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과잉에 원전 세우고 1000억 날려… 한수원 'REC 1조 청구서' 결국 국민 몫 되나

이정윤 발행일 2026-09-28 11:37:19
이종배 의원 "5년간 출력제어 손실 1032억, REC 구매에만 3.2조 투입"
[데일리환경=안상석 기자] 신재생에너지의 급격한 확대로 인한 전력망 과부하 탓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원자력발전소 출력을 강제로 낮추면서 최근 5년간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를 채우기 위해 사들인 공급인증서(REC) 비용까지 지난해 한 해에만 1조 원을 넘어서며 공기업의 재무 부담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2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종배 의원(사진)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원전 감발(출력 감소)로 인해 발생한 한수원의 누적 손실액은 총 1032억원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감발 손실액은 2022년 234억원, 2023년 95억원, 2024년 136억원, 2025년 255억원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다. 특히 올해는 7월까지만 집계했음에도 이미 311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집중적으로 생산되는 시간대에 송배전망의 수용 한도를 초과하자, 전력 계통 안정을 이유로 원전 가동을 억지로 줄인 결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수원이 부담해야 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수원이 최근 5년간 REC 구매에 투입한 비용은 총 3조2633억원에 달한다.

2021년 4731억원 수준이던 구매액은 2022년 4398억원, 2023년 5824억원, 2024년 7417억원으로 가파르게 늘더니, 2025년에는 1조263억원으로 1조원 벽을 돌파했다. 지난해 한수원 순이익(1조6374억원)의 60% 이상이 REC 비용으로 증발한 셈이다.

이 같은 부담의 근원은 500MW 이상 대규모 발전사업자에게 일정 비율 이상 신재생에너지를 채우도록 강제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에 있다.

화력발전과 달리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을 주력으로 하는 한수원 역시 일반 화석연료 발전사와 동일한 잣대로 의무 공급 비율을 채워야 한다. 자체 재생에너지 설비가 부족한 한수원은 시장에서 막대한 웃돈을 주고 REC를 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전력망 확충 지연과 경직된 제도가 부른 '이중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출력이 널뛰는 데 반해 동해안과 호남 등지의 송전 선로는 턱없이 부족해 가장 저렴하고 안정적인 기저부하인 원전을 먼저 강제로 꺼야 하는 황당한 병목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 발전량까지 줄여가며 비싼 신재생 REC를 사들이게 하는 것은 비효율의 극치"라고 꼬집었다.

소비자들의 시선 역시 곱지 않다. 발전공기업의 막대한 비용 부담이 결국 한전의 적자로 누적돼 일반 국민의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원전 감발에 따른 손실과 조 단위의 REC 정산 비용은 고스란히 전력구입비에 포함돼 일반 가계와 산업계의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국민에게 부담을 떠넘기기 전에 무탄소 에너지원 간의 합리적인 비중 조율과 제도적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종배 의원은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은 원전을 '저탄소·무탄소 전원'으로 명확히 분류해 재생에너지와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거나 별도의 지원 체계를 가동 중"이라며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 사업자에게 과도한 재생에너지 의무를 지워 막대한 페널티를 물리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 한수원과 같은 원전 사업자를 RPS 의무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으며, 전력망 유연성 확보와 무탄소에너지(CFE) 체계로의 전환을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촉구할 방침이다.

 누구의 탓인가… 정책 부실이 낳고 전력망이 막은 '1조 청구서'

이번 사태의 근본적 책임은 '제도를 방치한 정부·국회' 와 '망 투자를 미룬 한전' 에 있다.

우선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회는 무탄소 전원인 원전에 화력발전소와 똑같은 신재생 공급 의무(RPS)를 지우는 기형적 제도를 설계해 놓고 이를 수수방관했다. 그 결과 한수원은 본업과 무관하게 연간 1조 원이 넘는 REC를 사들이는 '비용의 덫'에 갇혔다.

물리적 원인을 제공한 한국전력의 책임도 무겁다. 동해안과 호남 등 발전 집적지의 전력을 수도권으로 실어 나를 송배전망 확충이 지연되면서 '전기 고속도로'가 꽉 막혔다. 이 계통 병목을 해소하겠다며 가동 비용이 가장 저렴한 원전의 스위치를 억지로 내리는 촌극이 빚어진 것이다.

문제는 이 손실의 끝이 공기업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수원의 감발 손실과 조 단위의 REC 구매액은 고스란히 한전의 전력구입비로 넘어가 결국 일반 가계와 기업의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되돌아온다. 잘못된 정책과 늦장 망 구축의 대가를 힘없는 소비자가 치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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