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종양 의원(국민의힘)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지난달 16일 공개한 내용으로, 전세사기 여파가 세금으로 메워지는 구조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HUG, 2026.9.16 국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HUG 출자금은 2021년 3900억원에서 2023년 3839억원으로 다소 줄었다가, 2024년 4조7000억원으로 폭증한 뒤 2025년에도 9650억원이 추가 투입됐다. 2024년과 2025년 두 해에 투입된 출자금이 전체의 약 88%를 차지한다.
전세사기 피해가 본격적으로 사회 문제화한 시점과 정부 출자금이 급증한 시점이 정확히 겹친다는 점에서, 이번 통계는 전세사기 사태의 재정적 뒷수습 비용을 수치로 보여주는 자료라 할 수 있다.
HUG의 실적 악화는 더 뚜렷하다. 순손실은 2022년 4087억원에서 2023년 3조8598억원으로 급증했고, 2024년에도 2조5198억원의 적자를 냈다. 2025년에는 1조5749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지만, 이는 정부의 대규모 출자와 구상채권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 조치가 병행된 결과로 해석된다.
전세보증금을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 금액은 2021년 5041억원에서 2022년 9241억원, 2023년 3조5544억원, 2024년 3조9948억원으로 3년 새 7배 넘게 불었다. 반면 대위변제 이후 회수하지 못한 미회수채권 잔액은 2021년 말 2927억원에서 2023년 말 4조445억원, 2024년 말 6조8530억원, 2025년 말 7조1253억원으로 꾸준히 불어났고, 올해 6월 말 기준으로도 6조8170억원에 이른다.
이 수치들이 말해주는 구조적 문제는 단순하다. HUG는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고, 그 돈을 나중에 집주인(또는 경매 낙찰대금)으로부터 돌려받는 구조로 운영된다.
그런데 대위변제는 조 단위로 늘어나는 반면, 회수되지 못한 채권은 그보다 더 빠르게 쌓이고 있다. 바꿔 말하면 HUG가 세입자에게 먼저 내준 돈 가운데 상당 부분을 끝내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고, 그 구멍을 메우는 것이 결국 정부 출자, 즉 국민 세금이라는 얘기다. 대위변제와 미회수채권이 동반 급증하는 추세가 꺾이지 않는 한, 정부 출자금 투입은 일회성이 아니라 구조화된 재정 부담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본지 시각에서 더 눈여겨볼 대목은 회수율 개선 신호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HUG는 그동안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 구상권 행사 강화, 경매 절차 신속화 등 채권 회수 대책을 내놓았지만, 미회수채권 잔액은 2025년 말 7조1253억원에서 올해 6월 말 6조8170억원으로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전세사기 피해자 보호라는 명분 아래 HUG가 '선구제 후회수' 역할을 떠안은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가해 임대인에 대한 구상권 집행이 더디면 결국 선의의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비용이 전적으로 정부 재정, 즉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셈이다.
전세사기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재산 추적이 병행되지 않는 한, HUG의 재무구조 개선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머물 위험이 있다.
전망 면에서는 정부가 내년 예산에서도 HUG에 대한 추가 출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 공적자금 투입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전세 시장에서 보증사고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로 전환되지 않는 한 근본적 해법은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전세사기 특별법 적용 기한을 연장하고 피해자 지원을 확대하는 동안, HUG의 재무 건전성과 가해자 구상권 회수라는 '뒷단'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아왔다. 이번 국정감사 자료 공개를 계기로 대위변제 재원 마련 방식과 구상권 회수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규모 비교를 해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더 선명해진다. HUG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외에도 분양보증, 주택도시기금 수탁 업무 등을 함께 수행하는 준정부기관으로, 자본금 규모 대비 조 단위 손실이 반복되면 전세보증 상품 자체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HUG는 2023년 적자 폭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자 전세보증 가입 요건을 강화(전세가율 100%→90% 이하)하는 조치를 내놓았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보증 문턱을 높여 정작 보증이 필요한 세입자의 접근성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보증 기관의 재무 건전성을 지키려는 조치가 세입자 보호라는 본래 취지와 충돌하는 딜레마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민간 보증기관인 SGI서울보증과 비교해도 HUG의 손실 집중도는 두드러진다. 전세사기 피해가 특정 유형(빌라·오피스텔 갭투자, 동시진행 무자본 갭투자 등)에 집중된 탓에, HUG가 떠안은 대위변제 중 상당 부분이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 채권'으로 분류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해 임대인 상당수가 이미 다수의 주택을 보유한 채 잠적하거나 파산 절차를 밟고 있어, 구상권을 행사해도 실제 회수로 이어지기까지는 수년이 걸리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결국 피해 구제의 속도를 높이려 할수록 공적자금 투입과 미회수채권 누적이라는 두 지표가 동시에 커지는 '딜레마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자료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다.
세대별 파급효과도 가볍지 않다. 전세보증 사고는 특성상 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 상대적으로 자산이 적은 20·30대 세입자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이 보증금을 돌려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다음 거주지 마련을 위한 자금 계획 전체가 흔들린다.
HUG의 대위변제 처리 속도가 채권 규모에 비례해 느려질 경우, 세입자 입장에서는 보증보험에 가입했음에도 실질적인 자금 회수까지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사례도 보고된다. 제도의 설계 취지가 '즉각적인 보증금 반환'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처리 지연 자체가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짚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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