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자심사 ‘속도전’에 인정률 반토막…“날림 심사” vs “무분별한 신청 탓”

이정윤 발행일 2026-09-26 16:28:52
[데일리환경= 안상석 기자]국토교통부 산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이하 하심위)의 사건 처리 기간이 1년 남짓에서 4달 수준으로 대폭 단축됐지만, 정작 하자로 판정되는 비율은 2년 새 반토막 난 것으로 드러났다.

심사 인력 부족 속에 속도전에만 치우치다 보니 부실·형식 심사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건설업계와 입주민 간의 시각차도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황운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동주택 하자심사 신청은 2022년 2,699건에서 2024년 3,472건, 2025년 4,346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6월 기준)에만 이미 4,217건이 접수돼 지난해 연간 전체 수치에 육박했다.
▲하자심사신청건수vs평균처리기간
▲판정(인정)률추이

눈에 띄는 대목은 사건 처리 속도다. 하심위의 평균 처리기간은 2023년 338일에서 2024년 200일, 2025년 137일로 줄더니 올해 상반기에는 130일까지 단축됐다. 불과 2년 반 만에 처리 기간이 61.5%(208일)나 급감한 것이다.


그러나 처리 속도가 빨라진 반면, 입주민의 손을 들어준 ‘하자 판정 비율’은 정반대 곡선을 그렸다. 2024년 78.86%에 달했던 하자 판정률은 2025년 61.04%로 떨어졌고, 올해 상반기에는 45.41%까지 곤두박질쳤다.

판정서 교부 건수 기준으로 2024년에는 1,774건 중 1,399건이 하자로 인정받았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1,057건 중 480건에 그쳤다. 2년 사이 인정률이 무려 33.45%포인트 급락한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고질적인 ‘심사 인력난’과 맞물려 논란을 키우고 있다. 하심위 사무국 분석에 따르면 올해 예상 접수량(약 8,000건)을 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적정 조사관은 99명이지만, 실제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국토부에 지속적인 증원을 요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소비자 “서류만 보고 ‘하자 아님’ 통보… 입주민 권익 외면”

입주민과 소비자단체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심사 적체를 해소하겠다는 명목 아래 정밀한 현장 실사나 충분한 조사가 생략된 채 서류 위주의 약식 심사가 남발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 한 입주민은 “명백한 균열과 누수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인데도, 위원회에 접수한 지 몇 달 만에 명확한 설명도 없이 ‘하자 불인정’ 결론을 받았다”며 “신속 처리가 목적이 아니라 입주민의 억울함을 제대로 풀어주는 게 본래 취지 아니냐. 신속성에만 목을 매다 입주민의 권익을 짓밟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업계 “입주 점검 대행업체發 무분별한 쪼개기 접수 급증 탓”

반면 건설업계는 판정률 급락이 ‘부실 심사’ 때문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근 사전점검 대행업체가 보편화되면서 경미한 생활 스크래치나 육안상 확인도 모호한 사항까지 하자로 무더기 접수하는 사례가 폭증했다는 설명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입주 단지를 중심으로 전문 점검 대행업체들이 사소한 마감 이격이나 단순 마찰 흔적까지 수백 건씩 묶어 기계적으로 접수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며 “과거에는 중대 결함 위주로 심사를 신청해 판정률이 높았던 반면, 최근에는 법적·기술적 하자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무리한 접수가 많아져 기각·각하되는 비율이 자연스럽게 올라간 측면도 감안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황운하 “인력난 속 무리한 속도전 여부 점검… 국감서 규명할 것”

이러한 논란에 대해 황운하 의원은 “신청 사건은 폭증하고 인력은 부족한데 처리기간은 절반 이하로 줄었고,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하자 인정률은 79%에서 45%까지 떨어졌다”며 “이 수치만으로 부실심사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속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충분한 사실조사와 현장 확인이 생략되거나 심사가 형식화된 것은 아닌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의원은 “하자심사의 목적은 사건 종결 자체가 아니라 실제 하자인지를 가려 입주민과 사업주체의 권리를 공정하게 보호하는 데 있다”며 “국토부는 판정률 급락 원인과 처리기간 단축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분석해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의원은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 하자 판정률 급락 원인을 비롯해 사건당 조사시간, 현장조사 실시 비율, 조사관 1인당 사건 처리량 등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이어 “하자심사의 목적은 빠른 종결이 아니라 입주민과 사업주체의 권리를 공정하게 가려주는 것”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2년 만에 판정률이 30%p 넘게 떨어진 명확한 원인과 사건당 조사시간, 현장조사 실시 비율, 1인당 사건 처리량을 철저히 점검하고 규명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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