강행하는 악순환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발주처의 시정 요구가 현장에서 무력화되는 사이, 공공주택을 향한 입주민들의 불안과 건설업계의 구조적 관행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LH 품질미흡통지서 발급 현황 ('23.1.~'26.8.)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올해 8월까지 LH가 252개 업체에 발급한 품질미흡 통지는 총 385건에 달한다. 이 중 동일 현장에서 2차례 이상 경고를 받은 곳이 23곳, 무려 4차 통지까지 이어진 현장도 2곳에 이른다.

현행 LH 지침상 1차 경고 시 공사 중지 및 보수, 2차 감점, 3차 현장대리인 교체 등의 징계 규정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 달 새 공정 미준수와 현장관리 부실로 연달아 적발되거나, 자재 부적합 지적을 받고도 입주 후 ‘지속적 하자관리 3회 이상 미흡지구’로 지정되는 등 통지 자체가 요식행위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건설업계 “공기 맞추기도 버거워…단순 페널티 아닌 구조 개선 먼저”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구조적 한계를 호소한다. 한 대형 건설사 현장소장은 “최근 인건비와 자재비 급등, 숙련공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공기를 맞추려다 보니 마감 품질이나 세부 현장관리가 뒤처지는 경우가 잦다”며 “공사 중지 명령이나 감점 같은 단편적 처벌만 강화하면 결국 돌려막기식 땜질 처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적정 공사비와 현실적인 공사 기간 보장이 선행돼야 품질도 담보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중소 협력업체 관계자는 “원청과 하청 구조 속에서 촉박한 일정에 쫓기다 보면 통지서를 받아도 대리인 명의만 바꾸거나 급한 불만 끄고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기 일쑤”라고 전했다.

예비 입주민 “공공주택 믿고 들어가도 되나…‘시한폭탄’ 안고 사는 꼴”

소비자들의 반응은 분노와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입주 예정자들과 기존 거주자들은 공공이 짓는 아파트조차 기본 품질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점에 깊은 배신감을 드러낸다.

올해 말 LH 임대주택 입주를 앞둔 한 당첨자는 “내 집 마련의 희망으로 들어가는 곳인데 공사 단계부터 3~4번씩 경고장을 받은 곳이라면 바닥, 벽체, 배관 하나 제대로 됐겠느냐”며 “사전점검 때마다 터져 나오는 하자가 결국 이러한 부실 관리의 예고편이었던 셈이다. 입주민은 시한폭탄을 안고 들어가라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주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입주 후에도 몇 년간 하자 보수와 싸워야 하는 고통을 발주처와 시공사는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년 지나면 리셋’ 입찰제도 맹점…사후 추적 관리체계 갖춰야

이 같은 부실의 악순환을 키운 주원인으로는 허술한 제도적 징벌 기준이 꼽힌다. 현행 공공주택 종합심사낙찰제는 품질미흡통지 이력을 ‘최근 1년’만 반영한다. 해를 넘겨 반복적인 하자를 유발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페널티가 지워지는 ‘기억상실형’ 심사 기준 탓에 건설사 입장에서는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결국 종이 한 장짜리 경고장 발부에 그치는 현재의 행정 편의주의적 관리 방식으로는 현장을 바꿀 수 없다. 통지 이력의 반영 기간을 대폭 늘리는 것은 물론, 반복 적발 현장에 대해선 준공 및 입주 후 하자 처리까지 전 과정을 독립적으로 검증하는 ‘현장 단위 전주기 추적 관리 체계’가 시급히 구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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