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 장의 미판매 재고를 방치한 채 추가 제작을 강행하고, 제도 전환 이후 정작 주요 친환경 혜택은 중단되면서 정책의 진정성마저 도마 위에 올랐다.
3일 서울특별시의회 교통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고찬양 시의원(사진)은 기후동행카드가 정부 연계형 ‘기후동행패스’로 전환되는 과정 전반에 걸친 서울시의 주먹구구식 행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울시 제출 자료에 따르면 기후동행카드 실물카드는 총 423만 장이 제작됐으나, 현재 판매되지 않은 미사용 재고만 45만 장에 달한다.
그러나 시는 이 같은 재고를 쌓아둔 상태에서 사업 전환을 불과 앞둔 지난 8월, 19만 장을 추가 발주·제작했다. 사업 종료와 전환 시점을 감안한 최소한의 수요 예측조차 작동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이 같은 실태에 대해 환경 전문가들은 ‘기후 정책의 자기모순’이라고 입을 모은다.
플라스틱 카드는 집적회로(IC) 칩과 마그네틱선, 폴리염화비닐(PVC) 등 복합 소재로 제작돼 일반 플라스틱보다 분리배출과 재활용이 극도로 까다롭다. 단순 매립이나 소각 시 다이옥신 등 유해 물질과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탄소 배출을 줄이자며 만든 교통카드가 행정 미숙으로 수십만 장의 플라스틱 쓰레기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며 “기후라는 이름을 내건 정책이라면 제작 단계의 자원 순환성부터 전환 시 잔여 카드의 업사이클링 및 칩 재활용 가이드라인까지 선제적으로 설계했어야 마땅하다”고 꼬집었다.행정 편의주의는 시민 혜택 공백으로도 이어졌다.
기후동행패스 전환 이후 기존 카드에서 제공되던 ‘따릉이(공공자전거) 연계 할인’과 ‘제대군인 할인’이 두 달 넘게 중단된 상태다. 친환경 단거리 이동 수단인 공공자전거 혜택을 끊어놓고 친환경 교통 복지를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친환경은 단순히 매력적인 홍보 문구가 아니다. 정책의 입안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자원 낭비를 줄이고 탄소 발자국을 지우려는 정교한 설계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45만 장의 재고 카드 처리를 여전히 ‘검토 중’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구체적인 자원 순환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제도 전환에 따른 객관적인 재정 절감 효과를 투명하게 입증하고, 실종된 시민 친환경 혜택을 조속히 정상화하는 것만이 ‘기후동행’이라는 본래의 가치를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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