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화 시의원, '역차별' 덫에 걸린 서울 재정…낡은 재정배분 잣대 손질해야

이정윤 발행일 2026-11-03 22:24:18
▲손정화 시의원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전국에서 가장 많은 세금을 거둬들이면서도 정부 재정지원에서는 매번 ‘역차별’을 받는 서울시의 불합리한 재정배분 구조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반세기 전 형성된 ‘서울 부자 프레임’에 묶여 국고보조율 차등과 교부세 배제라는 이중 족쇄를 차는 사이, 정작 천만 시민의 발과 직결된 노후 인프라 안전망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같은 국가 정책, 서울만 덜 준다…연간 3.5조 원 추가 부담


3일 열린 서울특별시의회 제340회 정례회 기획경제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손정화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낮은 국고보조율 탓에 2026년 한 해에만 약 3조 5,700억 원의 시비를 추가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국고보조사업은 지방 지자체에 50~80%의 국비가 지원되는 반면, 서울시는 20~50% 수준에 머문다.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는 동일 복지·교통 사업임에도 서울 시민이라는 이유로 시 재정을 두 배 이상 쏟아부어야 하는 기형적 구조다.

오는 2027년 아동수당과 K-패스 등 국가 주도 매칭 사업이 늘어나면 서울시의 시비 부담은 1조 1,700억 원 더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세제 전문가 "과세력 집중과 행정 수요 괴리 심각…재정 중립성 훼손"

이 같은 재정 왜곡에 대해 조세·지방재정 전문가들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이 수도 서울의 ‘재정 착취’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방재정학회 관계자는 "현행 보통교부세 불교부 및 국고보조율 차등 기준은 1970~80년대 수도권 집중 억제라는 과거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며 "대도시 특유의 복지 수요, 유동인구 200만 명을 감당하는 인프라 비용, 노후 도심 안전 문제는 외면한 채 '세수가 많으니 국비를 깎아도 된다'는 단순 논리는 조세 원칙의 기본인 응능부담과 수익자 부담 원칙을 동시에 훼손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세제 전문가는 "국가가 일방적으로 입법한 의무지출 사업을 일률적 매칭 펀드로 떠넘기는 행태는 지방자치의 자율성을 갉아먹는 대표적 행정 편의주의"라며 "공공기관 2차 이전 등으로 지방세 수입 둔화가 현실화되는 시점에서, 서울시의 가용재원 고갈은 곧 국가 핵심 성장 엔진의 기능 정지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학생 줄어도 늘어나는 전출금, 방치되는 노후 지하철·하수관

현행 제도의 경직성은 구체적 지표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서울시의 교육청 법정전출금 비율은 광역시나 경기도보다 높은 10%로 묶여 있다. 2013년부터 2025년 사이 서울의 학령인구는 39% 급감했으나 교육청 전출금은 73% 급증했다. 정작 교육 수요는 줄어드는데 법에 묶인 전출금 규모만 기계적으로 불어나 일반 행정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시민 안전과 직결된 인프라 지원 격차는 더 심각하다. 지하철 건설 국고지원은 지방(60%) 대비 서울(40%)이 턱없이 낮고, 조성 30년이 넘은 노후 하수관로 비율이 58%에 육박함에도 타 지자체(광역시 30%, 도 60%)와 달리 서울은 국비 지원 대상에서 전면 배제돼 있다. 싱크홀과 지하철 노후 고장 등 도시 안전 리스크가 커져도 서울시 홀로 예산을 쥐어짜야 하는 실정이다.

정부의 '묵묵부답'과 서울시의 미온적 협상력…판을 흔들 전략 절실

문제는 이 같은 모순을 바로잡아야 할 중앙정부의 무책임과 서울시의 안이한 대응이다. 서울시가 2025년 이후 정부에 건의한 지방재정 제도개선 과제 16건 중 전면 수용된 것은 단 1건도 없으며, 무려 11건은 공식 회신조차 받지 못했다.

서울시가 수도권 역차별 논리에 휘말릴까 조심스러워하며 실효성 있는 대정부 압박 카드를 제시하지 못한 채 '공허한 건의'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손정화 의원은 “서울시민의 세금이 국가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불합리한 잣대로 인해 시민의 안전·교통·복지 서비스가 후퇴하는 지경까지 용인될 수는 없다”며, “국고보조율 결정 기준과 보통교부세 산정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종합적인 재정 진단을 바탕으로 대정부 협상 틀 자체를 새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세금이 지방으로 흘러가는 동안 서울의 기반시설은 노후화로 균열이 가고 있다. 수도라는 상징성에 갇혀 ‘역차별’을 묵인하기엔 도시 안전과 재정 지속가능성이 마주한 현실이 너무나 위태롭다. 정부는 낡은 배분 잣대를 현실에 맞게 수술하고, 서울시는 숫자에 근거한 치밀한 논리로 당당히 권리를 요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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