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렁쇠가 멈춘 자리, 한국 스포츠의 시간이 흐른다

정진욱 발행일 2026-10-19 07:30:27
- 올림픽공원에 국립스포츠박물관 개관…서윤복 우승 메달부터 서울올림픽 성화봉까지 7만 점 소장
[데일리환경=정진욱 기자] 한 소년이 굴렁쇠를 굴리던 운동장, 결승선을 향해 마지막 힘을 쏟던 마라토너, 경기 종료와 함께 터져 나오던 함성. 한국 스포츠가 남긴 순간들이 서울 올림픽공원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얻었다.

▲ 국립스포츠박물관 공식 누리집에 게시된 건물 소개 이미지. 개관 전 안내 문구가 포함된 홍보 이미지야. 출처=국민체육진흥공단 국립스포츠박물관.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은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국립스포츠박물관을 개관했다. 대한민국 스포츠 분야 최초의 국립박물관으로, 국내외에 흩어진 스포츠유산을 수집·보존하고 전시와 교육, 연구로 이어가는 공간이다.

박물관이 수집·소장한 스포츠 관련 자료는 약 7만 점이다. 숫자로 남은 경기 기록 곁에 선수들이 사용했던 물건과 시대의 기억을 놓아 한국 스포츠의 발자취를 보여준다.


주요 전시품에는 1947년 보스턴마라톤에서 서윤복 선수가 획득한 우승 메달과 한국 축구의 개척자 김용식 선수의 축구화가 포함됐다. 대한민국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양정모 선수의 경기복도 만날 수 있다. 메달과 축구화, 경기복은 서로 다른 종목의 유물이지만, 자신의 한계를 넘어 세계무대에 섰던 도전의 시간을 함께 품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의 기억도 이어진다. 당시 사용한 성화봉과 개회식 굴렁쇠가 전시돼 세계인의 시선이 서울로 모였던 순간을 되짚는다. 굴렁쇠를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오래된 장면을 다시 만나는 시간이 되고, 그날을 영상으로 접한 어린이에게는 부모 세대의 이야기를 듣는 출발점이 된다.

박물관은 지하 2층부터 지상 4층 규모로 조성됐다. 1층에는 기획전시실과 카페, 로비를 두고 2~3층에는 상설전시관을 마련했다. 지하에는 스포츠유산을 보존·관리하는 수장고가, 4층에는 관람 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옥상정원이 자리한다.

기존 서울올림픽기념관도 새롭게 단장했다. 어린이박물관과 스포츠 전문도서관, 교육·체험 공간을 갖춰 전시를 보고 책을 읽고 직접 경험하는 관람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공원을 걷던 시민과 가족 관람객이 스포츠의 역사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구성이다.

개관 기념 프로그램으로는 관람객이 자신의 경험을 남기는 ‘나의 기록 카드’와 ‘명장면 스튜디오’ 등의 체험행사도 마련됐다. 선수들의 기록을 살펴보는 관람에 시민 자신의 기억을 더하는 시간이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개관식에서 스포츠의 역사가 선수들의 성취와 이를 함께 응원한 국민의 기억으로 이뤄져 있다는 뜻을 전했다. 스포츠유산에 담긴 도전과 감동을 미래세대와 나누는 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경기는 끝나도 그 장면을 기억하는 마음은 오래 남는다. 누군가에게는 처음 밤을 새워 응원했던 경기이고, 누군가에게는 운동선수의 꿈을 품게 한 순간이다. 올림픽공원에 문을 연 국립스포츠박물관은 그렇게 서로 다른 사람들의 기억을 한국 스포츠의 역사 안에서 다시 만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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