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4천만 명 찾는 국립공원, 탐방로 5곳 중 1곳 ‘낙석·추락’ 위험

이정윤 발행일 2026-09-26 13:21:04
2021년 이후 사고 667건·61명 사망… 북한산·설악산에 위험 구간 집중
[데일리환경= 안상석 기자] 연간 4천만 명이 넘는 탐방객이 찾는 전국 국립공원의 탐방로 가운데 5곳 중 1곳이 낙석이나 실족, 추락 등 중대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경계·위험’ 구간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용객이 가장 붐비는 북한산과 설악산에 고위험 구간이 집중돼 있어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공원 안전사고 현황(‘21년~‘26년 6월)

2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김포시갑)이 국립공원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국립공원 탐방로 안전성 평가 등급 현황’에 따르면, 평가 대상 탐방로 730곳 중 4등급은 126곳, 5등급은 26곳에 달했다. 긴급 정비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취약 구간(4·5등급)이 총 152곳으로 전체의 20.8%를 차지한 것이다.

탐방로 안전등급은 위험도에 따라 일반·관심·주의·경계·위험 5단계로 나뉜다. 4등급(경계)은 탐방로 유실 징후나 낙석·실족 가능성이 확인된 상태이며, 5등급(위험)은 대형 재해 위험이 매우 높아 즉각적인 정비가 필요한 구간이다.

위험 구간은 수도권과 주요 명산에 집중됐다. 북한산의 경우 143개 탐방로 가운데 40.6%(58곳)가 4·5등급으로 분류돼 전국에서 위험 구간 비율이 가장 높았다. 설악산 역시 111곳 중 34.2%(38곳), 오대산은 21곳 중 33.3%(7곳)가 취약 구간으로 확인됐다. 특히 전체 4·5등급 구간의 63.2%(96곳)와 긴급 정비가 요구되는 5등급의 76.9%(20곳)가 북한산과 설악산 두 곳에 몰렸다.
▲최근 5년간 전국 국립공원 탐방객 현황<전국 국립공원 탐방로 안전등급 현황>


두 공원은 지난해에만 북한산 753만여 명, 설악산 187만여 명 등 총 940만 명 이상의 탐방객이 다녀간 곳이다. 이는 지난해 전국 국립공원 전체 탐방객(4,331만 명)의 21.7%에 달하는 수치로,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리는 곳에 위험 요소 역시 집중돼 있는 실정이다.

위험 구간이 방치되면서 인명 피해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21년부터 2026년 6월까지 국립공원 내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총 667건으로, 61명이 숨지고 606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건수는 매년 100건 이상씩 꾸준히 발생하며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최근 국립공원으로 새로 편입된 지역의 ‘안전 관리 공백’도 드러났다. 공단의 현행 안전등급 현황은 2019년 평가 기준에 머물러 있어, 2023년 지정된 팔공산과 2026년 편입된 금정산은 아예 평가 대상에서 빠졌다. 팔공산(지난해 300만 명)과 금정산(지정 당시 312만 명) 모두 연간 수백만 명이 찾는 도심형 국립공원이지만, 공원 내 어느 구간이 위험한지 공식적인 등급 평가조차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등산 전문가와 산악계 관계자들은 국립공원공단의 사후약방문식 대응을 꼬집었다. 한 등산연맹 관계자는 “북한산이나 설악산은 초보 등산객부터 고령층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가벼운 복장으로 찾는 경우가 많다”며 “탐방로 5곳 중 1곳이 위험 구간이라는 것은 언제든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경고했다.

한 산악구조 전문가는 “최근 국지성 호우와 폭설, 잦은 산불 등 이상기후로 인해 지반이 약화되면서 2019년 평가 당시에는 안전했던 길도 순식간에 낙석·붕괴 취약지로 변하고 있다”면서 “신규 편입 공원은 물론 전국 탐방로를 대상으로 기후 변화를 반영한 정밀 재평가와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영 의원은 “국립공원은 국민 누구나 일상적으로 찾는 쉼터인 만큼 탐방로 안전 확보는 국가의 기본 책무”라며 “위험등급이 높은 구간은 우선순위를 정해 선제적으로 정비하고, 신규 편입 공원을 포함한 전면적인 안전등급 최신화와 상시 안전관리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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