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 전북 익산의 한 벼 재배 농가 김 모(63) 씨는 최근 저수지에서 농수로로 흘러드는 물을 볼 때마다 한숨부터 내쉰다.
녹조가 짙게 끼어 코를 찌르는 악취를 풍기는 데다, 부유물까지 뒤엉켜 벼 생육에 지장이 생기지 않을까 늘 가슴을 졸여야 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농업용수는 한 해 농사의 기본이자 생명줄인데, 갈수록 물 상태가 나빠져 관정에 의존하는 처지”라며 “공사가 수질 개선을 한다고 말만 수년째 되풀이하지만 현장에서 바뀌는 것은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최근 6년간 농업용수 수질개선사업에 1,500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 혈세를 투입했지만, 정작 농민들이 사용하는 저수지의 수질은 오히려 악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염이 심각한 지역은 예산을 아예 편성하지 않고, 특정 지역에만 예산을 몰아주는 '주먹구구식' 행정이 화를 키웠다는 비판이 농촌 현장과 정치권 안팎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개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이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2021년부터 2026년 9월까지 농업용수 수질개선사업비로 총 1,547억 6,900만 원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정작 농업용수 수질측정망 대상 시설 중 농업용수 수질기준(Ⅳ등급)을 초과한 부적합 저수지는 2021년 61곳에서 2026년 9월 기준 82곳으로 무려 34.4%(21곳) 증가했다. 막대한 세금이 현장에 투입되고도 농업용으로 쓸 수조차 없는 ‘오염 저수지’가 3분의 1 이상 늘어난 셈이다.
지역별 편중과 방치 실태는 더 심각하다. 경기도의 경우 매년 3~6곳의 수질 초과 저수지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2022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사업비가 '0원'이었다. 충북도 4년 연속(2023~2026년) 예산 지원이 전무했으며, 올해 초과 저수지는 3곳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초과 시설이 3곳에서 11곳으로 4배 가까이 폭증한 전북은 지난 6년간 투입된 예산이 10억 4,000만 원(전체의 0.7%)에 불과했다.
경남 역시 매년 4~7곳이 기준치를 넘겼지만 6년 중 예산이 편성된 해는 2024년(2억 2,000만 원) 단 한 차례뿐이었다. 인천은 수질 부적합 시설이 2곳에서 7곳으로 급증하는 시점에 오히려 지원 예산을 완전히 끊어버렸다.
반면 전체 예산의 92.1%(1,425억 1,300만 원)는 충남·경북·전남·인천 4개 시·도에 집중됐다. 그러나 전체 예산의 43.7%(676억 3,900만 원)를 쓸어 담은 충남마저 초과 시설이 17곳에서 21곳으로 늘어나, '돈을 퍼부어도 나아지지 않는'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
충남 당진의 한 영농조합법인 관계자는 “수백억 원을 들였다는 데 정작 바닥 퇴적토 준설이나 실질적인 오염원 차단 사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수질 정화 장치 몇 개 설치하는 식의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며 “작물이 병들고 토양이 망가진 뒤에 대책을 내놓으면 무슨 소용이냐”고 성토했다.
농촌 현장에서는 기후변화로 가뭄과 폭염이 잦아져 저수지 부영양화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공사의 무원칙한 예산 배정이 농업 환경 붕괴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농사지을 깨끗한 물 한 모금이 절실한 곳은 외면하고 실효성 없는 사업만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개호 의원은 “수백억 원의 국민 혈세를 쓰고도 부적합 시설이 늘어난 것은 전형적인 예산 낭비이자 사업 실패”라며 “수질 악화 저수지가 매년 발생하는데도 수년간 사업비를 단 1원도 배정하지 않거나 찔끔 편성하는 무원칙한 운용이 수질 오염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질 악화가 심각한 지역에 예산을 즉시 재배정하고, 실제 농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질 개선 성과가 나타나도록 관리 체계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