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만 보고 생태계 가늠하나”… 국립생태원 ‘서면 검토 전락’ 경고등

이정윤 발행일 2026-10-10 07:56:02
[데일리환경= 안상석 기자] 각종 개발사업의 첫 단추이자 환경 훼손을 막는 최후의 보루인 환경영향평가 검토 체계에 심각한 과부하가 걸렸다. 전문 검토를 전담하는 국립생태원의 인력은 줄어든 반면 업
무량은 폭증해 현장 확인 없이 서류에만 의존하는 ‘탁상 검토’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어기구 의원(사진)이 국립생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2025년) 회신된 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은 총 6,342건에 달했다.

그러나 이 중 실제 현장점검을 거친 사례는 351건(5.5%)에 불과했다. 연간 현장점검 건수는 2021년 131건에서 2025년 59건으로 무려 55% 급감해 반 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회신 업무는 1,121건에서 1,239건으로 늘어난 반면, 평가 전담 인력은 17명에서 14명으로 축소됐다. 이로 인해 1인당 연간 처리 건수는 62건에서 95건으로 53.2% 치솟았다.
▲국립생태원 환경영향평가팀 최근 5년간 환경영향평가서 등 검토 수행 현황(평가인력, 검토의견 회신 건, 1인당 처리건수)

환경 전문가 “현장 빠진 검토는 거짓·부실 평가 양산 통로”

환경생태 전문가들은 현장점검 축소와 특정 분야 인력 편중이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고 경고한다. 국립생태원의 내부 인력 구성을 보면 조류·포유류 담당과 곤충생태 전공자가 각 1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 환경생태 전문가는 “사업자가 제출하는 환경영향평가서는 계절적 요인이나 조사 한계로 인해 법정보호종의 서식 흔적을 누락하거나 축소 기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조류·포유류나 곤충 분야 전문가가 단 한 명뿐인 상황에서 1년에 수십~수백 건의 보고서를 들여다본다면, 교차 검증은커녕 문맥의 오류를 짚어내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 연구원 역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의 현장점검률이 2.0%에 그친다는 것은 사실상 사업자가 낸 서류만 믿고 도장을 찍어주는 것과 다름없다”며 “직접 발로 뛰며 생태계 훼손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는 전문기관은 ‘생태 검증’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자의 시각] ‘인력 부족’ 방치, 환경 파괴와 사회적 갈등 부른다

국립생태원의 검토의견은 단순한 참고 자료가 아니다. 환경부와 지자체가 사업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보전 대책이나 공사 계획 수정을 요구하는 결정적 잣대다.

현행 체계의 부실은 단순히 ‘연구원들의 과로’에 그치지 않는다. 현장 검증이 빠진 채 서류 중심으로 이뤄진 부실 검토는 멸종위기종 서식지 파괴 같은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피해를 낳는다. 반대로 착공 이후 뒤늦게 환경 문제가 불거질 경우, 공사 중단과 소송전으로 이어져 기업과 주민 모두에게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떠안긴다.

결국 검토 인력 감축과 현장 조사 축소는 국가 개발과 환경 보전 양측 모두를 위태롭게 만드는 구조적 결함이다. 전문 인력을 대폭 충원해 1인당 업무 부담을 정상화하고, 생태적 민감 지역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현장점검과 다면 교차 검증을 거치도록 제도적 쇄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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