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폐기물 처리에 혈세 193억 쏟고 회수는 2,500만원…정부 관리체계 '구멍'

이정윤 발행일 2026-10-12 13:34:21
국비 회수율 0.13% 불과…불법행위자 대신 국민 세금으로 뒤처리하는 구조 고착화 우려
[데일리환경=안상석 이정윤 기자] 불법폐기물 처리에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되고 있지만 정작 불법행위자에게 처리 비용을 돌려받는 실적은 사실상 전무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불법폐기물을 대신 처리하고도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환경오염 피해와 재정 부담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불법폐기물이 장기간 방치돼 농경지 오염과 농작물 피해까지 발생했지만 오염원 제거가 지연되는 사례가 확인되면서 정부의 폐기물 관리·감독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사진)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6년 8월까지 불법폐기물 행정대집행에 지원된 국비는 총 193억2,400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불법행위 책임자로부터 회수한 금액은 2021년 2,000만원, 2022년 500만원 등 총 2,500만원에 그쳤다.

국비 지원액 대비 회수액 비율은 0.13%에 불과하다. 단순 비교하면 100만원을 투입하고도 약 1,300원만 회수한 셈이다.

다만 국비 지원액과 실제 비용 징수 대상액은 다를 수 있어 정확한 회수 실적을 평가하려면 대집행 비용 부과액과 미수납액, 회수 불가능 사유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법폐기물 처리에 상당한 공공재정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책임자에 대한 비용 징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면밀한 점검이 필요한 대목이다.
▲최근 5년간(21~26.8) 국비 지원 대집행 현황 및 구상권 청구 현황    (단위 : 톤, 백만원)
▲’21년~‘26.8월 현재 불법폐기물 적발·처리 현황(국고지원 대집행 건)

8만 톤 넘는 폐기물 방치…농지 오염 확인됐는데 제거는 제자리

충남 당진시 신평면 신당리의 불법폐기물 문제는 폐기물 관리체계의 허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된다.

지난해 적발된 이 지역의 폐흡착제와 무기성오니, 토사 혼합물은 총 8만2,447톤에 달한다. 그러나 피해 민원이 접수된 지 1년이 넘도록 폐기물 처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폐기물이 쌓여 있는 수준을 넘어 인접 농경지의 토양 오염과 벼 고사 피해까지 확인됐다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이 크다.

신당리 방치폐기물 기술자문 보고서에 따르면 성토지에서 유출된 침출수와 토사가 주변 농경지 오염과 벼 피해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됐다.

성토지와 피해 농지의 일부 토양 시료에서는 중금속 농도가 토양오염대책기준을 초과했고, 벼가 고사한 지역의 논물에서는 높은 염류농도가 확인됐다.

이는 불법폐기물 문제가 단순한 폐기물 처리 행정을 넘어 농업 생산과 주민 생활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오염원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침출수 처리에 추가적인 재정이 계속 투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진시의회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신당리 침출수 처리에 예비비 약 1억9,040만원이 지출됐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에도 침출수 처리비 3억원이 신규 편성됐다.

오염원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는 비가 내릴 때마다 침출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임시적인 수거와 처리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결국 폐기물을 조기에 제거하지 못하면 환경피해가 확대될 뿐 아니라 사후관리 비용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간업체는 파산하고 관리비는 지자체 몫…책임 공백 반복

민간 폐기물 매립장의 사후관리 문제도 개선이 필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당진 고대·부곡 매립장은 민간업체가 파산한 이후 당진시가 기부채납을 받아 관리하고 있는 사례다.

지난해 보도된 자료에 따르면 해당 매립장 침출수 처리에 2023년 9억6,600만원, 2024년 2억7,000만원이 투입됐다.

매립장 운영이 종료되거나 사업자가 파산하더라도 침출수 발생과 환경오염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결국 사후관리 책임을 충분히 담보하지 못하면 지방정부가 장기간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민간업체의 사업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환경관리 부담이 사업자 파산 이후 공공부문으로 이전되는 구조는 환경책임 원칙과 재정 형평성 측면에서 검토가 필요하다.

폐기물 처리시설은 운영 기간뿐 아니라 사용 종료 이후에도 상당 기간 침출수와 지하수, 토양 등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만큼 사업 초기부터 사후관리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는 제도적 장치가 중요하다.

폐기물 관리 관점…“오염원 조기 제거와 비용 회수는 별도로 관리해야”

폐기물 관리 실무의 관점에서 이번 사안의 핵심은 불법폐기물의 사전 적발 실패와 오염원 제거 지연, 비용 회수 부진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불법폐기물은 장기간 방치될수록 침출수 유출과 토양·수질 오염 가능성이 커지고 처리 비용도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불법행위자를 적발하는 것뿐 아니라 폐기물의 추가 반입을 차단하고 오염 확산을 방지하는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특히 대규모 불법폐기물이 확인된 현장에서는 폐기물의 성상과 유해성, 주변 수계 및 농경지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신속하게 조사하고 위험도에 따라 처리 우선순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행정대집행은 불법행위자가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때 행정기관이 대신 조치를 취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처리 비용 부담과 책임자 확인, 재산 확보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집행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환경피해를 막기 위한 긴급조치와 불법행위자에 대한 비용 회수 절차를 구분해 추진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주민 건강과 농경지 피해가 우려되는 현장에서는 오염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를 우선 시행하되, 이후 책임자에 대한 비용 부과와 재산조사, 체납처분 등 법적 절차를 통해 회수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불법폐기물 발생 이후에만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폐기물 반입량과 처리 실적, 보관량 등을 상시 점검해 비정상적인 적치 행위를 조기에 발견하는 예방 중심 관리체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규모 폐기물이 장기간 쌓일 때까지 관계기관이 어떤 점검과 조치를 실시했는지, 위법 사실을 언제 인지했는지, 행정명령 이후 후속 조치는 적절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는 불법행위자의 책임을 묻는 것과 별개로 행정기관의 관리·감독이 적절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중요한 기준이다.

 “불법폐기물 쌓일 때는 못 막고, 치운 뒤에는 돈도 못 받나”

이번 자료에서 가장 심각하게 봐야 할 부분은 불법폐기물 처리에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동안 비용 회수 실적이 극히 저조하다는 사실이다.

폐기물을 불법으로 방치한 책임자가 처리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실에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예산을 투입하고도 비용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물론 불법행위자의 재산이 없거나 사업체가 폐업·파산한 경우 비용 회수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이 반복된다면 행정기관은 불법폐기물이 발생한 이후의 처리뿐 아니라 발생을 예방하고 책임자의 재산을 확보하는 절차까지 점검해야 한다.

특히 당진 신당리 사례는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 속도에 의문을 제기한다.

8만 톤이 넘는 폐기물이 적치되고 인근 농지에서 중금속 기준 초과와 벼 고사 피해까지 확인됐는데도 오염원이 제거되지 않았다면 그동안 관계기관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침출수를 수거하고 처리하는 데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당장의 오염 확산을 막기 위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오염원을 제거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비용 지출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민간 매립장 운영업체가 파산한 이후 지자체가 사후관리 비용을 부담하는 사례까지 나타나면서 폐기물 관리에 대한 책임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불법행위자는 처리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행정기관은 뒤늦게 세금을 투입하며, 지역 주민은 환경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지속돼서는 안 된다.

정부는 국비 지원 규모를 늘리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 아니라 불법폐기물 발생부터 적발, 행정명령, 대집행, 비용 회수까지 전 과정에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

특히 금강유역환경청과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어떤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현장을 관리했는지, 특별점검과 환경사범 수사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도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

어기구 의원은 "폐기물이 쌓일 때 제대로 막지 못하고, 피해가 발생해도 제때 치우지 못하고, 뒤처리 비용마저 돌려받지 못한다면 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강유역환경청도 지자체의 인허가 업무와 별개로 특별점검과 환경사범 수사 기능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 의원은 또 "주민 피해를 막기 위한 국비 지원과 오염원 제거는 서두르되, 불법행위자의 비용 책임은 끝까지 물어야 한다"며 "정부는 대집행 비용 회수체계를 강화하고 민간 매립장 사후관리 비용이 시민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필요한 재원과 보장제도를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불법폐기물 문제는 단순히 폐기물을 치우는 데 얼마의 예산이 필요한지를 따지는 문제가 아니다. 불법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고, 환경피해를 신속하게 복구하며, 그 비용을 책임자에게 부담시키는 행정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가 핵심이다.

정부가 불법폐기물 처리에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비용 회수에 실패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환경오염을 유발한 책임자보다 국민과 지방정부가 더 큰 부담을 떠안게 될 수밖에 없다.

불법폐기물 관리의 성과는 투입한 국비 규모가 아니라 얼마나 신속하게 오염원을 제거하고, 불법행위자에게 책임을 물었으며, 주민 피해를 최소화했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당진 신당리의 오염원 제거 일정과 책임자에 대한 비용 회수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체계를 전면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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