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통업체에 투입된 정부 할인 지원금 4분의 1 이상이 국산이 아닌 수입산 수산물에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강승규의원(충남 홍성·예산)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8월 기준 수입산 수산물에 지급된 정부 할인 지원액은 105억 3,000만 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에 집행된 전체 지원액(409억 1,500만 원)의 25.7%에 이르는 규모다.
수입산 할인 지원 규모는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2024년 52억 6,200만 원(7.3%), 2025년 72억 800만 원(8.7%) 수준이던 수입산 지원액은 올해 들어 불과 8개월 만에 전년도 1년 치 지원액을 46.1%나 뛰어넘었다. 전체 예산 대비 비중 역시 1년 새 3배 가까이 치솟았다.
한 연근해 어업 단체 관계자는 “유류비와 인건비 폭등으로 출항할수록 적자가 나는 어민들이 부지기수인데, 정부가 나랏돈으로 수입산 가격을 깎아주며 국내산과 출혈 경쟁을 부추긴 셈”이라며 “정작 산지 위판장에서는 제값을 못 받아 갈아엎는 국산 수산물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상생’이라는 단어는 기만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소비자 “장바구니 완화는 환영… 그러나 세금 집행 왜곡은 짚어야”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리면서도 정책의 투명성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문을 제기한다. 고물가 기조 속에서 명태, 고등어 등 대중성 어종의 가격 안정이 시급했던 가계 입장에서는 수입산 할인 혜택 자체를 체감할 수 있었지만, 정책의 ‘간판’과 ‘내용물’이 다르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는 “장바구니 물가가 워낙 높아 수입산이라도 저렴하게 살 수 있으면 가계에는 도움이 된다”면서도 “어민을 돕는다는 정책 예산으로 수입 수산물을 깎아준 것이라면, 애초에 ‘물가안정 지원’이라고 명확히 밝히고 국산 어민 지원 예산은 별도로 분리해 집행했어야 맞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부실 용역으로 가려진 실효성…‘탁상 모델링’으로 어민 편익 포장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사업의 성과를 입증하겠다며 해수부가 내놓은 자체 연구용역 역시 ‘짜맞추기식 통계 왜곡’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해수부의 「2025년 수산물 상생할인 지원사업 효과분석 연구」는 해당 사업을 통해 어업인 생산자잉여가 1,367억 원 증가했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분석 과정에서 개별 어민의 실제 위판가격, 출하대금, 정산명세, 생산비용 등 핵심 실거래 데이터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연구보고서 스스로도 “개별 생산자의 실제 거래자료를 활용한 미시적 소득 변화 분석이 아니다”라고 자인했다.
소비 진작 효과 분석 또한 허점투성이다. 2020년 이후 전체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할인율과 매출 간 상관관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거나 반대로 나타나자, 연구진은 정부가 대규모 쿠폰을 집중 발행했던 2023년 2분기 이후 자료만 취사선택했다. 전통시장 소비 진작 효과로 제시된 531억 원 역시 실제 매출이 아닌 온누리상품권 환급액을 역산해 기여율을 끼워 맞춘 추정치에 불과했다.
물가안정과 어민 상생, 두 마리 토끼 쫓다 잃어버린 정책 신뢰물가안정과 1차 산업 생산자 보호는 행정부가 맞닥뜨리는 대표적인 정책 상충 과제다. 밥상물가를 잡기 위해 수입 농·수산물 공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는 것은 단기적 처방으로 검토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해수부의 행태는 정책의 딜레마를 관리한 것이 아니라 ‘정책적 분칠’로 본질을 호도한 것에 가깝다. 국내 어가를 살리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거액의 세금을 확보해놓고, 실제로는 손쉬운 대형마트 수입산 할인에 105억 원을 쏟아부었다. 그러고는 검증조차 되지 않은 경제모형을 들이밀며 어민 소득이 수천억 원 늘었다고 포장했다.
정부가 진정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꾀하고자 했다면 솔직하게 ‘민생 물가안정 예산’으로 편성해 소비자의 체감을 높였어야 했고, ‘어민 상생’을 내걸었다면 산지 직거래 인프라 확충이나 출하 안정 자금 등 국산 어가의 붕괴를 막을 실질적 지원책에 집중했어야 했다.
‘어민’을 앞세워 명분을 챙기고 실적은 ‘수입산 판촉’으로 채우는 안일한 행정이 반복되는 한, 벼랑 끝에 선 어민의 신뢰도, 세금을 내는 국민의 신뢰도 결코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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