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김현우 의원(사진)은 지난 3일 열린 서울시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서 정근식 교육감을 상대로 ‘야차룰’ 대응 실태를 강하게 질타했다. 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2024학년도부터 2026학년도 8월까지 공식 접수된 ‘야차룰’ 관련 학폭 심의 사례만 31건에 달한다.
김 의원은 “학생들이 겉으로 합의했다고 해서 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다. 폭력이 놀이로 둔갑하고 타인의 고통이 SNS 콘텐츠로 소비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단순 가해자 처벌을 넘어 싸움을 강요하거나 방조·촬영한 가담자 전반을 조사할 수 있는 기준표 마련과 영상 유포 차단 시스템 구축을 주문했다. 이에 정 교육감 역시 정밀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합의서 들이미는데 뭘 어쩌나요”… 무력감 호소하는 일선 교사들
그러나 정책 당국의 대책 마련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아이들을 마주하는 일선 교사들의 반응은 착잡하다. 신종 수법으로 진화하는 학폭 양상에 비해 학교가 쥐고 있는 권한과 보호 장치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중학교에서 생활지도부장을 맡고 있는 10여 년 차 교사 A씨는 “사안을 인지해 개입하려 해도, 가해 학생뿐 아니라 피해 학생까지 ‘우리가 좋아서 합의하고 운동 삼아 한 것’이라며 입을 맞추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털어놨다. A씨는 “뒤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협박이나 서열에 의한 강요를 밝혀내려면 디지털 포렌식이나 계좌 추적 수준의 조사가 필요한데, 수사권이 없는 교사가 아이들의 말만 듣고 강제성을 입증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고등학교 교사 B씨는 ‘쌍방 폭행’ 프레임과 학부모 간 법적 분쟁의 부담을 지적했다. B씨는 “야차룰 특성상 겉으로는 쌍방 폭행의 형태를 띠기 때문에, 자칫 교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가 ‘왜 우리 아이만 가해자로 모느냐’는 식의 악성 민원이나 아동학대 고소 위협에 직면하기 일쑤”라며 “결국 교사 개인이 모든 법적·행정적 위험을 짊어져야 하는 구조에서는 소극적 대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장난’ 뒤에 숨은 집단 린치… 실효적 가이드라인과 교권 보호 병행돼야
기자가 취재 현장에서 마주한 ‘야차룰’의 실상은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를 정교하게 파고든 형태였다. 아이들은 이미 “쌍방 합의 하에 다쳤다”고 진술하면 처벌을 피하거나 감경받을 수 있다는 점을 학습한 상태였다. 심지어 싸움을 부추기며 ‘판돈’을 걸거나 영상을 텔레그램·SNS에 유포해 수익을 노리는 조직적 행태마저 관찰된다.
단순히 “교사가 면밀히 조사하라”는 주문만으로는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김현우 의원이 제안한 ‘강요된 합의 여부를 가려내는 조사 점검표’와 ‘영상 신속 삭제 및 2차 피해 방지 연계망’이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조사 과정에서 교사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수사기관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의심 정황 발생 시 즉각적인 전문 수사로 이관할 수 있는 직통 경로를 열어주고, 교사에게는 정당한 생활지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민·형사상 분쟁에 대한 확실한 면책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아이들의 침묵과 교사의 무력감이 겹치는 사이, 폭력은 ‘합의’라는 탈을 쓰고 더욱 잔혹해지고 있다. 교육청과 의회가 마련하겠다는 대책이 서류 속 매뉴얼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교실 맨 앞줄에서 고군분투하는 교사들의 목소리부터 담아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