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함 신차 바꿔준다던 ‘레몬법’의 배신…실제 교환·환불 판정 2.2% 불과

이정윤 발행일 2026-09-28 12:09:01
전문기관 하자 사실조사 7년간 단 3건…2020년 4월 이후 6년 넘게 ‘0건’
자동차업계 “합의 해결도 제도 성과”…소비자 입장에선 “결함 입증부터 장기 심의까지 부담”

결함 있는 신차를 교환하거나 환불받을 수 있도록 도입한 한국형 ‘레몬법(자동차 교환·환불 중재 제도)’이 시행 7년을 넘겼지만, 정부 위원회의 공식적인 교환·환불 판정 비율
은 2%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동차 결함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전문기관 사실조사는 7년여 동안 단 3건에 그쳤고, 2020년 4월 이후에는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유상범 의원(사진)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 ‘자동차 레몬법 연도별 구제 성과 및 중재 판정 실태’에 따르면, 2019년 1월 제도 도입 이후 2026년 7월 말까지 접수된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 신청은 총 4,132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3,951건의 처리가 완료됐다.

그러나 처리 완료된 3,951건 가운데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신차 교환이나 환불 결정을 내린 중재 판정은 교환 35건, 환불 52건 등 모두 87건에 불과했다.

처리 완료 사건을 기준으로 2.2%다. 중재 절차를 밟은 소비자 100명 가운데 위원회의 공식적인 교환·환불 판정을 받은 경우가 2명 남짓에 그친 셈이다.

구제율 41.2%라지만 94%는 제조사와 개별 합의

국토부가 집계한 최종 구제 건수는 1,626건으로 구제율은 41.2%였다.  

위원회의 공식 판정에 따른 교환 35건, 환불 52건과 화해 10건 등 97건을 제외한 나머지 1,529건은 중재 과정에서 소비자가 자동차 제작사와 개별적으로 합의한 뒤 신청을 취하한 사례였다.

개별 합의 내용을 보면 교환 371건, 환불 469건, 단순 보상·수리 689건이다. 전체 구제 건수의 94.0%가 위원회의 공식적인 판단이 아닌 제조사와 소비자 간 합의를 통해 종결된 것이다.

결국 레몬법에 따른 공식 교환·환불 판정보다는 중재 과정에서 당사자 간 합의에 의존하는 구조가 사실상 제도의 주요 구제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132건 신청했는데 전문기관 사실조사는 단 3건

자동차 결함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전문기관 사실조사 실적도 극히 저조했다.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는 결함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성능시험대행자인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에 전문적인 조사를 의뢰할 수 있다.

그러나 7년 7개월 동안 중재 신청 4,132건, 실제 심의 2,454건이 진행되는 동안 자동차안전연구원에 전문 조사를 의뢰한 사례는 단 3건에 그쳤다.

전체 신청 건수와 비교하면 0.07% 수준이다.

더욱이 2020년 4월 이후 6년 넘게 사실조사 의뢰 실적은 한 건도 없었다.

최근 자동차가 각종 전자제어장치와 소프트웨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이 결합된 복합적인 전자·기계 장치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류와 제출자료 중심의 심의만으로 간헐적·복합적 결함까지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신청자 27.5%는 심의 시작도 못 했다

제도의 진입 장벽도 문제로 지적됐다. 전체 처리 완료 3,951건 가운데 1,088건(27.5%)은 중재 절차가 시작되기도 전에 ‘개시 불가’로 종결됐다.

여기에 각하 110건과 기각 400건, 기타 취하 727건까지 포함하면 상당수 신청자가 실질적인 교환·환불 판정까지 이르지 못한 채 절차를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처리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사건당 평균 처리 기간은 2023년 67일에서 2025년 126일로 늘었고, 올해도 116일이 소요되고 있다.

결함이 의심되는 차량을 운행하면서 교환·환불 여부를 기다려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처리기간 장기화 자체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업계 “개별 합의도 소비자 구제…2.2%만으로 실효성 판단 어려워”

자동차업계에서는 공식 교환·환불 판정 2.2%라는 수치만으로 레몬법의 실효성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중재 과정에서 제조사가 소비자와 합의해 차량을 교환하거나 환불하고 수리·보상한 사례 역시 실질적인 소비자 구제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토부 집계상 전체 구제율은 41.2%로 나타났으며, 공식 판정 이전에 제조사와 소비자가 합의한 사건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상 현상을 제작상 결함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업계가 고려해야 할 부분으로 꼽는다. 운행환경이나 사고·정비 이력, 차량 사용 상태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교환·환불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공식 판정보다 개별 합의에 따른 종결이 압도적으로 많고 전문기관 사실조사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라면 현행 중재제도가 소비자와 제조사 사이의 정보·입증 능력 격차를 충분히 보완하고 있는지는 별도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결함 증명도 내가, 기다리는 것도 내가”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차량 이상을 경험한 당사자가 결함을 입증해야 하는 현실적인 부담이다.

신차에서 반복적인 이상이 발생하더라도 서비스센터 방문 당시 동일한 증상이 재현되지 않거나 차량 진단장비에 오류 기록이 남지 않으면 결함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쉽지 않다.

특히 주행 중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전자장치 오류나 소음·진동, 제동·가속 관련 이상 증상은 소비자가 동영상이나 정비기록 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원인을 입증하기가 더욱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기관의 실제 차량 조사와 성능시험은 제조사와 비교해 기술정보가 부족한 소비자의 입증 부담을 보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7년여 동안 전문기관 사실조사가 단 3건에 그쳤다는 점은 레몬법이 기술적 판단이 필요한 자동차 결함 분쟁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검증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여기에 평균 처리기간이 100일을 넘어서면서 소비자는 결함 여부가 명확히 판단되지 않은 차량을 계속 운행하거나 별도의 교통수단을 마련해야 하는 불편까지 감수할 수 있다.

현대·기아·벤츠·BMW·테슬라…제조사별 통계는 ‘깜깜이’

소비자가 자동차를 구매하기 전에 참고할 수 있는 정보도 제한적이다.

국토부는 비공개 조항을 근거로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비롯해 벤츠, BMW, 테슬라 등 주요 제작사·수입차 브랜드별 중재 신청 건수와 교환·환불 실적, 중재 결과 등의 핵심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특정 제작사나 차종에서 교환·환불 중재 신청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실제 교환·환불로 이어진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소비자가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다.

제조사별 중재 통계 공개는 단순히 기업의 불리한 정보를 공개하는 차원을 넘어 소비자의 차량 선택권과도 연결될 수 있다. 반면 개별 중재 사건에는 영업상 정보나 개인 정보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공개 범위와 방식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 마련도 필요하다.

유상범 의원은 “신차 결함으로 고통받는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며 도입된 레몬법이 까다로운 요건과 서류 위주의 탁상 심의로 인해 법적 판정 인용률이 2%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류 중심 심의에서 벗어나 전문기관 현장 조사를 의무화하고 제조사별 결함 통계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국토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과 제도 혁신을 강력히 촉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레몬법의 성과를 공식 교환·환불 판정만으로 평가할지, 중재 과정에서 이뤄진 제조사와 소비자의 자율 합의까지 포함할지는 해석이 갈릴 수 있다.

다만 제도 시행 7년이 넘도록 전문기관 사실조사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고, 소비자가 제조사별 중재 현황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단순한 구제 건수뿐 아니라 결함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입증하고 판단하는지에 대한 제도 전반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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