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건전성 관리 불가피하지만 장기추심·채무자 보호 위한 감독 강화 필요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 중·저신용자에 대한 금융 접근성 확대를 내세워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최근 3년여 동안 9천억원에 가까운 부실채권을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각 채권의 70% 이상이 민간 추심업체로 넘어가면서 인터넷은행의 건전성 관리가 채무자 보호보다 우선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부실채권 매각은 은행의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정상적인 금융활동이지만, 매각 이후 채권이 재매각되거나 장기간 추심 대상으로 남을 경우 채무자의 경제적 재기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강화가 요구된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6년 4월까지 카카오뱅크·토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제3자에게 매각한 부실채권은 총 8천808억7천900만원, 8만5천374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새도약기금 등 공공기관이나 정책기금에 매각된 채권은 2천388억원으로 전체의 27.1%에 불과했다. 반면 민간 부실채권 매입업체에 넘긴 금액은 6천421억원으로 72.9%를 차지했다.
이는 인터넷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의 상당 부분이 공적 채무조정 체계가 아닌 민간 채권관리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토스뱅크가 3천457억3천600만원(2만1천859건)으로 가장 많은 부실채권을 매각했다.
이어 카카오뱅크가 3천250억4천900만원(4만4천421건), 케이뱅크가 2천100억9천400만원(1만9천94건) 순으로 나타났다.
민간업체 매각 비중에서는 카카오뱅크가 가장 높았다.
카카오뱅크는 전체 매각액 3천250억원 가운데 2천636억원을 민간업체에 넘겨 민간 매각 비중이 81.1%에 달했다. 사실상 매각 채권 10원 중 8원 이상이 민간 채권시장으로 이동한 셈이다.
토스뱅크 역시 전체 매각액 3천457억원 가운데 2천462억원(71.2%)을 민간에 매각했으며, 케이뱅크는 2천101억원 가운데 1천323억원(63.0%)을 민간업체에 넘겼다.
부실채권 매각액 3년 새 2.9배…인터넷은행 건전성 관리 부담 커지나
인터넷은행들의 부실채권 매각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3년 1천230억원(1만90건)이었던 매각 규모는 2024년 3천29억원(2만7천912건)으로 급증했고, 2025년에는 3천597억원(3만7천310건)까지 늘어났다.
2023년과 2025년을 비교하면 매각 금액은 약 2.9배, 건수는 약 3.7배 증가했다. 올해도 4월까지 953억원, 1만62건의 부실채권이 매각됐다.
이 같은 증가세는 인터넷은행의 대출자산 확대와 연체채권 정리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일 수 있지만, 매각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실채권 관리 방식과 채무자 보호 수준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터넷은행은 기존 시중은행과 달리 중·저신용자에 대한 금융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정책적 취지 아래 성장해 왔다.
그러나 대출 이후 연체가 발생한 차주의 채권이 민간업체로 대거 매각되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금융 접근성 확대뿐 아니라 부실 발생 이후의 채무조정과 재기 지원까지 포용금융의 평가 기준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시각…“부실채권 매각은 불가피, 문제는 매각 이후 관리”
금융권에서는 인터넷은행의 부실채권 매각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은행은 연체가 장기화된 채권을 계속 보유할 경우 대손충당금 적립과 자산 건전성 관리에 부담을 안게 된다. 부실채권 매각은 이러한 부담을 줄이고 정상적인 금융중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일반적인 수단이다.
또한 모든 부실채권이 새도약기금 등 공공 매입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정 부분 민간 매각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다만 채권이 은행에서 민간업체로 넘어간 이후에도 채무자의 권리가 충분히 보호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민간 채권매입업체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채권을 관리하더라도 채권이 반복적으로 재매각되거나 장기간 추심이 이어질 경우 채무자가 자신의 채권 보유자와 채무조정 가능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건전성 관리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채권 매각 이후의 관리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채권 매각 규모뿐 아니라 실제 추심 현황, 재매각 횟수, 채무조정 실적, 소멸시효 관리 여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20년 넘게 이어진 장기추심 논란…상록수 사례 재현 우려
민간업체로 넘어간 부실채권이 장기간 추심 대상으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는 과거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2003년 카드대란 당시 발생한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금융사들이 설립한 상록수는 20년 넘게 관련 채권을 관리하고 추심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새도약기금을 통해 상록수가 보유한 장기 연체채권 7천235억원, 채무자 8만7천명 규모의 채권을 매입해 추심을 중단했다.
장기간 회수되지 못한 채권이 민간 채권관리 시장에 남아 있을 경우 채무자의 경제적 재기를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현재 인터넷은행들이 매각한 채권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실제 추심 기간과 방식, 재매각 여부 등에 대한 추가적인 자료 확인이 필요하다.
문제는 채권이 최초 금융기관을 떠난 이후 어떤 경로로 이동하고 있는지, 감독당국이 이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있는가에 있다.
민병덕 의원은 "금융사의 손을 떠난 채권이 어디서 어떻게 관리·추심되고 있는지 감독당국이 지속적으로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록수 사례와 같은 장기추심 폐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채권의 매각과 재매각, 채무조정, 소멸시효, 추심 종료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실채권 정리는 은행이, 추심 부담은 채무자가…관리 책임 명확히 해야
인터넷은행의 부실채권 매각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감독도 은행의 건전성 지표 관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은 부실채권을 매각하면 해당 채권을 장부에서 정리할 수 있지만, 채무자의 상환 의무는 사라지지 않는다. 채권을 인수한 업체가 적법한 범위에서 추심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회사의 건전성 개선 효과와 채무자의 경제적 부담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반복적인 채권 매각으로 실제 채권자가 변경되는 경우 채무자에게 관련 정보가 정확하게 전달되고 있는지, 채무조정 제도에 접근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은행이 채권을 매각했다는 이유만으로 채무자 보호에 관한 모든 책임이 끝나는 구조가 적절한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별 부실채권 매각 기준과 매입업체 선정 절차, 매각 이후 추심 관리 현황을 점검하고 민간업체의 불법·부당 추심을 예방할 수 있는 감독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포용금융 내세운 인터넷은행, 연체 이후 책임도 살펴야
인터넷전문은행의 부실채권 매각액이 3년여 만에 9천억원에 육박했다는 사실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전체 매각액의 72.9%가 민간업체로 넘어갔다는 점이다.
카카오뱅크는 민간 매각 비중이 81.1%에 달했고, 토스뱅크와 케이뱅크 역시 전체 매각액의 절반 이상을 민간업체에 넘겼다.
물론 민간 매각 비중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은행이 포용금융 의무를 위반했다거나 불법 추심이 발생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강조해 온 인터넷은행이라면 대출 공급 실적뿐 아니라 연체 발생 이후 채무자의 재기를 지원하는 제도가 얼마나 실효성 있게 운영되는지도 평가받아야 한다.
은행의 건전성 관리는 필요하지만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것으로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까지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채권 매각 이후 채무자가 어떤 업체의 관리를 받게 되는지, 채무조정 기회를 충분히 안내받고 있는지, 장기추심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얼마나 발생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확보돼야 한다.
금융당국도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실적을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실채권 매각 이후의 채무자 보호 실태를 함께 살펴야 한다.
인터넷은행의 포용금융은 대출을 실행하는 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연체가 발생한 이후에도 채무자가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채무를 조정하고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까지 금융의 역할로 봐야 한다.
결국 이번 논란은 인터넷은행의 부실채권 매각 자체보다 금융회사의 손을 떠난 채권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관리하고 감독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채권의 최초 매각부터 재매각, 추심, 채무조정 및 소멸시효 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점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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