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예정된 쇼핑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남은 관광 일정에서 배제된 채 수 시간 동안 현장에 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이 출동하고 중국대사관과 양국 관광당국까지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이 사건을 특정 여행사나 일부 가이드의 일탈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불과 며칠 전, 필자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현장을 직접 경험했다.
일비도 없이 시작된 100여 명의 대형 관광팀
지난주, 필자가 친분이 있는 한 여행사 관계자로부터 긴급한 연락을 받았다. 원래 투어를 맡기로 했던 가이드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갑작스럽게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했다며 도와달라는 요청이었다.
필자는 급히 중국 대륙에서 온 관광팀을 맡았다. 전세버스 네 대에 관광객 100여 명이 탑승한 대규모 단체였다. 그런데 팀을 인계받은 뒤에야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가이드에게 지급되는 기본 일비조차 없다는 것이었다.
여행사 측 설명은 이랬다. 이 팀은 손실을 감수하고 유치한 이른바 ‘마이너스 투어’이고, 부족한 비용은 관광객의 쇼핑 매출로 메워야 한다는 것이다. 관광객 한 명당 약 13만 원의 순수익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적자라는 말도 들었다.
일정에는 이틀에 걸쳐 고려인삼, 건강기능식품, 김, 잡화, 면세점 등의 쇼핑센터 방문이 포함돼 있었다. 문제는 인삼과 건강기능식품 매장에서 기대했던 만큼의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관광객과 판매자가 대치하는 쇼핑 현장
관광객들은 쇼핑 공간에 계속 머물러야 했다. 가이드와 판매자는 관광객들을 가족 단위로 불러 제품 구매를 설득했고, 중국에서 단체를 인솔해 온 에스코트도 판매를 유도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관광객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았다. 일부는 구매 의사가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지만, 곧바로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판매자 및 가이드와 30분 넘게 대치했다. 구매를 권유하는 수준을 넘어 관광객이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는 상황으로 보였다.
필자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이 믿기지 않았다. 영화에서 보거나 기사로만 접했던 ‘쇼핑 강매 관광’이 실제 현장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김 판매점에서는 관광객들이 이미 한 차례 물건을 구매했는데도 여행사 관계자로부터 다시 매장에 데리고 들어가 추가 판매를 하라는 연락이 왔다. 또 다른 매장에서는 여행사 관계자가 현장을 직접 찾아 매출 상황을 지켜보거나 CCTV를 통해 상황을 확인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일부 선배 가이드들은 “중국 대륙에서 온 쇼핑팀은 원래 이렇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광객의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구매를 압박하고 이동을 제한해도 되는 것인가.
한국인 단체관광객이 해외에서 이와 같은 대우를 받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거센 항의는 물론이고 심한 경우 몸싸움이나 외교 문제로까지 번졌을지 모른다.
구체적인 위법 여부는 당시 상황과 계약 내용, 이동 제한의 정도 등에 따라 관계기관이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구매를 원하지 않는 관광객의 이동을 물리적·심리적으로 제한하거나 일정 중단과 방치를 수단으로 구매를 압박하는 행위는 관광업계의 관행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
가이드는 왜 관광객을 압박해야 하는가
현장 상황을 더 알아보니 문제의 뿌리는 생각보다 깊었다.
중국에서 모집된 일부 저가 쇼핑단체를 국내 여행사가 받을 때 정상적인 지상경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심지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국내 여행사가 중국 측 송객업체에 모객비를 지급하는 마이너스 거래도 존재한다.
관광객이 낸 여행상품 가격만으로는 숙박비와 교통비, 식비, 관광지 입장료, 가이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결국 국내 여행사는 건강기능식품점, 화장품점, 잡화점, 면세점 등에서 발생하는 쇼핑 수수료로 손실을 보전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매출 압박은 가장 말단에 있는 가이드에게 집중된다.
쇼핑 실적이 좋지 않으면 다음 팀을 배정받지 못하거나 해당 여행사와 다시 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기본 일비조차 받지 못하는 가이드에게 쇼핑 매출은 단순한 성과급이 아니라 생계 그 자체가 된다.
가이드는 관광객에게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설명하는 해설자가 아니라 물건을 판매하는 영업사원으로 내몰린다.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설득은 압박으로 변하고, 압박은 다시 강매와 일정 통제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관광객에게 구매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여행상품에 쇼핑센터 방문 일정이 포함돼 있다고 해서 관광객에게 상품을 구매할 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저렴한 상품을 선택했다는 사실 역시 강매나 부당한 대우를 감수하겠다는 동의가 될 수 없다.
결국 관광객은 값싼 여행의 대가로 불쾌한 경험을 떠안고, 가이드는 생존을 위해 전문성과 자존심을 포기한다. 여행사는 쇼핑 매출에 목을 매고, 쇼핑업체는 더 높은 매출을 요구한다. 모두가 서로를 원망하지만 이 왜곡된 구조에서 진정한 승자는 없다.
지원금이 덤핑관광의 손실을 메워서는 안 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여행사에 마케팅비와 각종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하지만 지원 기준이 입국자 수, 숙박일 수, 버스 대수 등 양적 실적에 집중되면 원가 이하 상품도 우수한 유치 실적으로 포장될 수 있다.
여행사가 지원금을 더 나은 관광 콘텐츠와 서비스 품질 향상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저가 상품으로 발생한 손실을 메우는 데 사용한다면, 공공재정이 결과적으로 덤핑관광을 연명시키게 된다.
정부 역시 제로피 상품, 쇼핑 강요, 무자격 가이드, 관광통역안내사 보수 미지급 문제를 오래전부터 인식해 왔다. 그럼에도 비슷한 문제가 십수 년째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제도가 전혀 없어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작동하는 감시와 집행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방한 외래관광객 수가 늘어도 1인당 지출액과 관광 만족도, 재방문 의향, 한국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면 이를 진정한 관광산업의 성장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관광객 3,000만 명이라는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한국을 떠날 때 어떤 기억을 안고 가느냐는 것이다.
덤핑관광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다섯 가지 제안
첫째, 원가 이하의 저가 관광상품을 시장에서 퇴출해야 한다.
숙박·교통·식사·가이드 비용 등 필수 경비조차 충당할 수 없는 상품은 정상적인 관광상품으로 보기 어렵다. 외국인 단체여행 상품에 최소한의 적정 지상비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밑도는 계약과 해외 송객업체에 지급되는 과도한 모객비를 집중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쇼핑 강요만 단속해서는 문제의 뿌리를 제거할 수 없다. 강매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가격 구조 자체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둘째, 여행사 스스로 출혈적인 저가 경쟁을 멈춰야 한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그 손실을 쇼핑 매출로 보전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한 관광사업이 아니다. 개별 여행사의 단기적인 생존을 위해 시작된 저가 경쟁은 결국 시장 전체의 가격을 무너뜨리고, 정상적인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업체까지 경쟁에서 밀려나게 만든다.
국내 여행사는 중국 측 송객 여행사와 거래할 때 숙박·교통·식사·가이드 비용 등 필수 경비를 반영한 적정 지상비를 책정해야 한다. 비용 부담과 수익배분, 쇼핑 조건, 일정 변경 및 손실 책임도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을 떠안은 뒤 그 책임을 가이드와 관광객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 계약 단계에서부터 마이너스 거래를 거부하는 원칙이 세워져야 악성 저가 경쟁과 쇼핑 강매의 악순환을 끝낼 수 있다.
셋째, 가이드의 기본 일비와 서면계약을 보장해야 한다.
가이드에게 기본 보수도 지급하지 않은 채 쇼핑 수수료만으로 생계를 해결하게 하면 판매 압박은 사라질 수 없다. 유자격 관광통역안내사가 해설과 안전관리라는 본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 사용과 적정 일비 지급을 제도화해야 한다.
관광객의 쇼핑 실적을 기준으로 가이드를 평가하거나 다음 팀 배정을 제한하는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 가이드의 능력은 판매액이 아니라 해설의 전문성, 안전관리, 일정 운영과 관광객 만족도로 평가해야 한다.
넷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 기준을 관광객 수에서 서비스 품질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유치했다는 이유만으로 지원금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 상품의 적정 가격, 쇼핑 횟수, 민원 발생 여부, 가이드 보수 지급, 일정 이행률, 관광객 만족도와 재방문 의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쇼핑 강요나 관광객 방치, 일정의 임의 중단이 확인된 여행사에는 지원금을 환수하고 일정 기간 공공사업 참여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반면 적정 가격을 지키고 문화·체험 중심의 여행상품을 운영하는 여행사에는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다섯째, 관광객이 현장에서 즉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다국어 신고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관광버스와 여행 일정표에 신고용 QR코드를 의무적으로 표시하고, 관광객이 자신의 언어로 쇼핑 강요, 이동 제한, 일정 중단과 방치 행위를 신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신고가 접수되면 관계기관이 신속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반복적으로 민원이 발생한 여행사와 쇼핑업체는 합동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중대한 위반이 확인된 업체는 외국인 단체관광객 유치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퇴출할 수 있어야 한다.
임시 가이드를 늘리기 전에 기존 가이드가 일할 수 있게 해야
정부는 일부 언어권의 가이드 부족을 이유로 일정 교육을 이수한 사람에게 한시적으로 관광통역안내 업무를 허용하는 임시자격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인력 부족은 단순히 자격증 소지자가 부족해서 발생한 문제만은 아니다. 기본 일비도 보장받지 못한 채 쇼핑 실적으로 평가받고, 관광객을 상대로 판매 압박까지 떠안아야 하는 열악한 환경 때문에 기존의 유자격 가이드들이 현장을 떠난 측면을 먼저 살펴야 한다.
노동환경은 그대로 둔 채 가이드 공급만 늘린다면 새로 진입한 인력도 결국 같은 판매 구조에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관광통역안내사는 외국인 관광객이 만나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얼굴’이다. 그 얼굴에 친절과 전문성 대신 매출 압박과 생존의 절박함만 새겨져 있다면 한국 관광의 품격도 함께 무너진다.
마이너스 투어는 단순히 값싼 여행상품이 아니다. 여행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관광객의 불쾌한 경험과 가이드의 희생,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로 떠넘긴 상품이다.
이제는 관광객의 머릿수를 세는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몇 명이 한국에 왔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여행했고, 어떤 대우를 받았으며, 다시 한국을 찾고 싶은지를 물어야 한다.
관광객을 존중하고 가이드의 전문성과 생존권을 보호하는 시장을 만들지 못한다면, 외래관광객 3,000만 명이라는 숫자는 관광 강국의 성과가 아니라 저급 관광을 대량으로 생산한 부끄러운 기록으로 남을 수 있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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